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29)
제29화
#[상릉계곡 수살귀> 특집
상릉계곡 전설.
강원도 무소군 상릉리의 지명은 과거 임금의 능에서 유래되었다.
임금의 능은 알려진 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지만 조선시대 후기 당시, ‘철방’이라는 박수무당이 조선에 복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임금의 능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유교사상에 사대부적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했던 궁에서는 이를 무시했다.
이에 철방 스스로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장 적합한 지역을 찾아 ‘상릉’이라 이름을 붙이고 임금들의 사당을 따로 차렸다.
하지만 이는 궁의 법도에 어긋나는 것이었기에 결국 철방은 처형을 당한 뒤 상릉산 계곡에 효수되었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궁은 저주받을 것이라며 소리쳤고, 실제로 그 후 조선후기 땐 열강들의 침략이 이어지며 국운이 기울게 되었다.
아울러 그가 효수되었던 자리에 계곡이 생기니 그곳이 ‘상릉계곡’이었다.
내용을 본 승현은 지도에 강원도 무소군 상릉리를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본문에 나온 ‘상릉산’과 ‘상릉계곡’의 위치가 표기되었다.
아울러 ‘상릉리 지명의 유래’라 하여 ‘철방’의 이름이 곳곳에 등장하는 것 역시 찾을 수 있었다.
“본명이 확인되진 않는데 거기 갔다가 사람이 실종됐다는 기사가 짧게 있기는 해요. 그렇게 이슈가 되지 않은 것 같고요.”
태정은 굉장히 오래된 UI로 된 인터넷 신문 기사를 보며 말했다.
고오오오오-
그 순간이었다.
상한 것 같은 물비린내가 강하게 풍겨왔다.
승현은 코를 살짝 막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번에도 역시 냄새가 날 만한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
“흥미롭긴 하겠는데?”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런 냄새가 난다는 건 분명 귀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상릉계곡이요?”
“응. 재미있겠는데? 자료 나한테 보내.”
승현은 태정에게 말한 후 자리로 돌아갔다.
“한 마디로 그 커뮤니티에 ‘니수통가져와’가 말했던 곳이 ‘상릉리’라는 거잖아요.”
“그렇지. 근데 재밌지 않아? 박수무당이 점지해준 땅이라는 게.”
“그 ‘철방’이 누군지도 알아봐야겠네요.”
“그렇지.”
승현이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 * *
그렇게 3회의 촬영지는 무소군 상릉리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바로 필립과 만나 수원에 있는 승범보살에게로 향했다.
‘상릉리’의 유래가 된 그 사연과 박수무당 ‘철방’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점집에 도착해 문을 열자 수연이 반갑게 맞았다.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계셨어요.”
수연은 신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승현과 태정, 필립은 간단히 묵례를 하고는 신당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하얀 옷을 입은 승범보살이 인자한 미소를 띤 채 앉아 있었다.
“아유. 불쌍한 여러 영혼들 달래주고 계시구먼. 그래. 수연이만 부르지 않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승범보살이 물었다.
“저희가 다음 촬영 소스로 ‘수살귀’를 정했는데요. 수연 씨께서 어머님께 한 번 여쭤본다고 했고요. 또, 저희가 선정한 촬영지에 대해 조사를 하다 보니 사전에 여쭤볼 게 있어서요.”
승현이 대답했다.
그 사이 태정은 언제나처럼 인터뷰 형식으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살귀. 무서운 영혼이지. 그런데 그만큼 불쌍한 넋이기도 해. 조금 위험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잘 달래줘야지. 그렇지?”
승범보살이 수연을 보며 말했다.
수연은 잔잔한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듣기로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고…….”
승현이 조심스레 운을 뗐다.
“맞아. 위험해. 물속에 있는 영혼한테 빙의하면 당연히 물에 들어가려고 하겠지. 그러다 죽는 무당도 많아. 요새야 들 하지.”
“그렇군요.”
“그리고 수살귀라 하지만 실제 수살귀가 아닌 경우도 많아. 그냥 물길이 이상해서 귀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고.”
“그래요?”
“뭐, 가봐야 알지. 결론적으론. 하하하핫.”
승범보살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이번에 가려는 곳이 강원도 무소군 상릉리 상릉계곡이거든요.”
“상릉계곡? 그런데?”
“거기 이름에 얽힌 유래가 흥미로워서요.”
“뭐 어떤데?”
승범보살이 물었다.
승현은 상릉리와 상릉산, 상릉계곡에 대한 이야기와 박수무당 ‘철방’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승범보살은 미소를 거두고 나지막이 답했다.
“박수무당 ‘철방’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있지.”
대답을 들은 승현이 물었다.
“정말요? 유명한 무당인가요?”
“아니. 전해지는 ‘실체’가 없어.”
“실체가 없다는 게 무슨…….”
“거기뿐만이 아니야.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옛날 자료들 찾아보면 함경도랑 황해도까지. 각 지역마다 박수무당 ‘철방’이 등장해. 시대나 장소 상관없이.”
“정말입니까?”
“그래. 그게 뭘 의미할 것 같아?”
“음. 흔한 사람이다? 아니면 ‘이름’이 아니라 뭔가 다른 걸 상징한다?”
“맞아. 그리고 그 ‘철방’이 등장한 곳에는 어김없이 귀신 소문이 나. 장산범 설화에서도 마을에 따라서는 ‘철방’이 등장하고 장흥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철방’이 하늘에 이무기를 띄웠다는 소문이 있어.”
“그래서 ‘철방’이 뭔가요?”
“결론적으로는 몰라. 뭐, 우리들 소문으로는 잡신을 들여서 기이한 짓을 벌이고 다니는 박수무당을 통 털어서 ‘철방’이라고 불렀던 게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야.”
승범보살의 말에 승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박수무당 ‘철방’에 대해서 포커스를 잡을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보살님께서는 ‘상릉계곡’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적 없고요?”
승현이 물었다.
“응. 하지만 지명 유래에 ‘철방’이 등장한다면 거기 수살귀가 헛소문은 아닐 거야. 한이 많이 셀 수도 있고.”
“위험할까요?”
“산 놈이 죽은 자를 만나는데 안 위험할 수가 있나. 수연이가 잘 해줄 거야. 너무 쫄지 마.”
승범보살이 수연을 보며 말했다.
그녀는 얌전히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승현은 정중하게 승범보살에게 인사를 했다.
* * *
“혹시 여러분은 ‘수살귀’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우리가 흔히 ‘물귀신’이라 불리는 바로 그 존재. 수살귀가 존재한다는 강원도 무소군 상릉리의 한 계곡으로 우리 취재팀은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수살귀는 그 한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을 해야 합니다. 과연, 그곳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승현은 조수석에 앉아 셀카모드로 멘트를 한 후 고속도로 위 커다란 이정표들을 촬영했다.
부우우우웅-
빠르게 지나가는 이정표를 따라 앵글을 잡으며 속도감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측면에 보이는 가드레일도 쭉 촬영을 해 계속 소스를 모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강원도 무소군 상릉리.
먼저 읍내로 들어선 그들은 주차를 한 후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휴게소에 들리지 않고 내리달린 덕분에 모두 허기가 진 탓이었다.
“사장님. 여기 김치찌개 2인분하고 제육 2인분 주세요.”
태정은 각 멤버들의 메뉴를 들은 뒤 곧장 주문했다.
“그런데 특이한 게 한 가지 있는데요.”
“네.”
필립이 수저를 놓으며 말했다.
“그 ‘철방’이라는 박수무당이 궁궐의 법도를 어기면서 만든 게 ‘상릉’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계속 행정지명으로 쓰는 거예요?”
그의 질문에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근데 뭐, 행정지명이라는 게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는 것도 중요하다 보니까 그렇게 지었겠죠, 뭐.”
승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반찬 쟁반을 들고 와 자리 세팅을 해주었다.
승현은 태정에게 촬영하라는 눈짓을 보낸 후 운을 뗐다.
“저기, 사장님. 저희가 RBS 방송국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인데요. 뭐 좀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의 질문에 중년 여성은 당황한 얼굴로 일행들을 슥 둘러보았다.
“네, 뭔데요?”
중년 여성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게 아니고 저희가 ‘상릉계곡’에 가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가야 하나요?”
“아아. 여기 앞 도로로 쭉 가면 상릉산 입구 있어요. 그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등산로 입구가 있고요. 그 앞에 공영주차장에 주차하시고 올라가면 돼요.”
“상릉산 등산로 공영주차장이요.”
“네, 네. 거기로 올라가다 보면 ‘부민사’라는 절이 있어요. 그 절 뒤쪽으로 올라가면 상릉계곡이에요.”
“아유. 감사합니다.”
“그런데 거기 못 들어갈 텐데?”
“네? 그래요?”
“상릉계곡 거기 물귀신 나오기로 엄청 유명하잖아요. 옛날부터 하도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그래서 ‘부민사’라는 절이 거기 들어선 거거든요. 나라에서 통제를 안 시키니까 스님들이 직접 막겠다고 절을 옮긴 거죠. 그런데 언제인가. 몇 년 됐는데. 어떤 사람이 거기 몰래 들어갔다가 실종 됐어요. 그 뒤로 거기 완전히 출입 금지 구역 됐어요. 거기 들어가려면 군청에 신고해야 할 거예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 그냥 올라갔다가 헛걸음할 뻔한 상황이었다.
“감사합니다.”
승현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식당 계산을 하면서 만 원 더 팁을 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승현 일행은 군청으로 이동해 관련 부서에 상릉계곡 입장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러자 담당 공무원이 나와 말했다.
“상릉계곡은 예전에 인명피해가 발생해서 현재 출입이 통제된 상황입니다. 출입하시려면 저희 쪽에 신고하시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어떤 인명피해였죠?”
승현이 물었다.
“물귀신 찍겠다고 왔다는데. 저 절 스님들이 계곡 근처에 가지 말라니까 안 들어가는 척 했다가 밤에 몰래 들어갔었나 봐요. 하도 오래된 일이라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하지 말란 건 하지 말아야지, 원.”
군청 공무원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참 젊어 보이는 것이 그 당시엔 근무하지 않았던 사람인 듯했다.
승현은 그가 시키는 대로 서류를 작성한 후 바로 제출했다.
“머리 아프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그리고 그는 한 마디를 덧붙여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기든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