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39)
제139화
경기도 구리시.
승현과 화영, 태정은 차로 몇 십 분 달려 구리시에 진입해 들어갔다.
초코도 함께 나와 뒷좌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번화가인 구리시내를 지나 외곽으로 가자 논밭이 드넓게 펼쳐진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수도권이긴 해도 외곽이라 그런지 지방 시골 같은 느낌이었다.
“어디지?”
태정은 내비게이션과 주변 풍경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천봉터널’이 내비게이션에서는 검색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비에도 안 뜨는 걸 잘도 검색했네. 그 커뮤에는 뭐 다른 설명 없어?”
승현이 화영을 보며 물었다.
“구리시 미랑읍에 가면 ‘미랑천’이라는 하천이 있는데 그걸 따라가다 보면 나온대요. ‘미랑마을’ 입구라던데.”
“미랑천. 미랑마을.”
이 두 곳 역시도 내비게이션에서는 검색되지 않았다.
승현은 지도 앱을 켜 주변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자 근처에 하천이 하나 표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야. 여기서 우회전. 우회전.”
그 하천이 미랑천일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분 헤매자 드디어 하천이 나타났고, 그 옆을 따라 좁은 도로가 나있었다.
승현 일행은 그 도로를 따라 계속 이동을 했다.
얼마나 인적이 드문지 지나는 사람이나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민가도 보이지 않았다.
“구리에 이런 데가 있어요?”
태정은 운전을 하면서도 혀를 내둘렀다.
그때, ‘미랑마을’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였다.
그리고 그 마을 앞으로 터널이 하나 보였다.
“아. 여기다. 이 마을은 지도에도 안 나와요.”
화영이 뒷좌석에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게. 어지간한 마을도 지도에 다 등록이 됐을 텐데.”
승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옆을 보았다.
하천은 천봉터널 앞에서 옆으로 꺾여 다른 곳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주변은 태영 저수지 때처럼 갈대가 높게 자라 있었다.
승현은 차창을 살짝 열고 라디오를 틀어보았다.
부우우우웅-
태정은 일부러 살짝 속도를 줄이며 터널로 진입해 들어갔다.
화아아아악-
승현은 순간 굉장히 강력한 피비린내를 맡았다.
‘살해당한 사람이 있나?’
승현이 가진 첫 번째 생각이었다.
그리고 피비린내 사이로 부드러운 코튼향이 느껴졌다.
‘이것도 귀신의 흔적인가?’
승현의 두 번째 생각이었다.
쫑긋
초코도 귀를 움찔거리더니 잠에서 깨 하품을 했다.
뭔가 느낀 모양이었다.
그 사이 화영은 계속해서 앱으로 주변 지도를 보고 있었다.
“마을은 검색이 안 되는데 미랑지구대랑 가게 몇 개는 지도에 있네요. 와. 이런 데를 어떻게 찾아와.”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 주변과 앱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잘 찾아왔잖아.”
태정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때, 차량이 드디어 터널에 진입해 들어갔다.
승현은 카메라를 들어 바로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부우우웅-
차량 엔진 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
[오늘도 화창한 태양이 떠있죠. 김주민의 라디오 꽃밭. 부드럽고 힘차게 시작해 보겠습니다.]자주 듣는 DJ의 음성과 함께 인트로곡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차량은 터널 안에 진입해 들어갔다.
[두둥- 둥 둠둠 둥둥치직- 치직- 치이이이익 둠- 치지지지지직- 두둠- 치지지지직]
역시나 터널에 들어서자마자 라디오에서 굉장히 심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머. 진짜네?”
화영이 놀란 표정으로 라디오를 보았다.
분명 터널은 채 20m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부터 출구가 크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터널 아래에서 라디오 전파가 약해지는 건 당연했지만 이렇게 짧은 터널에서는 끊길 일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터널을 지나가자 라디오가 깔끔할 정도로 잘 나왔다.
야오오옹 야오오옹
초코가 차문을 벅벅 긁으며 울었다.
승현은 뒷좌석을 한 번 돌아본 뒤 말했다.
“차 세워 봐.”
그 말에 태정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승현은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바라보며 후진하라는 손짓을 했다.
태정은 고개를 끄덕인 후 후진시켰다.
[일의 능률이 떨어질 때 커피 한 –치지지지직 치지지지지지지직- 치지지직-]
역시나 터널에 진입해 들어가자 잡음이 굉장히 심하게 끼었다.
파직-
순간 불꽃이 튀며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라디오가 꺼져 버리고 말았다.
일행 모두 화들짝 놀라 서로를 보았다.
“블루투스는 어때?”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화영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결해 보았다.
“연결이 안 돼요.”
역시 기기 검색만 할 뿐, 블루투스 기기와 연동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 태정도 핸드폰을 꺼내 차량 내 블루투스와 연동을 시켜보려 했다.
“아. 전 됐어요.”
블루투스 연결에 성공한 태정이 음악을 틀어보았다.
[사- 치지지지직- 사- 치지지지지직- 줘- 줘- 줘줘줘줘줘]잡음이 섞여 들리더니 이내 같은 소리만 반복해서 들렸다.
승현과 태정, 화영은 얼어붙은 채 스피커를 가만히 보았다.
“뭐야. 블루투스에서 이런 잡음이 왜 들려?”
승현이 놀라 물었다.
“몰라요. 저도 처음 보는 현상인데.”
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딸랑 딸랑-
그 순간이었다.
뒤에서 자전거 방울 소리가 들렸다.
다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굉장히 낡은 자전거를 탄 노인이 차량 옆으로 다가왔다.
흰 머리가 뿌옇게 난 것이 70세 이상은 족히 넘어 보였다.
“누구시오? 보아하니 이 동네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는 열려 있는 차창 안으로 승현과 뒷좌석의 화영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팀입니다. 여기 터널에서 라디오 전파가 끊긴다는 제보를 받아서요.”
승현은 태정에게 카메라를 건네며 대답했다.
지금부터 촬영을 하라는 의미였다.
태정은 카메라를 받자마자 바로 노인과 승현을 동시에 한 앵글에 담았다.
“아유. 그런 걸로도 방송을 찍으러 와요? 허허, 참.”
노인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알고 계십니까?”
“알죠. 굉장히 신기해요.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언제부터 그랬나요?”
“그거까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
노인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승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이 근처에서 귀신이 나온다든가 하는 소문이 있나요?”
“귀신? 아, 있지.”
노인은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터널 바깥 쪽 미랑천 쪽을 가리켰다.
승현은 바로 차에서 내려 노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저쪽 하천에 웬 여자가 서성이고 있다는 소문이 조금 있어요.”
“여자요? 귀신 맞나요?”
“글쎄요. 저는 본 적 없는데 우리 마을에 오는 사람들 중 몇몇은 봤다더라고요. 그런데 옷차림이나 그런 게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닌 거 같으니까.”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건 내 옆집 황 씨한테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거야. 따라오쇼.”
노인이 자전거에 올라타며 말했다.
승현은 다시 조수석에 올라타며 바로 출발하라는 손짓을 했다.
*
마을은 굉장히 작았다.
터널을 지나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논밭과 몇 동 안 되는 비닐하우스가 보였고 그 사이사이로 오래된 농기계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 작은 지구대 건물과 오래된 슈퍼마켓이 자리하고 있었다.
승현은 노인의 자전거를 따라 슈퍼마켓을 지나 마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미랑마을은 시멘트와 벽돌로 지어진 담장과 슬레이트 지붕들이 자리한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다.
굉장히 조용하지만 그래도 빈 집은 없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세대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했다.
집 몇 개를 지나가자 앞서 자전거를 몰던 노인이 작은 대문을 가리켰다.
자기 집이라는 의미였다.
그가 자전거를 멈추자 태정도 차를 세웠다.
“여기가 내 집이고. 저쪽. 저기가 그 황 씨네 집이에요. 가서 한 번 물어봐요.”
노인이 자전거를 대문 안으로 끌고 들어가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승현이 인사를 한 후 차에서 내렸다.
태정과 화영도 함께 차에서 내린 후 저마다 촬영 준비를 했다.
“너는 여기 들어가자!”
화영은 얼마 전 구매한 크로스백 형 고양이 가방에 초코를 들어가게 한 뒤 멨다.
“녹화 다시 시작할게요.”
그 사이 태정은 카메라를 들고 승현을 촬영하며 말했다.
승현은 언제나처럼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짤막하게 했다.
“저희는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터널이 있다고 하는데요. 인근 주민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승현은 멘트를 하면서 노인이 말한 ‘황 씨’의 집 앞에 섰다.
그리고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딩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쇼?”
안에서 걸걸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입니다. 몇 가지 좀 여쭤보려고 왔습니다.”
승현이 까치발을 들고 담장 너머를 보며 말했다.
담벼락이 높지 않아 대문 너머 마당과 집이 훤히 보였다.
잠시 침묵 후, 집 현관문이 열리더니 머리카락이 없는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스터리 탐사대]? 뭘 물어보러 왔대?”
이 노인도 [미스터리 탐사대]를 알고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저 터널 관련해서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들어오쇼.”
노인은 대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승현과 화영, 태정이 꾸벅 인사를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랑천과 천봉터널 근처에서 발견된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 *
미랑마을에서 ‘황 씨’라 불리는 노인의 아들 A씨는 마산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명절을 맞아 마산에서 구리로 출발한 A씨는 밤 10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미랑천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두운 미랑천 도로를 내달렸다.
조수석에는 아내가, 뒷좌석에는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오래 차에 타고 있으니 무척 피곤한 모양이었다.
A는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존한 채 좁은 도로를 쭉 달렸다.
그 순간이었다.
전방을 비추고 있는 헤드라이트 불빛 옆쪽으로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이 훅 지나갔다.
앞을 보고 있었기에 주변시로만 그림자를 느꼈기에 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음?’
A는 속도를 늦추며 사이드미러로 측면 뒤쪽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너무 어두운지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보나?’
A는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앞을 보고 운전했다.
그 순간이었다.
또 한 번 헤드라이트 옆쪽으로 그림자 같은 것이 훅 지나갔다.
그림자의 정체가 뭔진 몰라도 분명 헛것은 아니었다.
‘뭐지?’
가로등도 하나 없는 하천 옆 좁은 도로에, 그것도 이 밤중에 사람이 지나갈 리가 없었다.
그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피곤함이 앞서 무시하고 달리기로 했다.
쿵- 덜컹-
그때 무언가 친 것처럼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차가 들썩였다.
“어맛!”
“아이코!”
아내와 아이들이 놀라 잠에서 깼다.
끼이이익-
깜짝 놀란 A도 급제동을 했다.
이건 무언가 친 뒤 밟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뭐야?”
아내가 물었다.
A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바로 차에서 내려 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