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8)
제128화.
우당탕!
승현이 벌떡 일어나면서 헤드폰을 집어던졌다.
의자가 뒤로 쓰러지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세요?”
장혁이 커피와 아이스 초코를 든 채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헉, 헉. 아, 아냐. 휴우.”
승현은 장혁이 왔다는 걸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요? 뭐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장혁은 승현의 옆에 아이스 초코를 놔주었다.
“어우. 아니다. 아니야.”
승현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음료를 한 잔 쭉 들이켰다.
그때, 편집실 문이 열리더니 이열상 CP가 들어왔다.
“야. 여기서 뭐 하냐.”
그는 들어오자마자 승현과 장혁의 손에 들린 음료를 보고 인상을 썼다.
“아잇. 편집실에서는 뭐 먹지 말라니까.”
“이것만 마실게요. 단 게 땡겨서.”
승현이 음료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이열상 CP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이다 모니터 속 CCTV 화면으로 눈길을 돌렸다.
“뭐야. 다음 소스야?”
“아뇨. 아직 결정된 건 아니에요. 저희 사무실 쪽으로 배송이 온 테이프인데 한 번 확인해보는 중이에요.”
“그래? 영상 꽤 괜찮아 보이는데. 누가 만든 건 아냐?”
“모르겠어요. 한 번 확인해 봐야죠.”
승현이 모니터 화면을 보며 말했다.
“알았다. 내일까지 내가 시킨 보고서 정리해 놓고. 다음 특집 제목 정해지면 메시지 남겨.”
“네, 알겠습니다.”
승현이 대답했다.
이열상 CP는 다시 한번 못마땅한 얼굴로 음료 잔을 슥 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또 한 마디 잔소리를 하려다가 참고 나가는 것이었다.
“한 번 확인해 볼까요?”
장혁이 물었다.
“너 [미스터리 탐사대] 오고 나서 외근 한 번도 안 나갔지?”
승현의 질문에 장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태정과 화영이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가서 테이프 사본을 보여주고 당시 사건에 대한 기록을 알아보는 사이, 승현과 장혁은 필립이 있는 포스 스튜디오로 향했다.
초코는 이번에도 승현의 가방에 꼭 붙어 있어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되었다.
필립에게 찾아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영상의 조작 여부에 대해 확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전문가들에게 의뢰해도 됐지만 필립이 고정 멤버처럼 활동하고 있는 만큼, 그의 능력을 조금 더 돋보이게 할 필요가 있었다.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필립과 장혁이 서로 인사를 한 뒤, 곧장 VCR 테이프를 보여주었다.
필립은 진지한 표정으로 영상을 확인했고, 장혁은 영상을 확인 중인 필립과 승현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 인터뷰 형식으로 필립의 멘트를 담았다.
“쭉 훑어봤을 때 따로 편집기술이 들어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영상 일부를 잘랐다가 붙이기만 한 것 같아요.”
필립도 승현과 같은 의견이었다.
“혹시 시간대를 뒤섞어서 붙여놓은 것 같진 않나요?”
“그런 거 같진 않아요. 밑에 있는 시간은 그렇게 신경 쓸 게 아닌 것 같네.”
필립이 모니터 하단에 나오는 촬영 날짜를 가리키며 말했다.
“필립 씨는 이 영상. 어떻게 생각해요? 귀신에 관련된 걸까요?”
승현이 물었다.
“악귀에 들린 사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저렇게 기괴한 게.”
“그렇죠?”
승현이 대답하고 볼륜 다이얼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가 녹음이 됐는데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승현은 자신이 들었던 남자의 음성을 들려주려는 것이었다.
필립은 소리를 들어 보려 온 신경을 고막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볼륨을 아무리 끝까지 올려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편집실에서 헤드폰으로 들었을 때에는 들렸던 남자의 음성이 이곳에서는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필립이 사용하는 헤드폰을 데스크톱에 연결해 들어봐도 역시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필립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승현을 보자 승현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쿠당탕- 덜컹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강풍이 분 것처럼 창문이 덜컹거렸다.
“으악!”
깜짝 놀란 장혁이 창문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창문은 언제 그랬냐는 듯 굉장히 잠잠했다.
“PD님이 이런 거에 되게 놀라시네.”
필립이 장혁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미스터리 탐사대] 현장은 처음이라.”
장혁이 엉겁결에 대답했다.
끼익-
그때 문소리가 들렸다.
필립이 스튜디오 구석에 마련해 둔, 심령사진을 전시해 둔 방의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였다.
이번에는 승현과 필립도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 누구 있어요?”
승현이 묻자 필립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저 혼자였는데.”
필립이 대답했다.
그리고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방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장혁은 그런 둘의 뒷모습과 모니터에 나오고 있는 여관 CCTV 화면을 번갈아 촬영하며 쫓아갔다.
스윽
필립과 승현이 심령사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이곳 특유의 묘한 약품 냄새가 날 뿐이었다.
순간 한 줄기 피비린내가 슥 느껴졌다.
승현은 그 자리에 서서 스튜디오 컴퓨터 쪽을 보았다.
촬영을 위한 하얀 벽과 각종 소품.
그리고 조명기기들이 있는 공간 너머로 작업하던 컴퓨터가 보였다.
그 컴퓨터의 모니터에는 방금까지 확인했던 CCTV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때, 화면 속에는 남자가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빠르게 중얼거리는 것이 나오고 있었다.
“뭐지?”
필립이 방을 슥 둘러보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동시에 스튜디오 한가운데 있던 초코가 강하게 하악질을 했다.
캬아아아아악-
초코의 송곳니자 번쩍이는 그 순간, 남자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
스피커를 통해 포스 스튜디오 전체에 남자의 음성이 가득 찼다.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악취가 강렬하게 뿜어져 올라왔다.
이건 승현만 맡을 수 있는 ‘귀신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승현만 포착했던 그 이상한 소리가 스튜디오 전체에 울리며 장혁과 필립, 그리고 촬영 중인 카메라 마이크에도 그대로 삽입이 되었다.
장혁은 떨리는 손으로 모니터 화면을 클로즈업 했다.
“PD님. 이거 대박인데요?”
필립은 심령사진의 방 앞에 서서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
필립은 이번 특집이 진행되면 바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리고 포스 스튜디오에서의 촬영을 정리하던 중, 태정에게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선배. 경찰하고 이야기 해봤는데요. 거긴 재개발 문제가 뭐 이상하게 얽혀서 지금 사람들이 안 사는 동네래요. 그리고 98년 2월 28일 저 전후로 해서 저기서 발생한 강력사건도 없다고 하는데요?]태정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고가 들어온 것도 없고?”
[네. 그 후에 발생한 강력 사건 중에도 저 날짜에 저 장소와 관련한 건은 없대요.]“그렇단 말이야?”
[네. 어떡해요? 철수할까요?]승현은 태정의 질문에 고민하든 핸드폰을 내리고 장혁과 필립을 돌아보았다.
“아니. 우리가 거기로 갈게. 그 비디오 발송지에서 만나자.”
[넵.]태정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동합시다.”
승현이 필립을 보며 말했다.
“장혁이, 너는 카메라 필립 씨한테 맡기고 사무실로 복귀해. 우리가 자료 보내주는 거 바로바로 정리 부탁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게 마음 편하겠어요.”
장혁이 곧장 대답했다.
포스 스튜디오의 촬영만으로도 현장직의 공포를 새삼 체감한 모양이었다.
“그럼 저희는 바로 이동하죠.”
승현과 필립은 곧장 스튜디오 밖으로 이동했다.
*
같은 날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연동 9781-85.
VCR 테이프를 보내온 발신 주소였다.
“선배!”
승현과 필립이 차에서 내리자 골목 쪽에서 태정과 화영이 손을 흔들며 나왔다.
초코도 차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화영에게 쫓아갔다.
“아유. 이제 나 알아보네.”
화영이 초코를 들어 안으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누가 우리한테 테이프를 보낸 거지?”
승현은 찝찝한 얼굴로 골목 안쪽을 보았다.
말 그대로 ‘철거촌’의 느낌, 그대로였다.
부서진 가구들이 거리에 나와 있고 창문과 현관문, 대문은 모두 깨지거나 결려 있었다.
거기에 붉은색 락카로 이런저런 글씨를 쓴 담벼락과 건물 외벽들이 곳곳에 있는 것이 굉장히 을씨년스러웠다.
“9781-85번지라는 거지?”
승현은 스마트폰으로 메모해 둔 주소를 한 번 확인하고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태정이 영상을 촬영했고, 필립이 사진을 찍었다.
승현은 건물 앞에 적힌 번지수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멘트를 했다.
“저희는 지금 정체 모를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온 곳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재개발을 앞두고 모두 철거 예정인 곳이라고 하는데요.”
승현의 멘트와 함께 태정은 주변 풍경을 차분하게 담았다.
골목을 한 블록 지나자 일차선 도로와 함께 낮은 상가 건물들도 몇 보였다.
여기도 철거 예정인 듯 굉장히 오래되고 허름한 간판 아래 셔터가 내려가 있었고, 붉은 락카가 지저분하게 칠해져 있었다.
“미용실. 식당. 수선집. 크진 않지만 그래도 삶에 필요한 것들은 다 있었네요.”
승현이 상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체적으로 90년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거리였다.
“여기가 9781-84번지네요. 저 옆 건물이 9781-86번지고.”
승현이 셔터가 내려간 이발소와 세탁소 사이에 멈춰서 말했다.
“85번지가 없는 거예요?”
화영이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발소와 세탁소 사이 골목 틈을 보았다.
성인 한 명이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 너머로 작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그 앞에는 다 부서져 가는 나무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경미 여인숙]이 간판에도 역시 붉은 락카로 X가 쓰여 있었다.
“저기인가 보네요. 저래서 로드뷰에 안 잡혔나 보네.”
승현이 간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심히 들어오세요.”
승현이 앞장서서 들어갔다.
이어 일행 모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여인숙 입구에 선 승현은 물씬 풍겨오는 피비린내와 함께 독한 악취에 코를 틀어막았다.
“후.”
그는 손부채질을 한 후 정문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러자 아주 좁은 마당과 함께 나무로 된 방문들이 보였다.
문 옆에는 다 부서져 가는 신발장이 놓여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