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27)
제27화
위병소에서 근무 중이던 근무자들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근무 교대 시간이 아닌 것은 물론, 밤에는 영내에서 함부로 뛰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특히 총을 든 근무자가 있는 근무지 주변에서는 더더욱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지양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오고 있다는 건 괴한으로 보일 법했다.
“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카레. 카레!”
암구호를 외쳤지만 응답이 없었다.
검은 그림자는 점점 가까워졌다.
근무자는 바로 조준을 하며 다시 소리쳤다.
“카레! 카레! 정지!”
여전히 응답이 마구 달려오기만 했다.
탕 탕 탕 탕 탕!
세 발의 공포탄 발사 이후, 두 발의 실탄이 날아갔다.
퍽 퍽-
그리고 두 발은 정확히 달려가던 서평민의 오른쪽 가슴과 목을 뚫고 지나갔다.
그때 근무자들의 무전기에서 무전이 들려왔다.
치직 치직 치직
[영내 근무자들 확인 바람. 2소대 3분대 서평민 상병이 영내에서 활보 중이니 보이는 즉시 제압하여 통제실로 인계할 것.]무전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근무자들의 손전등 불빛이 서평민을 비췄다.
활동복 차림에 맨발인 서평민은 목에서 피를 꿀떡 꿀떡 쏟아내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생명의 빛을 잃어갔다.
* * *
서평민이 부대에서 살해당하던 시각, 부산 광안리의 모 호텔.
수연에게 방을 따로 하나 잡아주고 한 방에 모여 있는 승현과 필립, 태정은 외장하드를 노트북에 연결한 후 옥상 풍경을 계속 보고 있었다.
계속 비슷한 풍경이 계속 되는지라 지루한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벌레가 날아다니는 모습만 포착될 뿐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같은 화면만 보자 필립과 태정은 쓰러지듯 잠에 들어 버렸다.
오로지 승현만 모니터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드나드는 것이 포착되었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 담배를 피우다 어떤 노인의 등장에 부랴부랴 담배를 끄는 모습.
그리고, 키가 작은 한 학생의 목덜미를 끌고 옥상에 데리고 오는 모습.
그 화면에는 세 학생이 한 학생을 무지막지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옷을 벗기는 것은 물론 불로 지지고 때리기까지 했다.
승현은 그 어떤 고약한 폭력 영화보다도 잔혹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5년 전 사건 날짜가 되었을 때.
그때의 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날도 엄청난 폭행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 때문인지 가장 덩치가 큰 학생이 유독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승현은 그가 서평민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피해 학생을 세워두고 발로 걷어찼다.
맞은 학생이 뒤로 밀려나 옥상 난간에 부딪쳤다.
여기서 서평민은 멈추지 않고 체중을 실어 다시 한번 내달려 걷어찼다.
그러자 피해 학생의 몸이 난간 너머로 꿀떡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팍-!
그 순간, 방 형광등이 꺼져 버렸다.
승현이 깜짝 놀라 주변을 보았다.
쿠궁-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렸다.
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확인해 보았다.
비가 오지는 않고 있었다.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뒤를 도는 순간, CCTV를 연결한 노트북 앞에 피투성이가 된 고등학생이 서있었다.
“헉!”
순간 승현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숨이 멎는 듯했다.
다시 형광등이 켜졌을 때, 귀신은 사라져 있었다.
승현이 노트북 화면으로 천천히 다가가 보았다.
화면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계속 재생이 되고 있었다.
이어지는 CCTV 화면.
깜짝 놀란 이병철, 최주동, 서평민이 난간 아래로 상체를 내밀었다.
그러고는 이들은 다급하게 발을 동동 구르며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더니 가방을 챙겨 옥상 출입구로 달려갔다.
결국 김신호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서평민이 죽였던 것이었다.
승현은 마른 입술을 매만졌다.
그때 승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승현은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육군 8484부대 헌병대 최대수 중사입니다. RBS 최승현 PD님 맞으십니까?]“네, 맞는데요?”
그리고 들려온 소식은 무척 충격적이었다.
서평민이 갑자기 미친 듯한 행동을 하다 위병소 근무자에게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승현이 면회를 왔다 간 날 사건이 발생했기에 참고인 조사 차원에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승현은 입을 꾹 다물고 알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 * *
헌병대에서 진행된 참고인 조사.
사실상 승현에게는 아무런 혐의점이 없었다.
승현과 길게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닐뿐더러 근무 투입 때까지도 서평민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평민의 유가족 입장에서는 승현과 RBS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법적인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승현과 태정은 방송국으로 복귀하자마자 이열상 CP에게 불려가야 했다.
서평민 유가족 측에서 이미 강력하게 항의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이거 방송 내도 되는 거야? 지금 그쪽에서 고소하겠다고 난리인데?”
이열상 CP가 물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예전, [괴담이즘]에서 발생했던 문제가 대뜸 떠올랐던 것이다.
그때도 이렇게 촬영 중 유가족들과의 분쟁이 잦아지며 방송이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네.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승현은 당당했다.
“어째서?”
“아무리 가해자다 하더라도 보호받아야 할 건 보호 받아야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서평민이 저를 만난 이후로 심적으로 고통스러워하다 자살을 한 것도 아니고, 저에게 복수하겠다고 탈영하다 총 맞은 것도 아니잖습니까.”
“뭐, 그건 그렇지.”
“실제 면회 시간은 5분도 채 안 됐었고요. 그리고 이야기 들어보니 평소랑 똑같이 애들 갈구고 웃고 떠들고 했다더라고요. 그러고 저 혼자 뭐에 쫓긴 듯이 뛰쳐나가다 야밤에 총 든 근무자한테 달려들었던 거잖아요.”
“음.”
“서평민 유가족 측에서 저희 탓을 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이번 여론은 무조건 우리 편입니다. 되레 지금 우리가 꼬리를 말면 그림이 더 이상해집니다.”
“에휴.”
이열상 CP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뉴스 기사 떴어.”
그는 컴퓨터로 뉴스를 검색해보며 말했다.
[RBS 미스터리 탐사대 인터뷰 직후 사망한 전방 군인.] [강압 인터뷰 있었나. RBS 여론 뭇매.] [미스터리 탐사대 인터뷰 이후 사망 사고 발생]여러 기사들이 출력되었다.
승현은 그 기사들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런 기사들도 다 저희 편이 되어 줄 겁니다. 일단 예고편으로 바로 반박하겠습니다.”
승현의 당당한 태도에 이열상 CP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여론이 뜨겁게 들끓고 있는 가운데 당연하게도 RBS와 [미스터리 탐사대]의 인지도는 빠르게 올라갔다.
[핸드사이드]와 각종 뉴스 댓글에서는 [미스터리 탐사대]에 대한 비난 글이 줄을 이뤘다.막무가내식 취재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것이었다.
– 기레기들에서 이제 피레기로 진화한 건가. 얼마나 강압적으로 취재를 했으면 군대에서 자살을 함???? 미친
└ [괴담이즘]도 피디가 고소당해서 폐지 됐던 걸로 기억함. [미스터리 탐사대]도 같은 피디임.
└ 제 물에 제가 체한다고 방송계 퇴출해야 하는 거 아님?
└ 알고나 써라. 자살한 거 아님. 혼자 날뛰다 초병한테 총 맞아 죽은 거임.
– 최승현 PD 불매합시다.
반면 이에 대한 옹호 기사와 댓글, 커뮤니티 게시 글 역시도 빠르게 확산되었다.
– 면회 5분도 안 했다드만.
– 학교폭력 가해자라 함. 뒤져도 싸지.
– RBS에서는 공식 입장이라도 발표해야 하는 거 아닌가.
– 인터뷰하러 갔는데 거절했다고 함.
– 피디가 무슨 잘못임?
승현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예고편을 제작했다.
그리고 RBS 정규 방송 중간 중간 예고편이 송출되었다.
김백춘 국장은 확실하게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예고편 송출 횟수도 더 늘려 주었다.
우려가 앞서는 이열상 CP와는 다르게, 김백춘 국장은 승현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이것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승현은 RBS 너튜브 공식 채널에 예고편과 함께 건물주 부인으로부터 받은 CCTV 화면 일부를 업로드 했다.
물론 폭행 장면 일부는 모자이크가 되고 결정적인 장면은 편집이 되어 심의를 준수한 영상이었다.
이 영상이 올라오자 여론은 급반전 되었다.
그 중 또 다른 동창생이 너튜브에 댓글을 쓴 것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으며 위로 올라왔다.
– 평부고 졸업생입니다. 저때 저 친구들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저 피해자 괴롭힘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말리고 싶어도 말릴 수 없었죠. 누군가는 저때 말렸어야지 왜 이제 와서 댓글 싸지르냐 할 수 있는데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저때 동창들은 저 친구에 대한 기억을 가슴 아프게 기억하고 있죠.
그 어떤 일이 있었든 사람이 죽었는데 ‘잘 죽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가해자들이 죗값을 받았다는 생각은 듭니다.
└ 정중하다.
└ 이게 정답 같다.
└ ‘피해자가 사망한 학폭사건의 가해자’가 죽었는데 죽어도 싸지.
└ 자신이 지은 죄는 자신이 갚아야 한다는 진리를 보여준 사건임.
그 댓글 덕분에 여론은 더 빠르게 반전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 화살은 서평민 학생의 유가족 쪽으로 바뀌어 날아갔다.
– 애 교육을 저따위로 해놓고 고소???
– 맞고소 감 아님??
– 살인자네.
– 살인자네
– 살인자
– 애를 살인자로 키웠어.
– 부산에 있는 모 렌터카 업체 사장이 살인자 아빠임.
– 구속해야 하는 거 아님???
역풍은 상당했다.
서평민의 유가족이 지역 언론을 통해 RBS와 승현을 강하게 비판했던 만큼 네티즌들은 더욱 강하게 비난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살인자.
결국 서평민은 ‘살인자’이고 이병철과 최주동은 ‘살인방관자’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병철과 최주동의 부모들이 인터뷰를 거절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역 유지면서 둘의 죄를 대충 알고 있던 그들 입장에서는 인터뷰를 해봐야 아무런 득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죄를 지었던 서평민은 끝까지 자기 죄를 숨기려 했고, 그걸 모르는 서평민의 유가족은 당시 사건을 들쑤시는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에 대해 강하게 분노를 했던 것.
하지만 여전히 서평민의 유가족은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스탠스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 상태로 결국, [미스터리 탐사대] 2회, ‘부산 자살귀 편’이 본 방송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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