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이 순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피 비린내가 승현의 코끝을 지독하게 자극했다.
수연이 영혼을 달래주는 말들과 함께 느껴지는 냄새.
여기서 굉장히 많은 ‘살인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승현은 가만히 그 모습을 보다 태블릿PC를 켜보았다.
부엌을 촬영하던 카메라는 바닥에 떨어져 무속인 수연과 촬영 중인 제작진을 비스듬히 비추고 있었다.
승현은 그 카메라의 촬영 녹화본을 돌려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최종 방영본에 그대로 삽입이 되었다.
*
몇 분 전 상황.
초록색 야간 모드.
부유하는 먼지만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닫이문 너머로 손전등 불빛이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냉장고 앞에 아이 귀신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서서 미닫이문 너머 무언가를 계속 응시했다.
이곳을 둘러보고 있는 제작진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이내 수연이 이 방에 들어오자 둘은 이상하게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수연이 호통을 치자 아이 귀신이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졌던 것이다.
이 뒤로는 앵글에서 벗어나 아이 귀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승현이 태블릿PC 화면을 보는 사이, 수연은 말을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어?”
승현이 수연을 보고 다가갔다.
“수연 씨? 괜찮아요?”
“네?”
승현이 다가가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는 듯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옷을 마구 털며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그러세요?”
승현이 다시 물었다.
순간 그녀는 승현을 확 밀치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엇? 수연 씨!”
승현이 태정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어린이집을 나가자마자 바로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구석으로 가더니 맨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수연 씨. 다쳐요!”
승현이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팍!
그러자 수연이 승현의 손길을 강하게 뿌리치고는 다시 땅을 팠다.
정말 ‘미친 사람’ 같았다.
승현이 놀란 표정으로 카메라와 태정을 번갈아 보았다.
태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팍 팍 팍 팍
그녀의 손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생각한 승현이 수첩과 녹음기를 주머니에 넣고는 옆에서 함께 땅을 파주기 시작했다.
팍 팍 팍-
퍽 퍽 퍽-
그렇게 몇 십 분 동안 땅을 파던 수연과 승현의 손에 무언가 걸렸다.
순간 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수연은 몸을 부르르 떨며 뒤로 물러섰다.
“이, 이, 이, 이-!”
승현은 손에 걸린 것을 잡고 쭉 빼보았다.
그러자 유골과 함께 어린아이의 옷자락이 푸스스 뽑혀 나왔다.
“으아아악!”
승현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 * *
수연은 승현의 외투를 대충 걸친 채 차 옆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손에는 이미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집 앞에는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해 있었다.
마당에 백골이 된 어린 아이의 유골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현장에 도착해서 시신들을 둘러보던 진배철 경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승현과 태정은 폴리스라인 밖에서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고, 필립은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찾으셨대요?”
진배철 경위가 폴리스라인을 넘어오며 물었다.
“촬영을 하다 보니 어쩌다…….”
승현이 얼버무리듯 대답했다.
진배철 경위는 승현과 수연을 번갈아 보며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태정이 지금까지 촬영된 영상 일부를 진배철 경위에게 보여주었다.
미스터리한 일이었지만 영상만으로는 승현 일행에게 그 어떤 혐의점도 보이지는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그냥 다큐멘터리 촬영 중 시신을 발견한 셈이기 때문이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곳에서 무당이 암매장 된 시신들을 발견했다는 것이 놀랍지만!
“진배철 경위님. 시신은 총 12구고요. 나이는 모두 5세에서 10세 사이로 추정됩니다. 성별은- 아직까지 파악은 안 됩니다. 유골들이 뒤섞여 있어서.”
안경을 쓴 경찰이 진배철 경위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서에 가서 참고인 조사 받으세요. 절차니까.”
“알겠습니다.”
진배철 경위는 손을 툭툭 털며 한숨을 내쉬었다.
“12명이라니. 그것도 다 애들이…….”
태정이 충격적인 듯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이 사건. 생각보다 더 끔찍할 것 같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시신은 많은 걸 알려주니 이제 뭔가 밝혀지겠네.”
이제 드디어 이 사건의 진실에 도달하게 되었다.
* * *
다음날 아침.
어제 대량으로 발견된 시신 때문에 인터넷 뉴스창은 뜨겁게 달궈졌다.
[속보] 태영읍 어린이집 마당에서 시신 다수 발견그 뉴스는 실시간 뉴스 랭킹 1위를 찍고 있었으며 댓글 또한 폭발적으로 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 누가 그랬냐.
– 사형제 부활
– 애들한테 진짜 너무한다.
– 무슨 일이야???????
이에 김백춘 교양국장과 이열상 CP는 바로 승현과 태정을 호출해 회의를 열어야 했다.
현재까지 진행사항과 대응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했기 때문이었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김백춘 교양국장과 이열상 CP가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이열상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승현은 쭈뼛대며 김백춘에게 꾸벅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촬영은 잘 하고 있나?”
김백춘이 물었다.
“아, 네. 덕분에.”
승현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이번에 시체를 발견했다고? 무당이?”
“네, 네. 그렇게 됐습니다.”
“경찰 쪽에서는 뭐래.”
“일단 조사를 좀 더 해본다고 합니다. 십 몇 년 전에 있었던 변사체 사건하고 연결이 되는 것 같다고.”
“참나. 지금까지 촬영한 것 좀 보자.”
김백춘 교양국장이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그의 말에 태정이 허겁지겁 노트북을 꺼내 영상을 재생시켰다.
촬영 초반은 어느 정도 편집이 된 것이었지만 중반부 이후는 대부분 편집이 되지 않은 날 것의 촬영본이었다.
단, 귀신이 등장한 장면과 필립이 촬영한 귀신 사진.
그리고 수연이 빙의되는 장면과 시신을 찾아내는 장면은 적나라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이걸 본 김백춘 국장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잠깐. 이거 대박인데?”
영상을 본 그는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열상 CP 역시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거 진짜 편집이나 합성 아니고 진짜인가?”
그가 묻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무당까지 섭외를 하게 된 거고요. 시신을 발견하게 된 거죠.”
“히야. 이거 대박인데?”
김백춘 국장이 턱을 만지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속보에까지 떴으니 흐름 제대로 타겠는데요?”
이열상 CP도 고개를 끄덕였다.
“야. 이거 2회분으로 쪼개기는 어렵냐?”
김백춘 교양국장의 질문에 승현은 자조적인 표정을 지었다.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 주 텀을 두게 되면 다른 뉴스 보도들이 계속 뜨면서 저희가 잡은 특종을 놓칠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지. 근데 이거 2회로 뽑아야 시청률이 좀 터질 것 같은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백춘 국장이 이열상 CP를 보며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국장님 말씀이 맞습니다만 리스크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2회로 쪼개기 보다는 1회로 임팩트 있게 딱 치고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흐음.”
이열상 CP의 대답에 김백춘 부장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제가 생각할 때 2회 분량으로 잡게 되면 다음 회차 때 넣을 스토리가 약간 모호해질 것 같습니다. 발견된 시신들 신분이 확인 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테니까요.”
승현이 말했다.
“그건 그렇지.”
“차라리 지금 단타성으로 치고 조금 지난 후에 ‘태영읍 저수지 사건, 그 후’라는 제목으로 후속 다큐를 촬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까지 이 프로 잘 끌고 갈 수 있어?”
김백춘 국장이 물었다.
“무조건 끌고 가겠습니다.”
승현이 당차게 대답했다.
“좋아. 그럼 일단 예고편 만들어서 넘기고. 방영 일자는 일요일 밤 10시야. 참고해.”
“일요일 밤이요? 아……, 월요일 출근 앞둔 밤은 시청률이…….”
“파일럿이잖아. 그 시간도 잡기 어려워.”
“아아. 그건 그렇죠.”
“토요일 밤은 너튜브에서 그 유행하는 캡틴 퇴마 채널 방송이 있으니 시청률 따기 더 어려울 거야. 일요일로 하고 준비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게스트 섭외할 때 사전에 말을 좀 해놔. 그래야 여기 회계팀이나 인사팀에서도 서류를 정리하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오늘 회의 끝!”
김백춘 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이열상 CP는 살짝 일어나 묵례를 하고는 승현을 보았다.
“왜요?”
승현은 미묘한 표정의 이열상 CP를 보며 물었다.
“이 새끼!”
그는 씩 미소를 짓더니 엄지를 들어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