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차로 이동을 하는 동안, 승현은 방금 느낀 피비린내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졌다.
물론 명확하지는 않지만 ‘피비린내’는 살인 피해자의 귀신에게서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살귀를 촬영하는 이 순간 그 냄새가 난다는 것.
어쩌면 자살한 학생 중 타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승현 일행은 상종빌딩에서 바로 근처 평부 고등학교로 이동했다.
차를 대자마자 바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이 왁자지껄 요란하게 뛰어노는 모습들이 보였다.
승현은 차 안에서 일단 행정실로 전화를 걸어 촬영 협조 요청을 구했다.
사전 고지 없이 연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촬영 협조를 받을 수는 있었다.
단,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익명과 모자이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승현은 이에 대해 수락한 후 태정에게 고지해 주었다.
그렇게 평부 고등학교에서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승현은 행정실 직원을 따라 교무실로 이동했고, 교감과 인사 후 담당 교사의 인솔에 따라 생활기록부를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미리 이야기가 되었던 것처럼, 방영분에서는 모두 익명과 모자이크로 처리될 장면들이었다.
“지금 보시는 서류가 5년 전 생활기록부고요. 이건 전산에도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은 교사가 타이핑을 하며 말했다.
승현 일행은 그 뒤에서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사망했던 학생 이름은 ‘김신호’였어요. 성적은 안 좋은 편이고……, 내성적인 면이 강했다고 적혀 있네요. 사망했던 건 1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시작되려고 했던 겨울 같습니다.”
교사는 모니터에 출력된 생활기록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태정은 그 모습을 클로즈업해 촬영했다.
물론 얼굴과 이름 등 개인 정보는 모자이크를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촬영하는 앵글이 현장감을 주기 때문이었다.
“사망 장소는 확인이 되나요?”
승현이 물었다.
“네. 여기서 멀지 않은 ‘상종빌딩’에서 투신했다고 적혀 있네요. 신고자는 같은 반 학생이었던 ‘최주동’ 학생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주동’ 학생은 다음 해에 같은 빌딩에서 투신을 했고요.”
교사도 이 사실은 몰랐는지 꽤 놀라는 몸짓을 보이며 이야기를 해나갔다.
빙의 되어 있었던 수연이 입에 담았던 그 이름. ‘주동’.
승현은 소름이 쫙 끼쳤다.
어쩌면 이 사건은 단순 ‘자살’과 ‘자살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학교폭력과 관련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에 최주동 학생과 같이 학교폭력 위원회에 회부된 친구들이 있네요. ‘이병철’이라는 친구하고 ‘서평민’이라는 친구인데요. 셋이 학폭위에 회부가 되어서 봉사활동 처분을 받았던 이력이 있습니다. 신고자가……, 김신호 학생이었네요.”
교사는 서류를 들추며 말을 이었다.
태정은 그 서류를 클로즈업 하며 오디오를 체크했다.
“집단 괴롭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중 ‘이병철’이라는 친구는 최주동 학생이 상종빌딩에서 투신한 후 한달 뒤에 같은 장소에서 투신했습니다.”
확실해졌다.
부동산 여사장이 이야기 했던 네 명.
그 중 한 명은 처음 사망했던 김신호.
이 친구는 여러 정황상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걸로 보였다.
그리고 그 친구를 괴롭혔던 건 ‘이병철’과 ‘최주동’, 그리고 ‘서평민’.
이들 중 이병철과 최주동은 다음 해, 김신호가 죽었던 건물에서 자살을 택했다.
그렇다는 건 그 둘이 죄책감 때문이든, 아니면 김신호의 자살귀가 이 둘에게 작용을 했든, 어떤 관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서평민은 왜 아직까지 죽지 않은 것일까.
그리고 뜬금없지만 상종빌딩의 건물주는 왜 자살한 것인가.
아직 여러 부분에서 궁금증은 들었다.
“혹시 이 학생들 유가족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
승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순간 그는 늘 맡아왔던 종이 타는 냄새와 함께 피비린내를 느꼈다.
승현은 김신호의 사진을 천천히 내려 보았다.
깜빡-
언뜻, 사진 속 김신호의 눈이 깜빡인 것 같았다.
승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같은 순간, 수연도 모니터에 출력된 김신호의 사진을 빤히 보고 있었다.
마치 눈을 마주친 것 같은 묘한 느낌.
수연은 미묘하게 느껴지는 시선에 눈을 가늘게 떴다.
순간 모니터 사진 속 김신호의 눈이 시뻘겋게 변하더니 피눈물을 주륵 흘렸다.
동시에 피부 역시도 새하얗게 변했다.
“꺅!”
수연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수연 씨!”
필립이 수연을 챙겼다.
승현과 태정을 비롯해 교무실에 있는 모든 교사들도 놀라 수연을 보았다.
수연은 얼굴을 가린 채 몸을 움츠렸다.
승현과 태정의 카메라는 그런 수연을 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왜요?”
필립이 묻자 수연은 얼굴을 가린 채 모니터를 가리켰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김신호의 평범한 학생증 사진과 생활기록부만 보일 뿐이었다.
승현은 주변을 진정시키며 요청한 자료들을 다시 확인했다.
* * *
교무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대략 이 정도였다.
죽은 학생들의 이름과 아직까지 살아있는 남은 한 명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유가족들의 연락처.
학교폭력과 관련이 있다는 점.
이 정도도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승현과 필립, 수연, 태정이 교무실 밖을 나오자 몇몇 학생들이 구경 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연예인도 아닌 승현은 대충 인사를 한 뒤 지나가려 했다.
그때 카메라에 RBS 로고가 박힌 걸 본 학생 중 한 명이 외쳤다.
“엇! 혹시 [미스터리 탐사대] 팀이에요?”
두꺼운 안경에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학생이 호기심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네.”
승현이 인사를 해주었다.
“혹시 그 여기 빌딩 자살 사고 때문에 오신 거예요?”
학생이 다시 물었다.
그러자 일행 모두 눈을 크게 뜨고 학생을 보았다.
아직 ‘자살귀’에 대한 촬영을 한다는 예고편이나 공지를 따로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걸 학생이 어떻게 알아요?”
승현이 물었다.
“아. 이 동네 빌딩 자살 사건이 핫했었거든요.”
학생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핫했다고?”
“네, 네. 동네에 소문 쫙 퍼지고.”
“아.”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혹시 상종빌딩에 나오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로 들어봤니?”
“네, 그럼요. 이 동네에서 유명해요.”
“그래?”
“네. 가끔 창문에 누가 서있는 게 보이기도 하고요. 뭔가 옥상에서 뭐가 떨어지는 게 보이기도 하고. ‘퍽’하는 소리도 가끔 들린대요.”
“그랬구나.”
“저도 친구들하고 그 건물 올라가보려고 한 적 있는데 다 잠겨 있어서 그냥 내려왔었어요.”
부동산의 협조가 없었으니 피아노 학원을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법했다.
“그래, 고맙다.”
승현이 학생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밖으로 빠져 나왔다.
*
승현은 차량 쪽으로 이동하며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상종빌딩에서 나타나는 고등학생 귀신. 동네에서는 제법 알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평부 고등학교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건물 창문에 누군가 보이거나 뭔가 떨어지는 것들이 수시로 목격이 된다고 하는데요. 이건 뭘 의미하는 것일까요, 수연 씨?”
그리고 바로 수연의 인터뷰 장면을 촬영했다.
“뭔가 떨어지는 게 보인다는 건 귀신이 살아생전 마지막 자신의 모습을 되풀이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풍경이 좋다] 8회에 등장했던 대들보에 목을 매단 귀신 기억하시죠? 그것처럼 자신의 죽음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거죠. 만약 뭔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면 그건 투신을 했던 학생들의 귀신일 가능성이 큽니다.”
태정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내 차량으로 도착하자 태정은 녹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요?”
태정이 카메라를 정리하며 물었다.
“유가족들한테 연락을 해봐야겠지?”
승현은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았다.
“휴우.”
그는 심란한 마음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전화를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화 걸기가 참 껄끄럽네.”
승현은 선뜻 전화를 걸지 못했다.
대신 [핸드사이드]에 접속해 상종빌딩 귀신에 대해 검색을 한 번 해보았다.
[깡통시장 상가 건물에서 귀신 나오는 거 앎?] [(부산) 뭔가 떨어지는데 보면 떨어진 게 없음] [창문에서 목격된 깡통시장 귀신].
.
.
확실히 커뮤니티에서도 증언들이 보였지만 조회 수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방금 전에 올라온 게시 글이 포착 되었다.
[방금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 울 학교 옴ㅋㅋㅋㅋㅋㅋ]높은 확률로 그 학생이 올린 것 같았다.
승현은 핸드폰으로 찍은 승현 일행의 사진과 함께 첨부된 글을 보았다.
–
우리 동네 상종빌딩 귀신에 대해 취재하고 있다고 함.ㅋㅋㅋㅋㅋㅋ 존잼각
PD는 생각보다 잘 생겼고 저 여자분은 개량한복 같은 거 입고 있는데 뭔지 모르겠음.
근데 ㅈㄴ 예쁨.
–
승현은 게시 글 밑에 있는 댓글들을 슥 올려 보았다.
그러자 거기서 충격적인 댓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정아. 이거 촬영해라.”
승현이 조수석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걸 읽어 본 태정이 허겁지겁 카메라를 꺼내 클로즈업 했다.
“이거 캡처 떠서 보낼 테니까 나중에 편집할 때 이 파트에 첨부해.”
“네, 네.”
그 내용은 이러했다.
– 작성자 : tux****
상종빌딩 사고라면 내가 아는 애들 이야기인가.
5년 전에 울 학년 애 하나 김모가 거기서 자살함.
ㅅㅂ자살이라고 하는데 울 학년 애들 중 자살이라고 믿은 애 하나도 없었음.
이모, 최모, 서모가 ㅈㄴ 괴롭혔음.
기절놀이인가 그딴 거부터 해서 담배빵에 오줌 먹이고 진짜 온갖 쓰레기 짓 다 함.
아마 그렇게 괴롭히다 죽인 걸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음.
주변에서 봐도 말릴 수가 없었음. 타깃 될까 봐.
그러고 다음 해에 이모랑 최모가 그 건물에서 죽었는데 다 귀신이 복수한 거라고 쉬쉬함.
ㅅㅂ 이 글 볼지 모르겠지만 서모 그 새끼 아직 살아있으면 평생 ㅈ잡고 반성해라.
니가 대가리였던 거 난 기억한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