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0)
제140화
차에서 내린 A는 차 밑과 주변을 쭉 살펴보았지만 뭔가 친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길고양이 친 거 아니에요?”
아내가 살짝 겁에 질린 듯 몸을 움츠리고 물었다.
그러자 A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범퍼나 타이어, 바닥 어디에도 피가 묻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아닌 거 같아. 큰 돌 같은 걸 밟았나 봐.”
A는 다시 차에 타라는 손짓을 한 후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려고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머리가 축 늘어진 여성이 뒷좌석에 탄 아이들 사이, 중앙에 떡 하니 앉아 있었다.
“으악!”
룸미러로 여자를 본 A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뒤에는 두 아이만 앉아 있을 뿐이었다.
“왜 그래요?”
아내가 물었다.
A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피곤해서 그런가.’
뭔가 이상했지만 고향집에 거의 다 왔으니 일단 서둘러 마을에 들어가기로 했다.
A가 다시 차를 몰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내 천봉터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자연스럽게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던 라디오가 잡음과 함께 끊기기 시작했다.
치직 치직 치지지지지직-
짧은 순간이었지만 굉장히 기괴한 느낌이었다.
아내가 놀란 표정으로 라디오 콘솔을 보자 A가 말했다.
“여기 지나갈 때면 항상 이래. 신경 쓰지 마.”
이곳에서 라디오 전파가 잘 안 잡힌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때, 잡음 사이로 여자의 신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치지지지익 치직 치직 끄으으윽- 꺼어어억- 끄으으으윽- 끄그그그극-
불쾌한 소리였다.
“아빠. 무서워.”
뒤에서 딸아이가 인형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A는 라디오를 꺼버린 뒤 서둘러 터널을 빠져나갔다.
* * *
황 씨 노인의 이야기를 들은 승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터널 근처에서 났던 피비린내가 떠올랐다.
그때 옆에서 이야기를 함께 듣고 있던 화영이 물었다.
“혹시 그곳에서 다른 이야기를 듣지는 못하셨나요? 지금 같은 귀신 이야기라든가, 사고가 있었다든가.”
아무래도 황 씨 노인의 아들이 느낀 차량 충격은 교통사고로 인해 죽은 귀신이 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스친 것이었다.
“전혀요. 들은 적이 없어요.”
노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을에 비보는 없었나요? 뭐 안 좋은 일이라든가.”
“음. 뭐 하나가 있긴 하지?”
“하나가 있어요?”
“이장 딸내미가 어디 서울로 돈 벌러 간다고 가더니 연락이 끊겼어. 가끔 핸드폰으로 문자는 온다는데 전화하면 안 받는다더라.”
노인이 고개를 살짝 들고 중얼거리듯 답했다.
“이장님은 어디 계신가요?”
승현이 물었다.
“앞에 언덕 조금 올라가면 초록색 대문에 하얀 집 있어요. 파란색 지붕.”
“감사합니다.”
승현은 오는 길에 선물용으로 사둔 옛날 과자세트를 선물한 뒤 바로 이장의 집으로 이동했다.
황 씨 노인의 설명대로 이장의 집은 하얀 외벽에 파란색 지붕을 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 들어온 이후 가장 깨끗해 보이는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승현이 다가가 초인종을 누르자 이제 60대쯤 되어 보이는,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여기 미랑마을 이장님 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여기 앞 천봉터널에서 라디오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는 제보가 있어서 취재를 나왔는데요. 혹시 잠시 이야기 나누실 수 있을까요?”
승현이 물었다.
이장은 웃으면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이장에게 몇 가지 정보를 더 들을 수 있었다.
천봉터널에서 라디오 전파가 잡히지 않은 건 의외로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매일 겪다 보니 다들 오래된 일인 것처럼 기억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장은 라디오 전파가 잡히지 않는 것이 의아해서 주변을 수색해 봤는데 특이한 건 전혀 찾아보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라디오 이야기를 나누던 승현은 황 씨 노인에게서 들은 귀신 이야기를 물어봤다.
“혹시 천봉터널 앞에 있는 미랑천 여자 귀신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아. 들어 봤습니다. 밤에 오가면 좀 보인다고 하는데 저는 본 적이 없어요. 밤눈이 어두워서 그런가.”
“혹시 그 하천 주변에서 강력 범죄 같은 게 일어난 적은 없나요?”
“전혀요. 조용한 마을이에요. 외부인들도 별로 안 오고.”
이장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아까 맡았던 피비린내와 함께 코튼향이 은은히 나는 것을 느꼈다.
‘귀신의 흔적’이라고 생각한 승현이 주위를 보았다.
그러자 TV 위로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이장과 이장의 아내, 그리고 두 딸이 서 있는 사진관 가족사진이었다.
“따님이신가 봐요.”
승현이 물었다.
“아. 네. 공부도 잘하고 싹싹했던 애인데.”
이장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승현이 아무것도 못 들은 척 물었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한다고 한 이후로 얼굴을 못 봤어요. 가끔 까톡은 주고받는데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 전화하면 받지도 않고.”
이장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둘 다요?”
“큰 애가요. 작은 애는 여기 구리 시내에서 일하고 있고. 이따 밤 되면 올 거예요.”
이장은 나지막이 대답했다.
“우리 딸 방 보여드릴까요?”
그가 갑자기 화색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방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생경하긴 했지만 그래도 딸을 무척 그리워하고 자랑스러워해서 이런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정이 녹화하는 와중에, 승현과 화영이 이장의 안내를 받아 작은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코튼향이 확 풍겨왔다.
한쪽에 보니 코튼향 디퓨저가 놓여 있었다.
“향이 좋네요.”
승현은 ‘귀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물었다.
“딸아이가 좋아하던 향이에요. 지금 다 써서 냄새 안 날 텐데. 가구에 많이 배었나 보네요.”
이장이 말했다.
태정은 승현이 ‘귀신의 흔적’을 감지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방 풍경을 조금 더 꼼꼼히 담았다.
“그렇게 문자메시지만 온 지 얼마나 됐나요?”
“서울 간 게 한 3년? 4년 됐지? 네, 그쯤이요.”
이장이 대답했다.
승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어째 미랑천과 천봉터널에서 발생하는 기현상이 이곳 딸의 혼령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근데 그렇다면, 누가 문자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는 말인가.
승현은 책상 위에 놓인 탁상액자를 보았다.
예쁘장한 여자가 학사모를 쓰고 있었다.
대학 졸업식 때 찍은 사진인 듯했다.
“약학대 졸업해서 하얀 가운 입고 그럴듯하게 살고 있겠죠.”
이장은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그 사이, 승현은 탁상액자 속 여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순간이었다.
야오오오옹
초코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리고 승현이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사진 속 여자의 모습이 피투성이로 바뀌어 있었다.
“헉!”
승현이 깜짝 놀라 주춤했다.
동시에 사진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바뀌었다.
“왜 그러세요?”
이장이 물었다.
“아, 아닙니다.”
승현이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카메라를 보았다.
분명 카메라에도 뭔가 기현상이 잡혔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이장이 말했다.
“혹시 우리 딸아이한테 영상 편지 좀 보내도 될까요? 요새 젊은 애들은 이 프로 많이 본다는데.”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승현은 이 이장의 딸이 이번 특집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네, 짤막하게 한마디 하세요.”
승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이장은 어색하게 서서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예진아. 서울에서 잘 살고 있냐. 바빠서 오지는 못하더라도 목소리는 좀 들려줘라. 그래야 아빠가 좀 안심하고 그러지 않겠냐. 어디서 뭘 하든 넌 똑 부러지게 잘해왔으니 믿는다만 그래도 목소리는 들려다오. 그럼 밥 잘 챙겨 먹고.”
이야기를 하다 울컥했는지 눈물을 글썽였다.
승현은 잠시 숨을 고르기를 기다려 주었지만 이장은 이만 됐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이건 본 편에 꼭 포함하도록 하겠습니다.”
승현에게 있어 방송이 중요했지만 부성애를 직접 보게 되니 마음이 동했다.
“감사합니다.”
이장이 꾸벅 인사를 했다.
* * *
이장의 집에서 나와 마을 풍경을 간단히 담고 다른 마을 사람들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이 조금씩 날이 어두워졌다.
승현 일행은 슈퍼마켓에서 빵과 우유를 몇 개 산 뒤, 차에 올라탔다.
“지구대에 들렀다가 천봉터널이랑 미랑천 근처에 다시 가보자. 밤에 뭔가 나오는 것 같으니 한 번 찍어봐야지.”
“알겠습니다.”
승현의 지시에 태정이 대답한 후 바로 차를 몰고 마을 밖으로 향했다.
지구대 앞에 도착했지만, 앞에는 인터뷰할 수 있는 경찰은 한 명도 없었다.
순찰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지만 상시 대기해야 하는 인원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 근무 군기가 그렇게 빡세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마냥 지구대 앞에서 기다릴 수가 없는 노릇이다 보니 일행은 일단 미랑천과 천봉터널 촬영부터 하기로 했다.
노을이 지고 있는 하천의 풍경.
천봉터널 입구쯤에 주차한 일행은 바로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타입랩스 촬영을 준비했다.
“이야. 물가에서 이렇게 타입랩스 촬영 따는 건 오랜만이네요. 태영 저수지 이후로 처음인가.”
“수살귀 찍을 때일걸?”
태정과 승현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화영이 물었다.
“근데 [풍경이 좋다] 할 때 진짜 우연히 귀신 찍힌 거예요? 아니면 귀신 나오는 데를 가신 거예요?”
[미스터리 탐사대]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의 근본적인 사연을 묻는 질문이었다.태정과 승현은 괜히 구설수에 오를까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화영은 대답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피식 웃었다.
“촬영 시작합니다.”
태정의 사인과 함께 타입랩스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삼각대에 설치된 카메라가 미랑천 풍경을 광각으로 넓게 담아내는 동안, 태정과 승현, 화영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각자 카메라로 이것저것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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