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5)
제145화.
정체모를 소리를 듣자마자 신희윤은 기겁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찾아온 미칠 듯한 공복감에 그녀는 벌떡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곧장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반찬과 식자재들을 보는 순간, 그녀는 황홀경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냄새도 어찌나 탐스러운지 감히 산해진미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녀는 반찬들과 식자재들을 허겁지겁 꺼내 입에 넣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그게, 신용선이 목격했던 신희윤의 기행 중 하나였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승현이 수연을 보았다.
그녀는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독한 공복감을 느끼는 것도 귀신에 빙의됐을 때 겪을 수 있는 현상 중 하나에요.”
아무래도 신희윤이 귀신에 빙의된 상태라는 걸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오는 이야기들이 자살귀에 빙의된 것 같은데-”
“해맑은데요?”
“자신을 감추려는 거죠.”
승현의 질문에 수연이 대답하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신희윤의 얼굴을 또렷이 보았다.
신희윤은 의아한 얼굴로 수연을 응시했다.
그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
순간 승현은 악취가 한 층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이거-“
쓰레기 냄새 같은 악취와 함께 ‘죽은 무당’ 특집 당시 내내 느꼈던 향냄새 비슷한 악취가 섞여 있었다.
“너!”
갑자기 수연이 신희윤을 보며 버럭 소리쳤다.
모두가 깜짝 놀라 수연을 보았다.
태정의 카메라 역시도 그녀에게 돌아갔다.
“너! 왜 훔쳐 갔어! 어?”
수연이 호통을 쳤다.
“네, 네?”
신희윤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너! 그게 무슨 돈인 줄 알고 훔쳐 가! 어?”
수연이 마구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어, 어, 어!”
“너 때문에 나까지 죽고 말이야! 그게 뭔지나 알아? 그게 뭔 돈인지 알아?”
수연의 고함을 듣던 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죽은 무당’ 촬영 당시 수연의 몸에 들었던 무당 귀신이 다시 들어온 듯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장 내놔! 내놔! 내놔!”
수연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 순간이었다.
“커걱!”
신희윤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지더니 방 한가운데로 쓰러져 버렸다.
그러고는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의자가 쓰러지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희윤아!”
이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의 모친이 달려갔다.
그러자 화영이 그녀를 바로 말렸다.
“안 돼요! 지금은 위험해요!”
빙의가 되어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을 건드리거나 말리면 화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내놔라! 내놔! 내놔!”
수연이 소리쳤다.
현장이 소란스러워질수록 악취도 점점 더 심해졌다.
치직 치직-
태정의 카메라도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었다.
동시에 녹음 중인 마이크에서 ‘삐이-’하는 노이즈가 길게 잡혔다.
아예 촬영이 중단되어 버린 것이었다.
“어어!”
태정이 카메라를 다시 조작했다.
그 사이, 수연의 품에 있던 초코가 경련을 일으키는 신희윤의 몸에 올라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경련을 일으키던 그녀의 몸이 조금씩 얌전해졌다.
캬아아아아악
초코가 신희윤의 얼굴을 보며 송곳니를 세웠다.
신희윤은 축 늘어진 채로 방바닥 한가운데에서 의식을 잃었다.
현장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잠시 촬영이 중단되었다.
일단 신희윤이 다시 일어날 때까지 대기하기로 한 것이었다.
정신이 돌아온다면 인터뷰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승현이 수연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침대에 누워있는 신희윤을 보고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그냥 머릿속에 든 생각을 말한 것뿐이에요.”
수연은 원래대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승현이 묻자 수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전에 그 무당에게 빙의된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의 기운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때, 신희윤이 천천히 눈을 떴다.
“정신이 드니?”
그녀의 모친이 다가와 물었다.
신희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승현과 카메라를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다 뭐예요. 이분들은 다 누구고.”
분위기 역시 조금 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승현은 그런 신희윤을 보다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는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인데요.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승현이 그녀 옆에 쪼그려 앉아 이어 물었다.
“‘미지선녀’라는 분을 찾아뵀을 때. 거기서 무슨 짓을 했나요?”
그의 질문에 신희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 사실은- 돈을 훔쳤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돈을 훔쳐?”
그녀의 모친이 놀라 되물었다.
* * *
신희윤이 신용선과 함께 미지선녀의 점집에 갔던 날.
신희윤은 오만 원짜리가 제법 많이 담긴 붉은색 바구니를 발견했다.
바구니에 정체 모를 한자들이 적혀 있긴 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 오만 원짜리만 보였다.
제대로 정리를 해놓지도 않은 채 어지럽게 들어있는 것이 한 줌 가져가도 모를 것 같았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그때 신용선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 잠시만요.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그가 다급하게 양해를 구한 후 몸을 돌려 전화를 받았다.
그 사이 미지선녀도 뭔가 꺼내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 찬장으로 향했다.
바로 그 순간.
신희윤이 바구니에 손을 넣어 오만 원짜리를 한 줌 쥐어 주머니에 슥 넣었다.
“네,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동시에 통화를 정리한 신용선이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물건을 꺼낸 미지선녀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아주 짧은 순간, 신희윤이 붉은색 바구니에 있던 돈을 훔친 것이었다.
* * *
“그 이후로 매일 밤 가위에 눌렸어요. 눌리고 나면 미칠 듯이 배가 고팠고요.”
신희윤이 울면서 말했다.
“복채를 훔쳤어요. 그 복채를 누가 준 건진 몰라도 지금 붙은 귀신을 위한 복채였을 거고요.”
수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이었다.
“지금 신희윤 씨에게 붙은 귀신은 자살귀로 보여요. 그러면 그 복채는 신령님께 올리기 위한 의미와 함께 그 귀신을 보내기 위한 노잣돈이었을 텐데 그걸 훔쳐 갔으니 귀신이 화가 날만 하죠.”
그녀의 말에 신희윤은 눈물을 흘렸다.
“저한테 들었던 ‘미지선녀’가 자살한 이유 역시 그 자살귀의 한 때문이라면 억울할 만하겠네요. 자기는 정성스럽게 보내주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죽게 됐으니.”
수연이 눈을 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어떡하나요? 어떻게 해야 해요?”
신희윤의 모친이 수연을 붙잡고 물었다.
“넋을 달래줘야죠.”
수연의 답변은 간단했다.
* * *
며칠 뒤.
신용선과 신희윤이 수원 승범보살의 집으로 찾아왔다.
이들에게 붙은 자살귀를 보내주기 위한 사령굿 때문이었다.
신용선은 상당한 금액을 현금으로 내놓았고, 그 앞에서 본격적인 굿판이 열렸다.
이 촬영에는 다른 인원들 없이 태정과 필립만 참여를 해 영상과 사진만 담았다.
여기서도 역시 신희윤이 또 한 번 빙의되어 경련을 일으켰고, 승범보살이 무구로 귀신을 몰아내는 장면이 연출 되었다.
그렇게 이번 촬영 역시도 승범보살의 굿 장면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번 특집은 ‘피 묻은 복채’라는 이름으로 구성이 되어 완성본이 제작 되었다.
그리고 예고편도 빠르게 작업이 되어 너튜브와 RBS 채널에 송출이 되었다.
특히나 이번 취재는 이전의 ‘죽은 무당’ 특집과 연결되는 장면 및 내용이 여럿 있다 보니 생각보다 촬영과 편집이 빨리 끝나 비축분을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었다.
한동안 바쁘게 취재, 편집 일정을 맞춰야 했던 상황에서 다시 한시름 놓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본 방영 날.
방영이 되었을 때에는 약 13% 시청률을 보였다.
이번 특집 역시 바로 지난 회차에 비해 시청률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역시나 선전한 것은 분명했다.
또한 이전 특집과 연결이 되어 있어 너튜브에 올라온 지난 ‘죽은 무당’ 특집의 조회 수가 소폭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덕분에 [미스터리 탐사대] 프로그램 전체 조회 수 트래픽은 상승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이번에는 무속신앙에 대한 검색 트래픽이 상당히 늘어났다.
무당이 자살한 사건에 이어 복채를 훔쳤던 여학생이 귀신에게 시달리는 내용이 방영되다 보니 관련 내용에 대해 해석하는 블로그나 너튜브 영상들이 많이 업로드 됐다.
특히나 너튜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다른 무당들 사이에서 주로 다뤄지면서 무속 키워드의 알고리즘이 요동을 쳤다.
덕분에 하나의 너튜브 트랜드로써 작용을 하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이쯤부터 해서 [미스터리 탐사대]의 영상 클립 중 하나가 계속해서 너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등록이 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만큼 여러 특집 영상들이 여러 키워드를 품고 여러 알고리즘에 태워져 있었다.
*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은 다음 특집을 기획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서칭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계속 비슷한 분위기의 촬영만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다들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때, 태정이 인터넷 뉴스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우. 벌써 20년이나 됐네요.”
“뭐가?”
승현도 자기 모니터에 떠있는 흉가 포스팅들을 내려 보며 심드렁하게 받아쳤다.
굉장히 형식적으로 물어보는 느낌이었다.
“기억 안 나세요? 2000년대 들어서 손에 꼽히는 참사 중에 하나요. 안양 여신빌딩 화재 사건이요.”
“아. 기억난다. 벌써 20년이나 됐나?”
“그러네요. 오늘이 딱 20주년이래요.”
“지금 그 자리에는 뭐가 올라왔대?”
“아뇨. 그 빌딩 지금 아직 그 자리 그대로 있대요. 귀신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아무 것도 못 하고 있다는데요?”
태정이 인터넷 뉴스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20년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다고? 도시 한 가운데?”
승현이 놀라 검색을 해보았다.
실제로 흉물스러운 4층짜리 건물을 바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거 좀 괜찮으려나요?”
태정이 의자 등받이에 푹 기대앉으며 승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승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건물의 다른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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