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22)
제22화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희는 RBS 방송국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입니다. 저는 최승현 PD고요.”
“방송국? 방송국에서 와?”
노인은 세월이 느껴지는 자글자글한 주름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이 위층에서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승현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노인은 아파트 광고 이미지가 적힌 부채를 들고 대답했다.
“귀신? 그런 소문이 있긴 했지. 근데 나는 한 8시 되면 들어가서 본 적이 없어. 가끔 피아노 소리가 나긴 했는데 뭐 그거야 어디서 치면 소리 나는 거니까 크게 개의치 않았지. 내 기억에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그, 몇 년 전에 아 하나 여기서 떨어져 죽고 난 이후였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은 안 나네.”
노인의 말인즉, 평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자살했던 5년 전부터 귀신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집주인 분. 여기 건물주 분하고는 잘 아시나요?”
“몇 년 전까지는 여기 3층에 살았지. 근데 이사 간 이후로는 못 봤어. 우리야 뭐, 다달이 월세나 보내주면 되는 거니까 신경 안 썼지.”
노인이 대답했다.
건물주가 자살했다는 소식까지는 접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저희가 2층하고 3층을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은데 어디에 여쭤보면 될까요?”
“여기 코너 돌아가면 상종 부동산 있어. 주인이 거기에 일임해 뒀으니까 그쪽에 물어봐.”
“네, 감사합니다.”
승현이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 옆 이발소도 방문해 보았다.
80년대 이발소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승현이 들어가자 TV를 보던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입니다. 잠시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승현이 묻자 이발소 주인은 손사래를 치며 TV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분위기를 눈치 챈 승현은 나가자는 손짓을 하며 일행과 함께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발소 주인 분은 되게 까칠하네요.”
필립이 말했다.
“한 건물에서 사람이 계속 죽어나갔으면 분위기가 흉흉할 수야 있죠. 시간이 지나도.”
승현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건물을 한 번 위아래로 훑어본 후 부동산으로 이동했다.
* * *
슈퍼마켓 주인의 안내대로 코너를 돌자 작은 부동산 사무실이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는 부동산 안으로 들어가는 승현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 곧장 공인중개사 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상종빌딩 주인 분이요. 그때 듣기로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듣고요. 부인 분 연락처는 있습니다만 따로 연락을 한 적은 없어요. 2층하고 3층에 세를 내놨는데 뭐, 누가 들어와야 연락을 하죠. 문의도 안 들어와요.”
“왜 문의가 안 들어오죠?”
승현이 물었다.
“5년 전인가부터 자꾸 자살 사고가 발생을 하니까요. 아유. 나도 저기 세 놓으려면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는데- 사람이 죽어나가니까 뭐, 소개도 못 해주겠더라고.”
여사장은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게 한 5년 전쯤부터인가요? 고등학생이 자살했다는.”
승현이 다시 물었다.
“어어. 맞아, 맞아. 대충 그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그 죽은 학생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다음 해인가 그 빌딩에서 똑같이 죽었지, 아마?”
메모를 하던 승현의 손이 멈칫했다.
5년 전에 죽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4년 전 죽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둘이 모두 친구였다는 이야기였다.
“친하게 지냈다뇨? 그 학생들이 친구였나요?”
“넷이 같이 다니는 걸 많이 봤지.”
“……넷이요?”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분명 건물에서 죽은 고등학생은 세 명.
그런데 또 다른 한 명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학교 인터뷰도 반드시 진행해야 할 각이었다.
“그 학생들 특이사항은 있었나요?”
“음. 글쎄요. 걔네들이 상종빌딩 근처에서 하도 담배를 피워 대서 좀 시끄러웠던 적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군요.”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혹시 저희가 위에 2층, 3층을 좀 들어가 봐도 될까요? 얘기를 들어보니 집주인 분께서 이 부동산에 일임을 하셨다고 들어서요.”
부동산 사무실에서의 인터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승현이 물었다.
“아, 네. 그렇게 하세요.”
여사장이 서랍에서 열쇠뭉치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승현은 열쇠를 받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일행 모두 부동산 사무실을 나갈 준비를 했다.
“취재를 하는 거나 뭐나 다 좋은데 너무 동네 시끄럽게 들쑤시지는 마요. 상인들 예민해 해요.”
여사장이 한 마디 덧붙였다.
“네, 알겠습니다.”
승현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한 뒤 바로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 * *
다시 상종빌딩으로 온 일행.
태정은 한쪽 구석에서 담배를 꺼내 피웠다.
그 사이 승현은 필립, 수연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물에 한 번 들어가 보고 평부 고등학교에 가봅시다. 그곳에서 학생들에 대해 좀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승현의 말에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경찰 쪽에 가보는 건 어때요?”
태정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물었다.
“부동산 사장님 이야기 들어보니까 상인들 눈치를 많이 보는 동네 같아. 경찰한테 연락해봐야 적극적으로 알려주지도 않을 것 같아. 나중에 필요하게 되면 그때 생각하자.”
승현이 손을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
“촬영은 어린이집 때랑 비슷하게 갑시다. 태정이가 뒤에서 저희 잡아주고요. 필립 씨는 본인 스타일대로 사진 찍으시면 됩니다. 수연 씨는 뭔가 느끼는 대로 말씀해주시면 되고요.”
“알겠습니다.”
필립과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태정도 담배를 끄고 일행 쪽으로 다가왔다.
“먼저 2층부터 가겠습니다. 2층이 피아노학원이었다는 거죠?”
승현이 태정에게 사인을 보내며 말했다.
이내 카메라가 돌고, 일행들은 어둡고 허름한 상가 건물 복도로 들어갔다.
승현은 수시로 태정의 카메라를 보면서 리포터처럼 멘트를 해나갔다.
“5년 전. 네 명의 학생들이 수시로 놀러 왔었다는 이 건물. 현장에 도착했는데요. 그들은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의 일탈 행위를 했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허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 건물에서 자살했다고 알려진 학생은 세 명.”
승현이 계단을 올라가며 멘트를 이어갔다.
“그들 모두 동갑이었던 걸로 추정 되는 바, 친분이 있었던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사장이 언급한 네 명 중 한 명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이 안에 뭔가 단서가 있을까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보겠습니다.”
뚜벅 뚜벅 뚜벅
계단을 올라가는 일행의 발걸음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울렸다.
“계단 센서 등이 작동을 안 하네요.”
승현이 천장에 있는 등에 손을 휘저어 보았다.
하지만 전혀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달각
승현과 필립이 손전등을 켰고, 태정은 카메라에 장착된 조명을 켰다.
[상종 피아노학원]계단 옆으로는 촌스러운 색상으로 만들어진 피아노학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마저도 오랫동안 방치되어 변색되거나, 가장자리가 갈라져 흉물스럽게 늘어져 있었다.
그렇게 피아노학원 입구에 다다르자 굳게 닫힌 철문 옆으로 액자들이 보였다.
여러 콩쿠르나 지역 대회에서 우승한 아이들의 상장인 듯했다.
개중에는 빛이 바랜 사진도 걸려 있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인 듯 했다.
수상을 한 후 무대를 배경으로 찍은 것 같았다.
태정은 이런 풍경들도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그 사이, 승현이 열쇠로 문을 열었다.
절걱-
퉁-
끼이이이잉-
철문이 열리자 희뿌옇게 올라오는 먼지들을 볼 수 있었다.
먼지 사이로 작은 카운터와 테이블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작은 방들이 쭉 이어져 있었다.
원생들이 개인 연습을 하는 방이었다.
“추워요.”
학원 안으로 한 발 내딛고 들어가는 순간, 뒤에서 수연이 말했다.
승현 역시도 종이를 태우는 듯한 묘한 냄새를 다시금 맡았다.
“후우-”
일행의 코와 입에서 입김이 슬쩍 피어올랐다.
급격히 공기가 차가워진 것이었다.
“지금 보이십니까. 추운 날씨가 아닌데 입김이 나고 있습니다.”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치직- 치직-
그때 순간 녹화 중인 화면에 두어 차례 노이즈가 끼더니 조명이 깜빡였다.
승현이 놀란 듯 카메라와 조명을 번갈아 보았다.
“굉장히 화가 난 영혼이 있어요.”
수연이 나지막이 말했다.
승현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자박
자박
저벅
소름끼치는 침묵 속, 오디오에 잡히는 발소리.
먼지와 잡동사니가 함께 밟히는 오묘한 사운드.
순간 승현은 뛰어난 청각으로 일행의 발자국 소리를 모두 분리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일행의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걸 포착했다.
찰칵 찰칵-
그 사이 필립은 내부 모습을 찍었다.
부르르르릉-
그때, 오토바이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울리다 멀어졌다.
근처로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간 모양이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일행은 깜짝 놀랐다가 진정을 하고 다시 촬영에 임했다.
“이곳은 몇 년 동안 방치가 되어 있던 것 같습니다.”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말한 뒤 작은 방들이 있는 복도 쪽으로 다가갔다.
방문에는 넘버링 명패가 붙어 있었고, 가운데 작은 창문이 나있었다.
원장이나 선생들이 학생들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승현은 가장 가까운 방문에 다가가 창문 안을 보았다.
이어 카메라도 창문 안쪽을 촬영했다.
피아노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창문에서 원생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피아노는 측면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피아노 연습을 하는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보기 위한 것이었다.
“어후. 곰팡이가…….”
필립은 천장에 검게 피어난 곰팡이를 가리켰다.
“귀신이 나오는 곳에 곰팡이가 많이 피나요?”
승현도 곰팡이를 한 번 본 후 수연에게 물었다.
“귀신이 많은 곳에 곰팡이가 나오는 것이냐, 곰팡이가 많은 곳에 귀신이 나오는 것이냐-는 조금 다른데요. 결과적으로는 둘 다 맞는 말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곰팡이가 많이 핀다는 건 사람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인데다가 습하고 음침하다는 이야기니까요.”
“아. 그렇군요.”
둘은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딩- 딩딩- 딩-
그 순간이었다.
가장 구석에 있는 방에서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