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32)
제32화(삽화)
(본 회차에는 개인에 따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이미지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열상 CP는 이 모습을 지켜보며 혀를 내둘렀다.
“진짜로 조작 없이 찍는 건가 보네.”
승현의 말을 믿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보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비상시에 제 신호에 따라 로프를 당기면 바로 뭍으로 올라올 수 있게 해놓을 겁니다. 물에는 저랑 제 후임 둘이 들어갈 거고요.”
잠수부는 자신의 몸에 달린 앙카와 두꺼운 로프. 그리고 계곡 위로 올라온 간이 크레인을 가리켰다.
위험해지면 바로 크레인을 통해 잠수부를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
“촬영은 따로 하실 필요 없고 이 ‘코프로(KOPRO)’ 카메라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승현이 검은색 카메라 가방을 가져와 건넸다.
몸에 부착하는 핸드프리 카메라였다.
“수심 30미터에서 4K 120fps로 촬영이 가능한 프리미엄 모델이고요. 저희가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면서 동시에 녹화도 할 거예요. 뭔가 수신호로 저희한테 전달해 주실 게 있으면 이 카메라 앞에서 손짓해주시면 됩니다.”
승현은 잠수부의 가슴 쪽에 카메라를 설치해 주었다.
“태정아 코프로 체크해 봐.”
그리고 바로 태정에게 지시했다.
이열상 CP와 대화 중이던 태정은 후다닥 제 자리로 돌아와 모니터를 확인했다.
“코프로 4K 프리미엄 247모델. 잡았고- 설정 됐고- 화질 세팅 됐고- OK. 다 됐어요~!”
태정이 손을 흔들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뒤로 물러났다.
잠수부 둘은 119 대원들에게 엄지를 들어 보인 후 물가에 섰다.
그러고는 산소통과 고글 등을 장비하고 서로 체크해 주었다.
승현은 대원들을 가리키며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저희는 지금 수살귀가 포착된 물속에 직접 들어가 보기로 했는데요. 구급대원들의 입회하에 전문 잠수부가 안전장비를 한 후, 상릉계곡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곳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까. 굉장히 기대가 되네요.”
잠수부들은 작은 고무보트를 펼치고는 그 위에 몸을 실었다.
부우우우웅-
그리고 귀신이 나타났던 그 위치의 수면에 멈춰 섰다.
태정은 잠수부들을 클로즈업 해 촬영했다.
그들은 위치를 확인하고는 각자 허리에 채워진 앙카와 로프를 다시금 당겨 보았다.
최종 점검을 하는 것이었다.
잠수부는 승현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는 자신의 후임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무어라 이야기를 하더니 물 속에 몸을 던졌다.
풍덩-
이어 본격적인 수중 촬영이 시작되었다.
*
뽀그르르르르-
코프로 카메라 실황이 출력되었다.
그리고 음성으로 119 출동대장의 인터뷰가 중간에 삽입되었다.
119 출동대장 :
가시거리가 상당히 안 좋습니다. 부유하고 있는 물질도 많고요. 이 정도면 가시거리가 30cm도 안 된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이런 물에 안전 장비 없이 빠진다면 생존해서 나올 가능성이 현저히 적습니다. 일단 방향감각이 상실되니 같은 곳만 맴돌 수도 있거든요.
물고기와 같은 생명체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뿌여디 뿌연 수중 환경.
정체모를 물질들이 카메라 앞에 둥둥 떠다니는 것만 보였다.
그러던 중 한 번씩 잠수부들의 손과 발이 앵글 안에 들어왔다.
카메라가 장착된 선임 잠수부의 시선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었다.
후임 잠수부는 선임 잠수부를 보며 한 번씩 그들만의 수신호를 보냈다.
승현은 잠수부들이 보내오는 실시간 영상을 보며 멘트를 이었다.
“현재 연결된 카메라는 수중 마이크가 연결되어 물속의 소리도 녹음이 되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들리지 말아야 할 어떤 소리를 포착할 가능성도 있는 거죠. 볼륨을 조금 더 올려보겠습니다.”
뽀그르르르르르-
이어 스피커에서는 먹먹한 느낌의 물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게 방향을 알 수 없이 몇 분 동안 헤매는 듯 수중을 탐색하던 중, 무언가 이상한 것이 화면에 잡혔다.
검고 긴 무언가가 물속에서 하늘거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거, 저거, 머리카락인가?”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화면을 가리켰다.
주변에 있는 이열상 CP와 119대원도 심각한 얼굴로 화면에 시선을 꽂았다.
“안에 시신이 있는 거야?”
“글쎄요. 아직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머리카락인지 아닌지도 확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잠수부들은 계속 밑으로 내려가 바닥에까지 도달했다.
회색 바위와 자갈들이 어렴풋이 앵글에 잡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시신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복귀해야 합니다. 잠시 휴식한 후 다시 내려가죠.”
119 출동대장이 말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마냥 잠수를 할 수는 없던 것이었다.
출동대장의 무전을 들었는지, 잠수부들이 서로 수신호로 무언가를 주고받았다.
뽀그르르르-
그의 명령에 크레인이 움직였고, 잠수부들도 몸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 * *
* * *
[읍! 읍! 읍!]무전기에서 다급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선임 잠수부의 몸에 장착된 카메라가 다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침착하세요.”
출동대장이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내 화면에 보인 것은, 몸부림 치고 있는 후임 잠수부였다.
선임 잠수부의 팔이 앵글에 나타나 후임 잠수부를 진정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후임 잠수부는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댔다.
“바로 끌어 올려야죠!”
이열상 CP가 말하자 출동대장이 손사래를 쳤다.
“아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지 못한 상태로 크레인으로 끌어 올리면 잠수 대원들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상황파악과 투입 대원들의 판단이 먼저입니다.”
출동대장이 대답했다.
만약 후임 잠수부의 몸이 뭔가에 걸린 것이라면, 무턱대고 크레인으로 끌어 올렸다가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뭍의 상황은 점점 더 긴박해지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화면 속 선임 잠수부는 후임을 다독여주는 듯 보이더니 그의 몸을 더듬어 발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발목에 칭칭 감겨 있는 무언가를 발견해 냈다.
“저게 뭐지?”
“저거 뭔가요?”
모니터 앞에서 그 화면을 보고 있던 모두가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몸부림 치고 있는 후임 잠수부의 발목에 두껍고 검은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
“저거 카메라 스트랩 같은데요?”
필립이 고개를 갸웃했다.
“카메라……?”
필립의 말에 승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우리가 주워서 확인하다가 떨어트렸던 거 있잖아요. 그거 물가에 들어가긴 했는데 어떻게 저기까지 굴러 들어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카메라 아니에요?”
태정이 물었지만 필립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명 저 스트랩은 자신이 주웠던 카논 카메라 전용이었다.
[읍! 읍! 읍!]이번에도 먹먹한 음성이 들려왔다.
차이가 있다면 전과 달리 힘을 주는 듯한 소리였다.
선임 잠수부는 후임 잠수부의 발목에 걸린 스트랩을 잡고 힘을 주어 당겼다.
이내 흙탕물이 확 번지는 모습과 함께 검은 카메라가 뽑혀 올라왔다.
그제야 후임 잠수부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선임 잠수부는 카메라 앵글에 엄지를 수면으로 가리키는 수신호를 보여준 뒤 수면 위로 올라왔다.
촤학-
물소리와 함께 고무보트 옆으로 두 잠수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트에 타고 있던 119 대원이 둘을 끌어 올려 주었다.
순간 잠수부의 모습을 본 119 대원이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두 잠수부의 몸에 기다란 머리카락이 칭칭 감겨 있는 것이었다.
언제 어떻게 감겼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철퍽- 철퍽-
뭍으로 올라온 잠수부들은 자신들의 장비들을 바닥에 툭툭 떨어트리며 정리했다.
승현이 다가가자 선임 잠수부가 바로 손사래를 쳤다.
“더는 못 내려갑니다. PD님. 저기 물질할 곳이 아니에요.”
승현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선수를 쳤다.
“많이 위험한가요?”
“사람 여럿 죽어나갔을 곳이에요. 앞은 안 보이지, 뭔가 자꾸 걸리지.”
잠수부는 자신의 장비에 칭칭 감겨 있는, 가늘고 검은 줄기를 가리켰다.
119 출동대장은 그 검은 줄기를 풀어 들었다.
“머리카락입니다.”
줄기가 무엇인지 알아차린 그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그 사이 필립은 후임 잠수부의 장비들 사이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필립이 물가에 떨어트리고 후임 잠수부의 발목을 붙잡았던 바로 그 카메라였다.
‘완전히 회생 불가군.’
이제는 렌즈와 뷰파인더까지 완전히 깨져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심지어 렌즈와 카메라 바디의 체결부에 하얀 무언가가 끼어 있었다.
필립은 고개를 갸웃하며 렌즈를 돌려 빼보았다.
툭-
카메라의 셔터박스 안에서 하얀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걸 내려 보는 순간 필립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하얀 무언가는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손톱이었다.
“엇!”
깜짝 놀란 필립이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이에요?”
승현이 다가와 물었다.
필립은 대답 대신 바닥에 떨어진 손톱을 가리켰다.
승현은 쪼그려 앉아 바닥에 떨어진 손톱을 주우려 했다.
“줍지 마요!”
갑자기 수연이 소리쳤다.
화들짝 놀란 승현이 엉겁결에 손을 뗐다.
“건드리지 마세요. 귀신이에요.”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손톱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승현은 촬영 중인 태정의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기이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밤, 우리가 잃어버린 ‘니수통가져와’님의 것으로 추정되는 카메라가 계곡 수중 깊숙한 곳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카메라 안에서는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손톱이 들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잠수부들의 장비에는 온갖 머리카락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승현이 리포터처럼 멘트를 했다.
그때 잠수부들이 다가왔다.
“우리는 철수하겠습니다. PD님도 행여나 들어가지 마시고요.”
장비들을 정리한 잠수부들은 인사를 한 후 도망치듯 현장에서 빠져 나갔다.
“호기심이 생겨도 절대 들어가지 마세요. 상부에 보고해서 나중에 다른 장비들 갖고 수색해 보겠습니다.”
119 출동대장도 승현에게 한 마디 하고는 돌아서 수신호를 보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장비를 철수시키라는 명령이었다.
승현과 태정, 필립, 수연, 이열상 CP는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 인력을 투입해서 제대로 알아낸 게 없네.”
이열상 CP가 말했다.
승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카메라와 검은 줄기들. 그리고 손톱을 보며 마른세수를 했다.
확실히 촬영을 해나가기 무척 어려운 환경이 아닐 수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