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28)
제28화
사안이 사안인 만큼 승현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 모니터로 본 방송을 지켜봤다.
태정도 자신의 컴퓨터에서 동시에 댓글들을 확인했다.
편집은 역시나 꽤나 흥미롭게 구성이 되어 있었음은 물론, 적당한 갑툭튀와 소름끼치는 심령사진들의 향연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 저거저거 귀신임?????
– 얼굴이다
– 학원장면 봤음??????
– 센서등!!!!!
– 센서등센서등 쪽
[미탐 부산 자살귀 편 귀신 나온 장면 모음 (공포주의)] [심령사진 분석] [미탐에 찍힌 귀신들이 조작이 아니라는 증거]– 정확하게 안 나와서 그런가 그게 더 무서워
– 아 ㅈㄴ싫은데 자꾸 보게 돼
– 미탐 제작진으로 취직하고 싶다.
– 피아노학원에서 나타난 그 귀신이 탑이네
└ ㅇㅈ
└ ㅇㅈ2222222222222
└ ㅇㅈ333
– 소름끼쳐
– 난 그 주인집에 뒷짐지고 있는 남자 귀신.
└ 귀신 맞긴 함??
특히 피아노 학원에서 찍힌 장면들이 유독 주목을 받았다.
정말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건에 대한 여러 인터뷰와 결정적인 증거들이 도출되면서 프로그램의 기승전결 역시도 깔끔하게 귀결되었다.
본 방송이 나간 후, 이틀이 지나자 서평민의 유가족은 고소를 취하했다.
단, 피해 학생 유가족에 대한 사과는 일절 없었다.
사과를 하라는 네티즌들의 요구에도 이들은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물론 해당 사건은 이제 와서 형사 고소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사망한 상태니 공소권이 모두 소멸해 있었다.
다만 김신호의 유가족이 민사 소송을 할 수도 있겠지만 승현이 만났던 그의 모친을 기억해 봤을 땐, 민사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지만 그걸 자신의 몫으로 꾹 감내하려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여론은 서평민과 그 유가족에 대한 채찍질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결국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사적 제재’가 시작되었다.
서평민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렌터카 회사 앞.
일부 시위대가 찾아가 진을 치고 사과를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전화 테러’도 줄을 이었다.
회사의 대표번호로 연락해 욕을 하고 끊는가 하면 서평민 가족들에 대한 저주성 발언을 하고 끊는 네티즌들도 다수 존재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공감’ 문화가 발동한 것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명으로만 기재되었던 이병철, 최주동, 서평민의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하는 너튜브 채널이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스터리 탐사대’에 등장한 학폭 가해자 신상 공개] [부산 학폭 가해자 신상] [서OO! 애들 교육 똑바로 시켜라!] [친구를 죽인 아들을 두둔하며 고소미 시전 중인 OO렌터카 사장]소위 ‘사이버렉카’라 불리는 채널까지 융단폭격을 해대기 시작했다.
서평민의 유가족은 RBS를 향한 고소는 취하했지만 사이버렉카과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는 계속 진행해 나갔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여론은 점점 더 악화만 되어갔다.
사적 제재니, 법률상 문제가 있다느니, 결국 서평민도 죽었다느니- 하는 댓글들도 존재했지만 그가 김신호를 너무 끔찍하게 죽이고 그걸 자살로 은폐했던 것이 영상으로 남아있는 이상 반전의 여지는 없었다.
결국 추후에 서평민의 렌터카 업체는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승현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나 그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 * *
승현과 태정, 필립, 수연은 일식집에 모여 회식자리를 가졌다.
“다행이죠. 그렇게 해서 한을 풀었다는 게.”
필립이 웃으며 말했다.
“한을 푼 게 맞을까요? 사실 그 뒤로 귀신이 또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잖아요.”
태정은 필립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수연이 사케를 한 잔 마시고 말했다.
“한을 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사실 신호는 계속 저희를 쫓아다니고 있었어요. 제가 따로 말씀은 안 드렸지만 건물주 집에 갔을 때도 현관문에 우두커니 서있었고요. 그건 신호가 우리한테 간곡하게 요청하고 있던 거라고 생각해요.”
“뭐를요?”
“진실을 밝혀달라고요.”
수연은 잔에 조금 남은 사케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승현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신호는 진실을 간절히 바랐어요. 그래서 가장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건물주 아저씨가 CCTV를 공개해주기를 바랐죠. 그런데 그러지 않았고, 그 사람은 자기 스스로 무너진 거죠.”
“그 분도 김신호 학생이 자살을 유도한 걸까요?”
“글쎄요. 그 건물주 아저씨가 되어 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신호는 그렇게 ‘잔혹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만 건물주 아저씨를 향한 간곡한 바람과 당사자의 죄책감이 겹치면서 스스로 견딜 수 없었던 것 아닐까요?”
수연은 사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내려 보았다.
그 모습이 무척 씁쓸해 보였다.
“아무튼 다른 일들은 다들 알아서 처리가 돌 테니 우리는 일단 한잔 합시다.”
승현은 미소를 보이며 자리한 멤버들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혹시 다음 촬영지 골랐어요?”
태정이 물었다.
“음. 아직. 빨리 골라야 하긴 하는데.”
승현이 술잔을 비우며 중얼거렸다.
“저 여기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여기 어떨까요?”
필립이 머리를 긁적이다 커뮤니티 화면을 보여주었다.
게시물 제목에서 눈에 확 띄는 단어는 단연 ‘수살귀’였다.
그 내용은 사실 별 거 없는 흔하디흔한 물귀신 이야기였다.
언젠가 한 여성이 물에 빠져 죽은 뒤 그곳에서 산 사람들을 유혹하고 익사시킨다는.
하지만 그만큼 대중적이기에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소재가 될 것이라 생각 되었다.
승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수연을 보았다.
“수살귀…….”
수연은 심각한 얼굴로 읊조렸다.
수살귀.
흔히들 ‘물귀신’이라고도 불리는 물속의 원혼을 의미했다.
이들은 물에 있는 걸 넘어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익사시키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게시물을 보던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게시물 본 적 있어요. 꽤 오래 전에 봤던 것 같은데.”
“맞아요. 이거 여기 뜨고 나서 몇몇 유저들이 거기 심령사진을 촬영하러 갔었거든요.”
필립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심령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무척 기괴하게 소름끼쳤다.
물 위에 머리카락 뭉치가 둥둥 떠 있는 모습.
어두운 밤.
카메라 플래시가 닿지 않는 계곡 수면 위에 누군가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
코프로 카메라를 통해 수중을 촬영한 모습에 포착된 귀신.
물속에 한 여자가 꼿꼿이 선 채 위를 보고 있는 듯한 모습.
그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처음에는 이런 사진들이 올라오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상릉계곡에 갔는데요. 언젠가 한 번 거기서 사람이 또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필립이 말했다.
승현은 옛 기억을 떠올리듯 눈알을 굴리다 손뼉을 쳤다.
“아! 그 어떤 유저가 자기 거기 간다고 글 올린 후에 후기가 안 올라온 거 말씀이시죠?”
“네. 제 기억에 그 유저 닉네임이 기억 안 나는데요. 거기 혼자 가서 사진 찍어 오겠다고 호기롭게 가더니 후기가 안 올라왔죠. 나름 열심히 활동하던 사람이었는데.”
필립이 말했다.
승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 사람이 죽었는지 어쨌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촬영지로 선정하기에는 약간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인터넷에 도는 정보만 보고 촬영을 가기에는 무리수였다.
만약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경우 제작비용만 축내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미스터리 탐사대]의 제작 여건상 제작비를 무의미하게 지출했다가는 이열상 CP에게 한 소리 듣게 될 것이 뻔했다.
“생각해보면, 거기 갔다가 실종된 사람이 있다면 사건이 될 수도 있긴 하겠는데요.”
그때 태정이 거들었다.
승현은 턱을 괴고 앉아 고민에 잠겼다.
실종이 되었다는 그 유저.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닉네임을 바꿔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그 일이 있던 건 벌써 10년 전.
그 이후로 그곳은 사람의 발길이 끊겨 있는 듯했다.
“태정아. 그 실종 됐다는 사람. 한 번 수배해봐.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 진짜 죽은 건지.”
“네, 알겠습니다.”
태정이 빠르게 대답했다.
“수연 씨. 괜찮을 것 같아요?”
승현이 수연을 보며 물었다.
“무속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귀신 중에 하나가 수살귀에요. 굿을 하다보면 빙의가 된 채로 물가에 끌려가는 경우가 있어서.”
그녀는 사진 속 수살귀의 사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한 번 엄마하고 이야기 나눠보고 메시지 드릴게요.”
승범보살과 이야기를 나눠본 후 의견을 말하겠다는 것이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세 번째 촬영지 후보로 올라온 강원도 무소군 상릉리 상릉계곡.
회식한 다음 날, 승현은 촬영지 확정을 하기 전에 인터넷에 도는 상릉계곡 수살귀에 대해 추가 검색을 해 보았다.
타닥 타닥 타닥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여기. 이 사람이네요.”
태정이 엔터키를 탁 누르며 모니터를 가리켰다.
승현이 지시한 그 ‘실종 유저’를 찾아낸 것이었다.
“어디, 어디.”
승현은 단 걸음에 태정에게 달려와 모니터를 함께 보았다.
니수통가져와 / yes******* / 회원등급 : 로얄패밀리
가입일 : 2010년 9월 5일.
마지막 접속 : 2015년 5월 12일.
등록한 게시물 : 6471개.
등록한 댓글 : 16,486개.
약 5년 동안의 활동 동안 엄청난 양의 게시물을 등록하고 또 댓글을 달았던 유저였다.
그 게시물들을 등록해 보니 괴담과 심령사진을 올려놓으며 써놓은 스토리텔링이 상당히 좋았다.
이 정도면 상당히 많은 팬층을 확보한 ‘헤비유저’였던 것은 분명했다.
그가 쓴 마지막 게시물을 확인해 보았다.
이번 주 일요일. 강원도 상릉계곡 촬영갑니다.
가서 물귀신 꼭 찍어올게요.
상릉계곡 수살귀 관련 링크 : http://b.log.never.com/bbs/tHwizh1231&xxfhPoWer
본문 내용은 무척 짧았다.
승현은 그 링크를 클릭해 보았다.
그러자 굉장히 오래된 블로그 포스팅 하나가 올라왔다.
봤을 때 블로그 문화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될 때쯤 쓰인 것 같았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