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8)
제148화.
승현이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하며 걸음을 옮겼다.
“귀신이 많이 있는 경우, 귀문이 열린 사람은 방금 수연 씨처럼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곳에는 아무나 드나들면 안 된다고 합니다.”
필립이 승현 옆에서 걸어가며 물었다.
“보통 사람들이 자기가 귀문이 있는 걸 모르죠?”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특별히 무속신앙을 접하는 분이 아니라면 모르겠죠? 심지어 ‘귀문’이 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승현과 필립이 대화 형식으로 오디오를 채워주었다.
그렇게 셋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2층 호프집으로 들어갔을 때, 승현은 다시금 악취를 느꼈다.
들어가자마자 자세를 낮춰 테이블과 소파 아래를 보았지만 아까 보았던 귀신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중앙 테이블 쪽에 초코가 가만히 앉아 눈을 번쩍이고 있는 것만 보일 뿐이었다.
“초코야. 이리 와. 초코야.”
승현이 쪼그려 앉아 오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초코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순간 승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코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귀신이 나타나는 현상에 특정 패턴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초코가 울거나 하악질을 할 때는 근처에 귀신이 있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정작 초코가 저렇게 떡 버티고 있을 때엔 귀신이 나타나지 않았다.
방금 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초코가 테이블 밑에서 튀어나와 어딘가로 가자마자 귀신들의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여러 상황을 돌이켜 봤을 때 예외도 분명 있었지만 귀신들이 초코에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한 마디로 귀신이 해코지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었다.
“초코!”
승현이 다시 불렀다.
그제야 초코가 테이블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승현 앞으로 다가왔다.
꼬리를 바짝 세우고 있는 것이 뭔가 경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승현은 초코를 안으려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코의 반응을 유심히 보기 위해서였다.
“이곳에는 특별할 게 없는 것 같은데요?”
필립은 불 탄 호프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말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옆을 보았다.
카운터 옆쪽으로 주방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주방 입구 바로 옆으로 남녀공용 화장실 입구가 보였다.
승현은 손전등으로 그곳을 비춘 후 걸음을 옮겼다.
“주방 뒤쪽으로 비상계단이 있던 것 같습니다.”
승현이 한쪽 구석에 보인 비상구 표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비상계단 쪽에 물건을 쌓아둬서 문이 안 열렸다고 했죠?”
“네. 그래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필립과 승현이 이야기를 나누며 주방 쪽으로 들어갔다.
손전등 불빛은 검게 탄 주방 집기와 싱크대를 비췄다.
그 순간이었다.
퉁-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행 모두 깜짝 놀라 비상계단 쪽을 가리켰다.
퉁-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승현이 한 걸음 다가가며 물었다.
하지만 아무 응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퉁 퉁 퉁 퉁 퉁 퉁
그 소리는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굉장히 불규칙한 것이 한 명이 두드리는 것 같지 않았다.
순간 초코가 호프집 밖으로 달려 나갔다.
승현과 태정, 필립의 시선이 일순간 초코에게 향했다가 다시 비상계단으로 갔다.
동시에 보인 것은 시커멓게 탄 귀신들이 곳곳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열어줘- 열어줘-
승현의 귀에는 귀신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렬한 한기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통에 순간 머릿속이 햐얗게 되었다.
찰카라라라락-
반면 필립은 정신을 똑바로 잡고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으로 비상계단 쪽을 촬영했다.
번쩍 번쩍-
스트로브 플래시가 연이어 깜빡이자 귀신들의 모습도 깜빡거렸다.
퉁
문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한 번 들리더니 이내 침묵이 찾아왔다.
그리고 눈에 선명히 보이던 귀신들도 사라져 있었다.
다들 토끼처럼 놀란 눈을 깜빡였다.
“여기 있기 힘들어지는데요. 하하, 하하하.”
태정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집중해.”
승현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PD님.”
그때 촬영한 사진을 확인해 보던 필립이 불렀다.
승현이 다가가자 필립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진 한번 보실래요?”
그는 방금 연속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새하얀 형체들이 비상구 쪽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것이 담겨 있었다.
“와…….”
이번에도 흐릿하게나마 귀신을 제대로 담아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거 보세요. 문 두드리는 소리 난 이후에 촬영된 거거든요?”
필립은 마지막 사진을 보여주었다.
굳게 닫힌 비상구 문 쪽에 검은 손자국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재에 뒤덮인 검은 문을 손으로 찍은 듯한 모양이었다.
“조금 전 촬영할 때는 없던 손자국이 문소리가 난 이후로는 생겨 있어요.”
필립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승현이 비상구로 손전등 불빛을 다시 비췄다.
그러자 수십 개의 손바닥 모양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거, 뭐죠?”
태정이 손바닥 모양을 클로즈업했다.
잠시 그곳을 바라보던 승현이 주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귀신이 떼거지로 포착이 된 그곳으로 직접 걸어가는 것이었다.
“선배. 위험해요!”
태정이 나지막이 외쳤다.
하지만 승현은 괜찮다는 손짓을 하고는 비상구 쪽으로 다가갔다.
손바닥 모양은 점점 더 선명하게 보였다.
코끝을 찌르는 타는 냄새와 함께 나는 악취.
비상구 쪽에 몰려들어 있는 귀신과 손바닥 자국.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걸 종합해 봤을 때 이곳에서 죽은 귀신들은 이 비상구가 열려 있기를 바랄 수도 있었다.
승현은 비상구 문고리를 잡고 돌려보았다.
끼리리릭-
녹이 슨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돌아갔다.
그리고 힘을 줘 열어보았다.
끼기기기기긱-
고막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비상구 문이 열렸다.
우당탕탕- 구당탕-
밖에 있던 플라스틱 주류 박스들이 문에 밀려 계단 아래로 쏟아졌다.
와장창- 와장창- 챙그랑-
일부 공병들도 계단에 나뒹굴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20년 넘게 버려져 있던 박스들이었다.
“후.”
승현은 피어오르는 연기에 계단 아래로 손전등을 비춰보며 손부채질을 했다.
“이제 2층은 다 본 걸까요?”
필립이 승현 옆에 다가와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3층으로 가보죠.”
그는 3층으로 올라가는 비상계단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3층 PC방 쪽 비상구 역시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들이 쌓여 있어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셋은 다시 호프집 정문 출입문으로 나와 3층 PC방으로 이동해야 했다.
*
3층 PC방은 더욱 처참했다.
컴퓨터와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들이 사방에 나뒹굴고 있었다.
정말 엄청난 폭풍이라도 몰아친 것 같았다.
거기에 시커먼 재들이 내려앉아 굉장히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초코는 어느새 카운터에 앉아 승현을 빤히 보고 있었다.
승현은 초코에게 대충 눈짓을 해 보인 후 걸음을 옮겼다.
“바닥 조심.”
승현이 앞장서 걸으며 바닥을 가리켰다.
그 당시 컴퓨터 모니터는 뒤가 볼록한 형태기 때문에 본체와 모니터, 모두 부피가 제법 큰 편이었다.
거기에 온갖 집기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으니 한 걸음 뗄 때마다 발에 걸려댔다.
승현은 PC방 카운터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며 책상 밑과 천장을 슥 확인해 보았다.
악취를 제외하고는 ‘귀신의 흔적’이 포착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PC방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던 승현은 뭔가 이상한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왜요?”
태정이 물었다.
승현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 후 귀를 기울여 보았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주 작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 안 들려요?”
승현이 필립을 보며 물었다.
필립은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를 들어보았다.
“아뇨.”
필립은 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승현이 태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태정도 안 들렸는지 어깨를 으쓱이고는 가방에서 헤드폰과 케이블을 꺼냈다.
그리고는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카메라와 연결했다.
승현은 그런 태정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지이이이이이이잉-
태정은 카메라에 장착된 마이크 볼륨을 최대로 키웠다.
그러자 기본적인 노이즈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자박 자박 자박-
초코가 카운터에서 서성이는 발소리까지 마이크에 담길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정은 승현이 말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무슨 소리 들려?”
승현이 작게 물었다.
그 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
태정은 소리를 내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순간이었다.
“뭘 엿들어?”
굉장히 기괴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정이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보았다.
승현과 필립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였다.
팟-
치지지직 치지지지직-
스스스스스스스스-
이내 헤드폰이 툭 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카메라가 요란하게 깜빡였다.
이어 노이즈도, 숨소리도 아닌 이상한 소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어어, 이거 왜 이래.”
태정이 헤드폰을 벗은 뒤 카메라를 확인해 보았다.
카메라의 전원 표시등도 요란하게 깜빡이는 것이 정상이 아닌 듯했다.
“카메라가 완전 먹통이 된 거 같아요.”
태정이 카메라의 설정을 확인하며 말했다.
하지만 설정 메뉴에 들어가 있는 와중에도 LCD화면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필립 씨는 어때요?”
승현이 물었다.
“저도 지금 에러가 뜨는데요?”
필립의 카메라 역시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이게 지금-”
승현이 다시 PC방 전경을 둘러보았다.
냐아아아아앙-
그때, 초코가 뭔가를 보고 깜짝 놀란 듯 출구로 달려 나갔다.
승현이 놀라 초코를 본 뒤 다시 PC방을 보았다.
그때, 천장에 이상한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커멓게 탄 얼굴들이 천장의 깨진 석고 택스 곳곳에 드러난 것이었다.
츠즈즈즈즈즈즈즈
이어 태정이 들은 그 기괴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마치 천장에서 무언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소리기도 했다.
“우욱! 우욱!”
동시에 태정이 갑자기 토를 할 것처럼 구역질을 하며 비틀대기 시작했다.
“태정아!”
승현이 소리쳤다.
“우웨엑-!”
그가 태정을 부축하려 손을 뻗는 순간 그가 피를 토했다.
온몸의 피를 전부 쏟아버릴 것처럼, 폭포처럼 피가 내뿜어졌다.
“나가! 나가! 나가!”
승현이 태정을 부축한 채 소리쳤다.
필립도 허겁지겁 반대편에서 태정을 부축한 후 PC방 밖으로 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