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5)
제135화
시왕도 앞에 모여선 일행은 심각한 표정으로 살펴보았다.
그림 자체는 불교 느낌이 물씬 나고 있었고 크게 훼손된 부분도 없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승현이 노부부를 보며 물었다.
“여기서 그 무당이 사망한 이후에 소독이랑 도배를 다 하셨다고 했죠? 그때 못 보셨나요?”
“네. 보니까 그 여자가 이 집에 들어온 후 직접 도배지를 바른 거 같긴 했던데 크게 개의치 않고 그 위에 덧붙였지.”
“그 무당분이 이 집에 들어온 후 도배를 한 번 했다고요?”
“우리한테 말은 안 했는데 그런 거 같더라고요.”
노인이 벽과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다는 건 사망한 무당이 이 집에 들어온 후 그림을 벽에 바르고 조금 지내다 직접 도배를 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무당이 자살한 이후 노인이 뒷정리를 하느라 그 위에 또 도배지를 발랐다는 말이었다.
노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실질적으로 이런 그림이 뒤에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모를 법도 했다.
“이전 도배지를 뜯고 도배를 하진 않으셨고요?”
화영이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우리가 전문가는 아니니까.”
승현도 간혹 도배를 할 때 이전 도배지를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 덧칠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
“그렇죠.”
승현이 나지막이 대답하며 시왕도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때, 은은한 향냄새와 함께 미묘한 구린내가 풍겨 올라왔다.
흡사 까나리액젓 냄새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주변 눈치를 보니 이것 또한 ‘귀신의 흔적’인 듯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냄새에 어떤 성향의 귀신이 있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수연 씨. 여기서 하루 머물러 볼까요?”
승현이 수연을 보며 물었다.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곳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정말 기현상이 나타나는지는 하룻밤 지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가 대답하자마자 승현이 바로 노인에게 물었다.
“여기서 저희 제작진이 하룻밤 지내봐도 괜찮을까요?”
“네, 네. 그럼요. 취사나 담배만 하지 마시고.”
노인이 천장을 슥 가리키며 대답했다.
승현은 대답을 듣자 바로 지시를 내렸다.
“태정아. 이 집 앞 복도랑 화장실. 그리고 이 방 전체가 보이게 CCTV 설치해두고 조니 마이크 있지? 그것도 입력 감도 최대로 올린 다음 방에 세팅해.”
“네, 알겠습니다.”
태정이 바로 가방에서 장비들을 꺼내 설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화영이, 너는 초코 두고 밖에 가서 저녁 먹을 거 좀 사와. 대충 먹고 치울 수 있는 분식 종류로.”
“네, 알겠습니다.”
화영도 초코를 방에 내려놓고는 곧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
“수연 씨도 준비하실 것 있으면 준비해주세요.”
“네.”
그녀도 자기 배낭에서 부적과 향을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각자 저마다 이곳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 * *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간단히 요기를 한 일행은 바로 촬영을 재개했다.
태정이 촬영하는 카메라 앞에서 승현이 멘트를 했다.
“제보가 들어온 홍천의 한 원룸 건물. 저희는 무당이 자살을 했다는 그 방에 있는데요. 확인을 하셨다시피 이곳의 벽지 안에서 명부시왕도를 발견했습니다.”
승현은 원룸 벽을 따라 걷다가 시왕도를 가리키며 멘트를 이어갔다.
“이에 이곳에서 발생한 기현상들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 이곳에서 하루를 지내보기로 했는데요.”
승현은 해가 지고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은 창문 앞에 서서 말을 이었다.
그곳에는 수연이 서 있었다.
“시왕도가 있다는 것. 그게 어떤 의미인가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수연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명부를 지키는 열 명의 왕. 즉, 저승의 신들인데요. 저승의 신을 모시고 믿는 건 흔히 있는 일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생각해야 할 건 죽은 무당이 자살을 했고, 아직 저승에 가지 못한 영가라는 걸 감안했을 때엔 자신이 모시던 신령님께 벌을 받고 있는 것일 수 있죠.”
그녀는 확실하지 않은 내용이라 판단했는지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마무리 멘트를 했다.
“자, 과연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함께 지켜보시죠.”
승현의 수신호에 태정이 녹화를 잠시 멈췄다.
“별일 없으면 어떡하죠?”
태정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하룻밤 녹화 분량을 통으로 날리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승현은 하루 종일 이 집에 있으면서 느껴지는 귀신의 흔적과, 화가 난 듯 수시로 하악질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초코, 그리고 자꾸 멍한 표정으로 시왕도를 응시하고 있는 수연을 보며 대답했다.
“아 맞다.”
갑자기 수연이 배낭을 뒤지더니 부적을 몇 장 꺼냈다.
그러고는 일행에게 한 장씩 나눠주었다.
“귀신을 막는 부적이에요. 혹시 모르니 지니고 계세요.”
“귀신을 막는 부적이요?”
필립이 놀라 되물었다.
“무당이었던 영가니까 빙의가 더 잘 될 수도 있어요. 혹시 모르니 지니고만 계세요.”
그녀는 웃으며 답하고는 다른 부적을 꺼내 현관문과 창문, 벽에 덕지덕지 붙이기 시작했다.
태정은 다시 카메라를 켜 그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그건 무슨 부적이죠?”
승현이 물었다.
“영가의 눈을 막고 여기에 묶어두는 부적이에요. 여기 있는 영가가 저희를 인지하지 못하고 늘 하던 대로 하게 해줄 거예요.”
“늘 하던 대로 하게요?”
승현이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수연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들은 일행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부적들을 바라볼 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깊었고, 한 명씩 잠에 들기 시작했다.
태정도 설치한 CCTV 화면을 한 번씩 확인해보다 스르르 잠에 들었다.
수연 역시 시왕도 앞에 쪼그려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잠에 들었다.
오직 승현만이 인터넷으로 명부시왕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며 밤을 지샜다.
그러던 중, 승현도 결국 조금씩 졸다 스르르 잠에 빠져 들었다.
*
쿵 쿵쿵- 쿵- 쿵쿵-
무언가 뛰는 듯한 둔탁한 소리에 승현이 언뜻 잠에서 깼다.
하지만 가위가 눌린 건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간지러! 간지러! 간지러! 간지러!”
귀에서는 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제는 그 목소리 위로 또 다른 목소리가 얹힌 것처럼 기괴하게 들려왔다.
승현은 최대한 힘을 줘 몸을 움직이고 눈을 뜨려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쉽게 되지 않았다.
그러다 어렵사리 살포시 눈을 뜨자 보인 것은 굉장히 기이한 광경이었다.
수연이 화장을 이상하게 하고는 굿을 하듯 제 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는 것이었다.
손에 방울과 부채를 들고 있지 않았지만 마치 들고 있는 것 같은 손짓도 함께 했다.
딸랑 딸랑 딸랑-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울 소리가 승현의 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승현은 이 역시도 승현만 들을 수 있는 ‘귀신의 흔적’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간지러! 간지러워!”
수연은 갑자기 멈추더니 온몸을 긁기 시작했다.
이내 자신이 직접 붙였던 벽과 창문의 부적을 허겁지겁 떼어냈다.
“간지러워! X발! 간지러워!”
평소 수연의 말투와도 차이가 있었다.
‘빙의?’
승현은 그녀가 다른 무언가에 빙의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승현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
천천히 눈을 굴려 다른 일행들을 보았다.
일행들도 잠에서 깼을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모두 잠든 것처럼 미동도 없었다.
‘이, 이대로 둬도 되는 건가.’
승현이 다시 수연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수연이 승현에게 얼굴을 확 들이밀고 있는 것이었다.
승현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 얘는 안 자네?”
수연이 기괴한 음성으로 말했다.
승현은 기겁을 하며 일어나려 했지만 역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쾅 쾅 쾅 쾅-
그때, 현관문 있는 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쾅 쾅-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리는 듯했다.
수연은 승현을 가만히 내려 보다가 조용히 제 자리에 가더니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잠에 들어 버렸다.
사아아아아
그제야 승현도 온몸에 피가 도는 느낌과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
쾅 쾅 쾅-
문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 들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누구 있어요?!”
문밖에서 한 남자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승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해 보았다.
그사이 다른 일행도 일어나 현관문을 보았다.
벌컥-
승현이 문을 열자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승현과 뒤에 있는 일행을 슥 훑어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이사 왔어요?”
남자의 질문에 승현이 대답했다.
“아뇨, 그건 아니고요. 그런데 어쩐 일이시죠?”
“아니, X발.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렇게 뛰어요. 시끄러워 뒤지겠네.”
남자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요? 아.”
승현이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새벽 2시.
확실히 굉장히 늦은 시간이기는 했다.
아마 수연이 뛰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
문제는 그녀가 뛰던 그 장면이 너무 기이하다는 점이었다.
꿈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렸다.
승현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땐 이미 수연이 원래 자리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위눌린 것처럼 몸이 굳은 상태에다 정신도 몽롱한 상태이다 보니 당장 확신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사과를 해 남자를 돌려보내는 것이 중요했다.
승현이 90도로 정중하게 사과하자 남자는 욕을 중얼거리며 휙 돌아서 내려갔다.
승현은 현관문을 닫자마자 바로 돌아섰다.
“무슨 일이에요?”
막 잠에서 깬 태정이 승현을 보며 물었다.
“야. 너 자는 동안 가위눌리거나 그런 거 없었냐?”
“아뇨? 왜요?”
태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야. CCTV 녹화된 것 좀 보자.”
승현이 단걸음에 노트북으로 달려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