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25)
제25화
작성자 신분은 바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의 성을 정확히 적어놓은 걸로 봐선 실제 동창인 듯했다.
승현은 바로 그에게 인터뷰 요청 쪽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어 김신호와 이병철, 최주동의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가해자 그룹으로 추정되는 이병철과 최주동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결국 김신호의 동창과 김신호의 모친의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다.
“신호. 저하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전화로 진행된 김신호 동창과의 인터뷰.
그는 굉장히 낮은 목소리로 그 당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갔다.
박형모:
고등학교 올라가서 얼굴에 상처가 조금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1학기 때에는 저랑 잘 놀았는데 2학기 때부터는 저를 피해다니더라고요.
들리기로 이병철, 최주동, 서평민이 ‘새로운 장난감’을 구했다는 말이 있긴 했는데요.
그 중 서평민이 제일 셌어요. 돈도 많고 싸움도 잘 했거든요.
아마 서평민의 아빠가 부산에서 렌트카를 크게 한다고 했던 것 같아요.
아무튼 그때 괴롭혔던 거 보면 진짜 잔인했어요.
때리는 건 기본이고 불로 지지고 화장실 변기에 옷을 다 넣어 버리고.
화장실에 나체로 갇힌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병철, 최주동이 죽었을 때 신호가 복수한 거라는 소문이 돌았던 거죠.
근데 정작 주동자인 서평민은 안 죽는 거 보고 헛소문이다 생각했죠.
–
생각보다 폭행 수위가 상당히 심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곧장 김신호의 모친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신호 군의 어머니:
중학교 때까지는 항상 밝은 아이였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가서 무척 말이 줄고 예민해지더라고요.
얼굴도 잘 안 보여주고 방 밖에서 안 나오고요.
그런데 그렇게 힘든 일을 겪고 있었다니.
애미로서 면목이 없을 뿐입니다.
우리 아들 괴롭힌 애들 사과는 단 한 마디도 없었죠.
그들 중 둘이 죽었다는 소식은 접했습니다.
남은 하나는 만나서 따지려 했는데 못 했어요.
깡패 같은 놈들이 끌어내는 바람에-
–
승현은 인터뷰를 하며 김신호의 모친으로부터 당시 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어느 렌트카 사무실 앞에서 몸부림 치고 있는 모친의 모습이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그런 김신호 모친을 붙잡고 당장 내동댕이칠 듯 끌어내고 있었다.
그들의 소매 안쪽으로는 문신이 언뜻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조직폭력배와 관련이 있는 듯했다.
승현은 인터뷰를 마치고 도로 한 쪽에 차를 세운 뒤 서평민 측에 연락을 취해 보았다.
“머스마들끼리 학교생활 하면 치고받고 싸울 수도 있는 거지, 그걸 뭐 방송국에서까지 찾아와갖고는. 평민이는 지금 군대 가있으니까 더 할 이야기 없습니다.”
짜증이 잔뜩 올라온 듯한 목소리였다.
“사실상 인터뷰 거절이지?”
승현이 태정을 보며 입을 씰룩였다.
“보통 성깔이 아니네요.”
뒤에서 듣고 있던 필립이 혀를 내둘렀다.
서평민 가족의 전화 인터뷰로 얻은 내용은 그가 군대에 있다는 내용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서평민이 김신호의 죽음과 관련된 가장 핵심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승현과 태정, 필립, 수연은 머리를 맞대고 그의 SNS를 뒤져보았다.
그리고 그가 경기도 연천군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승현은 SNS에 올라온 그의 부대 주소를 통해 다음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었다.
“연천으로 가자.”
그는 바로 움직이자는 손짓을 하며 안전벨트를 꽂았다.
부우우우웅-
태정은 곧장 출발했다.
그렇게 부산에서 연천까지 달리는 동안, 승현은 자살한 집주인 쪽에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해 보았다.
상종빌딩에서 발생하는 자살사고들이 김신호 학생의 복수와 관련이 있다면, 집주인도 분명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마저도 결국 유서 한 장 없이 목을 매단 채 사망했으니까.
* * *
경기도 연천군 8484부대 면회실.
승현 일행은 서평민에 대한 면회 신청을 한 후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뒤, A급 전투복을 빳빳하게 다려 입은 서평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병 계급장을 달고 있는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면회실에 들어왔다가 승현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
서평민이 묻자 승현이 명함을 보여주었다.
“안녕하세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평부 고등학교 졸업생 ‘서평민’ 씨 맞죠?”
“네, 맞는데요?”
“5년 전 상종빌딩에서 사망한 김신호 학생 관련한 사건으로 인터뷰 요청 드리러 왔습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승현의 말에 서평민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이 없는데요.”
“저희는 경찰 아니고 그냥 취재차 나온 겁니다. 크게 문제 삼을 생각 없으니 잠깐만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승현이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서평민은 주변에 있는 다른 부대원들을 슥 둘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먼저 말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고요. 괜히 이상한 헛소문 낼까 봐 인터뷰에 응하는 거니까 그 점 명확히 해주세요.”
“네,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학교나 동네에서 이상한 소리 돌아서 짜증나 죽겠는데 진짜.”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변에 들리지 않게 하려는 듯 톤은 낮게 깔았다.
“김신호 학생과는 어떤 관계였죠?”
승현이 물었다.
본격적인 인터뷰의 시작이었다.
“그냥 같이 장난치고 같이 놀러 다니는 그런 친구였죠. 특별할 건 없었어요. 약간 다툼이 있긴 했지만 크게 뭐하고 그런 건 없었어요. 그러니까 괜한 억측이나 추측성 댓글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네요.”
서평민의 태도는 상당히 당당했다.
“그 이병철, 최주동 학생하고 관계는 어땠나요?”
“그냥 친한 친구였죠. 동아리도 같이 들고.”
그렇게 인터뷰를 하는 사이, 승현은 문득 피비린내를 맡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주 앉아 있는 서평민이 그런 승현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피비린내 사이로 종이 타는 냄새와 함께 정체 모를 약품 냄새가 스쳤다.
군 면회장에서 날 냄새는 아니었다.
‘귀신이 있다.’
승현이 다시 서평민 쪽을 보았다.
동시에 수연은 뭔가 기척을 느끼고 서평민의 뒤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서평민의 등 뒤로 피눈물을 흘리는 귀신 머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수연의 눈이 점점 커졌다.
머리에 이어 보이는 귀신의 어깨.
평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귀신이었다.
서평민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주륵-
이번에도 길게 흘리는 피눈물.
창백하고 갈라진 피부.
얼굴과 목에 가득한 담뱃불 흉터.
쩌어어어억-
귀신이 입을 벌리자 흘리는 왈칵 쏟아내는 피.
수연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수연 씨?”
필립이 속삭여 물었다.
수연은 고개를 미세하게 떨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피눈물을 흘리는 평부고 학생 귀신이 창밖에 거꾸로 고개를 내밀고 수연을 보고 있었다.
퉁- 퉁- 퉁-
거꾸로 매달린 듯한 귀신은 머리로 창문을 퉁퉁 쳐댔다.
하지만 아무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했다.
눈과 입에서 나오는 피와 액체가 창문에 묻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조차도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듯했다.
휙-
수연이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면회실 입구 쪽에 평부고 학생 귀신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사방 군데에서 귀신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두 똑같이 생긴 김신호 귀신이었다.
그만큼 서평민에 대한 분노가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수연은 두려움을 느끼고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순간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의자에 앉아 있는 자신의 무릎 아래로 김신호 귀신의 얼굴에 떡 하니 놓여 있는 것이었다.
“꺄악!”
수연이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인터뷰를 하던 승현과 서평민이 깜짝 놀라 그녀를 보았다.
“너, 너, 너, 너, 너,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수연이 머리를 움켜쥔 채 중얼거렸다.
면회실에 있는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수연을 보았다.
“수연 씨. 왜 그러세요.”
승현이 일어나 수연을 달래주었다.
“뭐야. 이 미친. 아무튼 전 확실하게 경고했습니다. 같은 일로 또 뵙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평민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마치 벌레보듯 수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휙 돌아서 면회실 밖으로 향했다.
수연은 얼굴을 감싼 채 곁눈질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방에 있던 김신호 귀신이 미소를 지으며 서평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군인들처럼, 귀신이 그의 뒤를 따라 발맞춰 움직였다.
“수연 씨. 뭐 보셨어요?”
승현이 물었다.
수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면회실 출구만을 빤히 보았다.
* * *
다시 부산으로 가는 길.
필립과 수연은 지친 듯 뒷좌석에서 곯아 떨어져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승현은 그런 그들을 슥 보고는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수연 씨요. 진짜 신통하긴 한가 봐요. 아까도 귀신 본 거죠?”
“그런 거 같긴 해. 연기 하실 분은 아닌 것 같고.”
승현이 핸드폰을 보며 대답했다.
“근데 서평민 저 새끼. 진짜 쟤가 주동자였으면 지금 쟤 태도 완전 인간쓰레기 아니에요?”
“그렇지. 야, 근데 사람이 죽어나가는 동안에도 멀쩡히 잘살고 있는 놈이 이제 와서 ‘아이고 죄송합니다.’라고 하리란 생각이 전혀 안 들긴 한다.”
“그건 그렇죠. 와. 그럼 이제 어떡해요? 뭔가 진실이 흐릿하게만 보이는 느낌인데.”
“서평민, 이병철, 최주동이 김신호를 괴롭힌 건 분명해. 그것 때문에 죽은 것도 분명하고. 근데 제일 중요한 건 자살이냐, 타살이냐일 것 같은데 말이야.”
“자살이냐, 타살이냐.”
태정이 읊조렸다.
사실 승현은 귀신에게서 나는 냄새로 타살을 의심하는 중이기는 했다.
“경찰에서는 자살로 보고 뭐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으니 충분히 동기가 있다고 생각들 하지만 그 동창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도 아니잖아.”
“네, 그렇죠.”
“주변에서는 그 셋이 김신호를 죽였을 거라고 확신하는 모양새던데 말이야.”
“정말 오지게 괴롭혔나 보네요.”
“그러게 말이다.”
승현이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상종 부동산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 잠깐만?”
전혀 예상치 못한 전화였다.
“여보세요?”
승현이 살짝 톤을 높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최승현 PD님이시죠?]“네, 네. 상종 부동산 사장님 아니십니까.”
[네, 네. 다름이 아니고요. 그 상종빌딩 건물주 아내분하고 통화가 됐어요!]“오. 정말요?”
[네, 네. 동네에 PD님이 상종빌딩 관련된 자살사고를 취재 중이라는 소문이 퍼진 걸 들으셨나 봐요. 저한테 전화를 주셨더라고요.]“연락처를 좀 알 수 있을까요?”
[네, 네. 지금 불러드릴게요. 010-]승현은 그녀가 부르는 전화번호를 빠르게 메모했다.
[한 번 통화해 보세요.]“네, 네! 감사합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차창 밖을 보았다.
바로 앞에 고속도로 졸음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승현은 그곳에 잠시 정차를 하라는 손짓을 했다.
정차하자마자 태정은 바로 카메라를 들고 승현을 촬영했다.
그 사이, 승현은 건물주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