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5)
제15화
사아아아
순간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코에서 또 한 번 비릿한 피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귀신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승현이 카메라를 들어 촬영하려 했지만 귀신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젠장.’
승현은 입을 씰룩이며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 경찰 분한테 연락해 보실 거예요? 피해자한테 ‘남동생’이 있는지.”
그때 태정이 운전석에서 자리를 정리하며 물었다.
그도 승현과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야지.”
승현은 자신이 수첩에 메모를 한 것을 보며 진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경위님. 어제 밤에 뵀던 RBS 최승현 PD입니다.”
[네, 네.]“어제 미처 여쭤보지 못한 게 있는데요. 혹시 신막분 씨의 유족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나요?”
[네. 확인된 유족은 없었습니다.]확실히 진배철 경위는 아는 것이 없었다.
“주민들 말로는 남동생이 둘 있었다고 하는데. 마을 식당에 같이 갔더라고요.”
[그래요? 어어- 아! 유족은 아니고 아는 사람이라면서 시신 확인하러 왔던 남자들은 있었던 것 같아요. 부검 전에 시신 확인하겠다고 들어와서 한 번 실랑이가 있었네요, 우리랑.]“실랑이요?”
[네. 검사랑 같이 부검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시신 확인을 해야겠다고 해서 제가 그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좀 나눴었거든요. 인상이 하도 더러워서 기억이 나요.]“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뭐- 그냥 친한 친구 사이라고만 말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어디 적어둔 게- 잠시만요. 옛날 수첩을 봐야 하는데요. 끊지 마세요.]“네, 네.”
잠시 뒤, 진배철 경위가 말했다.
[아, 찾았어요. ‘김택명’하고 ‘김황조’였네요.]“혹시 그 사람들 수배 되나요?”
[아뇨. 둘 다 사망했습니다.]“사망이요?”
승현은 촬영 중인 태정과 카메라를 번갈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둘 다 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그럼 범인으로 지목된 ‘이만조’까지 포함해서 세 명이나 심장마비로 급사한 거네요.”
[네. 그렇죠.]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승현이 저수지 근처와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맡았던 악취.
그게 귀신의 체취이면서도 악귀의 흔적이라면, 쉽게 넘길 부분이 아니었다.
악귀는 산 사람을 해할 수 있는 존재.
신막분의 죽음과 그녀 주변에 있던 세 사람의 심장마비 급사는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커 보였다.
“감사합니다.”
승현이 통화를 마무리하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태정이 말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가능성을 점 쳐볼 수 있겠는데요.”
그때 필립이 뒷좌석에 앉아 말했다.
“어떤 가능성이죠?”
승현이 묻자 필립은 턱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실제 원장을 죽인 범인이 따로 있고 그 놈이 악귀가 돼서 다른 세 사람도 죽인 거 아니에요?”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증거는 없었다.
“우리가 모르는 미싱링크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찾아야지.”
승현은 볼을 긁적이며 차창 밖을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퉁-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잔뜩 가린 아이가 차창을 세게 두드렸다.
“헉!”
승현이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심하게 떡진 머리카락에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옷차림으로 봐서 여자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흙바닥에서 구르기라도 한 건지 무척 지저분했다.
– 끄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
동시에 승현은 그 아이가 내는 기괴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 뭐야!”
태정이 버럭 소리쳤다.
이 아이의 모습은 차 안에 있는 모두가 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승현은 귀신의 흔적, 강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귀신이었다.
“아니!”
승현이 차 문을 벌컥 열고 나가보았다.
하지만 아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바, 방금 뭐였어요?”
태정도 엉겁결에 따라 나오며 물었다.
승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멀리 보이는 어린이집을 주시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저기서.’
답답함과 두려움은 극에 달해갔다.
하지만 동시에 호기심과 취재 욕심은 더욱 더 커져만 갔다.
* * *
밤이 되었다.
필립은 스튜디오에 일이 있다며 일산으로 돌아갔고, 승현과 태정만 남아 있었다.
“후아. 엄청 피곤하네요.”
태정이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말했다.
“밥이나 먹고 방송국으로 돌아가자.”
승현과 태정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근처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굉장히 오래 되어 보이는 인테리어에 포장마차에서나 볼 법한 스테인리스 원형 테이블.
그리고 양철 의지가 투박하게 놓여 있었다.
승현과 태정이 자리에 앉아 사장이 다가와 물과 컵을 건넸다.
“순대국 두 개요.”
승현이 말하자 사장은 조용히 돌아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둘은 피곤한지 한숨을 길게 쉬고는 찬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가게의 다른 테이블을 슥 보았다.
70대 쯤 되어 보이는 노인 두 명이 구석 자리에서 반주를 하고 있었다.
승현은 그들을 가만히 보았다.
“그런데 선배. 그 가해자인 ‘이만조’ 씨도 심장마비랬죠?”
“음. 진배철 씨한테 들은 걸로는 뭐 어딘가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죽었다더라. 심장마비 맞고.”
승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뭔가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요. 아이들을 받지도 않았는데 아이들 소리는 났다고 하고. 범인은 한 명인데 흉기는 여러 개라고 하고.”
“주민 인터뷰에서 그 부랑자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말이야.”
승현이 덧붙여 말했다.
“인터뷰에서요?”
“그래. 누구 한 명이라도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하질 않았단 말이지.”
“흠. 그런가요?”
“봐봐. 상식적으로 동네에 거지 하나 돌아다니면 동네 주민들이 알아. 수도권 동네도 그런데 시골 마을은 더 잘 알겠지. 그런데 거지가 어린이집 사장을 죽였어. 그러면 당연히 인터뷰에서 이야기가 나올 법 하지. 얼마나 충격이었겠어.”
“듣고 보니 그러네요?”
“내가 봤을 때 주민들은 그 부랑자의 존재를 모르는 게 분명해. 가해자가 거지라는 건 알지만 그가 누군지는 모르는 거지. 낯선 사람.”
“그렇다는 건-”
“동네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그, 그런데 그 형사님은 어린이집을 기웃거리던 부랑자였다고…….”
“그게 맹점이야. 딱 보니까 그 부랑자가 그렇게 자백을 하긴 했는데 실제로는 외부에서 온 사람일 수 있다는 거지.”
“외부에서 온 사람이라.”
“그 부랑자인 가해자가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범행에 깊이 연루된 건 맞는 거 같아.”
승현은 수첩의 메모를 보며 말했다.
그 사이 음식이 마련되어 둘 앞에 놓였다.
“감사합니다.”
승현이 인사를 한 후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종업원이 쟁반을 가지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승현은 퀴퀴한 냄새에 종업원이 들어간 주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얼굴이 새하얀 중년 남자가 고개를 90도로 꺾은 채 주방 입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커다랗게 뜬 눈.
검은색 입술과 축 늘어진 듯한 검은 혀는 가슴까지 내려와 있었다.
심지어 어깨뼈가 부러지기라도 한 건지 팔은 축 늘어져 있었다.
딱 봐도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다.
“으헉!”
승현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쾅-
졸지에 식당 의자도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왜 그러세요?”
태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승현과 주방을 번갈아 보았다.
승현이 본 귀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왜요?”
그때 종업원이 주방에서 나오며 물었다.
승현은 눈을 비비며 다시 의자를 세워 앉았다.
“식사 하세요. 너무 예민해지셨어.”
태정이 먼저 국밥을 떠먹기 시작했다.
“먹어, 먹어.”
승현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주방을 보았다.
역시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바라하던 승현은 한숨을 푹 쉬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 * *
그렇게 식사가 마무리 될 무렵.
일산 스튜디오로 돌아갔던 필립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승현이 뚝배기에 남은 국물을 떠 마시며 전화를 받았다.
[PD님! 지금 통화 되시죠?]“무슨 일인데요?”
[어린이집에서 찍은 사진이요.]“네.”
[어린이집에서 찍은 사진에 귀신이 있어요!]“네??”
승현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어찌나 큰 소리로 되물었는지 태정과 식당 주인,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까지 놀란 얼굴로 승현을 보았다.
그는 태정에게 바로 녹화를 시작하라는 손짓을 했다.
태정이 부랴부랴 카메라 전원을 켜고 녹화를 하는 사이, 필립이 설명을 이어갔다.
[DSLR이랑 미러리스로 찍은 거에는 반응이 없었는데요. 필카로 찍은 거 지금 인화 해봤는데 있어요.]“어, 어떤 거죠?”
“네거티브 필름에요? 한 번 보내주실 수 있어요?”
승현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잠시만요. 지금 폰으로 보내드릴게요.]필립이 답했다.
잠시 뒤, 승현의 핸드폰으로 흑백 반전이 된 필름 사진이 수신되었다.
태정은 식사를 멈추고 카메라를 들었다.
승현이 심령사진을 확인하는 장면을 담으려는 것이었다.
승현은 바로 스마트폰으로 수신된 네거티브 필름 이미지를 확인했다.
태정은 그런 승현의 어깨 뒤에서 구도를 잡으며 스마트폰 화면이 나오게 촬영했다.
한참 동안 이미지를 보던 승현이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거티브 필름은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에서 추출되는 것으로, 우리가 필름을 현상소에 넘겼을 때 결과물과 함께 봉투로 받았던 그 필름지를 의미합니다. 그 특징으로는 피사체의 상이 원래 피사체와 반대로 나타나며 색상도 흑백 형태며, 그 배치도 반전되어 있죠. 사진가 장필립 씨는 지금 인화 과정에서 귀신이 포착 되었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어 그는 자신이 확인한 네거티브 필름 이미지를 카메라에 들이댔다.
차량 안을 촬영한 사진.
그곳에는 시트 아래쪽에 한 남자 아이의 얼굴 절반이 보였다.
코와 눈, 이마와 머리카락만 시트 밑에 불쑥 나온 것이었다.
작은 놀이터를 촬영한 사진에도 정체모를 한 아이가 서있는 것이 나타났다.
그리고 어린이집 내부에서도 아이의 모습이 포착 됐다.
소름끼치는 것은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났던 바로 그 부엌에, 한 여자 아이가 칼을 들고 서있는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