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2)
제132화
차에 올라탄 승현은 바로 가방을 열어보려 했다.
하지만 태정이 시동을 걸다 말고 바로 승현의 손을 낚아챘다.
“아뇨. 지금 열지 마세요.”
“어? 왜?”
“박창천 씨 와이프가 이 가방에 있는 옷을 입었다가 사고가 났다잖아요. 부정 탄 물건들인 것 같으니 여기서 열지는 말죠.”
“어어- 그런가.”
승현이 조심스럽게 가방을 뒷좌석에 놓았다.
타다다닷
그러자 뒷좌석에 있던 초코가 가방에서 최대한 멀찍이 떨어지더니 화가 난 표정으로 가방을 노려보았다.
확실히 가방에서 뭔가 느껴지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승범보살님한테 가서 열어보자.”
승현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우우우웅
태정은 곧장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올렸다.
그렇게 수원으로 가는 길.
고속도로를 가열하게 달리는 동안 승현은 달리고 있는 차량의 외부 풍경 영상을 담고 내레이션과 멘트를 녹음해 삽입 위치를 대략적으로 체크해 두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태정은 그런 승현을 보면서 운전에 집중했다.
그러던 그 순간이었다.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빠지기 위해 차선을 바꾸려 할 때였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뒤에서 엄청나게 큰 트럭이 매섭게 달려왔다.
“어우!”
태정이 깜짝 놀라며 차선 변경을 취소하고 사이드미러를 보았다.
부우우우우우아아아앙-
트럭이 차량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뭐 운전을 저따위로 해.”
태정이 멀어지는 트럭의 뒷모습을 보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리고 다시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했다.
그렇게 고속도로 출구로 들어서고 녹색 신호를 받아 국도를 내달렸다.
그러던 중, 신호를 어기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급정거를 해야 했다.
놀란 마음 진정하고 다시 앞으로 나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회전 차량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사고가 날 뻔했다.
심지어 승범보살의 집이 있는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에도 웬 리어카가 튀어나와 사고가 날 뻔했다.
오늘따라 유난스럽게 사고 위험이 산발해 있는 것이었다.
“이거 가방 때문인가.”
승현은 오늘 유독 사고 위험이 심한 이유가 이 가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떻게 여차저차 살아서 왔네요.”
태정은 괜히 심각해지지 않으려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승현도 피식 웃고는 차에서 내려 승범보살의 점집으로 이동했다.
*
가방을 보자 승범보살은 깜짝 놀란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한이 덕지덕지 붙은 물건을 가지고 왔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건만, 그녀는 가방에서 느껴지는 기운만 가지고 뭔가를 알아낸 모양이었다.
“네. 이거 때문인가 오는 내내에도 서너 번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 한이 아주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데 그게 성하겠어.”
승범보살은 눈살을 찌푸리며 가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가방에 있던 옷을 입은 분은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열어보지 못하고 여기로 가져왔습니다.”
“에헤이. 이 사람들. 그럼 여기는 어쩌라고.”
승범보살은 승현을 흘겨보고는 가방을 내려놓으라는 손짓을 했다.
승현이 방 한쪽에 가방을 놓자 승범보살은 부엌으로 가더니 팥이 든 통을 가져왔다.
승현은 태정에게 촬영하라는 손짓을 했다.
마치 현장 다큐멘터리처럼 승범보살과 가방의 모습이 한 앵글에 담겼다.
촤악-
승범보살이 가방에 팥을 뿌렸다.
“뭐가 이렇게 지저분해! 네가 바라는 게 뭐야!”
그녀는 다시 한번 팥을 뿌렸다.
그 순간이었다.
형광등이 요란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브즈으응 브즈으으응
형광등에서 전기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승현이 놀라 천장을 보았다.
태정 역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카메라는 계속 승범보살을 비추고 있었다.
승범보살은 깜빡이는 불빛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뭐야! 뭐야! 뭐야!”
그녀는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더욱 격하게 팥을 던졌다.
그럴 때마다 정말 집의 전기가 반응하듯 온 전기가 깜빡거렸다.
덜컹 덜컹 덜컹
심지어 누가 두드리는 것처럼 창문도 요란하게 흔들렸다.
캬아아아아아아-
초코도 금방이라도 토를 할 것처럼 포효했다.
이 점집 안에 폭풍이라도 몰아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야! 뭐 하자고! 뭐야! 뭐야!”
승범보살이 소리쳤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가 뒤로 쓰러졌다.
꽈당-
그러고는 허리를 활처럼 휘며 경련을 하기 시작했다.
“보살님!”
승현이 다가가려 하자 태정이 말렸다.
“조금 더 지켜보죠.”
무당에 대해서는 승현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한 말이었다.
빙의가 된 상태에서 잘못 접근했다가는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끄어어어어억!”
승범보살이 신음을 흘렸다.
굉장히 연로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태정은 진지한 얼굴로 이 모든 광경을 촬영했다.
“찍어! 찍어! 찍어! 찍어! 찍어!”
승범보살은 허리가 휜 채로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손은 칼을 거꾸로 쥐고 찍는 듯한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었다.
“찍어?”
승현이 중얼거렸다.
순간 그의 뇌리에 스치는 음성이 있었다.
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씨거…
영상 속 남자가 기괴하게 중얼거리고 있던 바로 그 말이었다.
그 ‘씨거’가 무슨 뜻인가 내내 몰랐지만 승범보살이 빙의된 채로 하는 말이 바로 그 말이라면, 그 남자는 ‘찍어’라는 말을 계속 하고 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보며 ‘씨거’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승범보살의 손짓으로 봐선 ‘칼로 찍어’라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었다.
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북북북북북
그때 초코가 갑자기 가방에 달려가더니 북북 긁기 시작했다.
이내 승범보살도 성큼 기어가더니 가방을 북 열었다.
그러자 여자 속옷과 함께 옛날 삐삐. 그리고 여자 핸드백이 튀어나왔다.
아직 누구 것인지 밝혀진 것은 없지만 정황상 ‘이정미’ 씨의 것일 가능성이 가장 커보였다.
태정은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와 소지품들을 클로즈업 했다.
모두 90년대 유행했던 브랜드와 스타일의 것들이었다.
“으어! 으어어어어어어”
승범보살은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보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승현은 그 광경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태정이 촬영하는 카메라는 바닥에 놓인 물건들과 승범보살을 클로즈업해 촬영했다.
* * *
승현은 태정과 함께 이 영상을 가지고 다시 경찰서로 찾아갔다.
그리고 이 영상을 확인한 김준호 형사는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승현의 집요함과 영상 속 기이함 때문에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는 듯했다.
“하아. 가봅시다.”
결국 그는 승현과 약속을 잡고 여인숙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에는 기도에서 돌아온 수연과 필립도 동행을 하게 되었다.
경찰들과 함께 들어간 여인숙에서 승현은 같은 ‘귀신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귀신과 화영이 발견된 곳을 번갈아 가리킨 승현이 뒤로 물러나자 김준호 형사는 자신과 함께 온 경찰들과 함께 건물을 샅샅이 수색했다.
하지만 그렇게 특별한 것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호 방에 남겨져 있는 흔적들이 수상하다고 느낀 김준호 형사는 과학수사대를 불러 감식을 했고, 방에 가득한 검은 흔적들이 혈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조금 더 대대적인 수색을 위해 중장비까지 동원이 되어 여인숙을 뒤져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여인숙의 4호 방을 거의 붕괴하다시피 드러내고 나자 바닥에서 시신이 한 구 나왔다.
완전 백골이 된 여성의 시신은 어설프게 시멘트에 밀봉이 된 채 장판 밑에 깔려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밀봉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혈흔이 올라와 장판이 변색되었다.
심지어 벽에도 피를 닦은 흔적이 있었지만 변색된 혈흔이 고스란히 올라온 상태였다.
이건 과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피를 닦게 되면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언정 혈흔 검사에서 검출이 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은 피를 닦은 흔적이 명확함에도 실제 피가 튀었던 자리가 검게 물들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폐쇄된 여인숙이다 보니 그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DNA 검사 결과 주민등록증의 주인인 이정미로 밝혀졌다.
이 모든 광경과 흐름은 [미스터리 탐사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여인숙 건물 바닥에 이렇게 시신을 매장할 수 있는 사람은 이 건물 주인이었던 사람 밖에 없다.”
경찰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박창천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
피해자 이정미 역시 연고자가 없는 사람으로 그녀의 시신은 구청에서 처리하게 되었다.
결국 법적으로나 인도적으로 해결이 된 부분은 없었다.
다만 살인 피해자인 이정미가 한을 풀 수 있게 되었을 뿐이었다.
승범보살은 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죽은 여자가 자신을 꺼내달라고 끊임없이 하소연 하고 있던 게야.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꺼내 따뜻한 햇살을 맞게 해달라고.”
그녀는 이 이야기와 함께 이정미의 소지품을 가지고 천도재를 지내주었다.
정체불명의 VCR로 시작된 이번 특집도 천도재 장면을 마지막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하나 더 있었다.
모든 촬영이 마무리 된 후, 태정은 제보 받았던 VCR 테이프를 들고 물었다.
“그럼 이 테이프는 누가 우리한테 보낸 거죠?”
‘미추홀구’라고 적힌 주소지로 봤을 땐 최소한 2018년 이후에도 살아있는 사람이 보낸 것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촬영을 하는 내내에도 그 누구 하나 자신이 제보자라고 나서지 않았다.
승현은 태정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VCR 테이프를 받아 자료 캐비닛에 넣어 보관하기로 했다.
끼익-
캐비닛을 열자 그 안에는 지금까지 촬영했던 원본들과 수집했던 자료들, 각종 수첩들이 쌓여 있었다.
[미스터리 탐사대]를 제작했던 각종 소스들이었다.그는 캐비닛 한 쪽에 VCR 테이프를 넣은 뒤 캐비닛을 닫았다.
퉁-
흐윽….
닫힌 캐비닛 안에서 아주 나지막이, 귀신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