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7)
제127화
#[악귀의 VCR> 특집
좁은 편집실에는 승현과 화영, 태정, 장혁이 옹기종기 모였다.
승현이 긴장한 표정으로 VCR을 기계에 넣었다.
달가락- 위이이잉-
어렸을 때나 많이 들었던 VCR 재생음과 함께 CCTV 화면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기괴했다.
1998/02/28
No.2 CAM
화면 아래에는 날짜가 기재되어 있었다.
“98년. 거의 25년 전이네요. 시간은 안 나오네.”
화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여기가 어디지?”
장혁은 화면에 나오는 방 안의 풍경을 보며 물었다.
화장대와 침대,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정수기, 촌스러운 벽지와 장판이 자리한 모양새가 옛날 여관 같은 느낌이었다.
“모텔 같지 않아요? 어디 시골 모텔?”
태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승현과 함께 [풍경이 좋다]를 촬영하는 동안 시골 모텔과 여인숙, 여관을 섭렵했었기에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맞네. 그런 거 같은데. 화장대에 있는 바구니 봐봐. 스킨하고 로션이지, 저거.”
“곽티슈에 이상한 광고들 써있는 것도 그렇고.”
승현과 태정이 모니터에 코를 박듯 보고 대화를 나누었다.
“인천에 저런 모텔이 남아있나?”
화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로드뷰로 발신지를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간판 하나 없는 오래된 건물들만 보일 뿐, 숙박업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화면 속으로 한 남자가 등장했다.
“소리는 안 나?”
승현이 묻자 태정이 볼륨을 최대치로 올려보았다.
브즈으으으으으으응-
아주 낮은 음의 노이즈만 들릴 뿐 음성이 녹음되지는 않았다.
남자는 방을 한 바퀴 천천히 걷더니 천장 구석에 설치된 듯한 CCTV 카메라를 보았다.
그러고는 아주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보통 숙박업소에 저런 CCTV가 설치되나?”
장혁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것도 확실히 의심되는 부분이기는 했다.
남자는 미소를 지은 뒤 방 밖으로 나갔다.
치직 치직 치직
화면이 잠시 깜빡거리더니 다음 화면으로 바뀌었다.
연령대를 구분할 수 없는 여성 한 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상당히 짧은 치마에 블라우스를 걸치고 긴 생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설마.”
화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순간이었다.
치직 치지지지지지직-
화면에 노이즈가 잔뜩 끼더니 장면이 바뀌었다.
그 여성이 침대 옆 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옷차림도 들어올 때의 옷차림 그대로였다.
다만 칼에 찔린 것인지 벽과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
동시에 승현의 코에서도 강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뭐야. 스너프 필름인가? 가짜 아니에요?”
장혁이 물었다.
승현은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승현은 살해당했을 때 나는 ‘귀신의 흔적’이 명확하게 난다는 점에서 실제 사건이 벌어졌던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지지지지지지직-
또 다시 노이즈가 꼈다.
그러고 다시 재생되는 화면에는 피투성이가 된 여성으로 한 남성이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몸매로 봐선 처음 혼자 들어왔던 남성과 동일인물로 보였다.
하지만 지금 남성이 시신에 접근하는 장면에서는 얼굴 부분에 기괴한 모자이크가 잡혀 있었다.
의도적으로 삽입된 건 아닌 듯했다.
마치 3D 게임에서 그래픽소스가 깨진 것처럼 빨간색과 초록색이 뒤엉킨 이상한 블록 형태로 얼굴 부위가 으깨져 있었다.
“이건 무슨 현상이지?”
태정도 알 수 없는 현상이었다.
남자는 시신의 다리를 붙잡고는 밖으로 끌고 갔다.
치지이이이이익-
또 한 번 노이즈가 생겼다.
그러고는 남자가 방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남자는 피가 흥건한 바닥에 쓰러지더니 마치 경련하듯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은 흡사 물 밖에 꺼내 올린 새우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펄떡이던 남자는 벌떡 일어나더니 카메라를 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남자의 얼굴 부분은 아까처럼 블록 형태로 으깨져 있었다.
하지만 미묘하게 웃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쾅!
그 순간이었다.
편집실 문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우왓!”
일행 모두 놀라 굳게 닫힌 편집실 문을 보았다.
누군가 노크를 한 것도, 문을 쾅 닫은 것도 아니었다.
“뭐야. 어떤 새끼야.”
장혁이 편집실 문을 확 열고 밖을 보았다.
하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가 문을 두드린 건지 알 수 없었다.
“뭐야.”
장혁이 문을 닫으며 승현을 보았다.
쿵 쿵 쿵-
이번에는 천장, 아니면 바닥에서 뭔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승현 일행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보았다.
평범한 편집실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쿵 쿵 쿵-
분명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 벽을 두드리는 듯한 공명음이었다.
쿵 쿵 쿵-
승현은 천천히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쿵 쿵 쿵-
화면 속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바닥에 쪼그려 앉아 주먹으로 바닥을 치고 있었다.
쿵 쿵 쿵-
그가 바닥을 칠 때마다 편집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거 뭐야.”
승현이 서둘러 화면을 꺼버렸다.
그러자 편집실에 울리던 둔탁한 소리도 딱 멈췄다.
일행은 놀란 얼굴로 서로를 볼 뿐, 아무 말도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태정이 입을 열었다.
“이거 만약 조작이 아니라 실제 영상이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버릴까요?”
그리고 장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다음 회차 소재로 사용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승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격적인 취재를 하기에 앞서서 조금 알아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
승현은 자신이 느낀 ‘귀신의 흔적’을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태정아. 이거 VCR 복사 뜨고, 여기 주연동 관할 경찰서 쪽에 신고해 봐. 날짜가 있으니 관련 신고가 있었으면 기록이 남았을 거야.”
“네.”
“화영이랑 같이 가서 촬영하고 와. 다음 특집이 될 수도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태정이 화영과 함께 대답했다.
“그리고 장혁이, 너는 나랑 이 영상 좀 다시 한번 살펴보자.”
“네.”
승현의 말에 장혁이 대답했다.
*
VCR을 복사한 후 태정과 화영은 주연동을 관할로 두고 있는 인천 미추홀경찰서로 향했고, 승현과 장혁은 편집실에 남아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그리고 영상을 볼 때마다 피비린내와 생선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묘한 건 남자가 바닥을 두드리는 장면에서, 아까처럼 둔탁한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아까 발생한 일은 굉장히 기이한 초자연적 현상임이 분명했다.
실제 외부에서 망치질을 하는 소리라고 보기에는 남자가 카메라를 보며 바닥을 두드렸던 그 장면과 싱크가 너무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둘은 모니터에 코를 박고 영상을 또 한 번 돌려보았다.
그때, 장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선배. 지금 바닥에 보면 창문에서 비춰 들어오는 햇빛이 바닥에 비치잖아요.”
“그렇지.”
CCTV 카메라 앵글에 창문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 빛이 바닥에 들이치고 있었다.
“보시면 남자가 등장하고, 여자가 나오고, 시신이 나오고, 끌고 간 다음에 남자가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들 보면 시간대가 다른 것 같아요.”
장혁이 화면을 짚으며 말했다.
확실히 바닥에 비치고 있는 창문 모양의 태양빛 위치가 조금씩 바뀌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편집된 영상인 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대 순인 걸로 보이는데- 하루에 촬영된 건 아닌 거 같아요. 태양빛 위치를 보면-”
“아. 그러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에 비친 태양빛의 각도를 보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 기재된 날짜는 계속 2월 28일이에요.”
장혁은 화면 아래에 있는 녹화 날짜를 가리켰다.
그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이걸 녹화했던 CCTV 기기가 고장나 있거나, 아니면 하루에 일어난 일인데 순서가 뒤틀려 있거나-였다.
“어우. 계속 보고 있으니까 정신이 빠질 것 같네요. 커피나 좀 사올 건데 뭐 드실래요?”
장혁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나 아이스 초코. 휘핑 얹어서. 단 게 땡긴다.”
“알겠습니다.”
승현이 대답하자마자 장혁이 편집실 밖으로 나갔다.
승현은 자리에 남아 영상을 계속해서 리플레이 했다.
조그 다이얼을 천천히 돌려가며 영상을 보던 승현은 남자의 얼굴 부분을 확대해 보았다.
남자의 얼굴 부위에 이상한 모자이크가 껴있는 상태였지만 웃고 있는 것은 언뜻 확인이 가능했다.
그런데 웃고 있는 입꼬리 가운데로 무어라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승현은 두리번거리다 구석에 있는 커다란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선을 연결했다.
그리고 곧장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재생해보았다.
브즈으으으으으응-
처음에 태정이 볼륨을 최대로 높였을 때 들린 저음의 노이즈가 들려왔다.
하지만 아까보다 더욱 선명하고 크게 들을 수 있었다.
승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온 신경을 청각에 집중시켰다.
다시 남자가 들어오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때, 처음에는 듣지 못했던 기이한 음성이 들렸다.
“피를 흘려. 피를 흘려. 피를 흘려. 피를 흘려.”
처음 남자가 방 안을 배회하는 장면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초 고가의 고성능 헤드폰으로도 굉장히 작게 들리는 수준이었다.
승현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더욱 청각에 집중해 보았다.
“피를 흘려. 피를 흘려. 피를 흘려. 피를 흘려.”
남자가 나오는 장면에서 계속 같은 음성이 들리고 있었다.
“와이씨.”
승현이 눈을 부릅뜨고 영상을 보았다.
그러다 마지막, CCTV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미는 남자의 장면에서는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
아주 기괴할 정도로 입술을 빠르게 떨며 중얼거렸다.
‘X발. 대체 뭐야, 이거.’
승현이 생각했다.
그렇게 소리와 함께 영상을 계속 분석하던 승현은 등 뒤에 무언가 다가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턱-
순간 승현의 어깨 위에 무언가 툭 떨어졌다.
“우와! X발!”
승현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