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1)
제141화
“필립 씨가 이런 데에서는 사진 잘 찍으셨는데.”
화영이 아쉽다는 듯 곳곳을 촬영하며 말했다.
“그래도 옆에서 많이 배웠어.”
태정은 카메라로 갈대밭과 미랑천 풍경 사진을 찍으며 받아쳤다.
찰칵 찰칵 찰칵
그 사이 셋은 꽤 많은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흠.”
승현은 방금 사진을 찍은 카메라 LCD화면을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 어떤 사진에도 귀신이 담기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승현은 필립이 셔터스피드를 올려 장노출로 사진을 찍었던 것을 떠올렸다.
‘나도 한 번?’
승현이 카메라를 들고 셔터스피드를 5초로 맞추었다.
그리고 미랑천 쪽에 앵글을 잡고 셔터를 눌렀다.
찰………칵!
셔터소리가 아주 천천히 들렸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 LCD화면을 확인해 보았다.
셔터스피드를 올린 상태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니 사진이 온통 흔들려 있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허연 형체가 잡혀 있었다.
‘아!’
승현은 이 형체를 일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필립이 굿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포착되었던 귀신의 형체, 바로 그것이었다.
‘잡혔다.’
승현은 한 걸음 가까이 가서 다시 같은 방식으로 셔터를 눌러보았다.
찰………칵!
그러자 하얀 형체가 조금 더 가깝게 촬영되었다.
이미 승현은 길에서 벗어나 갈대밭 한가운데로 들어가 있었다.
“선배! 거기서 뭐 하세요!”
뒤늦게 승현을 발견한 태정이 소리쳐 물었다.
승현은 대답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다가가 같은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찰………칵!
역시 하얀 형체가 조금 더 가깝게 촬영되었다.
승현은 카메라를 내리며 허공을 보았다.
분명 시커먼 어둠이 내려앉은 갈대와 미랑천만 어렴풋 보일 뿐, 육안으로는 그 어떤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승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켰다.
핸드폰 카메라로도 하얀 형체가 잡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핸드폰 카메라 촬영 설정을 수동모드로 전환한 후 방금 하얀 형체가 찍힌 부분을 화면에 담았다.
그 순간이었다.
허공에 네모 칸이 잡히며 자동으로 얼굴인식이 되었다.
“헉!”
승현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선배! 왜요!”
태정이 달려와 승현을 붙잡아 주었다.
“아니, 아니.”
승현이 다시 카메라로 그 부분을 확인해 보았다.
아까처럼 얼굴인식이 되지 않았다.
‘지독한 피비린내와 코튼향. 얼굴인식.’
승현은 이 근처에 귀신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초코는?”
승현이 뒤를 돌아 길가에 주차해 둔 차량을 보았다.
초코가 차 안에서 밖을 보며 하악질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쟤도 뭔가 본 모양인데.’
아무래도 녹화된 것들을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타임랩스는 더 따야 하냐?”
“더 따야죠. 한두 시간 정도는 더 따려고요.”
태정이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촬영된 것들 좀 확인해 보자.”
승현이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
태정은 타입랩스 영상을 촬영 중인 카메라 설정을 한 번 확인한 후 차에 올라탔다.
*
차에 올라탄 승현과 화영, 태정은 노트북을 켠 뒤 지금까지 촬영한 영상과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확인해 보았다.
처음 천봉터널을 지나갈 때 라디오가 먹통이 되는 순간부터 인터뷰 장면들, 그리고 마을 풍경 영상과 사진들까지.
언뜻 보기에는 뭔가 뚜렷하게 귀신이 촬영된 것은 없어 보였다.
순간 포착 능력이 있는 승현도 평소보다 집중해 영상들을 확인했지만 눈에 띄는 것은 분명 없었다.
‘귀신의 흔적’을 내내 느끼고 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였다.
“별거 없는 거 같은데요? 라디오 나가는 거 말고는.”
태정도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 사이, 노트북에서는 이장 인터뷰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승현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영상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인터뷰를 하다 딸의 방을 보여주겠다며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그 순간.
깜빡- 깜빡- 깜빡- 깜빡-
화면이 기괴하게 일렁이며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소리는 정확히 흘러나왔다.
“이거 왜 이래?”
태정이 혼잣말을 하며 영상을 멈추고 설정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촬영되었던 설정과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계속 재생해 봐.”
승현이 말했다.
태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그러자 일렁이는 노이즈와 함께 영상이 다시 재생되었다.
붉은색 화면.
노란색 화면.
파란색 화면.
회색 화면.
다시 정상적인 화면.
화면이 깜빡일 때마다 색상 필터를 낀 것처럼 영상의 변했다.
동시에 기괴하게 일렁이는 것이 오염된 필름을 영사기로 돌리는 것 같았다.
깜빡 깜빡-
그리고 깜빡이는 빈도도 굉장히 불규칙했다.
승현은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내 이장이 영상편지를 남기는 장면이 나왔다.
깜빡 깜빡-
그 순간이었다.
깜빡거리는 찰나, 이장의 등 뒤로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서있는 것이 담겨 있었다.
마치 공포영화 속에서 CG를 통해 기괴함을 주려는 효과 같았다.
“스톱.”
승현이 외쳤다.
그러자 태정이 재빠르게 스페이스바를 눌러 영상을 정지시켰다.
그리고 나타난 장면.
청바지에 흰 티, 검은색 블라우스를 입은 긴 생머리의 여성이었다.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어 피부 색깔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순간 승현은 이장의 집에서 보았던 가족사진과 책상 위 탁상액자 속 여자 사진을 떠올렸다.
‘동일인물이다.’
승현이 내내 가지고 있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 여자 누구예요?”
화영이 멈춰 있는 노트북 화면을 보며 물었다.
“이장님 딸?”
태정이 승현을 보며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로썬 그게 가장 유력해.”
“그럼 혹시 이장님이 딸을 죽이고 연기를?”
태정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승현이 손사래를 쳤다.
“아냐. 그러실 분은 아닌 거 같은데.”
“에이. 살인자가 ‘나 살인자요~’하고 얼굴에 쓰고 다니나요?”
태정은 이장이 범인이라고 추측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승현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이장이 범인이고 연기 중이었다면, 귀신은 엄청난 분노와 원한을 저 자리에서 뿜어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피비린내 이외에 무언가 썩은 듯한 악취도 느껴졌을 가능성이 컸다.
물론 이것도 현재까지는 승현의 추측일 뿐이었다.
그때, 승현의 차 안으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
승현과 태정, 화영 모두 차에서 내려 뒤를 보았다.
이내 헤드라이트 불빛이 꺼지더니 경찰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는 경찰 두 명이 타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경찰이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
한 명은 굉장히 피부가 좋은 중년 남성이었고, 또 한 명은 상대적으로 젊은 청년이었다.
선배 경찰로 보이는 남자가 승현 앞으로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여기 미랑지구대 경찰분들이신가요?”
승현이 명함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
“아, 네. 무슨 프로그램인지 압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네. 여기 천봉터널에서 라디오가 한 번씩 나간다는 제보를 받아서요. 한 번 확인차 나왔습니다.”
“하하하. 터널 안에서 라디오 끊기는 게 뭐 큰일이라고 취재까지.”
선배 경찰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러자 승현도 호탕하게 웃으며 받아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승현은 웃음을 천천히 거두며 이어 질문했다.
“혹시 이 근처에서 강력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나요?”
“이 근처에서요? 음. 아뇨. 제가 여기 오래 근무했는데 전혀 들은 바가 없었습니다.”
선배 경찰이 후배 경찰을 한 번 본 후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물었다.
“혹시 이장님 따님 관련해서는 실종신고나 여타 다른 사건 소식이 접수된 적이 있나요?”
“이장님 따님? 아. 큰딸 예진이 말씀이시죠? 아뇨. 서울에 있단 이야기만 들었습니다만.”
선배 경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잠시 옅어졌던 ‘귀신의 흔적’이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물이 썩은 것 같은 묘한 구린내도 은은하게 풍겨 올라왔다.
“그런가요?”
승현이 살짝 코를 만지며 대답했다.
“그럼 이장님도 뵙고 여기 계신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촬영은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세요?”
“뭐. 여기 풍경사진만 찍고 일단 돌아갈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들 하세요.”
두 경찰은 인사를 하고는 바로 차에 올라탔다.
승현 일행은 그런 경찰들을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부우우웅
경찰차는 승현 일행을 지나 천봉터널 안으로 슥 들어갔다.
“우리 헛다리 짚고 있는 거 아니에요? 경찰도 모르겠다는데? 휴우.”
태정이 승현 옆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켜봐야지.”
승현은 타입랩스 촬영용으로 설치해 둔 카메라를 철거하라는 손짓을 했다.
태정은 바로 카메라를 철거한 후 차에 실었다.
“일단 방송국으로 돌아가서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해 보자.”
승현이 조수석에 올라타며 말했다.
* * *
새벽 1시.
RBS 방송국 편집실.
태정과 승현, 장혁은 타입랩스로 촬영된 영상을 천천히 재생해 보았다.
앵글 안으로 승현, 태정, 화영이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이 그대로 포착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건 풍경을 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귀신을 포착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창 확인하던 중, 승현이 카메라로 하얀 형체를 확인하고 핸드폰 카메라를 작동시켜보는 장면이 나왔다.
“여기. 여기 슬로모션으로.”
승현이 빠르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러자 장혁이 조그다이얼을 돌려 영상 재생 속도를 대폭 늦췄다.
승현이 다가가고, 카메라로 찍고, 다시 한 걸음 다가가고 다시 카메라로 찍는 그 장면이었다.
사악-
순간 승현의 앞으로 하얀 아지랑이가 흐릿하게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이거다.”
승현이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이번에도 역시 귀신을 포착한 것이었다.
“그렇게 너무 흐릿해서 이건 뭔가 이슈가 될까 싶은데요?”
장혁이 묻자 승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저 현장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핸드폰 카메라로 얼굴인식 되는 것도 있으니 흥미를 끌 수는 있을 거야.”
승현은 빠르게 대답하고 다시 재생 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다 경찰이 나타나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승현 일행은 또 다시 믿지 못할 장면을 포착하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