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21)
제21화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탐사대] [부산 자살귀> 특집
“네.”
승현이 대답하자 김승동 CP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엇. CP님.”
승현과 태정이 엉겁결에 일어나 인사를 했다.
“이야. 최PD. 사무실도 생겼네?”
“네, 네.”
주름이 짙게 깔려 있는 김승동 CP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꽉 졸라맨 넥타이와 구김 하나 없는 정장.
약간 풀어진 모습의 이열상 CP와는 사뭇 대비되었다.
승현이 대답하자 그는 사무실을 슥 둘러보았다.
“이제 막 들어와서 특별히 꾸며놓은 건 없습니다.”
“사무실이 다 그렇지 뭐. 그나저나 이번에 파일럿 쏜 거 잘 나왔더라?”
김승동 CP가 말했다.
“아아. 네, 네.”
“나는 최PD가 해낼 줄 알았어. 사람이 능력이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는 연신 승현을 칭찬해댔다.
그러면서도 AD인 태정에게는 단 한 번의 눈길도 주고 있지 않았다.
확실히 인간적인 감정에서 인사를 온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최PD, 언제 시간 나면 우리 소주나 한 잔 하자. 술 좋아한다며.”
김승동 CP가 소주잔을 들이키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네, 네.”
승현은 인사치레로 받아주었다.
“아예 날을 잡을까? 언제가 좋아?”
김승동 CP는 적극적으로 약속을 잡으려 했다.
그때 사무실 문이 또 한 번 벌컥 열렸다.
“야. 승현아. 다음- 어?”
이열상 CP가 들어오며 말하다 김승동 CP를 보고 말을 멈추었다.
순식간에 둘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선배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이열상 CP가 묻자 김승동 CP는 손사래를 치며 문밖으로 몸을 돌렸다.
“아니야. 아니야. 일들 봐. 최PD는 나중에 한번 보자고.”
그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며 승현에게만 손 인사를 했다.
턱-
문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이열상 CP가 속삭이며 물었다.
“저 인간. 와서 뭐라 했냐?”
“그냥 술 한잔 하재요. 조만간.”
“에헤이. X새끼. 본격적으로 교양국에 집적거리는구먼. 마음에 안 들어, 진짜.”
이열상 CP가 입을 삐쭉대며 말했다.
“그런데 무슨 말씀을 하시려던 거예요?”
“아. 아까 보니까 자살귀 이야기를 다룰 거라 했잖아. 뭔데?”
“음. 좀 무서운 귀신인데요.”
승현이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자살귀.
흔히 자살한 사람이 자살귀가 된 경우도 있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확실한 건 산 사람에게 자살을 종용한다는 점이었다.
자꾸 우울한 생각을 들게 하고 자살을 유도하는 귀신인 것이다.
승현의 말을 듣자 이열상 CP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소스가 좋다 나쁘다 하는 건 네가 판단할 일이지만, ‘자살’이라는 키워드가 방송 심의에는 좋지 않을 수도 있어서 말이야.”
“문제가 될까요?”
“내용이 어떤 거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 한 번 대략적인 기획 나온 거 있으면 한 번 보여줘. 심의 문제가 생길 거 같으면 변경해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촬영에 편집까지 일주일밖에 안 남은 거 알지? 후딱 해라.”
“네, 알겠습니다.”
승현이 대답했다.
이열상 CP는 팔로 파이팅 제스츄어를 취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휴. 기획.”
승현이 의자에 풀썩 앉으며 중얼거렸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알아봐, 한 번.”
승현이 태정을 보며 대답했다.
* * *
부산광역시 중구 부평동 상종빌딩.
3층짜리 상가 건물로 깡통시장 주변에 위치해 있었다.
1층에는 슈퍼마켓과 이발소, 그리고 2층과 3층은 현재 폐쇄 상태였다.
과거 3년 전까지만 해도 2층은 피아노 학원. 3층은 가정집이었으나 지금은 모두 공실이었다.
해당 건물의 건물주는 3층에 살고 있다 귀신을 목격한 이후 다른 곳으로 이사한 상태.
3층에 세를 냈지만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해졌다.
그곳에서 최초로 자살 사고가 발생한 건 5년 전이었다.
빌딩 인근 평부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이 옥상에서 투신한 것.
그 뒤로 1년 후, 평부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두 명이 추가로 자살했다.
귀신이 처음 보이기 시작한 건 언제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도 없는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가정집에서는 초자연적 현상 포착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던 중 최근 1년 전.
건물주마저도 자택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상종빌딩의 명의는 그의 부인으로 이전 되었지만 그녀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승현은 여러 자료들을 통해 상종빌딩 자살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후우우욱-
그 순간, 그는 무언가 태우는 듯한 냄새를 맡았다.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나 나무를 태우는 것 같은 미묘한 냄새였다.
이 냄새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상종빌딩에서 나타난다는 귀신이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분명 아무도 못 맡는 냄새를 또 혼자 맡고 있으니.
슥슥
승현은 깊숙이 파고 들어오는 묘한 냄새에 코를 씰룩였다.
태정은 자료들을 정리하다 그런 승현을 힐끔 보았다.
승현이 ‘귀신의 흔적’을 포착했다는 걸, 태정은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동시에 태정 역시도 이번 촬영에서 귀신을 찾아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현과 태정은 지역 신문과 대형 커뮤니티 [핸드사이드]와 지역 신문, 그리고 인터넷 뉴스를 통해 조사한 자료들을 한 곳에 정리한 뒤 대략적인 촬영 기획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곧장 이열상 CP에게 전달해 촬영 승인을 받았다.
“스토리 좋네. 그런데 피해자가 너무 어리고 또 시장 쪽이면 동네 상권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서 말이야. 주변 상인들이 예민해 할 수 있으니 주변 상황 잘 파악하면서 촬영해.
이열상 CP가 조언을 해주었다.
승현 역시도 이번 촬영은 보통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한 번 움직여 보자고. 먼저 저 상종빌딩부터 가서 상태를 한 번 보고. 주민 인터뷰 따고……. 경찰 협조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고.”
“네, 네.”
“상황 따라선 평부 고등학교 인터뷰도 필요할 수 있고.”
승현이 혼자 이야기 하는 동안 태정은 태블릿 PC에 메모를 했다.
“필립 씨랑 수연 씨도 부르나요?”
“불러야지. 내가 연락할게.”
“네, 알겠습니다. 전 일정 정리 좀 할게요.”
태정은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타이핑 했다.
승현이 말한 것을 스케쥴러에 기록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이, 승현이 필립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필립 씨. 잘 지내셨죠?”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다음 촬영지는 부산으로 잡혔는데 동행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정이 너무 급해서요. 내일 출발도 가능할까요?”
[그럼요.]“네. 그럼 내일 8시까지 RBS 방송국으로 와주시면 됩니다.”
승현이 마무리를 한 후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수연에게도 전화를 걸어 같은 시간으로 약속을 잡았다.
* * *
다음 날 아침.
RBS 방송국 로비에 필립과 수연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잠시 뒤, 승현과 태정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바로 로비로 달려왔다.
“빨리 오셨네요. 바로 출발하죠?”
승현이 말했다.
“두 분은 퇴근을 안 하시나 봐요.”
필립이 웃으며 물었다.
“아뇨. 회사로 퇴근하는 거예요. 집으로 출근하는 거고.”
태정은 유부남 특유의 이상한 드립을 쳤다.
“부산 촬영이라고 하셨죠?”
“네, 네. 자세한 이야기는 이동하면서 말씀드릴게요.”
승현이 앞장서서 방송국 로비를 빠져나왔다.
일행은 바로 주차장으로 이동해 짐들을 바리바리 싣고 출발했다.
부우우우웅-
태정은 곧장 고속도로로 차를 몰고 갔다.
그 사이, 승현은 이번 촬영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주었다.
조사된 자료를 확인한 필립과 수연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필립은 살짝 흥분한 모습이었고, 수연은 생각이 많아진 듯했다.
“일단 그렇게 알고 계시면 됩니다.”
“네, 네.”
승현은 대답을 닫자마자 바로 앞을 보았다.
그리고 녹음기를 꺼내 내레이션을 녹음했다.
승현:
극단적 선택.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각자 어떤 이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곤 한다.
승현이 내레이션을 녹음하자 필립과 수연이 그를 힐끔 보았다.
승현은 개의치 않고 녹음을 이어갔다.
승현:
그런데, 자살을 종용하는 ‘자살귀’가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아는가. 우리는 ‘자살귀’가 있는 것으로 추정 되는 부산의 한 상가 건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최근 5년 간 그 건물에서 세 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건물의 주인마저도 작년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전해진다. 과연 진실은 뭘까.
동시에 고속도로에 나오는 커다란 이정표를 영상으로 한 컷씩 따놓았다.
이동 장면 때 사용할 소스였다.
“만약 우리가 만나러 가는 게 정말 ‘자살귀’라면요.”
뒤에서 수연이 말했다.
승현은 녹음기를 끄지 않은 채로 수연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공허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우리 모두 위험해질 수 있어요. 단순히 누군가 우릴 위협할 거다-하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그럼요?”
“자살귀한테 홀리면 우리조차도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수연의 공허한 눈빛이 승현에게 향하더니 이내 또렷해졌다.
승현은 녹음기를 들고 있는 자신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갑자기 든 것이었다.
순간 종이를 태우는 것 같은 듯한 미묘한 냄새가 또 다시 훅 풍겨왔다.
‘이것도 귀신의 냄새인가.’
승현은 찝찝한 듯 마른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 * *
부산광역시 남구 부평동 공용주차장.
점심이 되어 부산에 도착한 일행은 바로 상종빌딩으로 이동해 보았다.
무척 허름한 3층짜리 상가 건물.
주변으로 단독주택과 음식점들이 널려 있었다.
다만 번화가라는 느낌보다는 시골 뒷골목 같은 느낌을 주었다.
승현은 주위를 둘러보다 1층 슈퍼마켓부터 들어가 보았다.
태정도 카메라를 켜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승현과 필립, 수연이 허름한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
핸드헬드로 촬영이 되어 몰입감을 더했다.
“계십니까.”
승현이 작게 말하자 런닝셔츠만 입은 노인이 계산대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뭡니까?”
노인이 강한 경상도 방언투로 대답했다.
그의 말을 들은 순간 태정은 영상에 안내 자막을 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정이 안내 자막을 구상하는 사이 승현이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