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7)
제147화.
지하 노래방은 두꺼운 문까지도 시커멓게 그슬려 있었다.
승현 일행은 저마다 손전등과 카메라 조명을 켜고 주변을 비추며 계단을 내려갔다.
벽에는 부분부분 남은 최신곡 홍보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노래방 번호와 노래 제목은 온통 2000년대 전후 곡들이었다.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군요.”
승현은 포스터를 한 번 가리킨 후 노래방 입구를 보았다.
그곳에도 역시 바닥에 각종 무구들이 떨어져 있었다.
“열어보겠습니다.”
승현이 문을 열자 ‘끼익-’하는 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노래방 로비와 방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시커멓게 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 원래의 인테리어가 어땠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당시 수사 결과로는 5호실 난로에서 화재가 시작됐다고 했어요.”
화영은 당시 뉴스 기사들을 보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말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보았다.
저주나 받아라.
다 죽을 거야!
한쪽 벽에 붉은색 락카로 칠한 낙서가 눈에 띄었다.
봤을 때 누군가 일부러 장난을 친 듯했다.
검은 그슬림 위로 그려져 있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런 낙서가 분위기를 더욱 음산하게 만들어 주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걸을 때 나는 발소리도 먼지와 잡동사니 때문에 더욱 크게 들렸다.
승현은 뒤에 일행들이 잘 따라오는지 수시로 확인하며 5호실 쪽으로 향했다.
노래방 안이 보이는 유리와 촌스러운 스티커와 일부는 열려 있고 일부는 닫혀 있는 문이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개중에는 불길 때문인지 깨진 유리창들도 곳곳에 보였다.
바작-
깨진 유리창을 밟자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승현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모든 일행들이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이었다.
바작-
승현의 앞쪽에서 유리 밟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사람이 밟은 것 같은 그런 소리였다.
“뭐야.”
태정이 자신도 모르게 아주 작게 말했다.
승현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다시 발을 떼보았다.
코에서는 탄내와 함께 묘한 악취가 은은하게 느껴지고 있는 상태.
‘귀신의 흔적’이 분명했다.
바작 바작 바작
승현은 5호실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내부가 보이는, 깨진 유리창 쪽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휴우.’
다행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시커먼 재를 뒤집어쓴 TV와 흉물스럽게 녹아내린 벽지, 소파, 마이크와 같은 집기들만 보일 뿐이었다.
“여기가 화재가 처음 시작된 곳인 것 같습니다.”
승현이 5호실 문을 열고 옆으로 살짝 비켜섰다.
그러자 태정이 곧장 내부를 부드럽게 촬영했다.
“저도.”
이내 필립이 태정 옆에 서서 스트로브를 연결한 후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이었다.
찰칵!
셔터음과 함께 스트로브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순간 모두의 눈에 시커먼 귀신의 형상이 보였다.
“으악!”
“꺄악!”
일행 모두 놀라 움츠러들었다.
깜짝 놀란 필립도 방금 촬영한 사진을 보기 위해 LCD 화면을 보았다.
스트로브가 번쩍이며 밝아진 5호실 가운데로, 카메라를 향해 돌진하는 하얀 형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일행이 육안으로 본 것처럼 검고 선명한 귀신의 모습이 아닌, 희뿌연 형체로 포착된 것이었다.
“노래방에서는 사상자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왜 여기서 귀신이.”
필립이 놀라 물었다.
승현도 이에 대해 뚜렷하게 답변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 건물을 돌아다니고 있는 거예요.”
대신 수연이 나지막이 말했다.
“스트리머들이 여길 왔다가 건강 이슈가 생긴다든가, 너튜브 심의에 걸린다든가- 했던 이유는 그럼 뭘까요.”
화영이 물었다.
“자극적인 장면이 있었던 것 아닐까요. 욕설이 심하게 들어갔다든가.”
승현이 노래방 안쪽을 보며 대답했다.
여전히 묘한 악취가 폴폴 풍기고 있었다.
야오옹- 야오옹-
어디선가 초코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승현은 5호실 앞에서 나와 출입구 쪽을 보았다.
역시나 초코가 문 앞에 서서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따라오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올라가 볼까요?”
승현이 말했다.
수연이 고개를 끄덕인 후 출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초코가 계단 위로 도도도 뛰어 올라갔다.
마치 일행의 말을 모두 알아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일행은 다시 1층으로 올라왔다.
1층에 있는 슈퍼마켓과 식당은 모두 바깥과 연결이 되어 있어 내부를 바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진열대와 고장 난 냉장고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옛날 슈퍼마켓 분위기 그대로였다.
냉장고 겉에 칠해진 아이스크림 브랜드 스티커 또한 2000년대 유행하던 것들이었다.
이곳은 그래도 외부와 연결되어 화마에 잠식되지는 않은 탓인지, 그래도 많은 것들이 보존되어 있었다.
승현이 카메라 앞에서 수시로 멘트를 하며 1층 매장을 모두 둘러보았다.
그리고 2층 호프집 쪽으로 이동을 했다.
바닥에 노란색 폴리스라인 리본이 떨어져 있었다.
한때 통제를 했던 곳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2층은 호프집이었습니다. 지금 들어가 보겠습니다.”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말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지독하다.’
이곳에 온 뒤 은은하게 풍겨오던 악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뽀삐뽀삐 호프집은 2000년대 굉장히 유행했던 프렌차이즈였죠.”
승현이 검게 탄 카운터 뒤에 있는 뽀삐뽀삐 로고를 가리켰다.
“맞아요. 대학 다닐 때 한참 많이 갔는데.”
화영이 옆에서 거들었다.
“후.”
승현은 계속 심해지는 악취에 코를 매만지며 매장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뽀삐뽀삐 술집은 성인 남성 가슴 높이의 파티션으로 테이블이 분리되어 있는 곳이었다.
한 번에 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열 개 이상 놓여 있었고, 좌석은 파티션에 부착된 일체형 소파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술집 끝에는 단체 손님을 위한 긴 테이블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6인용 소파를 쭉 연결해 놓은 것으로 스무 명 이상 앉을 수 있는 규모였다.
“메뉴판이네요.”
승현이 바닥에 놓여 있는 두꺼운 메뉴판을 발로 슥 펼쳐 보았다.
태정이 먼지와 재에 뒤덮인 메뉴판을 클로즈업 했다.
“감자튀김. 오뎅탕. 해물누룽지탕. 전형적인 메뉴들이네요.”
태정은 200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과 폰트를 보며 말했다.
그 사이, 승현은 술집 깊숙이 들어갔다.
달그락
그 순간이었다.
구석 파티션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일행의 모든 조명과 시선이 그쪽 테이블에 집중 되었다.
하지만 멀리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승현은 태정의 카메라를 보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가 보았다.
다가갈수록 구석 테이블이 선명하게 보였다.
다만 테이블 아래와 소파 아래는 보이지 않는 구도였다.
저벅
저벅
저벅
승현은 뭔가 나타날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조금 전, 노래방에서 겪었던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구석 테이블에 거의 근접했을 때는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승현은 카메라가 녹화 중인지 한 번 돌아보고는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테이블 아래로 손전등을 비췄다.
냐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초코가 확 튀어나왔다.
“우왁!”
승현이 중심을 잃고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도도도도도
그 사이 초코는 승현의 어깨를 밟고 풀쩍 뛰어오르더니 어딘가로 휙 달려가 버렸다.
“커걱!!”
동시에 수연이 갑자기 쓰러져 버렸다.
“수연 씨!”
화영과 필립이 동시에 수연에게 달려들었다.
태정의 카메라도 바로 쓰러진 수연에게 돌아갔다.
덜덜덜덜덜덜덜
파닥 파닥 파닥 파닥
수연은 입에 거품을 문 채로 경련을 일으켰다.
눈도 흰자위로 치켜뜬 것이 굉장히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다.
“수연 씨! 수연 씨!”
필립이 수연의 몸을 누르며 소리쳤다.
바닥에 깔려 있던 먼지와 재들이 뽀얗게 피어 올라왔다.
승현은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로 수연을 보다 더욱 소름 끼치는 것을 발견했다.
서서는 보이지 않던, 테이블과 소파 아래로 시커먼 얼굴의 귀신들이 눈을 희번덕 뜨고 있는 것이었다.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다닥
테이블 밑에 있는 귀신들이 턱을 빠르게 움직이며 이빨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수연 씨!”
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그 광경을 보지 못하고 수연만을 챙기고 있었다.
“선배! 일어나셔야 해요!”
태정도 다급하게 소리쳤다.
승현은 허겁지겁 일어나 수연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가, 나갑시다.”
승현이 말했다.
그러자 필립이 수연을 확 안아 들더니 출구 쪽으로 달려갔다.
이어 승현과 태정, 화영도 일단 건물 밖으로 나갔다.
* * *
밤 9시.
수연은 차 안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앉아 있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마치 차가운 물에 빠졌다가 갓 올라온 사람 같았다.
화영이 옆자리에 앉아 그런 수연을 챙겨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촬영에서 동행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 같았다.
승현과 태정, 필립은 차량 밖에 서서 그런 수연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귀문이 열려 있을 경우에 귀신이 있는 곳에 들어가면 가끔 저러기도 한 대요.”
태정이 말했다.
“그래도 무당이면 그런 걸 컨트롤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필립이 물었다.
그러자 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컨트롤을 할 수 있는데 한이 강한 귀신이 많이 있으면 포화상태에 이를 수도 있죠.”
“그건 그럴 수 있겠다.”
이야기를 듣던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떡하죠? 촬영을 미뤄야 하나.”
태정이 건물을 슥 올려 보며 물었다.
“미룰 필요까진 없을 것 같은데. 일단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우리끼리만이라도 가보는 게 어때?”
승현이 대답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요새 일거리 많아서 다음엔 시간 내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필립이 카메라를 들며 거들었다.
“네. 그렇게 해보죠.”
태정도 촬영용 카메라를 들고 대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