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필립과 수연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 있었고, 승현과 태정만 카메라를 들고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 머리카락과 손가락뼈를 맡기자 금세 결과가 나왔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의 인터뷰가 진행 되었다.
연구원 김모 씨 :
DNA 검사 결과 20대 중반의 여성의 것으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손가락뼈는 여성의 약지손가락 첫 번째 마디 뼈인 것으로 보고 있고요. 사망 시기는- 물에 담겨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은 어려웠지만 약 30년 정도 된 것으로 보입니다.
승현이 물었다.
“신원 파악은 가능한가요?”
그러자 연구원이 대답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신원을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추후에 변사체가 발견되거나 수사에 도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저희도 실종자 및 사망자, 혹은 용의자들의 DNA 데이터들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매칭되는 DNA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우리나라에 DNA 수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1990년도 이전에 사망한 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원의 말을 토대로 승현은 수원 승범보살의 점집에 가 천도재를 의뢰했다.
이 과정 역시도 모두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곧장 119 안전센터에 연락해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대대적인 시신 수색 작업을 요청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시신 일부를 직접 확인한 만큼 상릉계곡 수중에 시신이 있는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이었다.
* * *
그리고 이틀 후.
상릉계곡 주변은 또 한 번 소란스러운 한 때를 맞았다.
이번 천도재에는 승범보살이 직접 현장에 나와 주었다.
지난 번 촬영 때 수연이 물에 빠질 뻔했던 것을 안 그녀가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었다.
승범보살을 비롯한 수연과 제자들이 커다란 굿판을 준비했고, 한 편에서는 최첨단 장비들이 동원되어 수중 수색을 시작했다.
수중 탐색 드론을 비롯해 각종 감시 장비를 동원.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중을 수색하는 것이었다.
승현과 태정, 필립은 이 모든 과정을 각자의 방식대로 모두 녹음, 촬영해 나갔다.
승범보살은 탐색 중인 장비들을 보며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이내 제자들이 꽹과리와 같은 악기들을 치며 흥을 돋우자 그녀가 서서히 뛰기 시작했다.
엄청난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깃털처럼 가벼운 몸짓이었다.
버선발이 돗자리에 닿을 때마다 푹신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태정은 전문적인 카메라 앵글을 동원해 승범보살과 제자들의 악기를 클로즈업 해 촬영했다.
촤악- 촤악-
잠시 뒤, 커다란 크레인에 무언가 딸려 올라왔다.
와인색 옷가지와 머리카락에 뒤엉킨 ‘미이라’였다.
동시에 승범보살의 춤사위도 점점 더 격렬해졌다.
눈을 질끈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이 올라왔다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수연은 제자들 옆에서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카강 카강 카강 카강 카강
날카로운 꽹과리 소리 사이로 방울 소리가 섞여 들렸다.
그렇게 와인색 원피스를 입은 수살귀의 살아생전 시신이 완벽하게 뭍으로 돌아왔다.
‘맙소사.’
승현은 지독한 물비린내를 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속에 수십 년 동안 있었을 시신이 마치 얼마 전에 죽은 시신처럼 살점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손과 발 등 신체의 가장자리 부분은 부패가 되어 뼈가 드러나고 검게 변해 있었지만 얼굴과 몸 등, 대부분 살이 남아 있는 ‘미이라’의 형태였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아이고. 불쌍해라. 불쌍해. 이렇게 차가운 물속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고생을 한 거니.”
승범보살이 바닥에 놓인 해골을 보며 울부짖었다.
“아이고, 불상해라- 아이고 불쌍해라- 이제 다 괜찮다.”
그녀는 그러면서 죽은 그녀의 넋을 달래주었다.
그렇게 상릉계곡에서의 수살귀 괴담은 완벽하게 사라지는 듯했다.
* * *
해가 지기 시작한 오후.
119 대원들과 각종 첨단 장비들이 철수를 하자 천도재를 마친 승범보살도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제자들은 와인색 원피스와 해골을 금색 보자기에 곱게 쌌다.
또 다른 제자들은 굿을 할 때 사용했던 무구들을 정리해 배낭에 결속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승현은 못내 찝찝함을 감추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물비린내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왜요? 다 된 거 아니에요?”
태정이 승현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글쎄다. 그런 건가.”
여러 촬영을 통해 발견한 수살귀는 와인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였다.
그리고 그 유해를 발견함으로 해서 어쩌면 영상의 기승전결은 완성한 셈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그럼 ‘니수통가져와’님은 어디에 있는 거지? 물속에도 없었단 거잖아. 단순 실종인 건가.”
승현이 태정을 보며 물었다.
“에이.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그 첨단 장비들을 투입했는데 다른 시신은 못 찾았잖아요. 그냥 커뮤니티에서만 활동 안 하고 살아 있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뭐- 어떻게 됐을지도 모르죠.”
태정은 손사래를 치고는 돌아서 제 장비를 챙겼다.
그때 수연이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
“수살귀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죽이고 자신은 탈출을 해요. 지금 저 원피스 수살귀가 나왔다는 건 다른 영혼이 갇혀 있다는 의미겠죠?”
그녀의 말에 승현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수연은 더 이상 코멘트를 하지 않고 돌아섰다.
찝찝함은 남았지만 이제는 편집을 하고 최종본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승현과 태정은 RBS로 복귀해 바로 편집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여러 기관들의 협조를 구하며 촬영을 했던 이유로 편집 시간이 다소 촉박했다.
둘은 철야를 불사하고 작업을 해 최종본을 만들어냈다.
* * *
상릉계곡 수살귀 편의 반응은 확실히 뜨거웠다.
이전보다 격정적이거나 범죄에 관련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물귀신’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했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실제 유해를 찾아냄으로 해서 실제 물귀신 괴담이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한 마디로 ‘잠들어 있던 센세이션’을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한 가지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핸드사이드]에서 활동했던 유저 ‘니수통가져와’의 행방이었다.방송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그의 정체나 행방에 대해서는 끝까지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이번 [미스터리 탐사대]에 니수통가져와님 이야기 한 거 앎?
– 그거 보고 참고한 듯.
– 그 분 어디 있는 거임?
– 카메라가 거기 있다는 건 거기서 죽었다는 거.
– 뭔가 뜻뜨미지근하게 끝내버렸음. 니수통가져와까지 좀 찾아내주지.
– 니수통가져와 2015년 이후로 접속 안하고 있음.
– 그냥 커뮤 접은 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 멀쩡히 치맥하며 살 거 같은뎈ㅋㅋㅋ
여러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니수통가져와’는 끝끝내 등판하지 않았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났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커뮤니티인 [핸드사이드]에서 해당 특집이 대량으로 언급이 되면서 트래픽이 급상승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너튜브에 등록된 [미스터리 탐사대] 영상들과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의 조회 수 상승을 의미했다.
이렇게 인기를 끌다 보니 OTT 플랫폼인 ‘왓더’와 ‘너플릭스’, ‘시즈닝플러스’에서 영상을 사가기도 했다.
RBS의 매출이 껑충 뛰어오르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방송이 나간 후 몇 달이 지난 시점.
[미스터리 탐사대]를 즐겨 보고 [핸드사이드]에서 열렬히 활동하고 있는 재벌 중 한 명이 사비를 들여 상릉계곡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몰라도 군청의 관계자들과 119 안전센터까지 모두 총 동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너튜브의 ‘코다크’라는 범죄 추리 채널에서 생중계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승현은 생방송 중인 ‘코다크’의 너튜브 스트리밍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원피스 입은 시신을 건졌음에도 불구하고 짙게 남아 있던 물비린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잠시 잊고 지냈던 상릉계곡의 풍경.
승현이 촬영할 때보다 더 고급 장비들이 포진되어 여러 작업을 진행했고, 수중 드론을 대거 투입하기도 해 물 속을 촬영했다.
그렇게 생방송으로 30분 정도 진행이 되었을 때,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너튜버 ‘코다크’의 카메라가 계곡 쪽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시신이 건져지고 있었다.
등산복 같은 여행객의 옷을 입은 시신이었다.
심의 때문인지 그는 카메라를 돌리고는 자신이 보는 것을 육성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시신에서 발견된 남자의 이름은 ‘이상철’.
[핸드사이드]에서 ‘니수통가져와’로 활동 중이던 바로 그 유저였다.수연의 말처럼 그 역시 그 계곡에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왜 카메라가 그곳에 버려져 있었는지.
그리고 승현의 제작팀이 첨단 장비를 들여 두 번이나 수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시신을 건지지 못했는지.
이 부분들은 밝혀내질 못했다.
하지만 너튜브에서 해당 생방송이 핫 이슈가 되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등록되자 [미스터리 탐사대]의 ‘상릉계곡 수살귀’편이 다시 역주행 하기도 했다.
충격적인 생방송 스트리밍이 진행되면서 말고 채팅으로 [미스터리 탐사대]가 자꾸 언급이 되자 시청자들이 다시 몰린 것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들끼리 나름의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 뭔가에 쫓겨서 도망가다 카메라를 떨어트린 것 아닐까.
– 다른 귀신이 있는 것 같음.
└ 제3의 귀신이 있어
– 무섭다.
– 고글에서 상릉계곡 검색하면 모자이크 안 된 시신 사진 돌아다니고 있음.
– 다 해결된 거 맞나.
당연하게도 누구 하나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핸드사이드]에서도 계속해서 언급이 되자 내부적으로 ‘상릉계곡 수살귀’의 후속편을 촬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열상 CP는 김백춘 국장에게 오더를 받고 승현과 태정을 불렀다.
“대충 소문은 들었겠지만 말이다. 몇 달 전에 촬영했던 상릉계곡 말이야.”
“네, 네.”
“그거 요새 인터넷이나 뉴스로 자꾸 언급이 되던데. 그거 추가 촬영 한 번 더 하는 거 어떠냐?”
이열상 CP의 질문에 태정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반대입니다. 상릉계곡 터도 안 좋고 느낌도 너무 이상해요. 거기서 오래 촬영하면 우리 제작진 중에도 화를 입는 사람이 나타날 거예요.”
태정의 대답에 그는 승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승현 역시도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뭐, 태정이가 말한 것처럼 기운이나 그런 건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더 촬영해도 크게 이득이 없을 것 가타요. 제대로 해답이 안 나올 소스고요. 해답이 안 나오는 거 더 촬영해 봐야 당장 시청률은 좀 탈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음.”
승현의 말에 이열상 CP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기는 하다만 좀 아깝긴 하네. 알겠다. 국장님께는 그렇게 보고할게.”
그도 수긍을 했는지 두 말 하지는 않았다.
이후, [미스터리 탐사대]와 너튜브 방송을 보고 호기심에 상릉곅곡에 몰래 갔던 20대 청년 둘이 그곳에서 어떤 남자 귀신을 목격한 후 그 후기를 [핸드사이드]에 남겼다.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몰라도 그곳에서의 괴담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