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6)
제16화
“저거로 지금 어린이집 실시간 화면 볼 수 있지?”
승현이 태블릿 PC를 가리키며 물었다.
“네, 네.”
승현이 바로 태블릿 PC에서 앱을 켜 바둑판처럼 나뉜 소형 카메라 화면이 출력시켰다.
“1번이 어린이집 입구에 설치한 거였지?”
“네.”
승현이 화면을 가만히 보았다.
본 방송 때에는 녹화된 영상을 그대로 틀어 시청자들에게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줄 것이었다.
앵글에 따라 창문이 보이는 곳에는 약간의 달빛이 잡혔다.
하지만 그 외 구도에서는 그저 시커먼 화면만 나올 뿐이었다.
승현이 앱을 조작을 하자 카메라들이 모두 열상감지 모드로 바뀌었다.
그러자 내부 가구와 집기, 벽면 등이 분간되었다.
또 한 번 태블릿을 조작하자 야간 모드로 변경이 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초록색으로 변한 화면 속, 온갖 가구와 집기들이 어질러져 있는 어린이집 부엌 내부 가운데 사람이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작은 키. 어린 여자 아이로 추정되는 모습에 긴 머리카락, 원피스인지 투피스인지 헷갈리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승현은 차에서 보았던 바로 그 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
승현이 짧게 탄성을 뱉으며 영상에 집중했다.
네거티브 필름 속, 귀신의 위치와 같은 곳이었다.
“뭐, 뭐, 뭐예요?”
태정도 놀랐는지 녹화 중인 카메라로 태블릿 PC 화면을 클로즈업 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 사이에, 귀신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너, 못 봤어?”
승현이 물었지만 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그러세요?”
태정이 카메라를 들고 태블릿 화면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방금 승현이 보았던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뭐 보신 거예요?”
태정이 다시 물었다.
“아, 아니. 우리가 부엌에 설치한-”
승현은 말을 더듬으며 다시 태블릿을 들어보았다.
분명 사람이 서있었던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승현은 눈을 질끈 감고 방금 보았던 것을 떠올려 보았다.
분명 여자아이 같았다.
너무 찰나의 순간이라 뭔가를 들고 있었는지 여부는 파악할 수 없었고, 야간 모드라 온통 초록색인 터에 옷 색깔도 분간할 수 없었다.
당연히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순간포착 능력이 있다 해도 애초에 흐린 피사체를 기억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흐음.”
승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왜 그래요, 대체?”
태정이 태블릿 화면 모드를 변경해보며 물었다.
“녹화 본 다시 돌려 보자.”
승현이 말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소름이 있는 대로 돋아 버렸다.
“네?”
“실시간으로 녹화 되고 있잖아. 몇 초 전 돌려보라고. 부엌 쪽. 3번 카메라.”
승현이 태블릿을 보며 말했다.
태정은 입을 삐쭉 내밀고 바로 녹화를 돌려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어엇!”
태정도 깜짝 놀라 탄성을 내질렀다.
3번 카메라 쪽에 어떤 여자아이가 칼을 들고 서있는 것이 포착 된 것이었다.
“맞아! 이렇다니까!”
놀라운 점은 아무것도 없던 부엌에 ‘반짝’하고 아이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0.5초 정도 나타났다 사라지는데요? 이 정도면- 이 소형 카메라가 초당 30프레임으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대략 14~15프레임 정도 잡힌 거네요.”
태정이 말했다.
“진짜 귀신을 찍고 있는 거야? 우리?”
승현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진짜 초대박 나겠네요.”
태정도 심각한 표정으로 받아쳤다.
“일단 방송국으로 복귀해서 편집을 좀 해보자.”
승현의 말에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날, RBS 방송국.
“이게 최PD가 내는 파일럿이라매.”
“그렇게 말아먹고도 또 해?”
“이열상 CP님하고 친해서 그런가.”
“그 분이 그렇게 뒤로 사람 챙겨주고 그럴 사람은 아닌데.”
“이번에도 귀신이 찍혔다며.”
“조작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최PD 프로에서만 자꾸 귀신이 나오냐고.”
RBS 방송국 직원들이 [미스터리 탐사대]의 공식 포스터 앞에서 수군거렸다.
아직 정규 편성이 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과 같이 홍보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RBS 홈페이지에도 [미스터리 탐사대]의 시청자 게시판 페이지가 따로 개설이 되었다.
[핸드사이드]에서 이슈가 되었던 최승현 PD가 연출을 맡은 만큼, 커뮤니티에 소문이 돌았고 일부 시청자들이 여러 게시물들을 등록했다.대부분 기대된다는 글들이었지만 일부는 RBS 직원들처럼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성 글들도 보였다.
– 조작질 좀 적당히.
– 한 번은 그렇다 치는데 이 사람 방송에서만 귀신이 포착되는 게 이상함ㅋㅋㅋㅋㅋㅋ
– 이래서 종편 케이블은 믿거
승현은 핸드폰으로 시청자 게시판 반응을 보며 복도를 걸어갔다.
포스터 앞에서 수군거리던 직원들이 승현의 눈치를 보며 바로 흩어졌다.
하지만 승현은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밤새도록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정리해서 무척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편집실]승현은 기계처럼 편집실 안으로 들어갔다.
태정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채 편집을 하고 있었다.
승현은 옆에서 함께 편집을 하며 필요한 내레이션을 즉석에서 녹음했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피해자 신막분이 부랑자인 이만조 씨에게 살해되었다고 보기엔 수상한 점이 많다는 점이었다. 저수지에서 찍힌 신막분 씨의 영혼.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찍힌 영혼들. 그들는 우리에게 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일까.”
승현이 녹음기를 내려놓고 다시 편집 작업에 몰두했다.
“어우. 저 나가서 커피 좀 사올게요.”
태정이 피곤한 듯 하품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현은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계속 모니터를 보았다.
확실히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이 연출 되고 있었다.
[풍경이 좋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재밌는 컷들이었다.그리고, 필립이 메일로 보내온 네거티브 필름의 귀신들도 다시 확인을 한 후 편집 영상에 넣었다.
“심령사진도 찍고, 영상도 확보를 하는데 뭔가 귀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려나.”
승현이 턱을 괴고 고민했다.
잠시 뒤, 태정이 커피를 두 잔 들고 들어왔다.
“야. 편집실에 커피를 들고 들어오면 어떡하냐.”
“지금 아무도 없으니까 후딱 먹고 치우죠.”
태정이 윙크를 해보이며 승현에게 커피를 건넸다.
그러다 승현의 표정을 보더니 물었다.
“무슨 고민 있어요?”
“뭐, 별다른 건 아니고. 귀신을 찍긴 찍었는데 뭔가 귀신과 대화하는 것 같은 그림이 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안 그래도 조작 논란도 있고 하니까.”
“무당?”
“섭외 가능한 무당 있어?”
승현이 물었다.
태정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 대답했다.
“으음. 그 수원역 아래 골목 가면 제가 아는 분이 그쪽에서 점집을 하나 하시거든요?”
“어떤 분인데?”
“네. 제 할머니 신딸이에요.”
“오?”
“그 분하고 같이 다니는 게 어떨까 싶어요.”
“그 분하고?”
“네. 우리 할머니는 워낙 연로하셔서 안 되실 거고.”
“흐음. 그렇지. 약간 쇼맨쉽도 있으면 좋긴 하겠는데.”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한 번 연락 드려 봐요?”
“그래. 그렇게 하자.”
승현이 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꾹꾹 지압하며 말했다.
* * *
다음날, 수원역.
둘은 차 안에서 필립이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필립이 수원역 쪽에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어서 타요!”
태정이 창문을 내린 후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필립은 총총 달려오더니 트렁크에 카메라 가방을 실었다.
“잘 지내셨죠?”
승현이 물었다.
“네. 여기 네거티브 필름이요.”
필립은 뒷좌석에 앉자마자 필름 원본을 보여주었다.
승현이 햇빛에 필름을 투과시켜 보자 귀신의 모습이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대박이네요, 진짜.”
승현이 중얼거렸다.
“촬영 끝나면 돌려주세요.”
필립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게요.”
그 사이 태정이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부우우웅-
*
차량은 대로변에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정차했다.
“이 안쪽이에요.”
태정이 차에서 내리며 스마트폰 지도 앱을 확인했다.
승현과 필립도 차에서 내려 주변을 보았다.
“저긴가?”
승현이 작은 간판을 가리켰다.
[승범보살]작은 빌라 2층 창문에 작은 간판이 매달려 있었다.
“네, 네. 저기에요.”
태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켰다.
그는 자연스럽게 승현의 뒤를 잡았고, 승현은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을 확인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몇 걸음 걷던 승현은 마치 리포터처럼 카메라 쪽으로 몸을 돌린 채 뒷걸음질 치며 이야기 했다.
“지난 밤. 저희는 어린이집에 설치한 소형 카메라 화면에서 정체모를 여자 아이를 촬영할 수 있었는데요. 분명 1초에서 2초 사이에 반짝하듯 나타났다 사라진 그 아이. 기술적 오류였을까요, 아니면 영혼이 찍힌 것일까요. 여기에 네거티브 필름에까지 담긴 영혼의 형상까지. 저희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리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기 위해 영험하다는 무속인을 찾아왔습니다.”
승현의 멘트와 함께 셋은 점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느껴지는 향냄새와 온갖 부적들.
난생처음 보는 물건들과 이상한 사진들.
승현은 태정에게 카메라를 내리라는 손짓을 했다.
그때 젊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예약 하셨나요?”
그녀는 계량 한복에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모습이었다.
상당히 부드럽고 단아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아뇨. 저희는 RBS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최승현 PD고요. 이쪽은 박태정 AD입니다.”
“방송국이요? 아아! 어제 연락 주셨던!”
여자가 손뼉을 치며 말하자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맞습니다. 제가 전화 드렸습니다.”
태정이 대답하자마자 여자가 방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머니. 방송국에서 왔는데요.”
그녀가 ‘승범보살’이 아닌 모양이었다.
“방송국? 아. 태정이.”
안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색동 한복을 할머니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거- 들어들 오쇼.”
그녀가 ‘승범보살’인 모양이었다.
그녀가 손짓을 하자 승현이 공손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촬영을 좀 해도 될까요? 다큐멘-”
“-맘대로 해요. 뭐 어때.”
승범보살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며 승현의 말을 잘랐다.
태정이 쭈뼛대자 승현은 촬영하라는 손짓을 보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각종 무구들과 향, 금칠이 된 동상들.
승현은 점집에 들어올 때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한 냄새를 맡았다.
아마 이 곳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영혼들 때문이리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