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3)
제133화
#[죽은 무당> 특집
‘악귀의 VCR’ 특집은 8%의 시청률을 보이며 마무리가 되었다.
지금까지 여러 특집으로 냈던 성적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실질적인 제보자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보니 일각에서는 자작극이 아니냐는 댓글도 달렸다.
– 누가 제보했는지 나오지도 않는 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거 아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8년에 죽은 사람 제보하는 우편물 보내는데 주소지는 미추홀궄ㅋㅋㅋㅋㅋ ㅈㄴ 짜친다 구라칠 거면 제대로 쳐랔ㅋㅋㅋㅋ
– ㅋㅋㅋㅋ미탐도 이제 슬슬 맛이 갈라나보다.
제작진 입장에선 억울할 만 했지만 딱히 반박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저 게시판 공지사항을 통해 자작극이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많지 않지만 옹호하는 댓글도 있기는 했다.
– 최승현 PD가 조작하는 사람은 아님.
└ 그걸 네가 어케 암?
└ 본인 등판?
– 조작은 아님
– 조작이면 어때. 재밌기만 하면 되지.
이번 특집은 여러모로 아쉬운 성적과 비평을 받게 된 것이었다.
영상 자체는 무섭게 뽑혔음에도 조작 논란이 가장 극심한 탓이었다.
이에 김백춘 교양국장은 바로 승현과 이열상 CP를 호출했다.
보고서를 받아 본 김백춘 국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지금 이번 특집 나가고 나서 시청자 반응 확인했지?”
“네.”
그의 질문에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조작한 거 없는 거지?”
“물론입니다.”
승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진실을 소명한다고 해도 믿지도 않을 테니까 무의미한 담론이긴 할 거고 말이야. 이런 게 누적이 되면 시청률에 큰 타격이 올 거란 말이지. 이번에도 한 자리 대로 떨어진 거 알지?”
김백춘 국장이 보고서를 책상에 툭 내려 놓으며 말했다.
“그래도 8%면 다른 다큐멘터리나 RBS 프로그램들 중에서는 1등인데요.”
이열상 CP가 반박하듯 받아쳤다.
실제로 시청률 8%면 공중파 다큐멘터리보다도 높은 스코어기는 했다.
다만 지금까지 [미스터리 탐사대]가 보여준 성적에 비하면 좋지 않을 뿐이었다.
“누가 그걸 몰라! 앞으로 더 떨어지지 않게 챙기라는 거지.”
김백춘 국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열상 CP는 입을 씰룩대며 승현을 보았다.
“네. 잘 챙기겠습니다.”
승현이 할 수 있는 대답은 한정적이었다.
“그나저나 이번 특집 깔면서 시간 많이 잡아먹었지? 바로 다음 특집 준비해야겠네?”
김백춘 국장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다시 세이브 촬영본들 비축해야 합니다.”
“다음 특집은 정했어?”
“지금 내부적으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직접 서칭하고도 있고요.”
“아무튼 뭐가 됐든 간에 다음 특집에서는 다시 10% 이상으로 끌어 올려보자고.”
“노력해보겠습니다.”
승현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기획안 잘 작성하고. 돌아들 가 봐.”
김백춘 국장이 말했다.
승현과 이열상 CP는 인사를 한 후 국장실 밖으로 나왔다.
“프로그램 시청률이 잘 나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 거지. 하여튼 위에 있는 사람들은 시청률이 조금만 잘 나와 주면 참을성이 없어져요.”
이열상 CP가 볼멘소리했다.
“형님도 ‘위에 있는 사람’ 아니에요?”
“어- 나는 ‘위랑 가까운 사람’?”
“하하.”
승현은 무미건조하게 웃어 보이고는 휙 돌아섰다.
“저 음침한 싸가지.”
이열상 CP는 입을 씰룩거리고는 승현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김승동 있잖아.”
“아. 김승동 CP님이요.”
“그 양반 [토요일 오전은 HR시간] 이거 후임 PD한테 넘기고 다른 방송국으로 갔다더라.”
“정말요? 요새 바빠서 소식을 전혀 못 들었네요.”
“ESA라는 방송국으로 갔어.”
“거긴 예능 전문 방송국 아니에요? 예능하고 좀 라이트한 드라마만 방영하는 거 같던데.”
“응. 들리는 소문에 거기서 우리 거랑 비슷한 포맷으로 프로 하나 준비한다더라고.”
“에? 진짜요?”
“아직은 소문인데 요새 너튜브 ‘캡틴 퇴마’니 우리 [미스터리 탐사대]니 이런 공포 콘텐츠가 유행을 타니까 숟가락 얹으려는 모양이야.”
“에휴. 설마요.”
“RBS 안에서는 우리가 있으니까 비슷한 포맷으로 방송을 만들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다른 곳으로 갔다는 거지.”
“진짜 그러면 조금 머리 아프긴 하겠네요. 소재 싸움도 있을 거고.”
“좀 신경 쓰일 수 있는데 초반 기세만 좀 누르면 이길 수 있을 거야. 그래봐야 결국 ‘아류’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참고할게요. 혹시 새 소식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알았다. 다음 특집 잘 기획하고.”
“네, 형님.”
승현이 이열상 CP와 인사를 나눈 후 사무실로 돌아갔다.
*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초코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야오오오옹
승현은 초코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뒤 자리로 향했다.
“자료들은 좀 찾아봤어?”
승현의 말에 장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좀 시답잖은 소스들이에요. 비슷한 그림이거나.”
“그래? 한 번 정리해서 줘봐.”
승현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러자 장혁은 자신이 보던 자료들을 메신저로 전달해 주었다.
그때 머리에 반창고를 붙인 화영이 커피를 한 잔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 출근했어? 머리는 괜찮아?”
승현이 묻자 화영이 멋쩍게 웃었다.
“네. 괜찮아요.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무사한 게 다행이지.”
승현이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기 감사해요.”
“됐다니까 그래.”
승현은 피식 웃으며 장혁이 보내준 메신저를 확인했다.
“흐음.”
확실히 장혁이 말한 대로 눈에 띄는 제보는 없었다.
심지어 제보를 읽고 사진을 보는 동안에도 ‘귀신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도 없었다.
그럴수록 심적 부담이 커졌다.
위에서는 다시 10% 이상의 시청률을 올리라고 하니, 만약 이번에도 시청률이 떨어지면 뭔가 조치를 할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수연에게 메시지가 왔다.
기도를 마치고 다시 수원으로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승현은 안부도 물을 겸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꽤 흥미로운 제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이건 그녀가 전화로 승현에게 전달한 이야기였다.
* * *
강원도 홍천.
굉장히 좋은 공기에 둘러싸여 있는 산속 신당 앞에서 몇 날 며칠 기도를 하던 수연은 다시 하산하기 위해 짐을 싸고 있었다.
구르르릉-
그때 먹구름이 몰려오며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가 오기 전에 산에서 내려갈 요량으로 조금 더 서둘러 짐을 쌌다.
그렇게 짐을 싸고 내려가려 하는 순간, 웬 노부부가 신당에 들어왔다.
둘은 수연을 보자마자 [미스터리 탐사대]에 나온 무당인 걸 알았는지 잠시 이야기 나누기를 청했다.
“TV 보니까 신을 받으신 분인 것 같은데 잠시 저희 이야기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노인의 정중한 부탁에 수연은 손사래를 쳤다.
“저도 이제 아기인걸요. 다른 영험하신 분을 찾아가시는 게 도움이 되실 텐데요.”
수연이 최대한 겸손하게 대답했다.
“저희도 이곳저곳 다 돌아다녀 봤는걸요. 그냥 이야기만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노인 옆에 있던 노파가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연은 난처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구르르릉 쏴아아아아-
그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러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 들어볼게요. 어떤 말씀이신지.”
그녀의 말에 노부부는 수연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들은 말은 꽤나 소름끼쳤다.
노인은 홍천에 위치한 능림대학교 옆에서 자취방 월세 장사를 하는 건물주 부부였다.
지방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부 특성화 된 학과가 있어서 나름대로 경쟁률이 있는 대학이었다.
그렇다는 건 매 학기마다 자취하려는 학생들이 몰린다는 이야기였다.
노부부는 그렇게 매 학기 월세를 받아 생활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약 1년 전쯤, 한 젊은 여자가 3층 302호에 들어왔다.
처음부터 뭔가 풍기는 분위기와 말투가 남달랐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들어온 이후로 바로 아래 202호에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쿵, 쿵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노부부가 302호에 가보니 신당처럼 꾸며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무당이었다.
무속신앙을 믿는 노부부는 무당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조용히 잘 지내달라는 말만 하고 돌아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몇 개월 후, 그녀는 자살한 채로 그 집에서 발견되었다.
노부부는 혹시나 사람들이 월세 계약을 해지하거나 새로 입주하지 않을까, 이 사실을 숨기고 조용히 뒤처리를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위법적인 것은 없었다.
학생들이 최대한 없을 시간에 경찰과 유가족, 그리고 인부들을 불러 신속하게 정리를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이후로 부차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집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정체 모를 기현상을 겪는 것이었다.
수연은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신엄마인 승범보살과 승현에게 공유해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지금 이 내용. 방송에 나가도 되나요?”
수연이 노부부에게 물었다.
그러자 둘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저희끼리만 쉬쉬하려고 했는데 이미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나버려서요. 방송을 통해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부산인가 어디서도 그렇게 촬영한 건물주분이 계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노인이 말했다.
수연은 ‘부산 자살귀’ 특집 때 만났던 상종빌딩의 건물주 부인을 떠올렸다.
“그럼 방송국 쪽에 직접 제보를 해 보시지 그러셨어요?”
“우리 나이에 인터넷으로 뭐하고 그러는 거 어려워서 못해. 소문 듣자 하니 방송에 나온 젊은 무당분이 여기 신당에 다니고 있다기에 와본 거지. 우리 동네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