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4)
제144화
신용선 교수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은 승현은 대충 생각이 정리되었다.
모두 자해, 혹은 자살과 관련이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
이건 자살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따님이 언제부터 그러셨나요?”
승현이 물었다.
그 사이 태정은 승현과 신용선, 둘을 인터뷰 구도로 촬영하고 있었다.
“1년 좀 전에 수능 앞두고 좀 잘되라고 무당집에 다녀왔는데 그 이후로 그랬던 것 같아요.”
“무당집에요?”
“네. ‘미지선녀’라고 하는 무당집인데요. 혹시 그때 만났던 것과 관련이 있나 해서 찾아가 봤는데 이제 없어졌더라고요.”
“미지선녀.”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화영은 인터넷에 ‘미지선녀’를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 무당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어쨌든 무당들도 손님을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위치 등을 PR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건 사기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전혀 뜨질 않는데요?”
“네, 네. 그럴 거예요. 막 공식적으로 영업을 하는 분이 아니고 준비 중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집도 원룸으로 되어 있고 그랬죠. 보통 무당집은 그래도 방이 한두 개 있는데.”
이야기를 듣던 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원룸에 무당? 홍천 능림대학교 원룸촌?’
아무래도 정말 자살한 무당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무당집. 3층 302호였나요?”
승현이 물었다.
“네, 맞습니다.”
신용선이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지난 홍천편 특집 보셨나요?”
“네. 제자들이 추천해줘서 몇 번 봤는데 지난 특집 보니 바로 그 집인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뵙게 됐습니다.”
다른 무당도 아니고 [미스터리 탐사대]를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 ‘미지선녀’는 어떻게 알고 가셨나요?”
“다른 무당이 추천해줬어요. 애기무당이라 신통하다고.”
신용선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승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자살한 무당과 자해, 자살기도를 하는 여학생.
둘에게 접점이 있다는 건 뭔가 이 남자가 놓치고 있는 포인트가 있다는 걸 의미했다.
“아무튼 이런 사연이 있어서 혹시 아시는 무당이나 방송 통해서 해결을 할 수 있을지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 미지선녀를 취재하시기도 하셨고. 그냥 뒀다가는 애가 죽게 생겼어요.”
신용선이 덧붙여 말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언제 한 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따님은 그럼 지금-”
“-네. 그 사건 이후로 줄곧 집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언제 연락드리도록 하죠.”
승현은 그렇게 신용선과의 미팅을 마무리 지었다.
*
사무실로 올라온 후, 승현과 화영, 태정, 장혁은 곧장 회의에 들어갔다.
흐름 상 지난 ‘죽은 무당’ 특집 때 봤던 그 무당 귀신의 이름은 ‘미지선녀’였다.
그녀가 죽기 전, 신용선과 신희윤을 봤고 거기서 어떤 일로 인해 신희윤에게 자살귀가 붙은 것이었다.
문제는 미지선녀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봐선 그녀에게도 자살귀가 붙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무래도 이번 촬영은 지난 ‘죽은 무당’ 특집의 연장선으로 제법 흥미롭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더욱이 이번 특집을 보고 지난 특집을 찾아보거나 다시 보는 사람들도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이번 특집. 이걸로 진행하자.”
승현의 결정에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이번 촬영에서 필립은 다른 촬영 스케줄로 인해 빠지고 수연이 함께하기로 했다.
당시 수연이 빙의가 되었고 승범보살이 직접 굿을 해줬던 만큼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그렇게 약속을 잡고 승현과 태정, 화영, 그리고 수연은 홍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탐지견처럼, 초코도 함께하게 되었다.
끼익-
일행이 탄 차량이 커다란 단독주택 앞에 멈춰 섰다.
능림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신용선의 집이었다.
“교수 집이라 그런가, 때깔이 어마어마하네요.”
태정이 차에서 내려 카메라를 꺼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화영이 초코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지방, 시골이다 보니 수도권에서보다 더 크게 집을 지은 모양이었다.
승현도 장비를 꺼내며 수연을 보았다.
“수연 씨. 여기 보시기에 어때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수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들어가 보자고.”
승현이 앞장서서 대문으로 가 벨을 눌렀다.
그러자 신용선의 아내가 문을 열어주었다.
커다란 마당과 차고 옆으로 2층짜리 집이 보였다.
승현은 마당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묘한 악취를 맡았다.
“야오오오옹-”
초코가 집을 보며 묘한 울음을 내뱉었다.
‘조짐이 예사롭지 않네.’
승현은 신용선 아내의 안내를 받아 집으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현관문을 열자, 드라마에서 보던 부잣집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왔다.
대리석으로 깔린 바닥과 새하얀 벽지.
그리고 한 쪽 벽에 크게 자리한 어항과 커다란 TV, 그리고 고급 사운드바까지.
대학 교수 연봉이 상당하다고는 하지만 집을 이렇게 꾸밀 정도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거북해요.”
수연이 승현의 옆에서 아주 작게 속삭였다.
“네?”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있으면 안 될 것이 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굉장히 거북해요.”
“그래요?”
승현 역시도 묘한 악취를 맡고 있는 상태인지라 긴장감은 점점 더 극에 달했다.
“내부 촬영해도 되나요?”
그 사이 태정이 물었다.
“네, 그러세요. 바깥양반이 부르신 분들이니까요.”
신용선의 아내는 굉장히 건조한 투로 대답했다.
촬영이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태정이 집 내부와 승현 일행의 뒷모습을 촬영하는 사이, 그의 아내는 2층으로 올라가 신희윤의 방문 앞에 섰다.
똑 똑 똑
아내가 노크를 하자 안에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손님 오셨어. 아빠가 말씀하신 분들 있지?”
“아? 진짜?”
신희윤이 반기는 목소리로 문을 벌컥 열었다.
“우와! 진짜네! 저 [미스터리 탐사대] 완전 팬이에요!”
그녀는 승현을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최승현입니다. 안으로 좀 들어가도 될까요?”
승현이 묻자 신희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는 그녀의 방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태정이 촬영하고 수연과 화영이 옆에 서있는 가운데 승현과 신희윤이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초코는 화영의 품에서 계속 하악질을 해대는 통에 수연이 안고 있는 상태였다.
신기하게도 수연이 안자 초코는 울지 않고 조용히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았다.
“에이. 그거 아빠가 좀 오버하신 거예요.”
승현이 인터뷰를 오게 된 계기를 설명하자마자 신희윤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자살기도를 한 여학생치고는 꽤나 쾌활한 모습이었다.
“혹시 미지선녀를 만나고 온 후에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기현상이라든가, 아니면 귀신이 보인다든가.”
“음. 있었나?”
그녀는 생각하듯 천장을 올려 보다가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무섭고 소름 돋는 이야기였지만 그녀는 친구들 이야기를 하듯 편하게 말했다.
* * *
야간자율학습 시간.
신희윤은 턱을 괴고 몰래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사각 사각 사각
아이들의 샤프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가운데, 공부에 뜻이 없는 그녀는 지금이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자기 꿈이 있는데 공부를 강요하는 교수 아빠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해졌다.
둠둠둠둠둠둠-
긴 머리카락으로 이어폰을 숨긴 채 아이돌 영상을 보던 신희윤은 시선을 느끼고 교실 문 쪽을 보았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핸드폰을 보았다.
그런데 또 한 번 시선이 느껴져 교실 문 쪽을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선생님한테 들킬까 긴장한 탓에 인기척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역시나 또 한 번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번에도 별것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일부러 쳐다보지 않았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순간 사방에서 들리는 샤프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뭔가 기괴함마저 느낀 신희윤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보았다.
그때 눈에 보인 것은, 닫힌 문을 뚫고 새하얀 얼굴에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머리가 튀어나와 신희윤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놀란 신희윤이 얼어붙었다.
동시에 옆자리 친구가 물었다.
“희윤아. 왜 그래. 응?”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자마자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
신희윤이 놀라 자기 책상을 내려 보았다.
자신의 손에는 어느새 연필이 들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갈기갈기 찢긴 교과서와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필로 손을 긁고 있던 것이었다.
* * *
승현은 이야기를 듣자 신용선 교수가 이야기했던 사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도 더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다시 물었다.
“다른 일은 없었나요?”
그 질문에 신희윤은 배실배실 웃으며 다음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신희윤은 말하는 내용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밝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 * *
신희윤은 편하게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뭔가 가위에 눌리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분명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장과 벽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손가락, 발가락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입을 열어 소리를 내려 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너도 죽어야 해. 너도 죽어야 해. 너도 죽어야 해. 너도 죽어야 해. 너도 죽어야 해.
귀에서는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희윤은 방에 누가 있는지 보기 위해 애써 눈동자를 돌렸다.
그러자 책상 위에 걸터앉은 한 여자가 머리를 기괴하게 앞뒤로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취한 사람처럼, 천천히 앞뒤로 흔들어댔다.
신희윤이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때, 책상 위에 앉은 여자가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신희윤의 귀에서 차가운 한기가 맴돌며, 누군가 속삭였다.
이제 가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