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4)
제134화
[미스터리 탐사대]와 꽤 여러 특집을 함께 했고 무속인 신분인 수연이 물어온 제보기에 승현은 다음 특집으로 진행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그는 수연에게 연락처를 받은 뒤 노부부에게 전화를 걸었고, 바로 일정을 잡은 뒤 수연, 필립과 함께 홍천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승합차 안에서 승현은 필립이 촬영하는 카메라 앞에서 짧게 오프닝 멘트를 했다.
“저희는 지금 홍천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자살한 무당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승현은 녹화를 멈추라는 손짓과 함께 다시 앞을 보았다.
“근데 거기 들어갔던 입주민들은 무슨 기현상을 겪었대요?”
“자세히 들어봐야지.”
승현은 차창 밖에 보이는 ‘홍천’ 이정표를 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홍천 시내에 돌입하자 잠시 뒤 ‘능림대학교’ 간판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상가와 원룸 건물들이 보였다.
“여기 어딘데.”
태정은 내비게이션을 한 번 확인한 후 천천히 차를 몰았다.
이내 주소에 적힌 3층짜리 원룸 건물 앞에 도착했다.
딱 봐도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다세대 주택이었다.
“여기예요.”
태정이 말하자 화영이 바로 핸드폰을 들어 노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팀입니다. 지금 건물 앞에 도착했거든요? 아, 네. 알겠습니다.”
화영이 살가운 톤으로 통화를 마쳤다.
“금방 나오신대요.”
그녀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차창 밖을 보았다.
잠시 뒤, 건물에서 노부부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저분들이에요.”
수연이 말했다.
승현은 바로 내려 노부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승현과 노부부가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 일행들이 하차한 후 장비를 내렸다.
그리고 태정은 곧장 촬영에 돌입했다.
당연히 필립 역시도 자신의 카메라를 꺼내 곳곳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수연 씨한테 간단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래요? 이쪽으로 오시죠.”
노부부는 웃음으로 화답하며 건물 안쪽으로 안내했다.
건물은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좁은 복도 양옆으로 두 개의 방이 있고 복도 끝에 한 개의 방이 더 있는 구조였다.
그렇게 1층부터 각층 별로 3개씩,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총 9개의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 그림이었다.
노부부는 좁은 계단을 타고 오르며 승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깨끗하게 정돈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소품들이 이 노부부가 이 건물에 꽤나 신경 쓴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그랬죠. 되게 여리여리하고 예쁘장~한 여자가 302호에 들어왔어요. 계약할 때 얼굴 봤는데 좀 기가 세 보인다는 것 말고는 그렇게 특별할 만한 게 없었고요.”
“그분이- 무당이셨던 건가요?”
“네. 뭐 다른 무당집처럼 간판을 붙이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요.”
“그럼 손님들이 좀 다닐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저희도 집은 서울에 있다 보니까.”
“아. 그러시군요.”
노부부와 승현이 대화하는 동안 태정이 뒤에서 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 뒤로 초코를 안은 화영과 수연, 필립이 뒤를 이었다.
“그 여자가 집에서 자살한 이후로 그 뒤에 들어오는 입주민들이 죄다 나가버리니까 도대체 뭐……. 저희 입장에선 난처하죠. 그렇다고 집을 비워둘 수도 없고.”
“비밀인 건가요?”
“우리랑 거래하는 부동산에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죠. 저 집 청소도 업체 안 부르고 그냥 우리 둘이 조용히 진행했습니다. 소문나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입주민들이 법적으로 고소를 하진 않았나요?”
“으름장을 놓긴 했는데 아마 저희를 고소할 법적인 근거는 부족할 거예요. 그 집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겪은 일들이 법적으로 소명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일들이었나요? 대충 듣기는 했습니다만.”
“말도 안 되는 일들이기는 하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일행은 302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승현은 스멀스멀 느껴지는 썩은 냄새에 콧잔등을 일그러뜨렸다.
“문제는 302호에 들어간 사람이 자꾸 나가는 것도 있는데 202호에서도 항의가 계속 들어와요. 층간소음이 너무 심하다고. 지금은 빈집인데도요.”
노인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지독한 썩은 냄새가 확 풍겨왔다.
동시에 깔끔하게 정리된 원룸이 한눈에 들어왔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기본적인 옵션이 제공되는지 전자제품들이 몇 개 보였다.
그때, 초코도 뭔가가 보이는지 방 안을 보며 손톱을 세웠다.
요오오오오오옹-
그러고는 길게 늘어뜨리는 듯한 오묘하게 울었다.
노부부는 그런 초코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한 번 보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관리하는 건물에 동물이 들어온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여기에요. 지금은 청소랑 소독을 싹 해둔 상태에요. 들어오기로 예정된 사람은 없고요.”
이번에는 노파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며 설명해 주었다.
승현은 그녀를 따라 들어가며 창밖과 화장실, 방 곳곳을 보았다.
“선배. 천장에 뭐가 있는데요?”
태정이 형광등 옆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카메라도 그쪽으로 앵글을 돌아갔다.
“음? 저게 뭐지?”
천장에는 아주 옅게, 검은 흔적들이 원형으로 남아 있었다.
흡사 연기에 그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저게 뭔지 모르겠다니까요. 지워도~ 지워도 하루 지나면 다시 올라와요.”
노파는 지긋지긋하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순간 뒤에서 수연이 말했다.
“촛불 자국이네요.”
그녀가 앞으로 나서 승현 옆에 다가가자 카메라 앵글 안에 함께 담겼다.
“촛불 자국? 아, 처음엔 저도 그런 줄 알고 지워봤는데 계속 다시 생기니까 그게 이상한 거죠. 무슨 신종 곰팡이라도 있나.”
“촛불 자국 맞아요. ‘기도’에 대한 의지가 죽어서도 남아 있는 거죠.”
수연이 말했다.
“기도에 대한 의지가 뭐예요?”
필립이 물었다.
“죽어서도 촛불을 켜고 계속 기도를 하고 있다는 거죠.”
수연이 뒤를 돌아 필립과 카메라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순간 카메라에 노이즈가 끼며 깜빡거렸다.
“202호에서는 쿵쿵-거리는 층간소음이 너무 심하다는 말이 많았고 여기 301호랑 303호에서는 방울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두 집은 집을 자주 비우다 보니까 크게 클레임이 들어오진 않았고.”
노인이 뒷짐을 지고 벽지를 매만지더니 말을 이었다.
“여기 302호에 새로 들어온 사람 사이에서는 자다가 귀신을 봤느니, 귀신에 눌렸다느니 그런 소리들을 해대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나요?”
승현이 물었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얼굴이 허여멀건한 여자가 앉아 있다더니 뭐 별 이상한 말들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솔직히 뭐 그게 집 때문이란 증거도 없고. 그냥 새집이라 예민해서 그런 거 아니냐-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무당이 자살한 집이니 좀 찝찝하긴 했죠.”
“굿 같은 건 해보셨어요?”
“아유. 동네 시끄럽게 하기 싫었다니까. 그래도 부적은 좀 써봤죠. 그런데 언젠가 보니까 부적도 없어져 있더라고요. 누가 뗀 건지.”
노파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결국 입주민들이 다시 나가게 됐고요?”
“그래야죠, 뭐 어떡해요. 못 나가니 보증금 못 빼주니 그래서 싸움 나면 동네 시끄러워지고 302호 소문만 더 안 좋아질 것 같아서 그냥 보증금 빼줬지.”
이번에는 노인이 입을 씰룩이며 손사래를 쳤다.
“수연 씨는 어때요? 지금 여기?”
승현이 수연을 보며 물었다.
“기가 굉장히 세네요. 굉장히. 아주요.”
수연이 천장의 몰딩을 슥 보며 말을 이었다.
“무당은 죽으면 다른 무당이 빌어줘야 하는데- 여기 내외분이 직접 조치를 하셨다니 다른 무당이 빌어줬을지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 자살했다고 하니까 한이 굉장히 센 상태에요.”
그녀는 손끝으로 벽지를 훑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벽을 보았다.
깔끔한 베이지색 벽지였다.
잠시 벽지를 보고 있던 그녀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손톱으로 벽지를 뜯으려 했다.
“아, 아, 아니! 뭐 하는 겁니까!”
노인이 버럭 소리쳤다.
“도배 비용 필요하면 저희가 드리겠습니다.”
그때 승현이 노인을 막아서며 말했다.
제작비 예산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다급한 만큼 막 던진 말이었다.
“아잇!”
노인은 화가 난 표정이었다.
하지만 수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톱으로 벽지를 북북 긁었다.
“수연 씨 손 다치겠어요.”
필립은 허겁지겁 가방에서 자신의 스튜디오 열쇠를 꺼내 벽지를 함께 긁어주었다.
그러자 벽지가 지저분하게 뜯기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된 베이지색 벽지 안쪽으로 이전에 사용했던 것 같은 하얀색 벽지가 드러났다.
그것까지 뜯어내자 이상한 그림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탱화 느낌의 화려한 그림이었다.
절이나 신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위기였다.
“어머나.”
노파가 깜짝 놀라 탄성을 내뱉었다.
북 북 북 북
벽지가 뜯어지기 시작하자 이내 금세 그림 전체가 모습을 보였다.
수연과 필립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승현과 화영도 눈을 크게 떴다.
야오오옹-
초코의 울음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벽화의 정체가 밝혀졌다.
“명부시왕. ‘시왕도’입니다.”
수연이 나지막이 말했다.
“명부시왕?”
승현이 그녀를 보며 되물었다.
명부시왕.
불교에서 죽은 자를 심판한다는 왕들을 부르는 말이었다.
불교신앙에서 시작이 되었지만 무속신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신이었다.
그 종류로는 진광왕, 초강왕, 송제왕, 오관왕, 변성왕, 태산왕, 평등왕, 도시왕, 오도전륜대왕, 그리고 염라대왕이 있었다.
그들을 한데 모아놓은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