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49)
제149화.
밤 11시.
태정은 숨을 몰아쉬며 주차한 차에 기대서서 연달아 담배를 피워댔다.
피를 토한 후 밖으로 나온 그는 헛구역질을 하거나 복통이 싹 사라져 있었다.
다만 토혈을 했다는 것 자체의 충격으로 심란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 증상에 대해 수연은 건강상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피를 토했다는 건 귀문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거부반응 중 하나일 수 있어요.”
수연이 태정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도 저곳의 영가를 느끼고 경련을 일으켰던 것처럼 AD님도 뭔가 좋지 않은 기운을 느끼고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죠.”
“건강상의 문제는 없는 건가요?”
승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건강에 문제가 있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저곳에 있는 귀신들이 귀문이 있는 AD님한테 들어가려다가, AD님의 수호령이 쫓아낸 것이라 보여요.”
“수호령?”
“네. 많은 사람에게 수호령이 있거든요. 더구나 AD님은 무속인의 피가 흐르시는 분이잖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한 신이 옆에 있을 수 있죠.”
“이거, 너튜브 심의에 걸렸던 생방송 장면들이 이런 것 때문이었나?”
승현이 건물을 올려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피를 토하고 거품 물고 쓰러지고. 이 두 개 장면이 생방송으로 노출되면 바로 너튜브 심의 걸리긴 할 각인데요?”
필립이 거들었다.
“여기서 촬영을 이어가야 할까요?”
화영이 물었다.
어느새 초코도 화영의 품에 안겨 있는 상태였다.
승현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수연의 쇼크와 태정의 토혈이 번갈아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촬영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지 회의적이었다.
더구나 본 특집은 진실을 파헤치거나 강력사건이 연루된 건이 아니었다.
이미 진실이 규명되어 있는 대형 참사 현장에서의 촬영인 만큼 조사나 수색을 할 필요는 없었다.
괜히 무리해서 촬영을 진행하다가 피해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현장 촬영은 멈추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었다.
승현은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며 차에 기댔다.
그때 화영이 다가와 말했다.
“이번 특집은 촬영 방향을 좀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바꾸다니?”
“일단 귀신이나 기현상은 담기긴 한 상태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여기서 가족을 잃은 유족들 입장에서는 이번 특집 내용 자체를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기 가족의 영혼들이 이런 콘텐츠로 소모된다고 여길 수도 있고요.”
“그건 그렇지.”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에서의 공포 장면들은 그대로 쥐고 가되, 망자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컨셉으로 영상을 꾸리고 유족들의 인터뷰도 포함시켜서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쪽이 좋을 것 같아요.”
“일리가 있는 말이야.”
승현은 턱을 만지며 고민하다 바로 화영에게 지시를 했다.
“화영아. 유족들 영정사진들 수집하고 사망자 명단이랑 묻힌 곳, 싹 서칭해. 유족들한테 연락 돌려서 인터뷰 가능하신 분들 정리해 놓고.”
“네, 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그 작업 들어가자고. 오늘 촬영은 여기까지 합시다.”
승현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 * *
이번 ‘여신빌딩 화재’ 특집에서의 귀신 및 기현상 촬영은 이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화영의 의견대로 그 외 부분들에 대해 촬영을 이어갔다.
소방당국과 컨택을 해 유족들의 연락처를 구했고, 화재와 사고의 경각심을 불러주기 위한 특집이라고 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아울러 사고 사망자들의 영정사진, 혹은 생전의 해맑은 사진들을 보내달라고 했다.
또한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터뷰도 추가적으로 진행했다.
– 생존자 김모 씨: 그날 일을 잊을 수 없어요. 2층 술집에서 술을 먹고 있었는데 어디서 묘하게 타는 냄새가 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주방에서 뭘 태운 줄 알았어요. 아니면 재떨이에서 뭐가 타든가요. 근데 점점 주변이 뿌옇게 되더니 화마가 휩싸이더라고요.
– 생존자 성모 씨: 도망쳤죠. 비상계단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어요. 정문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잔뜩 들어차 있었고요. 그래서 창문으로 뛰어 내렸어요.
– 생존자 전 모씨: 그때 그 비명소리를 잊지 못합니다. 만약 저도 주방 비상계단으로 갔으면 저도 죽었을 거예요. 무릎 하나 나가고 목숨 건진 게 천만 다행이죠…….
– 유족 유모 씨: 생전 PC방이라고는 안 가던 놈이었는데. 그날따라 친구랑 간다고 나선 게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거기서 그렇게 뜨거워 고통스러워하는 걸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저며요.
– 유족 선 모씨: 이건 인재(人災)에요. 비상구를 그렇게 막아놓고 있으면 대체 어떡합니다. 누가 책임을 졌어요? 누가 우리 아들 죽은 거- 누가 책임지냐고요. 누가 책임 졌어요? 누가요? 우리 아들은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죽었는데 꼴랑 감옥 갔다고 책임을 다했다고요?
슬픔과 분노, 트라우마로 점철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가 곳곳에 삽입이 되었다.
그리고 사고 당시 상황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성해 영상 앞부분에 배치했다.
여기에 슬픈 클래식 음악과 함께 사망자들의 사진들이 천천히 흘러가는 장면도 추가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공익적인 성격과 슬픔 감성을 지닌 다큐멘터리로 편집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마지막 장면은 굿으로 하기로 했다.
승범보살과 수연이 함께 건물 앞에 와 굿판을 벌였다.
태정과 필립은 그 모습을 감각적으로 담아 편집본에 포함 시켰다.
* * *
예정된 날짜에 예고편이 송출되고 이후 본 방송이 방영되었다.
본 특집은 예고편 때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20대, 30대 이후부터는 여신빌딩 화재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 이번에 여신빌딩 화재 참사 다룬다는 거 맞음????
– 와 벌써 그때 그 사건이 20년이 지났구나.
– 그때가 나 중딩이었을 땐데. 세월 ㅅㅂ
– 그때 대단했지 사건.
– 여신빌딩 사건이 뭐임????
└ 상가 건물에 불이 나서 여러 사람이 사망했었음.
└ 비상구에 물건 쌓아두면 벌금 세게 때려 박는 걸로 법안 개정된 게 이때부터일 걸???
– 기대되네.
– 그 건물 아직도 안 허물고 있던 거임??? 그게 더 공포네.
– 건물 남아 있어요.
예고편이 돌고 있는 너튜브와 각종 동영상 플랫폼에서부터 이미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본 방송이 방영되자 일부 사람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 이걸 귀신 찍기용으로 사용하다니.
└ 경각심 주기 좋은 것 같은데여. 이번 편은 무섭다기 보단 슬펐음.
└ 난 ㅈㄴ 무서웠는데.
–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나면 그 착한 수연님하고 카메라맨 박태정님하고 둘 다 쓰러졌겠음.
– 시청률 때문에 어디까지 나락으로 갈 거냐. 이걸 방송 소재로 쓰는 게 맞냐. 그것도 공포 콘텐츠 프로에서?????
└ 말이 공포 프로지 거의 사건 해결하는 다큐멘터리 아님???
└ 맞말. 그렇게 따지면 지금까지 다른 특집들은 뭐라 설명할 거임??
갑론을박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옹호하는 여론이 조금 더 많기는 했다.
이렇든 저렇든 결론적으로 시청률 20%를 기록하며 상당히 선방한 기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방영이 지나고 얼마 후, ‘여신빌딩 화재 사건’ 특집의 이슈가 저물지를 않자 결국 시 지자체에서 해당 건물을 매입,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 이상 흉물스럽게 방치된 건물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20년 동안이나 버려져 있던 그곳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 * *
‘여신빌딩 화재 사건’ 특집 촬영 후 며칠이 지났을 시점.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하게 업무를 보고 있던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 대표 메일로 한 통의 제보가 접수되었다.
그 내용은 가히 공포스러워서 제보를 읽자마자 바로 다음 특집으로 결정되었다.
제보자는 역사학자 A씨의 아내인 B씨였다.
그는 자신의 남편이 일본에서 어떤 그림을 사온 후 사람이 변했다며 취재를 요청해왔다.
몇 달 전.
A씨는 일본에 있는 우리나라 유적과 사료들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에 갔다가 시간 여유가 생겨 도쿄에 위치한 한 갤러리에 방문했다.
그곳은 무명작가들이 한 푼 한 푼 모아 전시회를 여는 소규모 갤러리로, 마이너한 그림 취향을 가지고 있던 A씨가 한 번씩 들르는 곳이었다.
그는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한 점씩 보며 감상하던 중, 뭔가 특이한 느낌을 주는 그림을 발견했다.
웨딩드레스 같은 옷을 입고 검은 머리를 길에 늘어뜨린 채 두 손을 고이 모으고 있는, 동양인 여성의 전신 그림이었다.
펜 터치 느낌이 선명하게 남아 있으면서도 투박하게 채색을 한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A씨는 그 그림을 보자마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마치 사랑에 빠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리 취미라고는 하지만 그런 갤러리에서 돈 주고 그림을 사본 적이 없었던 A씨는 뭐에 홀린 것처럼 그 그림을 구매했다.
구매할 때 한 직원이 일본어로 무어라 길게 설명을 했지만 그는 자기 것이 된 그림을 쳐다보기에 바쁠 뿐, 직원이 무슨 안내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림을 안고 귀국했을 때부터 기이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A씨는 아침과 저녁에 꼬박꼬박 그림을 닦기에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그 즐겨 보던 드라마와 스포츠도 끊고 오로지 그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여가를 보내게 되었다.
B씨는 그런 A씨가 점점 이상해졌다고 느꼈다.
문제는 그때부터, B씨가 지독한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A씨의 그림 사랑이 점점 더 진해질수록, B씨의 가위가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
B씨는 아무래도 그 그림에 뭔가 붙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A씨는 그런 B씨의 생각을 알자마자 불같이 화를 냈다.
평생 폭력 한 번 안 쓰던 착한 남편이 물건을 던지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B씨는 평생 자길 위해 헌신한 A씨를 잘 알기에 그래도 꾹 참으려 했지만 상황은 점점 더 이상해졌다.
그 상황이 지속될수록 건강했던 A씨가 점점 말라가며 현기증과 소화불량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B씨는 이대로 지켜보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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