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승현은 태정과 필립을 데리고 허겁지겁 여인숙으로 다시 향했다.
태정은 달려가는 승현과 필립의 뒷모습을 쭉 촬영했다.
달리면서 느껴지는 흔들림이 현장의 다급함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화영 씨는 방송국으로 복귀한 거 아니었어요?”
필립이 소리쳐 물었다.
“맞아요. 분명 간다고 갔는데!”
승현이 대답하며 내달렸다.
거리 양옆에 남은 건물들은 밤이 되자 더욱 음산했다.
깨진 창문과 문 너머로 그림자가 짙게 보이는 것이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승현은 빨리 여인숙에 가봐야 한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달렸다.
텁-
여인숙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도착한 승현은 태블릿 PC를 들어 CCTV 화면을 확인했다.
분명 이 입구에 화영이 서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는 승현만 보일 뿐이었다.
“화영 씨는요?”
필립이 따라가며 물었다.
“모르겠어요. 언제 사라졌지.”
달려오는 동안 CCTV 화면을 보지 못해 언제 사라진 건지 바로 확인이 되지 않았다.
“선배. 여기 좀 보세요.”
그때 태정이 입구 옆에 있는 벽으로 카메라를 돌리며 말했다.
승현도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화영이 서서 벽에 머리를 박고 있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붉은 피가 선명하게 묻어 있었다.
머리에서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박고 있던 것이었다.
“여기 화영이가 있긴 했던 것 같은데.”
승현은 여인숙 마당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피 냄새는 여전히 진동을 하고 있었다.
승현은 문이 열린 객실을 슥 둘러본 후 4호 방 앞에 섰다.
분명 열어뒀던 4호 방이 다시 닫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을 부쉈기 때문에 내부가 어느 정도 보이고 있었다.
“화영아! 초코야!”
승현이 목에 힘을 주고 낮게 불러보았다.
하지만 둘 모두 반응이 없었다.
“다시 열어 보죠.”
필립이 옆에 던져 놓았던 파이프를 들고 부서진 쪽에 손을 넣었다.
문고리가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문의 부서진 부분을 직접 잡고 당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안에서 무언가 필립의 손을 잡고는 확 당겼다.
“우악!”
필립의 몸 절반이 부서진 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필립 씨!”
승현이 단걸음에 달려가 필립의 다른 팔을 붙잡고 당겼다.
“끄아아압!”
승현의 기합과 함께 필립의 팔이 빠졌다.
우당탕-
승현과 필립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동시에 위태롭게 달려 있던 문도 그대로 뽑혀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안에 보인 것은 굉장히 기괴한 풍경이었다.
아까 보았던 4호 방과 비슷한 모습.
하지만 침대 밑에서 한 여자가 엎드린 채 승현과 필립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화영이었다.
“화영 씨!”
필립이 소리쳤다.
순간 화영은 바닥에 엎드린 모습으로 침대 밖으로 빠르게 기어 나왔다.
보통 사람의 움직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모습은 흡사 커다란 구렁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우아아악!”
분명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의 메인 작가, 박화영의 모습이었지만 시뻘건 눈에 기괴하게 기어오는 그 모습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밧-
화영이 현관문을 넘어 승현과 필립을 덮칠 듯 덤벼왔다.
“이이잇!”
필립은 본능적으로 옆에 있던 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안 돼!”
승현은 그런 필립의 손을 붙잡았다.
아무리 화영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해도 제작진 멤버인 화영에게 파이프를 휘두르게 둘 수는 없었다.
텁
그 사이 화영이 승현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마치 좀비처럼 승현의 몸을 더듬으며 기어 올라왔다.
그 순간이었다.
도도도도도도도
쓰레기가 가득한 마당 가운데로 작은 그림자 하나가 달려왔다.
그러고는 기어 올라오던 화영의 등을 할퀴고 지나갔다.
초코였다.
“엇!”
승현이 초코를 보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굉장히 작은 체구의 아기 고양이인 초코가 뛰어올라 할퀴고 지나갔을 뿐인데 화영이 옆으로 나뒹구는 것이었다.
흡사 괴력의 남자가 그녀의 등을 잡고 옆으로 확 밀친 듯한 모습이었다.
쿵-
화영이 5호 방 현관문 앞에 처박혔다.
캬아아아아아아악!
초코는 그런 화영을 보며 거세게 하악질을 했다.
승현과 필립, 태정은 그런 초코와 화영을 진지하게 지켜보았다.
키이이이익-!
초코가 송곳니를 크게 드러내며 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화영의 눈빛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어?”
화영이 당황스러워하는 얼굴로 승현 일행을 보았다.
“PD님? 여기 어쩐 일이세요?”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모양이었다.
“너는 여기서 뭐 하는데.”
승현이 묻자 화영이 주위를 보았다.
그러고는 기겁하는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어머. 여기 그 여인숙 아니에요? 제가 왜 여기?!”
이내 이마를 만지더니 피가 묻어나는 걸 보고 아연실색했다.
“어머나. 이게 뭐야. 왜 이래요?”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떤 귀신인지는 몰라도 빙의가 된 상태였던 모양이다.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태정이 물었다.
“아.”
필립의 팔에도 긁힌 상처가 크게 나 있었다.
“제가 화영 씨 모시고 병원 다녀올게요.”
그는 놀라 있는 화영을 챙기며 말했다.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뇨. 전 크게 다치지 않았어요.”
필립은 자기 팔을 슥 내려 보고는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필립과 화영은 여인숙을 빠져나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현장에 남은 승현과 태정은 서로를 빤히 보았다.
“와. 근데 방금 무슨 상황이었던 거죠?”
둘의 머릿속에는 침대에서 기어 나오는 화영과 빙의된 귀신을 끄집어낸 초코의 모습이 가득 차 있었다.
야옹-
초코는 5호 방 앞에 서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승현을 보고 있었다.
승현은 초코를 똑바로 응시하다 말했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녹화 영상 좀 살펴보자.”
“설치된 카메라들은요?”
“그대로 둬.”
승현과 태정도 초코를 데리고 곧장 여인숙을 빠져나왔다.
*
숙소에 돌아오자 급하게 나가며 켜두었던 노트북들이 고스란히 빛을 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공교롭게도 노트북 속 화면은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는 그 이상한 남자의 모습에서 멈춰져 있었다.
승현은 영상을 꺼버리고 곧장 방금 촬영한 카메라를 연결해 보았다.
다다다다다다다다
철거촌 거리를 내달리는 장면부터 시작이었다.
승현은 진지한 얼굴로 영상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뭐 특별한 게 있어요?”
태정이 옆에 앉으며 물었다.
딸깍
그때 승현이 스페이스 바를 눌러 영상을 멈췄다.
아직 여인숙에 들어가기도 전, 철거촌 사이를 내달릴 때의 장면이었다.
“야. 봐봐.”
승현이 영상 재생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하며 화면 옆쪽을 가리켰다.
셔터가 내려가 있는 가게와 창문이 깨져있는 건물 쪽이었다.
“안 보여?”
그 순간이었다.
승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뻘겋게 뜬 눈이 보였다.
깨진 창문과 부서진 문.
살짝 열려 있는 셔터의 틈.
시커먼 그림자 속에 시뻘건 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거 뭐예요?”
화들짝 놀란 태정이 노트북을 번쩍 들더니 코를 들이박고 유심히 보았다.
여인숙뿐만 아니라 그곳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이상한 것이 촬영된 것이었다.
“어우.”
태정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기한 것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태정의 녹화 영상.
승현과 필립이 골목으로 들어가 벽에 묻은 피를 찾아내는 장면이었다.
그때에도 붉은 눈을 한 검은 그림자가 4호 방 앞에 서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여러 대화를 한 후 마당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동안에도 붉은 눈의 그림자는 승현에게 시선을 꽂고 있었다.
“악귀인가.”
태정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승현은 턱을 만지며 다음 장면으로 넘겨보았다.
갑자기 튀어나온 화영이 승현과 필립을 덮치려 하는 순간이었다.
초코가 달려오더니 화영의 등을 할퀴고 지나가는 장면이었다.
순간 굉장히 신기한 것이 담겼다.
화영의 등을 할퀸 초코의 손톱을 따라 하얀 덩어리가 뽑혀 나오는 것이었다.
분명 현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타닷
초코가 착지하자 그 하얀 덩어리는 4호 방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화영이 기어 나왔던 침대 밑에 붉은 눈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와. 대박. 신기하네요.”
“그러게 말이다. 초코가 빙의된 화영이를 구해준 건가?”
승현은 침대 구석에 앉아있는 초코를 가만히 응시했다.
* * *
같은 시각.
주연동 번화가 쪽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향한 필립은 바로 화영의 치료를 요청했다.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한 후 화영은 곧장 이마 소독과 지혈을 받았다.
“전 괜찮아요. 들어가 보세요.”
화영이 소독을 받으며 말했다.
상당히 따가울 텐데도 미소 짓고 있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필립은 괜찮다는 손짓을 하다 문득 자신도 인터뷰 장면을 촬영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인터뷰를 하면 조금 더 현장감이 넘치리란 판단에서였다.
물론 필립은 RBS 직원도,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도 아니었지만, 애정이 있는 만큼 승현 없이도 진행해보고 싶었다.
그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는 화영의 영상을 찍으며 물었다.
“왜 거기 가신 거예요?”
필립이 묻자 화영은 카메라와 필립을 번갈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직접 인터뷰 장면 따시게요? PD님이 시키셨어요?”
“아뇨. 아직이요. 그런데 지금 해두면 그림이 좋을 것 같아서요.”
“하하. 뭐, 어떻게 갔는지는 기억 안 나요. 방송국으로 돌아가려고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요.”
“불러요? 누가요?”
“남자였는데. 그때 이후로 기억이 없어요.”
화영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
화영이 뭔가 생각난 듯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뭔가를 꺼내 보았다.
“이게 뭐예요?”
필립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굉장히 오래 된 것 같은 주민등록증이었다.
이정미
720581-2******
인천직할시 남구 주연동 ******
색이 바랜 것은 물론 피까지 묻어 있는 상태였다.
“이게 왜 여기 있지?”
화영은 주민등록증을 든 채로 필립을 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