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37)
제37화
승현은 김표승 소장의 말을 들으며 이 장면을 재연 장면으로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추후 실제 방송본에서는 그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연 장면이 더 추가되어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웠다.
“그렇게 김평진, 그 친구는 현장 사망했죠.”
이야기를 마친 김표승 소장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분들은 어떤가요?”
“다른 분이라……. 관을 꺼낼 때 둘이 들었거든요? 박형수랑 김의태.”
“그 두 분도 돌아가셨나요?”
“네. 그 둘도 다 죽었습니다. 얼마 전에.”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승현이 물었다.
“한 명은 밤에 자다가 어떤 여자가 있다면서 소리치다가 떨어져 죽었고, 또 한 명은 다른 현장에 나갔다가 사고로 죽었고-”
순간, 수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김표승 소장의 어깨 위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팔이 슥 올라와 얹혔기 때문이었다.
“잠시만요.”
수연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소장님도 현장에서 뭔가를 하지 않으셨나요?”
수연이 물었다.
다시 모두의 시선은 김표승 소장에게로 넘어갔다.
“크흠.”
김표승 소장은 시선을 딴 데 두고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김표승 소장의 등 뒤로 피투성이가 된 두 남자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였다.
수연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둘을 보았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수연이 갑자기 허공을 보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사, 사실은-”
김표승 소장은 별장 공사를 진행하던 당시의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놓았다.
전화상으로 처음 제보를 했을 때에는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
다시 네 달 전 상황.
설악산 인근 별장 건설 공장.
커다란 비석을 옆으로 걷어내자 기괴한 관이 드러났다.
“이게 뭡니까?”
김표승 소장이 이복성 사장을 보며 물었다.
“이렇게 버려져 있었으니 찾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다른 곳으로 이장합시다.”
이복성 사장은 흉측하게 놓인 관을 보고 손을 휘휘 젓고는 돌아섰다.
김표승 소장은 찝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머리를 북북 긁었다.
그때 크레인에 타고 있던 기사 김평진이 뛰어내려 다가왔다.
“아, 소장님. 이거 이러다 재수 없게 X 되는 거 아닙니까? 딱 봐도 뭐 있어 보이는데.”
김평진이 주머니에 손을 쿡 찔러 넣고 관을 보고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X발.”
김표승 소장도 답답한 얼굴이었다.
“여기- 와서 다들 이것 좀 치워요!”
그는 멀리 보이는 인부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몇몇 인부들이 달려와 관과 구덩이를 보았다.
“에이. 이거 못 합니다.”
인부들은 관을 보자마자 대뜸 돌아서서 물러섰다.
김표승 소장이 무섭게 쳐다보자 이들은 손을 내저었다.
“이건 아니에요. 못 합니다. 억지로 시키면 철수하겠습니다.”
인부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에이, X발. 야. 형수야. 의태야. 와서 좀 잡아라.”
김표승 소장이 인부들 사이에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불렀다.
둘도 찝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앞으로 나섰다.
이 둘은 용역 업체 인부가 아니라 미소건설 직속 직원이라 소장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이다.
“옛날엔 소장 말이면 다들 껌뻑 죽었는데. 빌어먹을.”
김표승 소장은 박형수, 김의태와 함께 관 주변에 둘러서고는 끈을 잡고 번쩍 들었다.
끼우우우웅-
나무가 부대끼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때, 김표승 소장이 손을 놓치면서 관이 깨졌다.
콰작-!
나무 관의 뚜껑이 뒤틀리며 부서졌다.
그러자 안에서 미이라 형태의 여성 머리가 보였다.
심지어 안쪽에도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모양새였다.
김표승 소장은 더해지는 찝찝한 기분을 애써 감추며 다시 힘을 주었다.
“들어올려!”
그의 구령과 함께 셋은 관을 번쩍 들어 밖으로 빼냈다.
그렇게 비석 밑에 묻혀 있던 관이 몇백 년 만에 올라왔던 것이다.
* * *
김표승 소장의 이야기를 들은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관을 끄집어냈던 건 소장님과 박형수, 김의태, 그리고 김평진. 이렇게 네 분이셨던 거네요.”
“네. 그 중 셋이 다 죽었고요.”
“그 ‘이복성’ 사장님은 어떻게 됐는지 아시나요?”
“처음에 평진이가 그렇게 죽고 나서 이건 산재 아니냐고 따지려고 이복성 사장한테 연락했죠. 그랬더니 뭐 말이 길더라고요. 자기는 외주를 준 거니 우리 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나. 아니, 지가 시켜서 관 꺼냈다가 사람이 죽었는데.”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관 꺼내서 죽은 건지, 아닌지, 당장 확인할 수는 없겠죠.”
승현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그럼 그 박형수라는 분과 김의태라는 분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금 더 자세히요.”
어찌 되었든 둘의 이야기도 자세히 듣기는 해야 했다.
만약 임팩트가 있다면 재연 배우를 써서 화면을 구성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었다.
* * *
드르렁- 드르렁-
박형수는 허름한 자취방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었다.
그는 쓰러진 소주병과 냉동음식들 옆에 널브러진 채 가열하게 코를 골았다.
드르렁- 드르렁-
그때 무언가가 박형수의 얼굴을 간질였다.
“으음. 으음.”
박형수는 얼굴을 문대다 살며시 눈을 떴다.
“으악!”
그러자 눈에 보인 것에 그는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머리카락이 긴 여자가 천장에 수평으로 뜬 채 박형수를 곧장 내려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형수의 얼굴을 간질인 건 바로 그 여자의 머리카락이었다.
“어어어어-!”
박형수는 혼비백산해서 현관문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다급하게 김표승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중입니다. 삐 소리 후-]“소장님! 소장님! X발! 집에 웬 처녀귀신이 있어! 우리, 우리, 우리, 그 관 꺼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에이, X발!”
그는 문을 부술 듯 두드렸다.
그때 현관문의 위아래, 양옆에서 뒤엉킨 머리카락이 스멀스멀 기어 들어왔다.
“으아아악!”
그는 미친 사람처럼 창문으로 향하더니 그대로 몸을 던져버렸다.
퍽-
둔탁한 소리였다.
이어지는 비명소리.
꺄아아아아악-
사방에 퍼진 피와 축 늘어진 박형수의 몸.
40년 동안 살아온 박형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김의태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 투입 되어 일을 하고 있었다.
한창 더울 날씨라 그는 수건과 아이스팩을 온몸에 두른 후 옥상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오랫동안 작업하던 그는 시계를 보고는 내려갈 준비를 했다.
휴식시간이 된 것이었다.
그는 철제로 된 간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뒤 버튼을 눌렀다.
퉁-
구우우우웅-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이 엘리베이터가 더욱 요란하게 흔들렸다.
우우우웅-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김표승 소장이었다.
“네. 소장님.”
[의태야. 연락 받았냐?]“무슨 연락이요?”
[박형수 어젯밤에 죽었대!]“네? 어떻게요?”
[몰라. 나한테 음성 남겨 놨는데 뭐 이상한 소리만 하던데? 귀신이 보인다나. 자기 집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대.]“진짜요? 저한텐 연락 안 왔는데. 걔 그냥 술 처먹고 헛것 본 거 아니에요?”
[모르지. 난 지금 장례식장 간다. 주소 찍어줄게. 거기로 와.]“알겠- 어엇?”
대답을 하던 김의태가 고개를 갸웃하며 옆을 보았다.
그러자 무척 끔찍한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사방이 뻥 뚫린 간이 엘리베이터 옆으로 하얀 한복을 입은 여자가 서있는 것이었다.
“누, 누, 누구야!”
김의태가 소리쳤다.
[뭐야? 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 김표승 소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너 뭐야!!”
하지만 김의태는 고래고래 소리만 칠 뿐이었다.
퉁-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김의태가 다급하게 버튼을 눌렀지만 다시 움직이지도, 문이 열리지도 않았다.
햇빛이 고스란히 내리 쬐는 간이 엘리베이터에 갇힌 것이었다.
[인마! 인마!]전화기 너머로 김표승 소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귀신의 머리카락이 그의 목구멍을 파고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몇 시간 뒤.
엘리베이터가 공중에 멈춘 것을 안 다른 공사장 인부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멈춰 있던 엘리베이터가 자연스럽게 내려왔다.
같은 시각.
통화를 하던 김표승 소장이 다급하게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달려왔다.
퉁-
동시에 간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열사병으로 죽은 김의태의 시신만 남아 있었다.
* * *
이야기를 들은 태정은 승현과 수연, 필립의 눈치를 슥 보았다.
장면만 봐서는 재연으로 연출하기 딱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소장님뿐인 건가요?”
“그렇죠. 굳이 더하자면 이복성 사장이 있고요.”
“이복성 사장님하고는 최근에 연락이 되셨나요?”
“아뇨. 평진이 죽은 후에 통화 한 번 하고, 형수랑 의태 죽고 다시 전화 했는데 그땐 연결이 안 되더라고요. 회사 찾아가도 못 만나고.”
일단 이복성 사장의 신변에도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였다.
“혹시 현장 사진을 찍어둔 게 있나요?”
필립이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당시 찍었던 관과 비석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으로도 비석의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관은 어떻게 짜여 있는지 대략적으로 볼 수 있었다.
수연은 핸드폰을 들고 뚫어져라 사진을 보았다.
“어때요?”
승현이 물었다.
수연의 예상대로 가시가 잔뜩 돋친 나무줄기가 관을 칭칭 감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온갖 부적과 하얀 천 뭉치까지.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악귀를 봉인한 흔적이에요.”
“악귀?”
“네. 어떤 종류의 악귀인지는 비석을 실제로 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이 무덤과 비석은 어디에 있나요?”
수연이 김표승 소장을 보며 물었다.
“비석은 별장 옆쪽 언덕에 버려놨고 관은 더 아래 있는 작은 공터에 묻었습니다.”
김표승 소장이 대답했다.
“그 관이 깨졌다고 했죠? 이동 중에.”
“네, 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선 두려움이 한껏 묻어났다.
승현은 그가 안내를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수연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귀신이 다음 노릴 사람은 김표승 소장 당사자이기 때문이었다.
“소장님. 저희를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승현이 물었다.
“아, 네, 네.”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