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30)
제30화
부우우웅 끼익-
승현 일행이 탄 차량이 상릉산 공영주차장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리자 앞으로 쏟아질 듯한 거대한 산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입구는 마치 조선시대 요새 입구처럼 한옥 느낌의 대문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넷은 그곳을 지나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헉, 헉. 아니- 진짜. 어떻게 촬영 할 때마다 등산이에요, 등산이!”
태정이 투덜댔다.
“또, 또 구시렁대기 시작한다.”
승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받아쳤다.
“아니, 그렇잖아요. 수연 씨는 안 힘들어요?”
태정은 동의를 구하려는 듯 수연을 보았다.
“저희는 기도하러 산에 많이 올라서요.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수연은 잔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필립 씨는요?”
“취미로 운동을 많이 해서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군생활 할 때도 거의 뭐, 산에서 살았고요.”
필립 역시도 불만이 없었다.
“어후!”
태정은 카메라 장비를 고쳐 매며 발을 뗐다.
일행 중 자기 편은 한 명도 없는 것이었다.
승현은 그런 태정을 흘깃 보다가 피식 웃고는 다가가 짐을 나눠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자 ‘부민사’라는 절이 나타났다.
크지는 않았지만 산속에 고요하게 자리 잡은 것이 무척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승현이 앞장서서 절로 들어가자 승복을 입은 스님이 나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는 물어보면서도 시선은 승현과 태정의 짐에 꽂혔다.
카메라 장비들을 본 것이었다.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팀입니다. 이곳으로 오면 상릉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요.”
“아아, 네. 그곳으로 들어가려면 군청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요.”
“네, 물론 하고 왔습니다.”
승현은 군청에서 받은 서류를 보여주었다.
“알겠습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오. 저기, 죄송한데 시원한 물 한 잔 마실 수 있을까요?”
그때 태정이 조심스레 손을 들고 물었다.
“야. 우리 물 있잖아! 생수 안 챙겼어? 왜 민폐를 끼쳐.”
“미지근해졌죠! 아니, 갈 땐 가더라도 물 한 잔 정도는 괜찮잖아요!”
승현의 질타에 태정에 입을 씰룩이며 대답했다.
“하하하하.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저기 쉼터가 있으니 잠시 저기서 기다리시지요.”
스님은 절 한쪽에 있는 작은 정자를 가리킨 후 어딘가로 들어갔다.
승현 일행은 정자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과 은은한 목탁 소리.
태정은 알아서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찰칵 찰칵 찰칵
필립도 절의 풍경을 은은하게 담았다.
귀신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아름다운 걸 찍는, 혹은 편집 소스로 쓰려는 것이었다.
잠시 뒤, 얼음이 동동 떠있는 생수병을 들고 스님이 정자에 들어왔다.
“여기 있습니다.”
스님이 태정에게 물을 건네자 벌컥벌컥 마셨다.
이어 승현도 물병을 받아 시원하게 한 모금 마셨다.
식도에서 위까지 차가운 물이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승현은 역한 물비린내를 맡았다.
놀란 승현이 물병의 물을 확인해 보았지만 그 안의 물도, 물을 마신 태정도 아무렇지 않았다.
“선배도 잘 드실 거면서!”
그때 태정은 괜스레 한 마디 투정을 던졌다.
승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병을 다시 돌려주었다.
“그런데 상릉계곡에는 왜 가시려고 하십니까?”
스님이 물었다.
“아아. 네. 저희는 심령사진이나 심령현상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팀인데요. 상릉계곡에 오래된 수살귀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고 있습니다.”
승현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수살귀……. 물귀신 말씀이시죠?”
“네, 네.”
“여러분 말고도 거기를 촬영하겠다고 온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무슨 너튜버인가- 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슨 대학 동아리에서 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보통 군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아마 방송국이니까 허가를 해준 것 아닌가 싶네요.”
스님이 말했다.
승현은 볼을 긁적이다 물었다.
“저기, 혹시 전에 여기서 실종했다던 분이 있지 않았나요? 절에서 말렸는데 몰래 들어갔다가 사라졌다는.”
“아아아. 네. 기억이 납니다. 커다란 카메라에 등산복을 입었던 30대 남자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군청 허락이 필요했던 때는 아니었죠.”
“그때 이야기를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승현이 녹음기를 켜고 물었다.
부민사 스님 :
조금 오래 됐습니다.
제 기억에는 한 오후 서너 시쯤이었던 것 같아요.
이곳으로 와서 상릉계곡 가는 길을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알려줄 수 없다, 위험하다 이야기 했더니 알겠다고 돌아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야밤이었죠.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 스님들이 비명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는데 아무도 없었죠.
가방 하나만 발견이 됐고요.
우리 절에 찾아왔던 바로 그 사람의 가방이었어요.
경찰에 신고해서 수색해 봤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스님이 대답했다.
“혹시 그 계곡 안은 찾아보셨나요?”
“뭐, 119 대원들이 다이버랑 같이 와서 계곡을 수색했는데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곳의 전설에 대해서는 따로 아시는 바가 있나요?”
“음. 어떤 무속인이 임금들의 능을 이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터가 그 계곡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그 무속인은 목이 잘려서 계곡에 버려졌고요.”
“그게 그 ‘철방’이라는 무속인이죠?”
“그것까지는 모르겠군요.”
스님이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감사합니다. 시원하게 잘 마시고 갑니다.”
승현은 자리를 정리하려 일어나며 물병을 돌려주었다.
그러자 일행 모두 따라 일어나 정자에서 나왔다.
“혹시 무슨 일이 있거든 바로 절로 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승현은 스님과 합장을 마주한 후 그가 알려준 길목으로 이동했다.
부민사에서 상릉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은 더욱 험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있는 곳인지라 길의 흔적만 있을 뿐, 다니기 무척 어려웠다.
풀이 허리까지 자라나 바닥이 잘 안 보이는 것은 물론 바위도 곳곳에 놓여 있어 발을 헛딛기 쉬웠다.
일행은 서로 잡고 끌어주며 부민사 뒤쪽 길을 계속 올랐다.
졸졸졸졸-
그러다 수풀 너머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작은 물길이 나있는 것이었다.
승현 일행은 물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그렇게 또 한참을 올라가자 드디어 상릉계곡이 한 눈에 들어왔다.
녹이 슨 이정표에는 ‘상릉계곡’과 ‘상릉폭포’라는 글자가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깎아질 듯한 절벽과 아름다운 폭포.
그 아래 깊게 고여 있는 물웅덩이가 보였다.
그 끝으로 올라오며 보았던 작은 물길이 나 냇물을 이루는 것이었다.
“와. 물소리 진짜 청량하네요.”
태정이 장비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찰칵 찰칵 찰칵
필립도 신이 났는지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잠깐 쉬었다가 카메라 세팅하자.”
승현은 시계를 한 번 확인한 후 말했다.
아까 물병의 물을 마신 이후로 물비린내는 점점 더 지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승현은 손등으로 수시로 코 밑을 닦아냈다.
그 사이, 수연은 계곡 근처를 슥 둘러보았다.
굉장히 심각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태정은 그런 그녀를 쫓아가며 촬영을 했다.
“이곳은 풍수지리적으로 굉장히 안 좋은 곳이에요. 이곳에 임금의 능을 둬야 한다는 무속인 ‘철방’의 논리가 이해되지 않아요. 여기는 죽은 사람은 물론 산 사람의 기까지도 뺏어갈 장소에요. 이런 곳에 묘를 썼다가는 대대손손 액이 끼겠어요.”
기본적인 배산임수조차 지켜지지 않은 곳.
굉장히 습하고 그림자 져 있는 것이 좋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태정아. 여기 풍경 좀 담자.”
승현의 지시에 태정이 장비 가방을 열고 삼각대와 카메라들을 설치했다.
이어 이곳을 어떻게 담을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타입랩스 촬영을 위해 설정을 맞췄다.
이때까지만 해도 승현을 비롯한 일행 모두, 늘 똑같은 촬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립이 기괴한 무언가를 포착해내기 전까지는.
* * *
찰칵 찰칵-
필립은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아름답게 핀 꽃도 찍고, 잎에 맺힌 물방울도 뷰파인더에 담았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찍던 필립은 자기도 모르게 일행들과 조금 떨어지게 되었다.
산속에서 사진을 찍던 필립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보았다.
“어우. 너무 멀리 왔나.”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왔던 곳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바닥에 무언가 툭 차이는 것을 느꼈다.
“음?”
아래를 보니 외관이 완전 부식된 카메라가 떨어져 있었다.
필립은 그 카메라를 들어보았다.
“어? 이런 것들이 왜 여기 굴러다니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역 사진작가들이 사용하는 고급기 카메라였다.
비바람에 완전히 망가져 있는 것 같았지만 나름대로 외형은 유지하고 있었다.
필립은 카메라를 가지고 다시 일행에게 돌아갔다.
*
딱 봐도 깊어 보이는 계곡물 앞에서 승현이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카메라는 그런 승현과 옆에 있는 수연을 번갈아 담았다.
그때 한 쪽에서 필립이 무언가를 들고 다가왔다.
“그거 뭐예요?”
승현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저기 떨어져 있던데요?”
필립은 자신이 온 곳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혹시 그 ‘니수통가져와’ 카메라 아니에요? 커뮤니티에.”
태정이 그 카메라를 클로즈업하며 물었다.
카메라만 보고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켤 수 있어요?”
승현이 물었다.
“한 번 확인해 볼까요?”
필립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배터리 커버를 열었다.
그는 바로 배터리 부품과 메모리카드 슬롯을 확인했다.
“흐음. 배터리를 갈아 끼워보면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자신의 가방에서 스페어 배터리를 꺼냈다.
비슷한 기종이다 보니 호환이 되는 것이었다.
지이잉-
전원을 켜자 카메라 액정에 불이 들어왔다.
좌측 상부가 깨진 듯 시커맸지만 그래도 화면의 2/3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사진 찍은 날짜가 2015년 5월 13일이네요.”
필립이 말했다.
순간 승현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캡처 해 둔 화면 하나를 카메라에 들이댔다.
니수통가져와 / yes******* / 회원등급 : 로얄패밀리
가입일 : 2010년 9월 5일.
마지막 접속 : 2015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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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사이드]에서 확인 가능했던 ‘니수통가져와’의 마지막 접속일이었다.우연이 아니라면 이건 분명 그의 카메라일 가능성이 커보였다.
“이걸로는 확인이 어려운데요. 메모리카드를 확인해 볼게요.”
필립은 그 카메라에서 CF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뒤 자신의 카메라에 꽂았다.
그리고 한 장씩 사진을 확인해 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