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38)
제38화
강원도 속초시 마구리.
오후 5시.
태정은 촬영 카메라로 높은 담장과 커다란 대문이 자리하고 있는 별장 입구를 촬영했다.
이어 앵글 안으로 승현과 김표승 소장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넝쿨이 많이 자랐네요.”
승현이 대문에 뒤엉킨 넝쿨을 가리켰다.
무척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살짝 열린 대문 안쪽으로 보이는 마당에도 잡초가 높게 자라 있었다.
후우욱-
생선 썩는 냄새가 머리 아플 정도로 지독하게 났다.
승현은 코를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거 완공된 지 얼마나 됐죠?”
그리고 김표승 소장에게 물었다.
“두 달 되었죠? 넉 달 전에 착공했으니.”
“두 달 만에 이렇게 된다고요?”
“글쎄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대문이 열려 있긴 한데 여기가 사유지라서 들어가기가 좀 그렇죠?”
승현은 높은 대문과 그 너머 호화 저택을 보며 물었다.
“한 번 전화 해볼게요.”
김표승 소장이 이복성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하지만 역시 그는 받지 않았다.
일부러 피하는 것인지 어쩐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전화 안 받네. 일단 무덤하고 비석은 요 바깥쪽에 있으니까 가 봅시다.”
김표승 소장은 손사래를 치고는 담장을 따라 옆길로 걸어갔다.
카메라는 이들의 뒷모습을 핸드헬드로 촬영하며 자연스럽게 쫓아갔다.
승현은 이동하면서 카메라를 보고 멘트를 했다.
“별장 옆으로 좁게 난 길을 따라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착공 당시, 비석과 무덤을 이동시킨 곳으로 향하는 것인데요. 비석을 확인해보면 우리가 본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인해 그렇게 ‘봉인’이 된 것인지 그 실마리를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 이동한 뒤, 김표승 소장은 길도 나있지 않은 산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두 나뭇가지와 뿌리 등을 디디며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이쯤 어디인데-”
김표승 소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 발견을 했는지 손으로 가리키며 성큼성큼 다가갔다.
일행도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이동을 했다.
비석은 산비탈 한가운데 뒤집어진 채 널려 있었다.
그나마도 깨져 있어 온전히 해석을 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뭐라고 쓴 건지 안 보이는데.”
승현이 비석에 각인된 글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카메라는 승현 옆으로 이동해 비석의 글자를 클로즈업 했다.
이때 수연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풀잎을 하나 뜯어 각인된 곳에 문댔다.
이내 풀잎이 음각으로 파인 곳 안에 짓이겨지며 조금씩 글자가 드러났다.
“경술……, 아귀가 든 여인. 아귀녀.”
수연은 손으로 각인을 더듬거리며 한자를 읽어 내려갔다.
“경술? 아귀녀?”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수연이 눈을 감고 한자를 읽으며 답했다.
“손상된 부분이 많아서 정확히는 확인이 되지 않는데요. 나온 부분들만 해석을 해보면 이렇습니다.”
“네, 네.”
“경술년에 아귀에 들린 여성이 자기 남편과 네 자녀를 살해한 뒤 짐승처럼 뜯어 먹어서 처형을 당했나 봐요. 그런데 그 뒤로 마을에 귀신이 자꾸 나오니까 ‘찰정’이라는 스님이 시신을 가시나무와 부적에 감싼 관에 넣어 봉인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녹화 중인 화면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어라?”
태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카메라를 확인했다.
치직 치직-
심지어 음향시스템이 망가진 것처럼 노이즈도 심하게 꼈다.
“왜 그래?”
승현이 물었다.
치직 치지지지지지직- 치지익-
점점 더 노이즈가 심하게 들렸다.
툭-
그러더니 이내 화면이 꺼져 버리고 말았다.
“어어- 잠깐만요.”
카메라에 문제가 생긴 걸 인지한 태정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모두 촬영을 멈추고 태정을 돌아보았다.
“잠깐만요. 잠시만.”
그는 방금 촬영된 부분들을 다시 돌려 보았다.
노이즈와 화면 이상 증상이 생각보다 굉장히 심하게 담겨 있었다.
“선배. 이거 지금 촬영 분 못 쓰겠는데요?”
태정이 말하자 승현이 다가와 화면을 확인했다.
“이거 왜 이래? 장비 점검 안 했어?”
“당연히 했죠. 갑자기 왜 이런데?”
“뭐, 이런 기현상 포착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잠시 고민하던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그냥 쓰자. 다시 찍을 수도 없잖아.”
방송 퀄리티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장감과 오싹함을 더해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태정이 다시 녹화 버튼을 눌러봤다.
그러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 되었다.
“지금은 다시 잘 되지?”
승현이 물었다.
태정은 카메라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이동하자.”
승현 일행은 김표승 소장의 안내를 받아 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관을 옮겨 묻었다고 하는 바로 그곳이었다.
“어우.”
근처에 다가가자 온갖 날파리와 함께 지독한 악취가 확 풍겨왔다.
“여기 원래 이런 곳인가요?”
승현이 물었다.
“아뇨. 묻을 땐 안 이랬는데.”
김표승 소장이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그 사이, 수연은 태연하게 무덤가로 다가갔다.
묘비도 없는 작은 봉분.
하지만 넝쿨과 잡초가 성인 허리까지 길게 올라와 있었다.
족히 수십 년은 방치된 것 같았다.
“여기 맞아요?”
승현이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김표승 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맞아요.”
수연이 무덤을 가만히 보며 덧붙였다.
필립은 카메라를 들어 촬영을 해보았다.
찰칵 찰칵-
하지만 귀신의 모습은 담기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삼각대를 설치한 후 카메라를 장노출로 세팅했다.
이전처럼 귀신을 촬영해 보려는 것이었다.
태정도 카메라를 바닥에 고정해 놓고 로우앵글로 무덤가를 촬영해 보았다.
“10분만 뒤로 물러나 있죠.”
승현이 수연, 김표승 소장과 함께 카메라 앵글 뒤로 물러났다.
*
잠시 뒤, 필립부터 삼각대를 해체하고 승현에게 손짓을 했다.
승현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 함께 장노출로 촬영된 무덤가 사진을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것이 담겨 있었다.
무덤가 옆에 연기 같은 새하얀 무언가가 어렴풋이 서있는 것이 찍힌 것이었다.
밑에서 불을 피우고 있는 것처럼 하얀 연기가 피어나고 있지만 하늘에 올라가지는 않고, 140cm에서 150cm 정도에 멈춰 있었다.
아주 작은 여성의 키 높이였다.
하지만 이 하얀 형체가 경술년의 ‘아귀녀’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 무덤 주인이에요.”
수연이 사진을 보고 말했다.
물론 아직 객관적으로 판단을 할 수는 없었다.
그때, 태정이 카메라를 들고 일어났다.
타입랩스 방식으로 짧게 촬영을 한 것이었다.
“4K 해상도에 120프레임으로 10분 때렸어요.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그가 승현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승현은 카메라를 노트북에 연결한 후 영상을 재생시켜 보았다.
그리고 최대 속도로 영상을 돌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풀들이 어색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승현은 눈을 크게 뜨고 영상에 집중했다.
그 순간이었다.
“아!”
승현이 스페이스 키를 탁 눌렀다.
그러자 영상이 멈췄다.
“나왔어요?”
“응.”
승현은 타임라인을 4분 44초에 맞췄다.
“딱 여기서 3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보면-”
그는 화살표 키를 이용해 3프레임씩 영상을 넘겼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선명하게 찍은 여자 귀신 모습이 포착 되었다.
지금까지 촬영 되었던 그 어떤 귀신보다도 선명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가깝기도 했지만 아직 해가지지 않은 덕분에 광량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아. 소름.”
필립이 몸을 움츠렸다.
자신이 장노출로 하얀 연기를 찍은 바로 그 자리에 귀신이 서있는 것이었다.
“정확히 6프레임 잡혔어. 4분 44초 부근에서.”
승현이 태정을 보며 말했다.
“그걸 찾아내네. 히야.”
매번 느끼지만 정말 신기한 재주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앞뒤로 돌려가면-”
그때,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4분 44초에 단 6프레임에만 등장한 그 귀신.
승현이 앞으로 영상을 돌리다 다시 4분 44초가 되었다.
그런데 화면 속 귀신의 얼굴이 카메라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분명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촬영한 ‘녹화본’인데 귀신의 모습이 바뀐 것이었다!
태정은 이상한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
아주 미세한 차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승현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고 영상을 뒤로 돌렸다가 다시 4분 44초로 와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귀신의 몸까지 카메라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설마.’
승현은 영상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가 다시 4분 44초로 와보았다.
이번에는 귀신이 한 걸음 가까워져 있었다.
태정도 그제야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아까보다 귀신이 커졌네요?”
승현이 영상을 돌렸다가 다시 4분 44초를 확인해 보았다.
이번에도 귀신이 한 층 더 가까워져 있었다.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귀신은 점점 카메라와 가까워졌다.
그 순간이었다.
“크악!”
가만히 서있던 김표승 소장이 갑자기 무언가에 밀린 것처럼 앞으로 확 고꾸라졌다.
촤자자자자작-
그러더니 산 밑으로 요란하게 굴러갔다.
“소장님!”
승현이 소리쳤다.
그 순간, 필립은 몸을 날리듯 가파른 비탈길을 슬라이딩하듯 빠르게 내려갔다.
굴러가고 있는 김표승 소장보다 빠른 속도였다.
“소장님!”
필립이 외치며 소장의 목덜미를 턱 붙잡았다.
화아아아악- !
김표승 소장의 코앞에 뾰족한 나뭇가지가 다가와 있었다.
만약 필립이 단 0.1초라도 늦게 잡았으면 나뭇가지가 소장의 눈과 머리를 관통할 뻔한 순간이었다.
“으헉, 헉- 헉-”
김표승 소장은 잔뜩 얼어붙은 채 신음을 흘렸다.
“괜찮아요, 소장님?”
승현과 태정이 쫓아와 그를 구해주며 물었다.
김표승 소장은 진정되지 않는 표정으로 허겁지겁 기어서 올라갔다.
* * *
다시 별장 앞에 정차해 두었던 차량으로 모인 승현 일행은 복귀 준비를 했다.
해가 지고 있는 것은 물론, 찰과상을 입은 김표승 소장을 그대로 두고 촬영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수연의 조언도 한몫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번에 만난 귀신은 굉장히 호전적이에요. 수살귀와 다르게 공간에 제약도 없고요. 밤 촬영은 많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귀신의 표적이 김표승 소장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승현은 촬영 중 그가 목숨을 잃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차를 타고 다시 속초의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나는 저 사거리 슈퍼 앞에서 세워주면 돼요.”
김표승 소장이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