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
제14화
저벅 저벅 저벅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버스를 가리킨 후 다가갔다.
“좀 어둡네요.”
승현과 필립이 각자 스마트폰과 손전등을 챙겨 들고는 차량 내부를 비췄다.
“아이들을 등원시키던 버스 같습니다.”
승현이 카메라를 한 번 본 후 다시 차량 내부를 보았다.
그때 뭔가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청 테이프와 칼, 야구방망이 같은 도구였다.
카메라는 그 도구들을 클로즈업 해 보여주었다.
“아이들 등원 버스에 저런 도구가 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스트리머들이 장난을 친 건가.”
승현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찰칵
그 사이 필립도 차량 내부를 촬영해 보았다.
흡사 사건 현장 사진 같은 느낌이었다.
이어 그는 필름카메라로도 촬영을 이어갔다.
“누군가 악용한 것 아닐까요? 이 버스를 범죄 용도로 썼다든가.”
태정이 물었다.
“글쎄요. 아직 확언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군요.”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송출이 될 수 있는 장면에서는 승현과 태정 모두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서로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맥락인 것이었다.
“조금 더 가보겠습니다.”
승현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태영 어린이집 대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카메라는 그런 승현의 뒷모습을 쫓아갔다.
끼익-
문이 열리자 잡초가 허리까지 자란 마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석에는 녹슨 놀이터 기구들이 보였다.
승현이 녹음기를 들어 내레이션을 녹음했다.
– 승현: 이곳은 태영 어린이집 마당이다. 굉장히 습하고 어두운 느낌이 든다. 아침시간에 해도 쨍하게 비치고 있지만 이곳만큼은 비 오기 직전 여름처럼 끕끕한 느낌이다. 해조차 잘 들지 않는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그러는 사이에도 필립은 주변을 연신 찍어댔다.
그렇게 이들은 어린이집 정문 현관 앞에 섰다.
“문을 열겠습니다.”
승현이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열었다.
끼이이이이이익
음산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퀴퀴한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찔렀다.
그 사이로 스티로폼 타는 냄새가 아주 진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얼마나 습한지 사방에 곰팡이가 가득했다.
공기에서부터 눅눅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올 정도였다.
순간 어린이집의 어두컴컴한 창문으로 사람의 그림자들이 어른거렸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에 보인 환시 같기도 했다.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는 동물이 그려진 슬리퍼들과 신발장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미닫이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닫이문도 반쯤 열려 있는 상태였다.
승현은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바닥에 가득 쌓인 먼지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동화책.
목이 없는 인형과 블록 장난감들.
먼지가 쌓이고 어질러져 있을 뿐,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집 풍경이었다.
“이곳이 신막분 씨가 운영했던 태영 어린이집 내부입니다. 보시면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는 것 같죠.”
승현이 벽에 붙어 있는 사진과 상장들을 가리켰다.
[보건복지부 평가인증 어린이집] [제릉시 우수 보육시설] [안심보육 어린이집 인증서]상장과 인증서들을 봤을 땐 꽤 인정받는 곳이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단체사진과 아이들의 사진들 역시도 무척 평화롭고 예뻐 보였다.
카메라는 이 인증서와 사진들을 클로즈업 해 담았다.
끼익- 쿵-
그때 부엌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일행 모두 깜짝 놀라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부엌도 현관처럼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부엌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부엌에는 특별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소리가 날 만한 것도, 무언가 떨어진 듯한 것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찰칵-
필립이 부엌 쪽을 촬영해 보았다.
사진 역시 아무것도 담지 못했다.
“이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예정대로 인터뷰 하러 갑시다.”
승현이 말했다.
승현의 지시에 태정이 어린이집의 현관과 부엌, 거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야간모드와 열상감지 모드가 있는 카메라였다.
태정은 설치된 카메라 화면을 태블릿으로 확인하며 모드를 변경해 보았다.
온통 초록색으로 표시되는 야간모드와 여러 색깔로 투영되는 열상감지 모드를 번갈아 확인해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어린이집 내부에 카메라 설치가 완료 되었다.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필립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장노출 사진이나 타임랩스나, 그거 외에도 여러 기현상들이 포착되는 거 보면 이걸로도 뭔가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승현이 태정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는 손짓을 하며 대답했다.
필립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뒤로 물러섰다.
잠시 뒤, 셋은 어린이실 내부를 비추고 있는 소형 카메라에 손을 흔들며 모니터 화면과 싱크를 확인한 후 밖으로 나왔다.
*
“후아.”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공기가 확 느껴졌다.
어린이집 내부에 부유하던 먼지가 상당했던 것이었다.
승현과 태정은 다시 차량으로 이동을 하면서 추가 촬영을 진행했다.
승현은 리포터처럼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했다.
“저희는 방금 어린이집에 여러 카메라를 설치했는데요. ‘폴터가이스트’라고 하는 초자연현상을 담을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곳에 몰래 드나드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멘트를 하는 사이에도 한 떨기 오묘한 냄새가 승현의 코끝을 쫓아왔다.
“됐습니다. 여기서는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태정이 녹화 버튼을 눌러 촬영을 종료한 후 엄지를 들었다.
“그래, 그래.”
승현이 대답하는 사이, 태정은 장비를 트렁크에 실은 뒤 운전석에 올라탔다.
승현은 조수석을 연 뒤 몸을 실으려 했다.
그때, 또 다시 동요소리가 들렸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 답-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승현은 열린 조수선 문을 붙잡은 채 어린이집을 돌아보았다.
살짝 열려 있는 대문과 바람에 흔들리는 잡초.
굉장히 어두운 어린이집과 시커먼 창문.
그 창문 사이로 귀신이 얼굴을 불쑥 내밀 것만 같은 음산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노랫소리도 끊겼다.
승현이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조수석에 몸을 실으며 말했다.
“가자.”
그 사이, 필립은 어린이집 내부를 찍은 사진들을 확인해 보고 있었다.
“뭐 좀 나온 게 있어요?”
승현이 필립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뇨. 깨끗하네요. 필카로 찍은 건 나중에 확인해 봐야죠.”
이번에 DSLR나 미러리스로 촬영한 사진 중 귀신이 찍힌 것은 없었다.
“에이. 이동합시다.”
승현은 못내 아쉬운 듯 탄식을 하고는 태정에게 출발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때 일행들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또록….
또도록….
– 흐흣… 으흐흐…….
알 수 없는 존재가 흰자위가 하나도 없이 새까만 눈동자를 굴려 멀어지는 차를 쫓아가는 것을.
* * *
일행은 태영 어린이집이 멀리 보이는 읍내 쪽으로 가서 주민들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태정은 카메라를 들고 승현을 쫓아다녔고, 승현이 나서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주민 신 모씨(62): 저기 어린이집? 아아. 기억나. 신 사장 말이지? 거- 사람이 요-상하게 꾸미고 다녀가지고 좀 이상했지. 근데 아이들이 그 어린이집 많이 갔던 거 같더라고. 다른 지역에서도 말이야. 영어는 빡세게 가르친 모양이야. 요새 젊은 엄마들 애 영어 교육이라 그러면 환장하잖아.
-주민 윤 모씨(43): 신 사장님이요. 여기 단골이셨죠. 좋은 분이셨어요. 여기 올 때면 항상 박카스 한 병을 들고 왔었는데. 가끔 점심도 여기서 먹고요. 그런데 언제였더라. 제 기억으로 그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부터는 잘 안 보였던 것 같아요.
– 주민 박 모씨(55): 어린이집 원장. ‘남동생’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한 둘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동생들하고 이 식당 몇 번 왔었어요. 희한했지. 아무리 봐도 안 닮았는데 누나 동생 하면서 따르더라고.”
– 주민 양 모씨(57): 그 어린이집에 수도를 고쳐주러 간 적이 있었어요. 언젠지 잘은 기억 안 나는데 거기 변기가 자주 물이 샜거든. 그래서 출장 가서 고쳐주고는 했는데 사건 일어나기 얼마 전에는 굳이 자기네가 직접 하겠다고 재료만 사가더라고. 아. 아무리 그래도 좀 마음에 걸려서 내가 거길 찾아가 봤지. 애들 쓰는 데인데 변기가 고장 나면 어떡해. 근데 가보니까 이미 고쳤다고 돌려보내더라고. 그때 안에서 애들 소리가 들리긴 했어. 어. 맞아. 들렸어.
– 주민 김 모씨(42): 무슨 어린이집이 저리 외진데 있나 생각해도 뭐 원생들 있으면 우리가 뭐라 할 것도 아니죠. 애들은 계속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게 그 신 원장이 죽고 나서 어린이집에 있던 애들이 모조리 없어졌다는 거예요. 그게 희한하죠?”
인터뷰를 몇 건 처리한 승현은 수첩에 몇 가지를 메모했다.
여기서 확인을 해보아야 할 건 두 가지였다.
“‘남동생’은 대체 누구지?”
분명 실제 남동생이라면 친인척이고, 경찰 측에서 유가족 개념으로 신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진배철 경위는 그런 언급이 전혀 없었다.
두 번째로는 사라진 아이들이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몇 개월 전부터 원생을 모집하지 않아 비어 있었다는 경찰의 말.
하지만 동네 주민들 말로는 원생 모집이 중단되고 신막분이 살해되기 전까지 그 사이에도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이는 뭔가 묘하게 뒤틀린 것을 시사했다.
인터뷰를 한 주민이 거짓말, 혹은 환청을 들은 것이 아니라면 어린이집 원생이 아닌 다른 아이들이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상한 점 한 가지를 추가하자면, 가해자인 ‘부랑자’에 대해서는 다들 그다지 아는 바가 없다는 점이었다.
‘내가 느꼈던 악귀 냄새. 그리고 살인 피해자의 냄새. 뭔가 있어. 뭔가. 잔혹한 무언가가.’
승현이 턱을 매만지며 차창 밖을 보았다.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져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 쪽으로 가는 길목에 어린 아이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