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5)
제125화(삽화)
끼이잉-
이봉정 소령과 승현이 금속으로 된 미닫이문을 열었다.
그러자 벽과 바닥에 설치된 네모난 타일과 파이프들이 보였다.
한쪽에는 세면대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욕조와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영화 속에서 보던 교도소 샤워장과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쿠구구구궁-
천둥 번개가 치자 얇은 창문 안으로 하얀빛이 터져 들어왔다.
“어우.”
필립이 카메라를 들며 탄성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겪은 공간 중 손에 꼽히게 음산한 장소였다.
승현은 그런 필립을 한 번 보고는 손전등으로 내부를 슥 비췄다.
찰칵 찰칵
필립은 승현이 손전등으로 비추는 곳의 사진을 찍었다.
태정도 승현이 비추는 불빛에 따라 카메라 앵글을 바꿔가며 녹화를 이어갔다.
“옛날에 고지전이 한창일 때 포로들을 가두는 용도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 내부 수리와 개조를 거쳐 지금의 초소가 되었죠.”
이봉정 소령이 샤워실 스위치를 올려보며 말했다.
역시나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 자식. 언제나 오려나.”
그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며 볼멘소리를 흘렸다.
그 사이 승현은 계속 느껴지는 악취에 계속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정작 귀신이 눈에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캬아아아아아-
화영의 품에 안긴 초코가 하악질을 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승현은 초코를 가만히 보다 화영에게 말했다.
“초코 내려놔 볼래?”
“네?”
화영은 갑작스러운 요청을 받자마자 엉겁결에 초코를 내려놓았다.
도도도도도
그러자 초코는 샤워실 입구로 달려가더니 돌아서 다시 하악질을 했다.
아까보다 송곳니를 더욱 세우는 것이, 무언가 본 모양이었다.
찰칵-
그 타이밍에 필립이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바로 결과물을 확인해 보았다.
“빙고.”
필립이 나지막이 말했다.
승현이 그를 보자 필립은 자신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헐.”
인사과 계원이 말했던 그대로였다.
* * *
* * *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속에는 목매단 귀신들이 흐릿하게 담겨 있었다.
이불이나 커튼으로 파이프에 목을 맨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소름 끼치게도 매달려 있는 귀신들 모두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앞을 보았다.
지금 손전등 불빛에 보이는 샤워장과 파이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사진 결과물을 보자 귀신이 똑똑히 보였다.
“영상은 어때.”
승현이 태정에게 물었다.
“라이브 뷰로는 뭐가 안 보여요.”
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음.”
승현은 필립이 촬영한 결과물을 확대해 보았다.
니야아아아아옹-
그때 뒤에서 초코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승현이 뒤를 한 번 돌아보는 순간, 주변시로 이상한 것이 보였다.
샤워실은 물이 잘 빠져야 하기 때문에 바닥에도 망으로 막힌 된 배수로가 깔려 있었다.
그 배수로는 쥐나 작은 동물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편이었다.
승현의 주변시로 그 배수로가 보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배수로 안에 사람의 얼굴 반쪽이 보인 것이었다.
새하얀 얼굴에 시뻘건 눈.
몸이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볼 틈도 없이 승현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따다다다다다다다닥-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따다다다다다다다닥-
동시에 가끔씩 들려오던, 이빨을 빠르게 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찍혀요!”
그와 함께 태정이 라이브 뷰를 보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녹화하고 있는 카메라의 라이브 뷰로도 흐릿하게나마 귀신이 담겼다.
“빨리 나갑시다.”
이봉정 소령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창문 쪽에 다가갔다.
“야! 운전병!”
그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운전병! 운전병! 아직 멀었어?!”
이봉정 소령이 외쳤다.
그 순간이었다.
그 좁은 창문으로 사람의 얼굴이 턱 나타났다.
방금 배수로에서 본 그 기이한 얼굴이었다.
“우왓!”
이봉정 소령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창문 너머 정체 모를 얼굴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 귀신은 시커먼 이빨을 훤히 드러낸 채 기계처럼 턱을 딱딱거려댔다.
“이런 X발!”
이봉정 소령이 휙 돌아서더니 샤워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혼자 다니시면 안 돼요!”
승현 일행이 부랴부랴 그를 쫓아갔다.
복도에서 통신실로 이동한 그는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마자 커다란 무전기들을 확인했다.
모두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였다.
“이거 작동이 되는 건가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이봉정 소령은 진지한 얼굴로 무전기들을 하나씩 꺼내 보았다.
“작동되는 게 있을 겁니다.”
이것저것 전원을 켜보던 이봉정 소령은 슬슬 짜증이 나는 모양이었다.
치이이이이익-
그러다 작은 무전기 하나에 전원이 들어오며 노이즈가 잡혔다.
이봉정 소령은 수첩을 꺼내 주파수를 확인하고는 바로 무전을 쳐보았다.
“지통실. 지통실. 지통실. 여기는 78 요새. 지통실.”
하지만 응답은 없었다.
아무래도 최전선이다 보니 이런 무전 신호에 응답할 리는 없었던 것이다.
“지통실! 불도저 부대 인원 중 듣는 인원 없는가!”
이봉정 소령이 소리쳤다.
그때 무언가 회신이 오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익- 지원은 언제 오는가- 치이이이익- 치이이익- 지원은 언제 오는가-]아주 짙은 노이즈와 함께 죽어가는 것 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봉정 소령은 눈을 크게 뜨고 승현을 보았다.
승현 역시도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북한의 무전이 잡히는 거 아니에요?”
필립이 물었다.
[파치이이이이익-]그 순간 통신실에 있는 모든 무전기의 전원이 켜지더니 동시에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원은- 치이이익- 언제 오는가- 치이이이익]승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만지며 귀를 기울여 보았다.
노이즈 사이로 뭔가 다른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타다다다다당 콰과광- 타다다당-
총성과 폭음 같은 느낌이었다.
“잠깐만.”
승현은 태정이 촬영 중인 카메라에 헤드폰을 연결한 후 써보았다.
노이즈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 승현이 들은 아주 작은 총성과 폭음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전쟁이 난 것이 아니라면, 이건 어쩌면 시간을 거슬러 무전이 연결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린 다 죽어- 이대로 두면 우린 다 죽는다고-]무전기들에서 돌림노래를 하듯 같은 말이 다른 타이밍에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무전기의 스피커 부분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X발.”
이봉정 소령이 뒤로 물러났다.
군 생활을 오래 한 그도 이런 현상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신호가 잡히는 데를 찾는 게 낫겠어.”
그는 다시 통신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이리저리 대보며 전파가 닿는 곳을 찾았다.
“여기다!”
그러다 화장실 구석에서 전파를 잡아낸 그가 바로 부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바로 78 GP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이봉정 소령과 승현 일행은 구조대가 올 때까지 겁에 질린 채로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잠시 뒤.
화영의 품에 안겨 있던 초코가 굳게 닫힌 철문 쪽을 보며 울었다.
야오옹-
뭔가 기척을 느낀 것 같았다.
태정은 본능적으로 카메라로 철문을 비춰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촬영되지 않았다.
퉁-
그 순간,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일행 모두 화들짝 놀라며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끼이이잉-
이어 문이 열리더니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왔다.
“인사장교님. 괜찮으십니까.”
이봉정 소령이 연락을 했던 구조대였다.
“여어. 오느라 수고했다.”
그는 반가운 듯 군인들에게 단걸음에 다가가 인사를 했다.
“왜 못 나오신 겁니까? 문 안 잠겨 있던데요?”
중위 계급장을 단 남자가 엄지로 등 뒤의 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문이 안 잠겨 있었다고?”
“네. 그냥 당기니까 열리던데요?”
중위는 의아하다는 얼굴이었다.
이봉정 소령은 상기된 얼굴로 승현 일행을 돌아보았다.
“그 운전병은 지금 어디 있죠?”
필립이 물었다.
“아. 밖에 우리 운전병 못 봤어? 내가 심부름시켰는데.”
이봉정 소령이 물었다.
“운전병 말씀이십니까? 닷지에 있던데요?”
“닷지에?”
중위의 대답에 이봉정 소령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승현 일행도 그의 뒤를 따라 나가 보았다.
운전병은 닷지 트럭 운전석에 앉아 졸고 있었다.
다른 차량이 왔는데도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야! 인마!”
이봉정 소령이 비를 맞으며 닷지 트럭의 범퍼를 걷어찼다.
쾅!
요란한 소리에 운전병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일병! 한 현 수! 죄송합니다!”
운전병이 허겁지겁 내렸다.
“내가 시킨 건 어쩌고 여기서 처 졸고 있냐!”
이봉정 소령이 버럭 소리쳤다.
“잘못 들었습니다?”
“내가 본대에 무전치고 여기 송전 케이블 나간 거 있는지 확인하랬잖아!”
“잘못 들었습니다? 저는 인사장교님 들어가신 이후로 계속 차 안에 있었지 말입니다.”
운전병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 그럼-”
이봉정 소령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승현을 돌아보았다.
승현 역시도 열려 있는 초소 철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어두운 안쪽 복도에 한 남자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빨리 갑시다.”
이봉정 소령이 진절머리 난다는 얼굴로 몸서리를 치고는 차에 올라탔다.
“일단 가죠.”
태정도 승현의 어깨를 살짝 주무르며 말했다.
승현은 어두운 복도 가운데 서 있는 정체 모를 남자를 주시하다가 차에 올라탔다.
그때 갑자기 내리던 엄청난 폭우가 멎으며 먹구름이 걷혔다.
부르릉 부우웅-
다시 산길을 타고 부대로 복귀하는 길.
화영은 초코를 안은 채 승현에게 말했다.
“어쨌든 귀신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요?”
“그렇기는 한데 뭔가 좀 미지근하지 않아? 방송 촬영을 허가하면서 가해자 인터뷰도 못 하게 하고 말이야.”
승현은 찝찝한 마음에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군필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위에서는 이 사건도 최대한 묻고 싶을 거예요. 근데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 대니까 아예 귀신 이야기를 하면서 사건 자체의 논점을 흐리게 하고 싶은 거겠죠.”
필립이 카메라를 정리하며 말했다.
“이봉정 소령. 그 인사장교님이 뭔가 알고 계신 거 같긴 하지?”
승현이 태정을 보고 물었다.
진실을 파헤치지 말고 그냥 귀신만 찍고 철수하자던 태정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