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
제13화
“당시 여기서 피해자 신 모 씨 시신이 발견된 거죠? 직접 보셨고?”
승현이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지독한 피비린내에 코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 있는 누구도 피 냄새를 맡지는 못했다.
오롯이 승현만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네. 낚시꾼이 발견을 해서 신고를 했고- 처음 태영1동 지구대에서 출동해서 현장 확인한 뒤에 저희 팀 쪽으로 바로 넘어왔죠.”
진배철 경위가 차 뒷좌석으로 가더니 사진 몇 장을 꺼내 보닛 위에 올려놓았다.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다가와서 촬영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때는 내가 형사 생활 할 때인데. 그 당시 봤던 중엔 제일 끔찍한 시신이었죠. 자상도 상당히 깊숙이 나있던 데다가……, 일단 상처가 그렇게 많다는 건 정말 원한에 의한 살인이란 의미였거든요.”
“그런가요?”
“그럼요. 피해자 이름은 신막분. 시신이 발견 됐을 당시, 복부와 흉부 등 17곳에 창상이 나있었고 48곳의 자상이 나있었어요. 굉장히 끔찍한 사건이었죠.”
“왜 그렇게 상처가 많은 걸까요?”
“음. 보통 충동적으로 사람을 찔렀다면 급소를 못 찌르거나, 찌른 뒤 놀라서 도망치거나- 하는 행동 양상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수십 번을 찌르고 베었다는 건 정말 무조건 죽이겠다는 의미죠.”
“범인은 누구였죠?”
“피해자가 동냥을 해주던 부랑자였습니다. 이름은 ‘이만조’였고요.”
진배철 경위가 대답했다.
치직- 치지지직-
그때 녹화 중인 카메라 화면에 심한 노이즈가 끼며 잠시 깜빡거렸다.
“말다툼이 있었나요?”
“몸싸움도 있었던 거 같아요. 경찰은 그 부랑자가 피해자를 죽인 뒤 이곳에 유기한 걸로 판단했습니다.”
“판단 근거는요?”
“어린이집 원장실에 있던 현금을 싹 다 훔쳐갔거든요. 부랑자도 바로 잠적했었고.”
“음. 그러면 정황상 그 부랑자가 가해자인 게 명백한 거 아닌가요? 왜 찝찝하시다는 거죠?”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진배철 경위가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
“창상과 자상이 난 칼의 종류가 여러 개였어요.”
“네?”
“복부와 가슴을 찌른 칼의 너비와 날 길이. 그리고 창상을 낸 칼의 종류가 다 제각각이었어요. 과도로 추정되는 것부터 심지어 커터칼까지요.”
그 순간이었다.
승현은 지독한 악취를 느끼는 가운데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 음음 음음- 음음- 음-
여자가 동요를 불러주는 듯한 소리였다.
‘작은 별’을 콧노래로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현장에 있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승현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계속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렇다는 건…….”
“범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거죠. 그 가해자도 감옥에서 죽어서 뭐 더 물어볼 수도 없고.”
“가해자가 죽어요? 감옥에서요?”
“네. 어딘가를 보고 절규하는 표정으로 죽었어요. 사인은 심장마비.”
“호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목격자는 없었나요?”
“네. 게다가 그 어린이집은 사건 3개월 전 원생들을 모두 내보낸 후에 비어있었어요.”
“왜- 내보냈던 거죠?”
“글쎄요. 근데 주변 주민들은 원장이 죽어서 경찰 수사를 하기 전까지도 어린이집이 운영 안 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애들 소리가 났다나요.”
진배철 경위가 대답했다.
그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메모를 했다.
“그 사건 사진과 자료들이요. 저희가 가져가도 될까요?”
“사본을 드리겠습니다. 사건을 꼭 좀 다뤄주십시오.”
“네. 노력해 보겠습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촬영이 일단 마무리 되어가는 것이었다.
승현은 태정에게 녹화를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진배철 경위는 묵례를 하고는 차에 올라타 다시 돌아갔다.
승현과 태정, 필립은 멀어지는 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꽤 많은 정보를 듣긴 했는데 저래도 돼요?”
태정이 물었다.
“그래서 비밀로 해달라잖아. 개인적으로 욕심이 나나보지. 사건 욕심. 진실 욕심.”
승현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후 돌아섰다.
* * *
멀리 저수지와 갈대밭이 보이는 도로에 세워져 있는 차 위로 새벽 태양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었다.
운전석과 뒷좌석에서는 태정과 필립이 잠을 청하고 있었고, 조수석에는 승현이 앉아 진배철 경위에게 받은 자료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있었다.
문득, 피해자가 입고 있는 옷에 시선이 갔다.
승현은 소름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촬영된 영상에 나온 그 ‘귀신’의 옷차림이었다.
‘역시 살인 피해자의 귀신에게서 나는 피 비린내.’
그는 당시 사건 현장을 보며 또 녹음을 했다.
– 승현: 우리는 당시 현장을 보았던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추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피해자의 사진 역시 어렵게 구할 수 있었는데, 정말 충격적이게도 사진 속 피해자 ‘신막분’씨가 입고 있는 옷과 우리가 촬영한 저수지 여인의 옷이 서로 같았다. 이건 과연 뭘 말하는 것일까.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승현은 영상 속 촬영된 귀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클로즈업 해 보았다.
그리고 이어 실제 사건 현장 사진들을 꼼꼼하게 확인해 보았다.
상처들도 클로즈업이 되어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그리고 밤에 촬영하고 인터뷰 했던 영상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또한 [풍경이 좋다]에 있는 저수지 영상 중 귀신이 포착된 부분도 몇 번이고 돌려 보았다.
필립이 촬영한 귀신 사진도
다시 확인했다.
볼수록 승현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귀신을 포착했다는 사실.
아니면 대박이 날 것 같다는 느낌.
무엇이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건이 있기 3개월 전에 어린이들을 내보냈다. 그런데 소리가 계속 났다.”
승현은 이어폰을 꼽고 진배철 경위와의 인터뷰를 다시 들어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승현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조금 전 진배철 경위와 함께 녹음, 녹화한 장면에서 이상한 동요 소리와 함께 정체모를 노이즈가 잡힌 것이었다.
– 반짝 반짝 작은 별- 치직- 치직- 아름답게- 치직
승현이 들었던 바로 그 소리가 녹화 장면에서 아주 작게 포함이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약간 거리가 있는 곳에 한 여성이 우두커니 서서 카메라를 보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계속해서 담기고 있는 바로 그 귀신이었다.
승현은 몰려오는 공포에 마른세수를 하며 내용들을 정리해 나갔다.
잠시 뒤.
새벽 태양이 산자락에 떠오르고 있었다.
승현이 이어폰을 끼고 인터뷰를 몇 번이고 다시 듣는 사이, 운전석에서 자고 있던 태정이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선배. 안 잤어요?”
그가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계속 소리에 집중했다.
“어우. 대단해, 대단해.”
태정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차 문을 열고 나가 기지개를 켰다.
승현은 그런 그를 한 번 본 뒤 시계를 확인했다.
대략 아침 6시쯤 되고 있었다.
“야. 아침 먹고 그 어린이집이나 가보자.”
승현의 말에 태정이 허리를 숙이고 물었다.
“태영 어린이집이요? 신막분이 원장으로 있던?”
“응. 이상하지 않아? 3개월 전에 어린이집 문을 닫았다는데 애들 소리는 계속 들렸다는 게?”
“음.”
“그 어린이집 한 번 가보고 동네 주민들 인터뷰 따보자고.”
“알겠습니다. 근데 인터뷰까지 꼭 따야 하려나요?”
“인마. 인터뷰 안 따면 그냥 흉가체험이지 다큐냐? 얼른 들어와. 빨리 움직이자.”
승현이 좌석을 팡팡 치며 말했다.
담배를 피려던 태정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때 필립도 잠에서 깨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
승현은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보이는 주변 풍경과 도로를 수시로 촬영해 두었다.
나중에 편집할 때 이동 중 화면으로 컷을 짜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대한 녹음도 잊지 않았다.
– 승현: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익명의 제보자’ 말에 의하면 신막분 씨가 운영하던 어린이집은 사건 발생 3개월 전부터 아이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주변 주민들은 그 이후로도 계속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서 원아들이 다닌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우리는 태영 어린이집 주변을 수색한 후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승현은 이렇게 계속해서 방송분에 들어갈 내레이션과 인서트 컷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갔고, 태정은 장비를 챙기고 운전을 하는 등의 보조 업무를 진행했다.
필립도 곳곳의 풍경과 사람들 사진을 수시로 촬영했다.
나름대로 손발이 잘 맞는 ‘파티원’이었다.
식사를 마친 셋은 바로 태영 어린이집으로 이동을 했다.
“여기가 어린이집이에요.”
승현이 바쁘게 편집 소스를 정리하는 사이, 태정이 차를 세웠다.
승현은 차창을 내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꾸우꾸우- 꾸우꾸우-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보이는 어린이집 풍경은 굉장히 음산했다.
상당히 외진 곳에 자리한 어린이집은 원색 페인트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던 것 같지만 세월이 오래 되어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대문과 담장에는 넝쿨이 잔뜩 올라와 있었고, 동화 속 공주 벽화는 귀신처럼 변색되어 있었다.
찰칵 찰칵
필립이 먼저 차에서 내려 어린이집을 찍었다.
“일단 한 번 둘러볼까?”
승현이 짐을 챙기며 말했다.
“이렇게 외진 곳에 왜 어린이집이 있었을까요?”
태정이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주변을 보았다.
‘읍내’로 보이는 ‘나름의 번화가’는 논밭 너머 꽤 먼 곳에 보였다.
“가보자.”
승현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태정은 카메라와 마이크 등, 여러 장비를 주섬주섬 챙긴 후 따라 내렸다.
* * *
흉가로 변한 태영 어린이집 앞에는 노란색 버스가 세워져 있었다.
이 차량 역시 건물과 함께 그대로 방치된 모습이었다.
차창은 깨져 있었고 번호판도 뜯겨 없는 상태.
이곳에 오래 버려져 있는 동안 좀도둑이 와서 차를 한 번 털기도 한 것 같았다.
승현과 필립이 앞장섰고, 태정이 뒤를 쫓으며 이 둘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