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7)
제137화
홍천 원룸 건물 302호.
수연은 엄청 고된 노동 후에 잠든 사람처럼 승범보살의 무릎을 베고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런 수연이 안쓰러운지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승현과 화영, 필립이 앉아 있었고 태정이 서서 이 모든 걸 촬영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승범보살이 차분하게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태정이가 보내준 영상을 봤을 때 하나 느낀 건 이 영가가 지박령처럼 변해간다는 거였어요.”
“지박령이요?”
“조금 개념은 다르지만 쉽게 설명 드리려고 그렇게 부른 건데요. 본인이 죽은 건지, 죽지 않은 건지도 헷갈려하고 있는 데다가 이 집을 철저히 자기 집이라고 믿고 있는 거 같았어요.”
“아.”
“그래서 잡귀를 몰아내거나 막는 부적들에 예민하게 반응을 한 거죠.”
“간지럽다는 건 뭐였나요?”
“부적에 반응하는 귀신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에요. 자기 몸이 불에 타는 것 같다고 하는 귀신도 있고~ 아프다고 하는 귀신도 있고~ 이번처럼 간지럽다고 하는 귀신도 있죠.”
“규정된 건 없군요.”
“네. 그냥 우리 몸에 염증이나 거부반응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귀신이 느낀다고 보면 됩니다.”
“한 마디로 이 집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신발도 벗으셨던 건가요?”
“귀신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먼저 귀신이 말하는 걸 들어주고 존중해줄 필요가 있죠. 여기는 네 집이고 우리는 손님이다~라는 걸 먼저 보여주기 위해서 신발을 벗었습니다.”
“어떤 사연 때문에 자살을 했나요?”
“그것까지는 모르겠고. 다만 무당은 신을 모시는 사람이기 때문에 죽어서 천도를 잘해줘야지, 아니면 악귀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네, 네.”
“지금 보니 이 귀신은 악귀가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들 놀라게 하고, 몹쓸 짓을 하긴 하네요. 물론 의도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럼 어떻게 하실 예정이신가요?”
“수연이가 일어나면 이곳에서 굿을 좀 해주는 게 좋겠어요. 불쌍하게 떠난 넋 위로해 줘야지. 게다가 동종업계인데.”
승범보살이 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 * *
그날 오후.
수연이 일어나 정신을 차리자 승범보살은 바로 굿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노부부와 제작진 모두가 지켜보고 태정과 필립이 촬영하는 가운데, 시왕도 앞에 온갖 음식과 무구들이 놓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귀신에 빙의 되었던 수연이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얼굴의 화장도 지우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노부부는 그런 수연의 모습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어설프게 화장이 된 얼굴 위로 눈물 때문에 범벅이 되어 있는 아이라인이 굉장히 기괴했기 때문이었다.
승범보살은 그 옆에서 굿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굿.
굿은 죽은 넋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진행이 되었다.
승범보살은 수연에게 다시 귀신을 빙의시킨 후 절차대로 굿을 벌였다.
수연은 아까처럼 펑펑 울며 오열을 했다.
죽은 것이 억울한 듯, 삶의 아쉬움이 있듯.
그렇게 한참을 울던 수연은 천천히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려갔다.
이런 와중에도 승범보살은 계속해서 방방 뛰며 굿판을 벌여나갔다.
태정과 필립은 이 모든 장면을 감각적인 구도로 촬영해두었다.
최종 편집본에서 마무리 장면으로 채용할 시퀀스들이었다.
굿이 마무리 된 후, 수연은 평소 모습으로 완벽하게 돌아와 있었다.
“굿은 잘 됐어요. 수고들 했네.”
승범보살이 승현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귀신은 나타나지 않는 건가요?”
노파가 두 손을 모으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건 한 번 지켜봅시다.”
승범보살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승현은 그녀의 말투와 태도에서, 귀신을 확실히 천도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저 굿 결과에 대해서 그 어떤 것도 단언하지 않는 그녀의 습관 때문이었다.
“그럼 그쪽은 이제 어떡하실 건가?”
승범보살이 승현을 보며 물었다.
“이걸로 마무리 컷까지는 땄고요. 초반하고 중반에 들어갈 인터뷰 장면을 조금 더 따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분량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 알겠어요. 우리 먼저 수원으로 돌아가도 되죠?”
“네.”
승현이 대답하자 승범보살은 승현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수연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갔다.
승현은 노부부를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전에 이 집에 들어왔다가 나가신 분들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의 질문에 노부부는 서로를 보았다.
“네, 연락처가 있긴 합니다만.”
“그럼 연락처 좀 부탁드립니다.”
승현이 정중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촬영된 분량으로 봤을 때는 기승전결이 잘 짜여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짧은 느낌이 강했다.
수연에게 제보를 받은 뒤, 이 건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굿을 하는 것이 전부기 때문이었다.
이에 승현은 이전 입주민들의 인터뷰 장면과 재연 화면을 추가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그 장면을 원룸 건물 302호에 들어가기 전에 삽입을 해주면 이번 특집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302호에서의 하룻밤’과 굿 장면의 카타르시스를 더해줄 수 있었다.
승현은 노부부에게 받은 세 명의 연락처를 통해 바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각자 그들이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어볼 수 있었다.
* * *
A씨는 무당이 자살한 이후 첫 번째 입주한 남성 대학생이었다.
그는 처음 들어올 때부터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지만 개강을 앞두고 새로운 집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했다.
그렇게 짐을 옮기고 첫날 밤.
그는 자는 중 배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잠결에 그 이유를 몰라 계속 뒤척이다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뜬 그는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배 위에서 어떤 여자가 화려한 한복을 입은 채 방방 뛰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무당들이 타는 작두가 된 기분이었다.
A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한참 뛰던 귀신이 우뚝 멈추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귀신은 방을 슥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귀신은 그 자리에 서서 계속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그 목소리는 굉장히 늘어진 테이프처럼 기괴하게 들려왔다.
A가 인상을 쓰며 소리를 내려 하는 순간 귀신이 A를 슥 내려 보았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한마디를 했다.
“아. 이거 때문에 나는 냄새였구나.”
그 말과 함께 정신이 든 A씨는 매일 똑같은 꿈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그는 몸이 점점 쇠약해지다가 학교에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고, 방을 빼야 했다.
* * *
B씨는 A씨 다음으로 입주한 여성 대학원생이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 주로 밤에만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쪽잠을 잔 뒤 다시 학교로 가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처음 입주한 후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B씨는 기현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문이 저 혼자 열리거나 닫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화장실 문이나 창문을 닫고 잔 것 같은데 열려있고, 열고 잔 것 같은데 닫혀 있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공부를 많이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문제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았을 시점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에 정체 모를 화장이 덕지덕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B씨는 뭔가 자신에게 이상한 일이 생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날도 예정된 일정이 있기에 학교로 향해야 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에서 잠을 자던 그녀는 살짝 깨서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런데 소름끼치게도 침대 위가 아닌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울 속 자신이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너 왜 여기 있어! 어? 넌 왜 여기 있냐고! 너 뭐 하는 X이야!”
마구 삿대질하며 소리치는 자신의 모습이 거울을 통해 보였다.
거기에 기괴하게 덕지덕지 화장이 되어 있는 모습에서 그녀는 더는 이 집에서 못 지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짐을 뺄 수도 없는 노릇.
친구 집, 친척 집을 전전하며 학교를 다녔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집만 벗어나면 자신이 겪었던 기현상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 집이 문제라고 판단이 되어 월세 계약을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 * *
C씨는 B씨 다음으로 입주한 직장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학교 근처에 있는 자그마한 물류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역시나 집을 구한 후 이사를 마친 그녀는 집에서 친구들과 간단히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즐거운 자리가 끝난 후, 친구들은 돌아갔고 그녀는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거리며 설거지를 하던 중, 그녀는 뭔가 이상한 인기척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설거지를 이어가자 뒤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사 온 지 첫날이다 보니 환경이 낯설어서 그런가-하는 생각에 그녀는 대충 뒷정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자는 동안, 그녀는 이상하게 계속 가위에 눌리는 것을 느꼈다.
굉장히 불쾌한 느낌에 제대로 한숨도 자지 못했다.
계속 뒤척이던 그녀는 결국 굉장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기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을 청하던 중이었다.
맨정신에는 잠이 오지 않아 술을 조금 마신 뒤, 애써 눈을 감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귀에서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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