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3)
제143화
# [피 묻은 복채> 특집
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작은 원룸촌.
곱게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 남자가 고급차에서 내렸다.
이내 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예쁘장한 여학생도 모습을 드러냈다.
“아빠. 이런 데 가기 싫다니까?”
격식을 차린 남자와 달리 딸로 보이는 여학생은 소위 말하는 일진인 것처럼 짧은 교복 치마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수능이 코앞인데 정성을 보이면 좀 도움이 되지 않겠냐.”
남자는 살살 달래듯 말했다.
“정성은 무슨 정성이야. 무당한테 빌어서 수능 잘 볼 것 같으면 개나 소나 다 잘 보게?”
“그런 말 하지 마라.”
남자가 인상을 쓰며 다그쳤다.
그러자 여학생은 불만인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휙 돌렸다.
“여기 어디라고 했는데.”
남자는 주변에 있는 건물들을 슥 올려 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리고 좀 집도 크고 그래야 잘나가는 무당이지. 이런 동네에 사는 무당이 뭐 용하다고!”
“모르는 소리 마라. 신내림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애기무당들이 신통한 법이야.”
“아! 진짜 짜증 나!”
남자는 여학생의 불만을 뒤로 하고 계속 주위를 보았다.
“아. 여기인가 보다.”
남자가 건물 하나를 가리킨 뒤 앞서 들어갔다.
여학생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따라 들어갔다.
3층까지 올라간 남자는 302호 앞에서 벨을 눌렀다.
그러자 현관문이 열리더니 짙은 향냄새와 함께 진한 화장의 젊은 무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저- 세사부인님께 소개받고 온 신용선이라고 합니다. 미지선녀님 맞으시죠?”
남자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 네, 네. 맞기는 한데요. 어- 일단 들어오세요.”
미지선녀가 들어오라는 듯 뒤로 물러섰다.
신용선은 자신의 딸에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렇게 원룸 안에 자리하게 된 셋 사이에는 굉장히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제가 아직 손님을 받을 준비가 다 되지를 않아서요.”
미지선녀가 신용선과 여학생에게 커피를 타주며 말했다.
“아닙니다.”
“원래는 이런 원룸에서 할 일도 아닌데- 사정이 이러네요.”
“아닙니다. 아늑하고 좋은데요?”
“제가 아직 경험이 없어서 좋은 점사를 드릴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미지선녀가 신용선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아. 여기는 제 딸, 신희윤입니다. 이번에 수능을 보는데 조금 도움을 받고자 해서.”
신용선이 말했다.
미지선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딸 신희윤을 보았다.
하고 다니는 걸로 봐선 그리 공부를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신용선의 관상에서 학문 운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학자인 것 같았다.
“아버님하고 따님 생년월일 좀 불러주세요.”
미지선녀의 말에 둘은 각자 생년월일을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부채와 방울을 들고 잠시 눈을 감고 중얼거리더니 말했다.
“아버님 주변에는 책이 많이 보이는데. 무슨 일 하세요?”
미지선녀가 물었다.
“아, 네. 여기 옆에 능림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부교수 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교수님이시고.”
미지선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희윤을 보았다.
그녀는 공부보다 예체능의 기운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다.
“혹시 어렸을 때 음악이나 미술 쪽에서 뭘 했나?”
“아, 네. 예전에 그림을 좀 그렸습니다.”
신희윤 대신 신용선이 대답했다.
미지선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상담을 이어갔다.
그러는 동안 신희윤에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 한쪽에 놓여 있는 붉은색 바구니였다.
그곳에는 오만 원짜리가 제법 많이 담겨 있었다.
바구니에 정체 모를 한자들이 적혀 있긴 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 오만 원짜리만 보였다.
제대로 정리를 해놓지도 않은 채 어지럽게 들어있는 것이 한 줌 가져가도 모를 것 같았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그때 신용선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 잠시만요.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그가 다급하게 양해를 구한 후 몸을 돌려 전화를 받았다.
그 사이 미지선녀도 뭔가 꺼내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 찬장으로 향했다.
바로 그 순간.
어떤 행동으로 인해 여러 사람을 괴롭힐 ‘사건의 씨앗’이 싹트게 되었다.
* * *
며칠 뒤.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사무실.
“끄어어어어어어-”
태정이 지루한 듯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야옹!
그러자 초코가 책상 위로 풀쩍 올라오더니 태정의 품에 안겼다.
“어이쿠! 아오!”
엉겁결에 초코를 안은 태정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얘는 무슨 고양이가 이렇게 안겨. 참나.”
그 모습을 본 화영이 웃으며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그러니까 더 귀여운 거죠.”
화영의 말에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현은 보고서를 작성하다 태정과 초코를 보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따르르르르르릉-
그때 승현의 앞에 놓인 내선전화기가 울렸다.
“네.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승현이 수화기를 들고 사무적으로 받았다.
“네, 네. 어디요? 아뇨. 약속된 분은 아니긴 한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내려갈게요.”
통화 내용을 들은 태정과 화영, 장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승현을 보았다.
달각
수화기를 내려놓은 승현이 녹음기와 수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예요?”
화영이 물었다.
“능림대학교에 신용선 교수라는 분이 날 만나러 오셨다네.”
“능림대학교? 어어어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태정이 볼을 긁적였다.
“지지난번 특집 때 그 자살한 무당 특집 있잖아. 홍천 원룸 건물. 거기가 능림대 앞이었어.”
“아!!”
승현의 대답에 태정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이번엔 무슨 홍천하고 연이 있나 봐요.”
화영이 어깨를 으쓱이며 거들었다.
“태정아. 화영아. 너희 둘은 나 따라와라. 카메라 챙기고.”
“아, 네.”
승현의 말에 태정이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겼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취재거리가 생긴 것 같다는 감이 작동한 것이었다.
셋은 1층 로비로 곧장 향했다.
그곳에는 정장을 빼입은 노신사가 서 있었다.
“신용선 교수님 맞으신가요?”
승현이 다가가자 신용선이 꾸벅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최승현 PD님이시죠?”
“네, 네. 이쪽으로 오시죠.”
승현은 악수와 인사를 짧게 나눈 후 바로 미팅룸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 미팅룸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딸아이가 조금 이상해졌어요.”
“이상해져요?”
“네. 처음에는 그냥 스트레스가 많아져서 조금 변했나- 그 생각을 했어요.”
“뭐 어떻게 변했죠?”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신용선은 자신이 목격한 것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 * *
우당탕-
끼이이익
덜커덩-
한밤중에 자고 있던 신용선은 방문 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뭐에요?”
그의 아내도 미간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당신은 여기 있어. 내가 나가볼게.”
신용선은 손짓을 하고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보았다.
“어?”
그의 눈에 보인 건 활짝 열려 있는 냉장고와 냉장고 불빛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딸 신희윤이 쪼그려 앉아 음식들을 마구 퍼먹고 있었다.
“희윤아. 뭐하니?”
신용선이 다가가 물었다.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하지만 추접스럽게 음식 씹는 소리만 들릴 뿐,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희윤아?”
신용선이 냉장고 옆으로 가서 그녀를 내려 보았다.
“헉!”
그는 기겁하고 말았다.
바닥에 온갖 반찬과 야채, 고기들이 쏟아져 있었고, 신희윤은 얼굴에 온갖 양념과 고기에서 흘러나온 핏물을 묻힌 채 아무거나 집어 먹고 있었다.
“야. 너 뭐해. 뭐하니.”
신용선이 그녀를 일으키려 했다.
“배가 고파서요. 우적우적.”
신희윤이 음식을 입에 잔뜩 넣은 채로 대답했다.
“신희윤!”
신용선이 그녀를 잡고 억지로 일으켰다.
“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신희윤이 몸부림치면서 손길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마구 때리는 것이었다.
“야, 야, 야, 희윤아! 야!”
신용선이 깜짝 놀라 그녀를 말렸다.
그러다 신희윤이 바닥에 풀썩 쓰러져 버렸다.
아닌 밤중에 난리가 나자 신용선과 그의 부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습을 해야 했다.
* * *
두 번째 이야기였다.
학교 가기 전 씻으러 들어간 신희윤이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희윤아. 학교 안 가냐.”
출근 준비를 하던 신용선이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안에선 대답이 없이 물소리만 나고 있었다.
“희윤아?”
똑똑-
신용선이 노크를 했다.
하지만 역시 물소리만 날 뿐이었다.
똑똑-
조금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역시 물소리만 나고 있었다.
“문 연다~”
신용선이 문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화장실 욕조에 교복을 입은 채 들어가 있는 신희윤이 보였다.
욕조에 들어찬 물은 시뻘겋게 변해 있었고, 신희윤의 손목에는 칼자국이 잔뜩 나있었다.
“희윤아!”
신용선이 성큼 달려 들어가 욕조의 수도꼭지를 잠근 후 상태를 보았다.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119! 119!”
신용선이 고래고래 소리치자 그의 부인이 달려와 상황을 보고는 허겁지겁 신고를 했다.
그렇게 신희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 * *
세 번째 이야기였다.
며칠 후 손목에 붕대를 감고 학교에 간 신희윤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활발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던 일진 같은 모습은 사라져 있었고, 히키코모리에 왕따처럼 자기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부욱 부욱 부욱
심지어 연필로 교과서를 마구 찍어 누르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누군가 다가가 말을 걸어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신희윤과 친한 친구가 걱정이 되었는지 다가가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려 했다.
하지만 신희윤은 그 어떤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희윤아. 왜 그래. 응?”
친구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희윤을 보려 자세를 낮춰 얼굴을 올려 보았다.
번뜩-
순간 신희윤의 눈동자가 친구에게 휙 돌아갔다.
친구 말에 의하면, 그 순간 정말 귀신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신희윤은 친구를 보자마자 갑자기 연필로 자기 손을 북북 긁기 시작했다.
교과서를 쿡 찔러 긁던 것처럼 자기 손을 긁기 시작한 것이었다.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졌다.
“꺄아아아아악!”
그 친구의 비명에 반 친구들 모두가 신희윤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내 담임교사가 달려와 상태를 보고는 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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