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6)
제146화
# [여신빌딩 화재> 특집
안양 여신빌딩 화재 사건.
스무 살이 넘은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대형 화재사건이었다.
세기말 분위기에 사람들이 들떠있던 2000년 전후 쯤.
안양 시내에서 외곽으로 쭉 빠지면 오래된 상가 건물이 하나 있었다.
근처에 빌라와 달동네가 있어 나름대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근처 주민들은 이 건물 주위에서 많은 것들을 해결하며 지내고 있었다.
1층에는 슈퍼마켓과 작은 식당.
2층에는 호프집.
3층에는 PC방.
4층에 인력사무실과 같은 소규모 업장이 들어섰고 지하에는 노래방이 입점했다.
사건이 났던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건물 안 모든 영업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노래방에서 시작이 되었다.
지하 노래방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었다.
문제는 노래방 사장이 화재 경보를 울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 해결을 하려 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소화가 되지 않았고,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에 노래방 손님들은 모두 대피했고, 연기를 일찍 발견한 1층 슈퍼마켓 주인과 1층 식당 손님들도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말이었던 지라 4층의 각종 소형 사무실도 모두 비어 있어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문제는 2층 호프집과 3층 PC방이었다.
이 두 곳은 창문도 열어놓지 않는 곳이라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는 걸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1층이 불과 연기에 휩싸일 때까지 대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뒤늦게 연기를 발견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정문 계단은 이미 연기와 불길에 잠식된 상태였다.
비상계단을 이용하려 해도 그곳에 온갖 물품을 쌓아놓은 탓에 도망가지 못했다.
이내 2층 호프집에도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기도 했고, 몇몇은 연기에 질식되어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다.
그렇게 2층 호프집에서 5명의 사망자와 12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3층 PC방이었다.
그곳은 2층이 연기에 휩싸이는 동안에도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호프집에서 울린 화재 경보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었다.
더구나 당시에는 PC방 실내흡연이 가능한데다가 환기 시설도 좋지 않아 연기를 즉각적으로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대피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었고, 3층도 순식간에 유독가스에 휩싸이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창문도 모두 막아놓아 창문을 열고 탈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몇몇 이용객들은 모니터를 던져 창문을 깨고 건물 밖으로 몸을 던졌지만 그것대로 사망으로 이어졌다.
그중 3명 정도는 중상 정도에 그쳐 그나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다만 나머지 이용객 20명 정도는 출구 쪽에 뒤엉킨 채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
총 25명이 죽은 대형 참사.
그것이 여신빌딩 화재사건의 진상이었다.
* * *
“그때 건물주랑 소방점검 했던 담당자들. 비상계단에 물건 쌓아뒀던 사람들, 모조리 줄줄이 소시지로 구속되고 그 건물은 여태 방치 상태라는 거네요.”
태정이 인터넷으로 각종 서류들을 출력해 확인해 보며 말했다.
그 사이 화영은 그 근처 공인중개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 빌딩에 대한 행정적인 정보를 수집해 보았다.
“경매로 올라와 있는데 사가는 사람은 없네요. 계속 유찰이 뜨는 모양이에요.”
화영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유동인구도 별로 없는 지역에 25명이나 죽은 상가 건물을 누가 사겠어.”
승현이 받아쳤다.
“여기로 결정하실 거예요?”
장혁이 물었다.
“여기서 귀신이 나온다는 건 무슨 이야기야?”
승현이 태정을 보며 물었다.
“아. 여신빌딩 20주년 관련 기사에 댓글로 써 있더라고요. 그 건물 깨진 창문 쪽에 귀신이 서있는 게 보인다고요.”
태정이 대답했다.
그때 화영도 너튜브에서 여신빌딩을 검색해 본 후 덧붙였다.
“PD님. 너튜브 검색해 보니까 공포 콘텐츠 하는 스트리머 중 몇 명이 벌써 거기를 갔다 왔던데요?”
“그래?”
승현이 바로 너튜브에서 여신빌딩을 검색해 보았다.
[여신빌딩 영상 삭제 공지] [너튜브 심의에 걸려서 삭제 된 여신빌딩 방문 후기] [절대 가지 말아야 할 한국의 흉가 : 여신빌딩]실제로 여신빌딩을 수색하는 실황 영상은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공포 콘텐츠 스트리머들의 공지를 확인해 보니 생방송 영상과 클립 영상이 심의 문제로 모두 삭제가 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스트리머들은 방문 이후 하나 같이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 휴식기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었다.
‘내용만으로 봤을 땐 충분히 취재 가치가 있겠는데.’
승현은 모니터를 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야오옹-
그때 초코가 구석에서 승현을 보며 울었다.
승현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초코를 보았다.
초롱초롱한 눈에 귀여운 삼색 무늬를 가진 아기 고양이 초코도 마치 생각을 하는 듯한 눈빛으로 승현을 응시했다.
순간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불쌍한 넋들을 달래줘야지.”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소녀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란 승현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은커녕 귀신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은은하게, 탄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어떡할까요? 짬 시켜요?”
장혁이 다시 물었다.
“여기 촬영해보자. 이번에는 필립 씨 꼭 부르고. 수연 씨도.”
“네.”
승현의 지시에 화영이 핸드폰을 들며 대답했다.
그 사이, 승현은 자신이 들은 그 목소리가 초코의 목소리인 건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초코를 보았다.
* * *
며칠 후 오후.
승현 일행과 필립, 수연이 탄 차량이 안양시 외곽으로 향했다.
이내 울창했던 빌딩들이 잦아들고,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허름한 빌라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끝에, 불에 그슬린 흔적이 역력한 건물이 한 채 나타났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듯한 외벽은 그 색이 언뜻 남아 있었지만 창문과 문 주위에는 시커먼 흔적이 남아 있었다.
[1F 태양 슈퍼마켓] [1F 할머니 생선구이] [B1 별빛노래연습장] [2F 뽀삐뽀삐 HOF] [3F 저그드랍 PC방] [4F 파출부 쓰실 분 / 하실 분 모집 – 근성 인력사무소] [4F 세비 건축] [4F 영 디자인]건물 외벽과 입구 쪽에는 90년대 스타일의 간판과 스티커 홍보전단지가 지저분하게 붙어 있었다.
이 역시도 검은 그슬림과 함께 손바닥 자국, 손가락 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이 무척 흉물스러웠다.
“이런 건 그냥 나라 차원에서 철거를 해도 괜찮을 텐데.”
태정이 카메라를 들고 건물 전경을 찍으며 말했다.
“오프닝으로 여신건물 화재 사건 당시 자료화면들 내보내고 내레이션으로 촬영지 선정 스토리 짧게 치고 그리고 현장으로 이어지면 되죠?”
그 사이 화영은 초코를 내려놓으며 이동 중, 자신이 구상한 콘티를 말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태정에게 손짓했다.
자신을 촬영하라는 의미였다.
태정이 승현을 촬영하자 그는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네. 저희는 약 20년 전, 대형 화재사건으로 약 마흔 명 정도 사상자를 냈던 안양시 소재 여신빌딩에 나와 있습니다.”
승현은 카메라 앞에서 당시 사건에 대한 내용을 한 번 더 간략하게 정리를 해주었다.
그 사이 필립은 건물 전경을 꼼꼼하게 촬영해 두었다.
찰칵 찰칵 찰칵
그는 다양한 구도에서 촬영을 하고 망원렌즈로 교체 후 깨진 창문 쪽을 당겨 촬영했다.
“그러면 저희는 건물 안 쪽으로 진입해 보겠습니다.”
승현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돌아섰다.
순간 승현의 코끝으로 강한 탄내가 휘몰아쳐 들어왔다.
걸음을 옮기던 승현이 멈춰 섰다.
“왜요?”
뒤따라오던 태정과 화영이 멈칫했다.
승현은 강한 악취를 느끼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태정의 카메라 뒤로 수연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필립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것은, 커다란 망원렌즈로 촬영 중인 필립의 등 뒤에 서서 흥미롭게 이쪽을 관찰하고 있는 시커먼 귀신의 모습이었다.
노을이 지고 있는 오후.
약해지는 태양빛을 받아 귀신의 형체가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과 쪼글쪼글한 두피.
얼굴의 피부는 녹아내려 뼈가 반쯤 보이는 흉측한 모습이었다.
“필립 씨!”
승현이 불렀다.
“네?”
사진을 찍던 필립이 놀란 얼굴로 승현을 보았다.
동시에 등 뒤의 귀신도 승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흰자가 없는 검은 눈과 시커먼 이빨.
공포영화 속에서 보이던 흉측한 괴물, 혹은 빌런인 귀신같은 외모였다.
승현은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소리 지르면 안 돼요.”
순간 수연이 말했다.
그녀 역시도 귀신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승현이 그녀를 보자 빠르게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 있는 영가들은 사고로 인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영가들이잖아요. 만약 보고 놀라게 되면 굉장히 불쾌해해서 해코지를 할 수도 있어요.”
한 마디로 여기 있는 귀신들은 그저 억울하게 이곳에 머물고 있을 뿐인데 악귀를 보고 놀란 것처럼 불쾌해하면 되레 화를 낸다는 말이었다.
“아.”
승현이 다시 필립을 보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필립 뒤에 있던 귀신은 사라진 후였다.
“다시 가보죠.”
승현이 돌아서서 말했다.
“건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바스락-
바닥에는 온갖 쌀과 팥들이 지저분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심지어 구석에는 썩은 우유와 빵도 놓여 있었다.
태정은 그것을 클로즈업 해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에 방문했던 다른 스트리머들이 여기 있는 영혼들을 달래기 위해 놓은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상온에 이렇게 놔둬서인지 벌써 다 썩었네요.”
봉투 안에 있는 빵에는 하얀 곰팡이가 징그럽게 피어나 있었다.
“이런 건 영가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뒤에 있던 수연이 말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도도도도도도
그때 초코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서 울어댔다.
냐아아아아- 냐아아아아-
이쪽으로 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승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지하 노래방으로 가는 길을 가리켰다.
“먼저 지하부터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재가 처음 시작된 곳부터 둘러보는 것이 더 흥미롭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승현 일행은 시커멓게 변한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사이에도 초코는 구슬픈 눈으로 승현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