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31)
제31화
2015년 당시의 서울 도시 풍경.
상릉리 마을 풍경.
그리고 산길과 부민사 모습.
지금보다는 그래도 길이 좀 나있는 부민사 뒤쪽 길.
이어 나타난 상릉계곡 풍경.
지금과 굉장히 비슷한 모습이었다.
필립은 사진을 계속 넘겨보았다.
밤이 된 풍경이 나왔다.
수면 위에 누군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PD님. 이것 좀 보세요.”
필립이 계곡 쪽을 보고 있는 승현을 불렀다.
“이 수면 위에 어떤 여자 서있는 거죠?”
“그러네요? 옷이 무슨 옷이지?”
“검은 옷? 약간 와인색 원피스 같기도 하고.”
“네, 네. 피부도 완전 새하야네요. 시퍼럴 정도로.”
둘은 카메라 LCD와 계곡을 번갈아 보며 걸음을 옮겼다.
이 카메라 주인이 사진을 찍었던 바로 그 위치에 서보려는 것이었다.
“대충 이 각도 이 앵글인 것 같은데요. 대략 17mm 화각 정도로 촬영한 것 같고.”
필립이 구도를 잡는 자세로 상체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리고 습득한 카메라의 저장된 사진을 보는 메뉴에서 촬영모드로 전환했다.
이 모습을 담고 있는 다큐 카메라도 그쪽으로 클로즈업 했다.
그 순간이었다.
촬영모드로 변경하고 현재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LCD 화면에 나타나자마자 와인색 옷을 입은 귀신이 코앞에 떡 하니 나타나 있었다.
새하얀 얼굴에 흰자위가 없는 눈을 가지고 있었고 코와 입에서는 회색 액체를 흘리고 있는 귀신의 모습이었다.
“으악!”
필립이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촬영 중인 태정의 다큐 카메라도 흔들렸다.
순간 필립이 들고 있던 ‘니수통가져와’의 카메라가 퉁 떨어지더니 물가로 데구르르 굴러가 빠졌다.
“주워요! 주워요!”
승현과 필립이 굴러가는 카메라를 쫓아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퐁당-
결국 카메라는 계곡에 빠져 버렸다.
태정이 든 카메라는 잔잔히 물결이 이는 계곡 수면을 클로즈업 했다.
필립과 승현은 얼어붙은 채로 계곡을 빤히 보았다.
“들어가면 안 돼요.”
뒤에서 수연이 말했다.
카메라를 주우러 들어갔다가는 화를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야. 지금 녹화된 것 좀 보자.”
승현이 태정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태정은 녹화를 중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치된 다른 카메라들도 챙겨 봐.”
승현의 지시에 태정은 곳곳에 설치 되었던 카메라들을 모두 수거했다.
그 사이 승현은 카메라와 노트북을 연결해 지금까지 촬영한 것들을 재생시켜 보았다.
하지만 귀신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분명 와인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튀어나왔고, 모두가 놀라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태정 역시도 귀신을 보고 놀라 카메라가 요란하게 흔들리는 것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일행 모두가 본 귀신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것이었다.
“필립 씨. 필립 씨가 찍은 사진 중에는 귀신 잡힌 거 있어요?”
승현이 물었다.
필립도 메모리카드를 원래 자기 것으로 교체한 뒤 직접 찍은 사진들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귀신은 포착되지 않았다.
‘니수통가져와’가 촬영한 것을 제외하고는 귀신을 촬영하지 못한 것이었다.
“흐음.”
승현은 허리에 팔을 턱 올리고 생각에 잠겼다.
뭔가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할 타이밍이었다.
“태정아. 지금 촬영 설정이 어떻게 되어 있지?”
“4K 60프레임이요.”
태정이 대답했다.
승현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뗐다.
“120프레임으로 올려보자.”
“네? 그럼 용량이 엄청날 텐데요.”
“해상도는 1920에 1080으로 낮추고 120프레임으로 세팅한 다음 다시 돌려보자. 한 10분 정도만이라도.”
“음. 알겠습니다.”
태정이 대답했다.
해상도를 낮춘다면 최종 방영분에는 포함시키지 못할 영상이 될 것이었다.
요새 방영분은 기본적으로 4K 해상도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태정은 승현이 말한 대로 계곡을 향하고 있는 카메라의 설정을 변경했다.
그리고 시작된 녹화.
10분 후, 승현과 태정, 필립은 머리를 맞대고 촬영된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놀라운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초당 120프레임으로 촬영한 장면에서 아주 찰나의 순간, 수살귀가 포착된 것이었다.
물 한 가운데 서있는 와인색 원피스의 여인.
4K에 비해 해상도가 한참 떨어지는 FHD인지라 확대했을 때 무척 흐릿하게 나와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심령사진이라 피사체가 뿌연데, 해상도까지 떨어지니 답이 없었다.
“메모리카드 하나 다 쓴다고 생각하고 4K 120프레임으로 촬영해.”
“네, 네.”
승현은 무리를 하더라도 고해상도로 촬영할 필요성을 느꼈다.
동시에 장비 가방에 다가가 은색 하드케이스를 꺼냈다.
달각 달각-
손잡이 옆에 있는 걸쇠를 풀자 고가의 촬영용 드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귀신이 촬영된 곳을 공중에서 확인해 보려는 것이었다.
승현은 리모컨에 장착된 화면을 보며 조작을 시작했다.
부우우우우웅-
커다란 촬영용 드론이 공중으로 부드럽게 떠올랐다.
승현은 제법 능숙하게 계곡 위로 이동했다.
그리고 상공에서 계곡의 수면을 수직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이거 뭐지?’
촬영 중인 화면이 리모컨 LCD창으로 그대로 전달이 되는 와중에, 계곡 가운데 무언가 보였다.
누군가 서있는 그림은 아니었다.
물속에 머리카락이 넓게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승현은 드론의 고도를 조금씩 낮춰보았다.
그러자 머리카락은 조금씩 더 선명하게 보였다.
승현은 마른세수를 한 후 드론을 복귀시켰다.
그리고 노트북 화면을 통해 드론 촬영 영상을 확대해 보았다.
“이번 수살귀는 지금까지 겪었던 다른 귀신들과는 다릅니다. 120프레임으로 촬영을 해야 촬영이 되는 것은 물론, 물속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이 보이는 상황이죠. 드론으로 보니 영상 속 귀신이 서있는 위치의 수중에서 머리카락들이 포착 되었습니다. 확대를 하면 할수록 그 머리카락의 형태는 더욱 선명해지고요. 우리가 찾고 있는 상릉계곡 수살귀일까요.”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말한 후 태정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태정이 촬영 중인 카메라를 들고 승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4K 120프레임으로 촬영된 영상도 다시 확인해 보았다.
역시 그 곳에도 와인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사진이 포착되었다.
확실히 귀신이 나타난 것이었다.
“수연 씨. 귀신이 맞는 것 같나요?”
승현이 수연을 보며 물었다.
그녀는 어둠에 뒤덮인 계곡을 가만히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이렇게 어두워서는 계속 똑같은 그림만 나올 것 같은데. 해 떠있을 때 다시 오죠.”
태정이 말했다.
어쨌든 상릉계곡에 물귀신이 있다는 건 확실해진 상황.
다른 방향으로 추가 촬영이 계획되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일단 내려가자.”
승현은 드론을 정리하며 말했다.
* * *
그날 밤.
부민사 사찰 내 별채.
승현 일행은 부민사 스님들의 협조를 받아 별채에서 하루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상릉계곡과 멀지 않은 곳이라 촬영하기에는 최적의 ‘거점’인 셈이었다.
승현과 필립, 태정이 한 방을 쓰고 수연은 옆방에서 머물게 되었다.
네 사람은 한 방에 모여 지금까지 촬영된 모든 자료들을 꼼꼼히 검토하며 촬영 계획을 짰다.
“120프레임으로 촬영 했을 때만 귀신이 나온다는 것도 뭐, 신기하긴 하지만 사실 드라마틱하게 재미있는 연출이 나오진 않을 것 같아요.”
태정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그렇지?”
확실히 지금까지 재미있는 연출이 나오지 않고 있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승현은 괜스레 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취재한 귀신 중 수살귀가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쩌면 상릉계곡 수살귀는 아직까지 제대로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게 아닐까.
승현은 고민하다 수연을 보며 물었다.
“계곡에 잠수부를 투입하는 것 괜찮을까요?”
“잠수부요? 많이 위험하긴 할 것 같은데.”
“안전장치를 여러 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마 낮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하는 건 괜찮을 것 같아요. 어쨌든 귀신도 산 사람의 기운이 많으면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 하니까요.”
“아. 산 사람이 많이 있으면 귀신은 숨으려 하나요? 귀신은 자신의 존재를 더 드러내려는 존재 아니었나요?”
“맞아요. 더 드러내려고 하죠. 하지만 산 사람의 영혼이 많이 있으면 그 기에 억눌려서 나오지 못해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귀신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게 그 이유죠. 인적이 드문 곳에서 귀신이 잘 나타나는 이유기도 하고요.”
수연이 대답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RBS 쪽에 연락을 취했다.
구급대원들과 잠수부들을 섭외하기 위해서였다.
* * *
이틀 후.
해가 쨍하게 내리쬐는 상릉계곡 주변은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
승현을 비롯한 태정, 필립, 수연이 여러 장비들을 펼쳐놓고 있는 것은 물론 119 대원들과 전문 잠수부들까지 섭외가 되어 모인 것이었다.
물론 시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라 고가의 첨단 장비들까지 동원된 상태는 아니었다.
승현은 119 대원들과 안전장비 및 잠수 방식에 대해 논의를 했고, 태정은 이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때 등산복 차림의 이열상 CP도 부민사 방향에서 올라왔다.
“여어! 최PD!”
이열상 CP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어? 형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승현이 꾸벅 인사를 한 후 단 걸음에 다가갔다.
“119 대원들에 잠수부까지 섭외한다기에 뭐하나 해서 와봤지. 실제 현장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열상 CP는 주머니에 손을 쿡 찔러 넣고 계곡을 보았다.
“히야. 경치 좋다. 여기에 물귀신이 있다는 거야?”
“네. 실제로 촬영된 장면도 있어요.”
승현은 태정에게 촬영본을 가져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자 태정이 노트북을 들고 이열상 CP에게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오오.”
이열상 CP는 귀신이 촬영된 120프레임짜리 영상과 드론 영상을 보고 신기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이게, 이, 이게 지금 저 계곡이란 거지?”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네, 네. 지금은 낮이라 귀신이 쉽게 촬영되지는 않을 겁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수심은 대략 5미터 정도 됩니다. 계곡 치고는 상당히 깊죠.”
그때 잠수부가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채 승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승현은 그와 나누던 이야기가 있는지 바로 몸을 돌려 그와 함께 물가로 향했다.
“아, 네, 네. 안전 장비는 챙기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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