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9)
제129화
니야아오오옹-
야오오오옹-
화영의 품에 안긴 초코가 구슬프게 울었다.
그러면서 내려가고 싶은 듯 화영의 팔을 살살 긁었다.
“아잇. 안 돼.”
화영은 이런 곳에서 초코를 잃어버릴까 내려놓지 않았다.
“내려 놔줘 봐.”
하지만 승현은 초코가 도망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말했다.
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초코를 내려주었다.
도도도도도도-
그러자 초코가 어딘가로 휙 사라져 버렸다.
“아앗!”
화영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돌아올 거야.”
승현은 자신과 초코가 운명적으로 얽혀 있다는 승범보살의 말을 떠올리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방은 총 다섯 개네요. 신발 신는 곳이 밖에 나와 있는 구조고.”
승현이 방을 슥 가리키며 멘트를 이어갔다.
“마당 가운데에는 작은 화단이 있네요. 넓진 않고. 싱글 침대 사이즈?”
하지만 그 화단에는 온갖 지렁이와 바퀴벌레들이 들끓고 있었다.
이런저런 쓰레기들도 가득한 것이 방치된 지 오래인 모양이었다.
“여기서 촬영된 건가요?”
필립이 물었다.
아직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마당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방문은 한 개를 제외하고 모두 닫혀 있었다.
승현은 가장 바깥쪽, 열려 있는 방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으로 슬쩍 밀자 문이 밀리듯 열렸다.
끼익-
그러자 안에 보이는 것은 먼지가 가득 쌓인 침대와 화장대였다.
가구가 배치된 구조는 VCR 영상과 달랐지만 가구 종류와 인테리어는 상당히 비슷했다.
“맞는 것 같아요.”
승현이 대답하며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거울은 먼지가 끼어 회색으로 변해 있었고 화장품은 이상한 색깔의 곰팡이가 잔뜩 피어 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
침대 위에도 회색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승현은 먼지를 밀어내려 손부채질을 하며 옆을 보았다.
각방마다 작은 화장실이 있었다.
변기 하나와 샤워기 하나만 있는 것이, 협소한 공간에서 대소변과 샤워를 동시에 해결하게끔 만들어 둔 모양이었다.
아무리 90년대임을 감안해도 굉장히 열악한 환경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 방으로 가볼까요?”
승현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굉장히 음산한 분위기였지만 딱히 건질 것은 없었다.
그렇게 1호 방 이후 2호, 3호 방을 모두 수색했다.
거의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승현이 앞장서서 자연스럽게 4호 방의 문고리를 잡았다.
철컥
문이 잠겨 있었다.
승현이 힘을 줘서 다시 몇 차례 움직여 보았다.
덜컹 덜컹 덜컹
문이 부서질 것처럼 흔들리기만 할 뿐, 열리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부술 수 있겠는데요?”
필립이 도구를 찾으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잠시만요.”
하지만 승현이 잠시 말렸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일단 지금 무대포로 시설을 부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승현이 5호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도 다른 방과 비슷한 구조였다.
차이가 있다면 비상 안내도와 전화번호부 등, 여러 살림이 더 눈에 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현금을 넣는 철제 출납기까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 여인숙 관리인이 머물던 방인듯했다.
“되게 춥네요. 한기가 돌아요.”
태정이 카메라로 방을 한 번 훑어 촬영하며 말했다.
그가 한기를 느끼는 만큼, 승현도 악취를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특히나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났던 이상한 ‘썩은 냄새’는 점점 더 짙어지기만 했다.
니야아아-
야오오옹-
니야아아아-
초코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승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바깥을 살펴보았다.
초코가 4호 방 앞에 앉아서 계속 울고 있었다.
“음?”
승현이 쳐다보고 있지 초코는 승현을 한 번 본 뒤 앞발로 문을 긁었다.
열어달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필립 씨. 열 수 있겠어요?”
승현이 물었다.
“그럼요.”
필립은 근처에 있던 파이프를 집어 들며 대답했다.
*
꽈지직-
파이프가 나무로 된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콰직 콰직 콰직
이어 연이어 문을 부숴 내려갔다.
우지끈-
이내 필립의 손에 의해 4호 방 문이 열렸다.
그리고 보인 풍경은 무척 기괴했다.
바닥과 벽, 천장에 검은 것들이 꾸덕꾸덕 말라붙어 있었다.
언뜻 핏자국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탓인지, 아니면 또 다른 액체인 건지 시커먼 색깔이라 바로 구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침대와 화장대 구조 등, 영상에서 봤던 바로 그 방이었다.
그렇다.
VCR 안에 찍힌 방이 바로 4호 방이었던 것이다.
승현은 지독하게 올라오는 피비린내를 참으며 방을 살폈다.
그 사이 화영은 태블릿 PC로 영상을 재생하며 바닥과 벽에 묻은 핏자국을 비교해 보았다.
영상 속 흔적보다 훨씬 더 진하게 번져 있었다.
“이거. 사건 현장 아니에요?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
태정이 물었다.
승현은 마른 세수를 한 뒤 손사래를 쳤다.
“이게 피라는 보장도 없고, 경찰에서도 그 영상 보고 별 반응 없었다며. 괜히 신고해 봐야 도움 안 될 거야.”
승현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여기 입구랑 마당. 그리고 4호 방 쪽에 CCTV를 설치해 보자.”
승현이 4호 방 천장 구석을 보았다.
CCTV가 달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국이 언뜻 남아 있었다.
“저기에 똑같이 달아보자. 마당하고 입구에는 삼각대 놓고 설치해 보고.”
“알겠습니다.”
승현의 말에 태정이 카메라를 필립에게 맡긴 후, 소형 카메라들을 새로 꺼내 곳곳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태영 어린이집 특집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카메라였다.
“저 좀 도와주세요.”
태정의 말에 필립과 화영이 붙어 설치를 도왔다.
* * *
그날 밤.
승현 일행은 미추홀구 주연동 번화가 인근에 있는 모텔을 잡아 들어갔다.
초코는 모텔에 입장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분위기상 화영이 있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승현은 그녀를 방송국으로 복귀시킨 상태였다.
그렇게 승현과 태정, 필립, 셋은 노트북으로 ‘경미 여인숙’의 내부 화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방송국에서 대기하고 있는 장혁에게 실시간으로 전송이 되었다.
즉, 화면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방송국으로 복귀하라니까 뭐라고 안 해요? 화영이?”
태정이 화면에 시선을 꽂은 채 물었다.
“아쉽다고 하지. 남아서 보고 싶은데.”
승현이 대답했다.
“뭐 어떡해요. 별수 없지.”
“그러게 말이다.”
승현이 자조적인 목소리로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때 필립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녁거리 좀 사왔어요.”
그의 양손에는 봉투가 들려 있었다.
“식사하시죠. 뭐 나타나겠어요?”
태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봉투를 받아들었다.
“휴.”
승현도 태정을 따라 일어나 테이블에 음식을 펼쳤다.
그렇게 셋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TV와 노트북 화면을 번갈아 보면서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태정은 침대에 반쯤 누워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필립은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실시간 영상이 나오고 있는 노트북 화면에서 집중도가 떨어진 상태였다.
오직 승현만이 턱을 괴고 앉아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굉장히 어두운 풍경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승현이 화살표 키를 누르자 다른 카메라 모드로 촬영이 되었다.
야간 촬영 모드가 되자 초록색 윤곽이 훤히 드러나며 내부 구조가 한 번에 보였다.
그리고 또 한 번 화살표 키를 누르자 열상 감지 모드로 바뀌며 빨간색과 파란색, 보라색 등으로 표시가 되었다.
딸깍 딸깍 딸깍
승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화살표 키를 눌렀다.
그에 따라 카메라 모드가 변경되며 화면이 바뀌었다.
승현은 마치 기계처럼 무의식적으로 규칙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에 지루함을 느끼는 차였다.
딸깍 딸깍 딸깍
1번 카메라 – 여인숙 입구.
2번 카메라 – 여인숙 마당.
3번 카메라 – 여인숙 4번 방.
딸깍 딸깍 딸깍
세 개의 카메라 화면이 노트북에 분할되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카메라 모드만 계속 변경되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열상 감지 모드로 3번 카메라 앞에 시퍼런 얼굴 하나가 떡 하니 나타났던 것이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키를 누르고 있던 승현은 자신도 모르게 다음 모드로 변경을 해버렸다.
“아!”
일반 모드에서는 그저 시커먼 화면만 보일 뿐이었다.
승현이 다시 키를 누르자 야간 촬영 모드로 변경되었다.
아까처럼 초록색 윤곽만 보일 뿐이었다.
다시 또 키를 눌렀다.
그러자 열상 감지 모드로 바뀌며 방 풍경이 보였다.
방금 보았던 사람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잘 못 봤나?’
분명 키를 눌러 넘기던 도중 카메라에 얼굴을 심하게 들이미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던 것 같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승현은 촬영을 멈추고 녹화된 장면을 다시 돌려보았다.
하지만 3번 카메라에 찍힌 것은 없었다.
“잘못 봤나보네.”
승현은 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지압하며 다시 녹화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3번 카메라 앞으로 방금 전 보았던 그 남자의 얼굴이 떡 하니 보였다.
“웃!”
승현이 놀라 벌떡 일어나며 뒤로 물러섰다.
3번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남자는 흰자가 없는 검은 눈에 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굉장히 어두운데다가 얼굴을 워낙 들이밀고 있는지라 피부색은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았다.
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
남자가 입을 우물거릴 때마다 기괴한 음성이 잡혔다.
‘피비린내.’
여기에 ‘귀신의 흔적’ 역시 굉장히 강하게 느껴졌다.
야오오오오오옹-
동시에 스피커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승현이 귀를 기울였다.
이내 남자의 모습이 사라지고 방 가운데 고양이 한 마리가 언뜻 보였다.
굉장히 어두워서 외모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덩치를 봤을 때 초코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코?”
그 순간, 여인숙 입구를 비추고 있는 1번 카메라에 또 이상한 것이 잡혔다.
어떤 여자가 벽에 서서 마치 메트로놈처럼, 규칙적으로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이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옷차림은 확인이 가능했다.
“박화영?”
승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