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6)
제136화(삽화)
(본 회차에는 개인에 따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이미지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작은 노트북 모니터에 승현과 화영, 태정, 필립이 머리를 맞대었다.
이 와중에도 수연은 가만히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승현은 수시로 그녀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녹화된 CCTV 화면을 보았다.
한 명 한 명씩 졸다 잠에 드는 모습과 승현이 마지막으로 눕는 모습까지.
16배속으로 빠르게 재생이 되었다.
그러던 중, 수연이 갑자기 혼자 일어나더니 부스럭거리며 가방을 뒤적거렸다.
이내 화장품 도구를 꺼내고는 거울도 보지 않고 제 얼굴에 치덕치덕 발랐다.
그러고 보니 수연의 얼굴에는 어린아이가 엄마 화장을 따라한 것 같은 어설픈 화장이 지저분하게 되어 있었다.
이내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마치 굿을 하는 것 같았다.
“혼자 뭐 하시는 거죠?”
태정이 카메라로 노트북 화면을 촬영하며 물었다.
“다들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승현이 물었다.
화영과 태정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요.”
필립 역시도 아무 소리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잠시 뒤, 수연이 우뚝 멈추더니 온몸을 긁기 시작했다.
승현은 ‘간지럽다’고 말했던 그녀의 중얼거림을 떠올렸다.
그때 수연이 자고 있는 일행들을 덮치듯이 다가가더니 주머니를 뒤져댔다.
그러고는 아까 나눠주었던 부적을 꺼내 마구 찢어 버렸다.
“어?”
이건 승현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영상을 본 일행들이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확실히 부적이 모두 사라지고 찢긴 부적이 바닥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수연이 나눠준 부적을 빙의한 귀신이 다시 없애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수연은 다시 미친 사람처럼 제 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초코가 방방 뛰고 있는 수연을 보고는 하악질을 하다 승현의 몸 위에 풀쩍 올라탔다.
그러고는 스크래처를 긁듯이 승현의 상의를 긁어댔다.
그러자 수연이 초코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호다다닥-
초코는 소리를 듣고 놀랐는지 도망을 갔다.
수연은 다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이때가 승현이 소리를 듣고 의식을 되찾기 시작한 쯤인 듯했다.
그녀는 방방 뛰며 몸을 긁다가 벽과 창문에 붙은 부적들을 북북 긁어냈다.
그러고는 승현을 가만히 내려 보다가 슥 고개를 내밀어 얼굴을 살펴보았다.
쾅쾅쾅쾅-
그리고 이어지는 문 두드리는 소리.
수연은 천연덕스럽게 제 자리에 가더니 조용히 누웠다.
그리고 승현이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가는 것이 나왔다.
녹화된 영상이 끝나자 다시 현재 실시간 영상으로 바뀌었다.
“뭐죠? 수연 씨 빙의된 거예요?”
필립이 진지하게 물었다.
승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영상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굉장히 느리게, 한 프레임씩 천천히 돌려보았다.
자고 있던 수연이 일어나는 순간.
뭔가 희뿌연 것이 카메라 앞을 스쳐 지나더니 수연의 몸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상적인 배속으로 돌려볼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것이었다.
“프레임을 쪼개보니까 역시 나타나네요.”
태정이 나지막이 말했다.
약 1프레임에서 2프레임 정도에만 포함이 되어 있는 것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희뿌연 것이 주변으로 퍼져나가 자고 있는 일행의 몸 근처에 머무는 것이 포착 되었다.
이 역시 아주 잠깐씩만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초코가 승현의 몸에 올라온 이후부터는, 승현 주변의 희뿌연 것은 사라져 있었다.
“아. 소름 끼쳐.”
화영이 팔을 긁적였다.
“그러게.”
승현이 동조하며 방구석에 앉아 있는 초코를 보았다.
초코가 승현의 몸에 올라오는 동안, 승현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건 초코에게 퇴마 능력이 있다는 말이었다.
“이것도 본 방송에 넣으면 되겠네요. 제대로네.”
이번에도 역시 기현상을 포착하는 데에 성공한 제작진이었다.
뭔가 직접적으로 귀신이 촬영된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기이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방 내부 사진을 조금 더 찍어봐야겠네요.”
필립이 카메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멈칫했다.
“어?”
그의 반응에 일행 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모았다.
“저거 원래 눈이 저랬어요?”
필립이 시왕도를 가리켰다.
일행의 시선은 필립에게서 시왕도 쪽으로 옮겨갔다.
* * *
* * *
시왕도 속 신들의 눈동자가 모두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수연이 잠들어 있는 그곳을 향해.
* * *
* * *
승현은 이대로 아침까지 기다릴 수 없겠다는 생각에 수연을 깨웠다.
“수연 씨. 수연 씨.”
승현이 흔들어 깨우자 수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일행을 둘러보았다.
“네? 무슨 일이세요?”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눈치였다.
“괜찮으세요?”
화영이 물었다.
“네? 뭐가요?”
수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냐오오오옹-
그때 초코가 수연을 보며 울부짖었다.
“어머! 깜짝이야! PD님. 쟤 왜 여기 있어요?”
수연이 경멸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왜요? 처음부터 같이 있었잖아요.”
“아 더러워! 빨리 내쫓아요! 왜 저기 있어요!”
“네? 아니, 왜- 계속 같이 있었잖아요.”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내보내요!”
수연은 몸을 움츠리며 버럭버럭 소리쳤다.
“수연 씨. 진정하시고.”
승현은 또 아랫집이나 옆집에서 쫓아올까봐 걱정이 되는 것은 물론, 수연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안 나가? 나가라고!”
수연이 옆에 있던 화영의 가방을 덥석 집어 초코에게 던졌다.
폴짝-
초코가 살짝 뛰어 가방을 피했다.
“나가!!!”
수연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한 승현이 손짓을 했다.
그러자 화영은 자신의 가방과 초코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수연 씨. 진정, 진정하시고.”
“뭐라는 거예요, 진짜. PD님 별꼴이셔.”
수연은 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말투와 행동거지가 평소 수연과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승현은 촬영 중인 태정을 슥 보고는 수연에게 말했다.
“저희 여기서 일단 좀 빠져야 할 것 같거든요? 갈 준비 하시죠.”
승현이 말했다.
“네? 어딜 가요? 여기가 제 집인데요?”
“네?”
“손님 맞을 준비 해야죠. 가긴 어딜 가요, 제가.”
수연은 자기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더니 얼굴을 확인했다.
이상하게 화장이 되어 있는 자신의 얼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확실히 뭔가에 쓰인 것이 분명했다.
“태정아.”
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주 작게 불렀다.
“네. 선배.”
“너 지금 밖에 나가서 승범보살님께 연락드려. 지금 상황 말씀드리고 모시고 와.”
“새벽 세 시인데요?”
“일단 연락드려. 뭔가 오더가 있겠지. 직접 오신다고 하면 모시고 오고.”
“홍천에서 수원까지-”
“빨리.”
“알겠습니다.”
태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방을 챙겨 돌아섰다.
“가면서 수시로 촬영도 좀 해두고.”
“네, 네.”
승현의 당부를 듣자마자 태정은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갔다.
“이제 영상은 필립 씨께서 수고해주세요.”
승현이 수연을 보며 말했다.
필립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
새벽 태양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그 사이, 수연은 시왕도 앞에 앉아서 몸을 미묘하게 흔들며 계속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화영과 태정이 나간 이후로,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필립은 그런 수연을 몇 분 간 촬영하다 특이사항이 없자 녹화를 중단해 두었다.
하지만 언제든 바로 녹화를 할 수 있게 대기하고 있었다.
승현 역시도 필립 옆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태정의 연락을 받은 승범보살은 즉시 수연의 상태를 봐야겠다고 했고, 태정은 CCTV 영상을 보내주었다.
영상을 확인한 승범보살은 자신이 직접 가겠다는 의사를 보내 태정이 즉시 모시러 간 상황이었다.
승현은 어떤 돌발행동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긴장된 상태로 승범보살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서너 시간이 지날 무렵, 문이 열리더니 승범보살과 태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정은 이곳에 올라오고 들어오는 승범보살의 뒷모습을 촬영한 모양이었다.
휙
승범보살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시왕도를 보며 중얼거리고 있던 수연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수연이 버럭 소리쳤다.
“남의 밥그릇 뺏어먹으러 온 거야!? 뭐야! 나가!”
수연의 말에 승범보살은 대답하지 않고 신발을 벗었다.
그것도 뭔가 의도가 있는 듯한 행동이었다.
“나가라니까! 나가!”
수연이 마구 소리를 질렀다.
승범보살은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수연에게 다가갔다.
“나가라니까! 나가! 나가!”
수연이 더욱 거세게 소리를 질렀다.
필립과 태정은 각자 다른 구도로 이 모습을 촬영했다.
“네가 무슨 한이 있어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
“뭐라는 거야! 이 잡귀 내보내!”
“여기서 이러면 아니 된다! 아니 된다!”
“나가! 나가!”
급기야 둘은 서로를 보며 소리 지르기에 이르렀다.
이내 수연이 폭력을 쓰려는 듯이 옆에 있던 물건을 번쩍 들었다.
“아, 안 돼!”
승현이 나서 말리려는 순간 승범보살이 가만히 있으라는 손짓을 했다.
뻐억-!
동시에 수연이 손에 들린 물건으로 승범보살의 머리를 후려쳤다.
수연이 배낭과 함께 메고 다니는 손가방이었다.
승범보살은 머리를 강하게 맞고도 가만히 서서 수연을 보았다.
수연은 다시 승범보살의 머리를 내리쳤다.
승범보살은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태정과 필립은 승현에게 지시를 내리라는 눈빛을 보냈다.
이걸 이대로 지켜만 봐도 되는지 감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뻐억 뻐억 뻐억!
그렇게 수연이 계속 머리를 내려치는 사이, 승범보살은 그걸 그대로 맞아주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러고는 수연을 꼭 안았다.
“그래. 그렇게 해서 네 원이 풀리느냐.”
승범보살이 나지막이 말했다.
“놓아라! 놓아라!”
수연은 승범보살을 안은 채로 소리쳤다.
그러면서 승범보살의 등을 마구 두드렸다.
떨어지라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승범보살은 놔주지 않고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래, 그래. 그래라. 그래.”
승범보살은 아기를 달래주듯 말했다.
“놓아라! 놓아라아아아-!”
고래고래 소리치던 수연은 조금씩 울부짖기 시작했다.
마치 억울한 일을 겪은 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엉엉- 으허어엉- 꺼이 꺼이-”
어설프게 했던 눈 화장도 죄다 번져 아래로 흘러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