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36)
제36화
제보를 듣던 승현은 묘한 냄새를 맡았다.
오래된 집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와 함께 생선이 썩은 것 같은, 굉장히 불쾌한 냄새였다.
승현이 인상을 쓰며 통화를 하고 있자 태정은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통화하는 승현의 모습을 촬영했다.
내용만 들어봐선 그저 무덤을 잘못 건드려 발생한 우연성 괴담인 듯했다.
하지만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말과 어디선가 느껴지는 ‘썩은 냄새’에 승현은 한 번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저희가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계신 곳이 어디신가요?”
승현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 사이, 태정은 바로 필립과 수연에게 전화를 돌렸다.
[저희는 속초에 있는 미소건설입니다. 주소지는요-]남자는 강원도 사투리가 살짝 섞인 말투로 차근차근 주소를 읊었다.
그렇게 다음 촬영지가 결정이 되었다.
* * *
다음날.
승현은 필립과 수연을 픽업한 뒤 바로 속초로 이동했다.
속초로 가는 동안 전화 인터뷰 이야기를 들은 수연은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덤 위에 비석을 올려놓았다는 건 뭔가를 가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가시나무 넝쿨에 부적까지 붙어 있었댔죠? 확실히 높은 확률로 뭔가를 가둔 것 같아요.”
“가둬요?”
승현이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뭐- 악귀일 수도 있고 정말 저주를 받아 마땅한 범죄자일 수도 있는데요. 뭐가 되었든 그 봉인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 건 맞다고 보입니다.”
수연 역시도 승현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시나무가 얽혀 있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건가요?”
태정이 룸미러를 보며 물었다.
“근데 가시나무가 그 참나무 쪽 나무 아니에요? 가시나무에는 가시가 없다고 알고 있는데.”
필립이 거들었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가시나무도 있고 그냥 가시가 돋힌 나무를 통틀어서 가시 나무라고도 합니다. 두 개는 별개에요. 그런데 제가 생각해 봤을 땐 그 김표승 소장님이 말씀하신 가시나무는 후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가시가 없는 나무를 보고 이름을 맞추기는 어려웠을 테니.”
승현이 대답했다.
그러자 수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이어갔다.
“악귀를 억누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부적으로 막는 경우도 있고, 주술적인 용어를 담은 비석을 관 위에 얹어 놓기도 하고요. 거친 나무를 엮어 끈을 만들어 관을 묶기도 했죠.”
“뱀파이어 가슴에 말뚝을 박는 거랑 비슷한 이치인가.”
태정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네. 맞아요.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그 무덤은 그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보통 영가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연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악귀든 뭐든 그렇게 봉인 되어 있던 걸 제보자처럼 파괴할 경우, 그게 풀려날 수 있다는 말씀이신 가요?”
“그럼요. 그게 무서운 거죠.”
“만약 그러면 지금처럼 사람이 죽기도 하는 거고요?”
“네. 갑자기 몸이 아프다거나, 귀신에 들릴 수도 있는 거죠.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제보자 말처럼 관련자들이 연달아 죽었다면- 말씀 드렸듯 굉장히 악독한 영혼일 가능성이 커 보여요. 이번 촬영은 수살귀 때보다 더 조심해야 할 수도 있어요.”
수연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 사이, 차량은 속초 시내로 진입해 들어갔다.
“다 와간다.”
승현은 차창 너머 이정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강원도 속초.
오후 2시.
승현 일행이 탄 차량은 부드럽게 도로를 달려 미소건설 사무실 앞에 정차했다.
굉장히 오래 되어 보이는 4층짜리 건물에 고작 3층, 한 층만 사무실로 쓰는 것 같았다.
“여기 맞아요?”
태정이 상체를 숙여 차창 밖으로 건물을 올려보며 물었다.
“김표승 소장님이 찍어주신 주소는 여기가 맞긴 한데.”
승현이 메모한 주소와 내비게이션 주소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영화 속에서 용역 조폭들 사무실이 이런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태정은 입을 삐쭉 내밀고 중얼거렸다.
“하여튼 너는 쉰 소리 해대는 데에 뭐 있어. 시끄럽고 빨리 짐이나 내려.”
승현의 말에 태정은 구시렁대며 차에서 내렸다.
이어 다른 일행들도 저마다 짐을 가지고 하차를 했다.
“…….”
수연은 차에서 내려 자기 배낭을 멘 후 건물을 슥 보았다.
오싹한 한기가 은은하게 느껴지자 수연은 소름이 돋았는지 괜스레 팔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3층 창문으로 검은 그림자가 슥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게 귀신인지 아닌지, 수연은 바로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찰칵- 찰칵-
그 사이 태정과 필립도 건물과 건물 주변 도로 풍경 사진을 촬영했다.
“올라가자.”
승현은 건물을 한 번 훑어 본 후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허름한 건물.
굉장히 오래된 각종 스티커와 포스터들이 복도에 붙어 있었다.
언뜻 보면 1990년도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3층까지 올라오자 오래되어 보이는 하늘색 페인트칠을 한 철문이 보였다.
그리고 문 옆에는 나무로 된 현판이 세로로 길게 걸려 있었다.
[미소건설]이 풍경만 봐도 영화 속에서 보던 1990년대 조직폭력배 사무실 같은 느낌이 물씬 나긴 했다.
승현이 문을 쿵쿵 두드리자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십니까!”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입니다.”
승현이 대답하자 누군가 나와서 문을 열어주었다.
순간 내부 공기가 일행의 코와 얼굴을 확 스쳤다.
동시에 승현은 제보를 들었을 때 맡았던 생선 썩은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문을 연 것은 좀비처럼 얼굴색이 무척 탁한 마른 남자였다.
그는 승현을 보고 꾸벅 인사하더니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승현 일행은 그의 안내를 받아 미소건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굉장히 오래된 가죽 소파와 원목 테이블.
벽에 걸린 정체 모를 붓글씨.
1990년대 스타일의 캐비닛.
컴퓨터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책상.
과연 이곳에서 뭘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내부 사무실까지 들어가서야 야하게 화장을 한 50대 여성이 오래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그녀의 뒤로 커다란 책상에 앉아 있는, 삐쩍 마른 모습의 김표승 소장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최승현 PD입니다.”
“아. 네. 전화 드린 김표승입니다.”
“소장님께서 여기 미소건설 사장님이신 건가요?”
“아뇨, 뭐, 사장은 따로 있는데 제가 주로 관리를 합니다.”
그가 사무실 안을 대충 가리켰다.
“여쭤보고 싶은 게 상당히 많은데요.”
승현이 녹음기를 꺼내며 말하자 김표승 소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렇지. 김 대리. 여기 커피 좀 내 와줘요.”
김표승 소장은 익숙하게 여직원에게 명령을 하고는 사무실 밖에 있던 오래된 소파 쪽으로 다시 안내했다.
일행은 그를 따라가 바로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 50대 여직원이 믹스 커피를 타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어떤 분들이 화를 당하셨다는 거죠?”
승현이 녹음기를 꺼내며 물었다.
태정도 바로 인터뷰 형식으로 카메라 앵글을 잡았다.
김표승 소장은 그런 둘을 슥 보더니 말했다.
“촬영도, 녹음도 좋은데 얼굴하고 이름은 가려주죠?”
“네, 네. 원하시면 가려드립니다.”
“네. 음. 저희 여기 직원은 저 여직원 포함해서 다섯 명이 있었고 필요할 때 다른 용역 업체에 콜 해서 인력이 충원되는 그런 시스템이에요.”
“네, 네.”
“피스그룹에 계열사를 하나 가지고 있는 이복성 사장 요청으로 별장 건설 건이 잡혔고, 인력을 부려서 팀을 만들었죠.”
“네.”
“그렇게 수십 명이 동원이 됐는데요. 여기서 우리 직원 세 명만 최근 모두 사망했습니다.”
“그 세 분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저희 쪽에 연락을 주셨다는 건 뭔가 무섭거나 심령적인 교집합이 있다고 보이는데.”
승현이 물었다.
“네. 그 비석하고 무덤 발견했을 때 치운 애들이거든요. 딱 걔네들만 죽었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승현이 다시 말했다.
그러자 김표승 소장은 담배를 꺼내 물고는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 * *
“소장님. 저 들어갑니다.”
더벅머리에 덩치가 큰 김평진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크레인 잘 정비 해뒀지?”
“그럼요. 걱정 마세요.”
김평진이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그는 별장 건축 당시, 비석을 옆으로 치웠던 바로 그 크레인 기사였다.
그는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담배를 한 대 물고 제 차에 올라탔다.
차에서 얼마나 담배를 많이 폈는지 시트와 바닥에 담뱃재가 곳곳에 보였다.
천장도 담배 연기가 찌든 것처럼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는 타자마자 바로 시동을 걸더니 능숙하게 운전을 했다.
부우우우웅
그러면서 바로 자기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블루투스로 연결된 자동차 스피커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지금 들어가.”
[아 그래? 얼마나 걸려?]“한 20분? 집에 소주 있나?”
[없지. 오면서 사와.]“뭐라는 거야, 이 여편네가. 하루 종일 쎄빠지게 고생한 남편한테 심부름이나 시키고. 슬슬 나가서 사 놔!”
[오는 길에 사오면 되지, 뭐 말을 그렇게 해!]“어쭈? 요새 평화로웠지, 그렇지? 하루 종일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을 생각만 하지 말고 기어 나가서 소주 사 놔.”
[하아. 진짜.]“뭐야. 너 한숨 쉰 거야? 진짜 오늘 한 따까리 해?”
김평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험한 말을 쏟아냈다.
그러던 중, 사이드미러를 본 김평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거 뭐야?”
왼쪽 사이드미러로는 중앙선과 반대편 차로의 차량이 보여야 했다.
그런데 도로 한복판에 한복을 입은 이상한 여성이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인 것이다.
“웬 미친X이 저러고 있어.”
김평진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제는 하다하다 마누라한테 미친X이라고 욕하냐?]그러자 그의 아내가 격앙된 목소리로 따졌다.
“아니! 웬 도로 한복판에 처녀 귀신처럼 입은 여자가 서 있잖아.”
[술 먹었어?]“이 여편네가 진짜 오늘 왜 이래.”
[당신이야 말로 왜 이러는데!]그의 아내가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김평진은 무어라 반박하려 운전대를 꽉 잡고 다시 사이드미러를 보았다.
그런데, 분명 달리고 있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었다.
김평진은 계속 그 여자를 보았다.
계속 달리면서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면, 다시 나타나 옆을 지나갔다.
그렇게 계속 반복이 되고 있었다.
순간 김평진은 소름이 끼쳤다.
[당신 뭐해? 왜 말을 안 해.]“아니, 진짜 내가 헛것을 보나-!”
김평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옆을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조수석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 귀신이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흙에 묻었다 나온 듯 지저분한 색상에 시커먼 피부.
귀와 코, 입에서 나오는 정체 모를 진물.
그리고 썩은 것처럼 검게 패인 눈 부위.
“으아아악!”
김평진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끼이이이이이이이-
동시에 그가 운전대를 옆으로 확 틀었다.
콰아아아앙-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공중에서 몇 바퀴 돈 뒤 바닥에 떨어졌다.
콰장창-
바닥에서도 몇 바퀴 구른 뒤 전복된 채 멈춰 섰다.
피투성이가 된 김평진은 거꾸로 매달려 의식을 잃어버렸다.
툭-
그의 손이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