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다음 날 아침.
인천 미추홀구 주연동 인근 카페.
승현과 태정이 앉은 자리에 치료를 마치고 나온 필립과 화영이 다가왔다.
필립은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승현에게 보내주었다.
그 사이 화영은 승현에게 주민등록증을 건넸다.
“인천직할시 남구? 이거 되게 오래된 주소지 아니에요?”
태정이 물었다.
“인천이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바뀐 건 1995년이고 남구에서 미추홀구로 된 건 2018년이야. 72년생이라면 직할시로 적힌 민증을 받았겠지.”
승현이 주민등록증을 받아 보며 말했다.
“그게 왜 제 주머니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화영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승현은 그녀가 4호 방 침대 구석에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보던 승현은 문득 그 얼굴이 처음 제보를 받았던 VCR 테이프 속 여성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깐.”
승현은 노트북을 열어 디지털 영상파일로 변환시켜 둔 VCR 테이프 영상을 틀어보았다.
방에 들어오는 여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을 확대한 뒤 그 옆에 주민등록증을 대보았다.
헤어스타일은 달랐지만, 이목구비가 언뜻 비슷해 보였다.
주민등록증의 사진도, 영상 화질도 선명하지 않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민증이 나왔다는 건 어쨌든 이 사람에 대해 알아보긴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태정이 물었다.
“그래야 할 것 같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화영을 보았다.
“화영아. 너는 오늘 집으로 돌아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로 계속 촬영을 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전 괜찮은데.”
“아냐. 놀랐을 텐데 집으로 들어가서 쉬어. 뭐 생각나면 우리한테 연락 주고.”
승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화영은 시무룩한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필립 씨. 지금 촬영은 저랑 태정이 둘이서 할 테니까 화영이를 집까지 좀 데려다주세요. 또 이상한데 빠지지 않게.”
“알겠습니다.”
필립은 화영을 일으켜 주며 대답했다.
그렇게 승현과 태정, 둘만 미추홀구 경찰서로 다시 이동했다.
*
처음 이 촬영을 시작했을 때 태정이 만났던 김준호 형사는 주민등록증을 받아 보자마자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바로 신분 검색을 해보았다.
잠시 뒤, 그가 신분 확인을 한 결과를 가지고 나왔다.
“이분 이거. 실종신고 되어 있는 분이에요.”
김준호 형사의 말에 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영상 속 여자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었다.
“이거 어디서 구하셨다고요?”
“그 VCR 발송 주소지요. 경미 여인숙.”
“흐음.”
김준호 형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주민등록증을 다시 보았다.
“영상 보셨잖아요. 영상 속 그 여자가 이분 아닐까요? 이미 살해당하신 거죠.”
태정이 약간 흥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서도 촬영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섣불리 판단할 건 아닙니다. 실종신고는 2000년에 되어 있어요. 영상에 기재된 날짜는 98년이고요. 별개 사건일 수 있습니다.”
“같은 사건일 수도 있는 거죠?”
승현이 되물었다.
김준호 형사는 짐짓 당황한 듯 승현을 보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휴우. 실종신고가 된 이유가 세금 미납으로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닿지 않아서 나라에서 신고가 들어간 거예요. 실질적인 실종은 그 이전에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농후하긴 합니다.”
“혹시 그 여인숙 주인을 알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김준호 형사는 컴퓨터를 이용해 뭔가를 검색해 보았다.
“박창천. 49년생. 등기부에 등록된 마지막 이름이네요. 주연동 주소지고. 죽었네요. 10년 전에.”
그도 처음 태정이 요청할 때는 제대로 협조하지 않다가 실종자의 주민등록증을 가져오니 조금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죽어요?”
“네. 자살이라고 하네요.”
김준호 형사가 말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승현은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박창천 씨 유족은 없나요?”
“딸이 한 명 있네요. 주소지 알려드려요?”
그는 포스트잇에 주소를 빠르게 메모해 승현에게 건넸다.
“같이 안 가실 건가요?”
“공소시효도 끝난 사건입니다. 거기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진실이 눈앞에 있는 사건이라고 해도 경찰 입장에서는 공소시효가 있는 사건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뭔가 발견하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태정과 함께 바로 포스트잇에 적힌 주소지로 이동했다.
*
주연동에 위치한 허름한 빌라 단지.
승현은 단지 입구로 걸어 들어가며 멘트를 했다.
태정은 그런 승현을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철거 예정인 여인숙 건물에서 발견한 주민등록증과 당시 건물 주인으로 알려진 박 모 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당시 저런 사건이 벌어졌다면 주인인 박 모 씨가 모를 리 없었을 것 같은데요.”
승현은 뒷걸음으로 걸어가며 멘트를 하다 한 번씩 앞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안타깝게도 여인숙 주인이었던 박 모 씨는 이미 10년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에 저희는 박 모 씨의 딸이 머물고 있다는 빌라에 찾아왔습니다.”
이어 그는 카메라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해 보이고는 곧장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함께 따라온 초코도 승현을 따라 풀쩍 안으로 향했다.
그렇게 3층까지 올라간 승현은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승현은 카메라를 한 번 본 뒤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그제야 안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여성의 목소리였지만 쩍쩍 갈라져 있는 것이 성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RBS [미스터리 탐사대]입니다. 혹시 ‘박창천’ 씨 가족분 계신가요?”
승현이 정중한 톤으로 말했다.
끼익-
그러자 문이 열리고 더벅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한 중년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언뜻 강아지들의 체취 같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독한 화장실 냄새 같기도 했다.
“우리 아버지인데. 무슨 일로?”
여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지금 주연동 철거단지로 지정된 곳에서 예전에 여인숙 하셨었죠?”
“네. 그런데요.”
“몇 가지 여쭤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잠시 인터뷰 가능할까요?”
승현이 물었다.
여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승현을 보다가 들어오라는 듯 문을 활짝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넌 잠시 여기서 기다려.”
승현은 초코에게 윙크를 해 보이고는 태정과 둘이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무척 좁았다.
그나마도 온갖 쓰레기들이 곳곳에 쌓여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던 것으로 보이는 일회용기들도 씻지 않은 채 굴러다니고 있었다.
말 그대로 거지 소굴 같은 느낌이었다.
“방에 앉을 데가 있어요.”
여자가 안방 문을 열며 말했다.
안방에는 그래도 거실보다는 발 디딜 곳이 있었다.
승현이 앉아 여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아버지에 대해서 뭘 여쭤보시려고요?”
“별다른 건 없고요. 어떤 분이셨나 해서요.”
“특별한 건 없는데. 그냥 그 당시 아저씨들하고 똑같은.”
“정확히 언제 세상을 떠나셨나요?”
“한 10년 됐어요. 이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셨죠.”
“아. 이 방에서.”
승현이 천장과 벽을 슥 둘러보았다.
“저도 [미스터리 탐사대]가 무슨 프로그램인지 알아요. 아버지는 왜 찾는 겁니까.”
여자가 다시 물었다.
승현은 잠시 머뭇거리다 되물었다.
“혹시 아버님에 대해서 2000년대 전쯤- 좀 이상한 걸 발견하거나 느끼신 적이 없나요?”
“이상한 거요?”
“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눈알을 굴리다 대답했다.
“그때인가. 이상한 물건을 가져오신 적이 있어요.”
“이상한 물건이요?”
“네. 손님들이 두고 간 물건 중 쓸만한 걸 종종 가져오긴 하셨는데 그때는 이상한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오셔서 놀랐었죠.”
“어떤 물건이었나요?”
“무슨 여자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에 소지품, 옷가지였는데. 이것 때문에 엄마랑 대판 싸웠었죠.”
“그게 뭐였던 건가요?”
“모르겠어요. 그냥 집에 잠깐 보관한다고 두셨는데 돌아가실 때까지도 그대로 있었죠.”
“혹시 지금도 있나요?”
“네, 네.”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 한쪽에 있던 장롱 위에서 커다란 배낭을 꺼냈다.
승현은 그 가방을 보는 순간 4호 방에서 맡았던 그 악취와 함께 강렬한 피비린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열어 보신 적이 있나요?”
승현이 물었다.
“몇 년 전에요. 엄마가 여기 안에 있던 옷을 한 벌 입으셨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그때부턴 열어도 안 봤어요.”
여자가 말했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 자체도 굉장히 음산했지만, 그녀가 하는 이야기들 또한 굉장히 음산한 느낌이었다.
“교통사고요? 그럼 어머님께서는-”
“-그때 돌아가셨죠.”
여자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승현은 더 자세히 묻기가 어려웠다.
“그거 열어 보시려거든 나가서 열어주세요. 여기서 열지 마시고.”
그녀는 진저리가 난다는 듯 몸을 움츠리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외에 아버님에 대해서 더 제보해주실 말씀은 없나요?”
“네. 워낙 말씀이 없으셨던 분이라 그렇게 대화를 많이 해보지도 못했네요.”
“그랬군요.”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면 저희는 일어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네.”
여자가 몸을 움츠린 채 대답했다.
승현과 태정은 가방을 챙긴 채 빌라 밖으로 나왔다.
“아니, 선배. 그렇게 가방만 받아도 되는 거예요? 뭔 줄 알고.”
그렇다 할 정보도 못 들은 채 그냥 가방 이야기만 듣고 나온 승현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냄새가 나. 냄새가.”
승현은 자신의 손에 들린 가방을 내려 보며 말했다.
역시나 가방에서는 피비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귀신의 흔적’에 여기 있는 옷을 입었던 박창천의 부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니, 이 가방의 물품이 살인 피해자의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박창천이 살인과 관련이 되어 있다면, 이 물건의 주인이 주민등록증의 주인이자 VCR에 나온 여성, ‘이정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때 다른 곳에 있던 초코가 승현의 옆으로 총총 달려왔다.
캬아아아아아
그러고는 가방을 보며 송곳니를 강하게 드러냈다.
초코 역시도 가방에서 뭔가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