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26)
제26화
[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무척 갈라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아아- 아니, 그쪽이 우리 건물에서 귀신 나타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고 있습니까?]“네, 네?”
그녀는 무척 화가 난 목소리였다.
[뭐 하는 짓이야. 세 안 들어오게 말이야.]“어어. 그 상종 부동산 사장님하고 이야기했을 때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된 건데요?”
[그 사람이 건물 주인이야? 나하고 먼저 이야기를 했었어야지!]“네, 네.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방법이 없어서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 방송 내기만 해봐. 어? 가만 안 있을 거야!]할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성격이 보통이 아닌 듯했다.
“저기, 사모님. 아시겠지만 이미 그 동네에서는 거기 귀신 나온다고 소문이 자자한 거 아시죠?”
[뭐?]“고등학생들 거기서 투신하고 또 제가 듣기로 건물명의 당사자였던 남편분께서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들었습니다. 귀신 나온다는 소문은 아직도 돌고 있고요.”
[이게 지금 뭐라는 거야?!]“아마 이대로 두면 그 건물 2층하고 3층은 계속 누가 안 들어올 거예요. 차라리 저희한테 협조하시고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귀신이 없으면 없다. 있으면 내보냈다. 확실하게 하시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아예 확실하게 저희랑 인터뷰를 하시고 공론화를 하시죠. 그럼 2층과 3층에 세 들어올 사람이 분명 나올 겁니다.”
[무, 무슨-!]“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눠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가 계신 곳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승현이 태정을 보며 말했다.
전화기 너머 할머니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격앙된 목소리로 주소를 불러주었다.
아무래도 이 인터뷰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승현 일행의 차는 다시 부산 시내로 진입해 들어갔다.
이제 70대인 건물주 부인은 광안리 쪽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다고 전달을 받았다.
태정은 광안리 쪽으로 내비게이션을 찍고 빠르게 운전해 들어갔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건물주의 아내는 쭈글쭈글한 주름에 표독스러운 눈매까지, 상당히 사나워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집 거실에 조용히 앉아 있는 승현 일행은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1990년대 단독주택처럼 원목으로 된 가구와 마루가 눈에 띄었고, 벽과 책상에 걸린 가족사진들이 보였다.
‘저 사람이 자살한 건물주.’
승현은 등산복을 입은 부부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사아아아아
사진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동안, 약간의 향냄새가 느껴졌다.
그때 허리가 반쯤 굽은 할머니가 음료수를 가져와 각자 자리 앞에 놓으며 말했다.
“내가 소식 들었을 땐 너무 화가 나서 뭐라고 하긴 했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의 건물에 뭐 귀신이 나오네 마네 방송에서 떠들어 대는 건 뭐, 어디 임대를 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할머니가 다소 나긋해진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화가 풀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해합니다. 그래서 사전에 먼저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요. 부동산 쪽에서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니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 무슨 촬영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할머니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여전히 표독스럽게 독이 오른 눈을 가진 것이 경계심을 풀지는 않고 있었다.
“상종빌딩의 자살귀 관련한 취재인데요. 혹시 5년 전에 죽은 김신호 학생을 아시나요?”
민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름은 모르고 학생이 죽은 건 알고 있어요.”
“4년 전에 이병철과 최주동 학생이 죽은 건요?”
“그것도 대충 기억은 나요. 이름까지는 모르고.”
“그 학생 귀신이 계속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 원인에 대해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요. 보니까 5년 전 죽은 김신호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요?”
“네, 네. 혹시 당시에 옥상 문을 자주 열어 놓으셨나요?”
“빨래 널기도 하고 고추 말리기도 하니까 종종 열어놓기도 했죠. 그것 때문에 그 옆에 고등학교 학생들하고 몇 번 마찰이 있긴 했었어요. 애들이 하도 몰래 가서 담배를 펴대니까.”
“그 학생들 이름을 혹시 아시나요?”
“이름까진 모르지. 바깥양반이 가서 소리 지르면 애들이 죄송하다면서 내려갔으니까. 근데 언제부턴가 애들이 발견되지는 않고 담배꽁초만 자꾸 구석에 쌓이는 거야. 애들이 몰래 와서 담배를 피우고 가는 거지.”
“네, 네.”
“그래서 남편이 그때 옥상에 CCTV를 설치했었어요.”
할머니가 말했다.
승현은 눈을 크게 떴다.
당시 옥상 CCTV 영상이 남아 있다면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그 CCTV 자료를 볼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쪽 PD 양반 말마따나 귀신이 있다, 그러면 확실하게 한을 풀어주는 그런 장면을 TV로 내보내는 게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CCTV 자료를 찾으러 방에 들어간 할머니의 목소리가 거실까지 넘어왔다.
“네. 강한 원한이 있어서 귀신이 못 떠나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승현이 대답했다.
그 사이, 수연은 이 집의 현관문 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김신호 학생 귀신이 피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화는 나지만 PD양반 말을 깊게 생각하게 된 게 또- 우리가 거기서 이사 갔던 이유도 좀 이상했거든.”
“네? 이상하다뇨?”
할머니가 거실에 외장하드를 가져다 놓으며 말했다.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 학생이 죽고 나서 바깥양반이 아팠어. 무슨 신병이 온 것처럼 허구한 날 아프다고 하는데 병원 가면 다 정상이라고 하고. 그렇게 몇 년을 지냈지.”
“아아.”
“생전 새벽에 깨지 않는 사람이 악몽 때문에 잠을 설치지 않나. 하여튼 뭔가 이상했어.”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러다 죽기 전 날에는 나한텐 지 뭐 누구한텐 지 모르게 미안하다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울고 있더라고.”
할머니는 인상을 쓰며 벽에 걸린 부부 사진을 가만히 보았다.
아직도 그리워하는 모습이기는 했다.
승현 일행은 아무 말도 덧붙이지 못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그거 가져가요. 남편이 CCTV 녹화본을 저장해두던 거예요. 어디 처박혀 있는 거 찾느라 힘들었네.”
“당시에 경찰이 수거해 가진 않으셨나요?”
“물어보지도 않던데?”
할머니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승현은 태정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태정이 테이블 위에 놓인 외장하드를 가방에 넣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건물이 나갈 수 있도록 잘 해결해 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해요. 괜히 분란 일으키지 말고.”
할머니가 승현을 보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승현은 CCTV 자료를 받아들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CCTV를 확인하기 위해 광안리 근처에 숙소를 잡아 이동했다.
* * *
그날 밤.
경기도 연천군 8484부대 초소.
서평민은 초소에서 쪼그려 앉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옆에 서있는 이등병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주변 경계를 해나갔다.
“후우.”
서평민은 낮에 봤던 그 최승현 PD를 다시 떠올렸다.
‘생각할수록 빡치네. X발. 왜 아직까지도 그 등신 새끼들 때문에 이렇게 날 들들 볶는데.’
아무리 멘탈이 강한 그라도 ‘김신호’라는 이름은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서평민 상병님. 최승현 PD 모르십니까? 요새 단 한 화만에 히트 친 프로 있잖습니까. [미스터리 탐사대]. 모르십니까?”
“우와. 서 상병님. 미스터리 탐사대 촬영하셨습니까?”
“미제사건 해결하고 막 그러는 거 같지 말입니다.”
“귀신들 이야기도 듣는 것 같습니다.”
“막 굿하고 그러면서 경찰들도 찾아내지 못한 걸 막 찾았습니다.”
후임들이 했던 이야기도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면서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그때, 서서 경계를 하던 이등병의 무릎이 살짝 풀리는 것을 보았다.
움찔-
그걸 본 서평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미친 새끼가. 근무 중에 졸게 되어 있냐? 어?”
그는 바로 경계를 서던 이등병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퍽-
떼구르르르-
이등병이 쓰고 있던 방탄모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러자 보인 건 머리 한쪽이 함몰 된 김신호의 뒷모습이었다.
“어어?”
서평민이 놀라 뒤로 물러났다.
스으으으으으-
김신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얼굴이 확연히 드러났다.
“으아아아악!”
서평민이 비명을 질렀다.
“서평민 상병님! 무슨 일이십니까!”
이등병이 서평민에게 한 번에 다가가 부축했다.
어느새 이등병의 얼굴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아냐, 아냐. 놔, 인마.”
서평민은 강한 척 이등병의 부축을 뿌리치며 주변을 보았다.
오싹-
어두운 나무 사이로 사람의 얼굴이 언뜻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봐도 어둠 말고는 뚜렷이 보이는 것 역시도 없었다.
‘기분 탓인가.’
서평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근무가 끝나고 생활관에 올라온 서평민.
그는 환복을 한 후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끼익-
그때 생활관 문이 열리더니 불침번이 들어왔다.
어렴풋이 잠에서 깬 서평민은 불침번의 군화 소리를 들으며 몸을 뒤척였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그의 귀 옆으로 한기가 느껴졌다.
이어 들리는 속삭이는 목소리.
“미안해. 잘못했어, 평민아.”
서평민이 기억하는 김신호의 목소리였다.
“으엇!”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지만 불침번은 없었다.
하지만 닫혀 있어야 할 생활관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어, 어어, 어어!!”
서평민은 무언가를 본 것처럼 맨발로 달려 나갔다.
“서평민 상병님!”
잠에서 깬 생활관 동료들이 불렀지만 그는 무작정 달리기만 했다.
다다다다다다
말릴 새도 없이 그는 위병소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어두운 영내에서 맨발로 달려가니 발자국 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 사이, 불침번들은 바로 지휘통제실에 해당 사항을 보고를 하러 달려갔다.
하지만 서평민은 맨발로 위병소 근처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수시로 뒤를 돌아보았다.
소름 끼치는 순간.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바로 뒤에 피눈물을 흘리는 김신호가 서있었다.
그리고 점점 김신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
미안해…. 평민아
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
동시에 들리는 기괴한 웃음소리.
“으아아아악!”
서평민이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갔다.
그의 발바닥에서는 피가 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