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6)
제126화
다시 사단 본부로 돌아온 승현은 바로 인사장교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 가해자인 김중만 일병 인터뷰는 정말 어려운 건가요?”
승현의 질문에 이봉정 소령은 살짝 짜증이 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까 몇 차례 답변을 드린 것 같은데요. 그쪽 상관한테도 지시를 받지 않았나요?”
“그건 그렇지만-”
“-군 내부 상황이 있으니 그 말씀은 그만하시죠.”
이봉정 소령의 말에 승현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귀신은 촬영됐으니 이제 볼일 다 보신 거 아닙니까? 더 촬영할 게 있나요?”
그는 자기 책상 앞에 앉으며 덧붙여 물었다.
가만히 서서 그를 응시하던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필요한 영상은 모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승현도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표정을 구기며 대답했다.
물론 이봉정 소령 역시도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신이 귀신에게 홀렸던 건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책상에 세워져 있던 탁상용 십자가를 손에 쥐고는 눈을 감고 무어라 중얼거렸다.
“돌아가자.”
승현은 태정을 보며 말한 후 인사과 밖으로 나갔다.
다른 일행도 그를 따라 이동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운전 중인 태정 대신 필립이 승현을 촬영했다.
승현은 조수석에 앉은 채로 인터뷰하듯 멘트를 했다.
“부대 관계자 요청으로 GP 촬영을 마쳤는데요. 뭔가 찝찝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GP에서 귀신이 포착되기는 했습니다, 분명. 그런데 그게 총기사건과 관련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파헤칠 수가 없는 상황이네요.”
군 내부에서 가해자 김중만 일병의 소재지를 알려주지 않는 이상 승현 쪽에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우리 자문의원한테 가서 물어보는 게 어때요?”
화영이 물었다.
“자문의원? 아. 승범보살님?”
승현이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어차피 결론 다 내놓고 찍는 거였고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뭐. 그렇기는 하지.”
승현이 대답했다.
“승범보살님 인터뷰 따고 이번 특집은 그냥 마무리하죠.”
운전 중인 태정도 앞만 보고 말했다.
“휴우.”
승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꾸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르는 것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였다.
* * *
승범보살은 GP에서의 촬영 영상을 꼼꼼하게 확인해 보았다.
승현은 그녀 앞에 앉아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었고, 태정은 이 둘을 모두 촬영하고 있었다.
“이 고양이. 뭐야?”
승범보살은 화면 속 화영이 안고 있는 초코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 며칠 전에 본 길냥이인데요.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승현은 그 당시 있었던 일을 다시 설명했다.
그러자 승범보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답했다.
“보니까 PD님하고 운명이 얽혔네.”
“얽히다뇨?”
“PD님도 알지? 본인이 가진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거.”
승현은 그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귀문이 독특하게 열려 있는 상태인데 얘가 그 보완을 해주겠어.”
“보완을 해줘요?”
“그래. PD님이 ‘존재’를 눈치챈다면 이 고양이가 ‘방향’을 알려준달까? 전생에 무슨 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묘하게 얽혔네.”
승범보살이 말했다.
승현은 볼을 긁적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뭔가 체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꼭 데리고 다녀. PD님 목숨을 구할 녀석이야.”
하지만 그녀가 덧붙인 말에 승현은 괜스레 기분이 묘해졌다.
“고양이에 대한 속설은 나라나 문화마다 다른데 통상 ‘신과 소통하는 대변자’라는 이야기가 있어. 도움이 될 거야. 아무래도 정말 성공할 모양이네.”
승범보살이 씩 미소를 지었다.
“그건 좋은 말이네요.”
승현이 대답했다.
“그나저나 이 군대 초소. 여기 있는 귀신들은 사실 뭐, ‘악귀’는 아닌 거 같아.”
“그렇습니까?”
“여기가 한국전쟁 당시에도 쓰였던 초소라고?”
“네. 그랬다더라고요.”
“전쟁이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거잖아? 의도해서 죽이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았는데 죽이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죽기도 하고.”
“네.”
“그러다 보니까 악귀 같은 기운이 나올 수는 있는데 악귀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렇습니까.”
“영상만 봐서는 뭔가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냥 초소에 붙은 지박령 느낌인데-”
그는 샤워장에서 포착된 여러 귀신 장면에서 정지를 하고 뚫어져라 보았다.
“이들이 가진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전이가 될 수는 있겠지.”
“아. 귀신의 감정이 전달되는 현상 말씀이신가요?”
“그래. 뭐 포로들이 있었든 뭐든. 그들이 가졌던 온갖 감정들이 뭉쳐져 있는 거지.”
“아하.”
“자존감이 강하고 기가 센 애들이라면 모를까 심약하고 기가 약한 아이. 아니면 귀문이 열려 있는 애라면 그 기분에 휘둘릴 수 있어.”
“그럼 그 ‘김중만 일병’도 마찬가지였을까요?”
“그건 내가 모르지. 보통 20대 남자애들은 전반적으로 기가 센 편에 속하기도 해. 그래서 모두가 귀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극히 소수만 전이된 걸 수도 있고. 그냥 그 일병 친구한테 무슨 사연이 있었을 수도 있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없군요.”
“그렇지. 내가 본 것도 아니고.”
“이 초소를 계속 사용하는 게 좋을까요? 이건 뭐, 군대에서 결정할 일이겠지만.”
“내가 볼 때는 안 쓰는 게 좋아.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사고가 많았겠는데?”
“사고요?”
“이번 사건 말고도 이래저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을 곳이야. 저렇게 귀신들이 모여 있다는 건 음기가 엄청나게 세다는 건데 산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나겠어.”
승범보살은 귀신 등장 장면에서 정지된 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승현은 영상 속,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귀신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승범보살의 인터뷰를 끝으로 촬영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만약 또 다른 내막이 있다면 이제 그건 네티즌과 다른 언론이 파헤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 * *
78 GP 특집의 예고편이 RBS와 너튜브를 통해 송출되자 예상대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군대 내 총기 난사 사건은 언제나 늘 뜨거운 감자인데, 이걸 [미스터리 탐사대]에서 취재했다고 하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군대 내 보안사항 때문에 편집할 장면들이 많아 1회차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짧게 치고 빠지는 특집인 만큼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최대한 많이, 여러번 등장시켜 분량을 확보해야 했다.
그렇게 최종 편집본이 나온 후, 예정된 날짜에 방영이 되었다.
평균 시청률은 약 10%.
다만 귀신이 등장하는 순간의 최고 시청률은 무려 25%에 육박했다.
사건의 진실보다는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에 사람들이 주목했다.
승현은 이봉정 소령이 노렸던 효과가 어쩌면 이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미스터리 탐사대]는 또 한 번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너튜브 채널에서의 수익 역시도 수직 상승을 하는 결과를 낳았다.
78 GP 특집의 클립 영상 조회 수가 순식간에 200만 명을 훌쩍 넘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영상을 계기로 해외 시청자들의 유입도 큰 폭으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이번 특집을 시작으로 바뀐 흐름이 한 가지 있었다.
화영이 내내 안고 있었던 고양이 ‘초코’에 대한 관심 폭증이었다.
아기 고양이가 귀신을 보며 하악질을 하거나 우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귀여운 캐릭터로 자리 잡은 것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불편러들 중 일부는 동물 학대 아니냐며 댓글을 달았지만 화영과 승현이 꼭 안고 있고 챙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긴 만큼 크게 공론화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초코는 승현의 예상대로 [미스터리 탐사대]의 마스코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었다.
이런 와중에 승현이 걱정하고 있던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이번 78 GP 총기 난사사건 관련한 유족 중 [미스터리 탐사대] 쪽에 문제제기를 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이봉정 소령은 딱 한 마디를 했었다.
“항의 연락이 오면 연락처 받아서 저한테 넘겨주십시오.”
모르긴 몰라도 촬영 결과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해명은 물론 합의금에 관련한 것까지 논의하려는 속셈인 듯했다.
하나 분명한 사실은 방송국 쪽에서 어떤 입장을 유족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에 대해 차단을 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승현을 포함한 제작진들은 유족 항의에 대한 대처 부분에서도 나름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것이 옳은 것인지는 당장 판단할 수 없었지만.
* * *
다시 현재.
지금까지 촬영된 특집들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쓰고 있던 승현 옆으로 장혁이 다가왔다.
다각 다각 다각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며 모니터에 시선을 꽂아두고 있는 승현이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바쁘세요?”
“국장님이 쓰라고 한 보고서가 있어서. 왜?”
“방금 저희 우편함에 갔다 왔는데요.”
“응. 근데 왜?”
“이상한 게 배송이 됐어요.”
장혁은 약간 두툼한 택배용 봉투를 꺼내 건넸다.
“주소지가 어딘데? 인천 미추홀구 주연동? 여기가 뭔데?”
택배 라벨에는 주소만 적혀 있을 뿐 상호명이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발송인 이름에는 ‘VCR’이라는 알파벳만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
승현은 의아해 하며 봉투를 뜯어보았다.
그러자 예전에 사용했던 규격의 VCR 테이프. 소위 비디오카세트 테이프가 들어 있었다.
이 테이프에도 역시 그 어떤 라벨도 붙어 있지 않았다.
순간 음식물 썩은 냄새가 강하게 진동했다.
‘귀신의 흔적’이었다.
어쩌면 ‘악귀’의 가능성도 역력해 보였다.
“요새도 이런 거 쓰는 사람이 있어?”
“그러게요. 아무래도 제보 택배인 것 같아서요.”
“그런가? 이거 어디 재생시킬 데 있나?”
“편집실에 있어요.”
“가보자.”
승현은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판단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둘은 편집실에 가서 곧장 비디오카세트 테이프를 재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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