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39)
제39화
“아닙니다. 오늘은 저희 숙소에서 같이 머무시죠?”
승현이 조수석에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왜요. 귀신이 해코지할까 봐?”
“아무래도 동료분들이 사망하셔서 걱정이 많으신 것 아닙니까? 아까 사고도 있고.”
“아유. 아무리 그래도 남한테 신세 지고는 못 삽니다. 집에 가자마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잘 거니까 걱정 마세요. 어디 돌아다닐 생각도 없고.”
김표승 소장이 말했다.
“음.”
승현이 선뜻 대답하지 않자 김표승 소장이 소탈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하하. 내일 아침에 또 봅시다.”
그는 승현의 어깨를 토닥였다.
태정이 어쩌냐는 눈빛으로 승현을 보자 사거리 슈퍼 앞을 가리키는 것으로 답했다.
부우우웅- 끼익-
차량이 멈춰 서고, 김표승 소장이 인사를 한 뒤 내렸다.
“괜찮을라나.”
승현이 골목으로 들어가는 김표승 소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정리를 하자면 이복성, 김표승, 김의태, 박형수, 김평진, 이 다섯 명이 귀신의 타깃일 가능성이 있고- 아- 이복성은 아직 모른다 치고.”
태정이 차를 출발시키며 말을 이었다.
“김의태, 박형수, 김평진이 죽었다는 거- 흐음.”
“보니까 소장님은 귀신 때문에 직원들이 죽었다는 걸 믿으면서도 안 믿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선배?”
“귀신 때문이라는 걸 믿으면서도 ‘나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이 있다고 해야 하나.”
“아아.”
“그런데 경술년이라고 하면 대기근 때 이야기인 것 같은데. 역사학자 인터뷰를 따야겠지?”
승현이 핸드폰을 들어 연락처를 빠르게 훑어 내렸다.
“전에 인터뷰했던 분한테 연락하시게요?”
“응.”
태정이 묻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속초 시내 작은 여관방.
승현과 태정, 필립, 수연은 한 방에 모여 각자 모은 사진과 영상들을 검토했다.
그러면서 승현은 아까 전화하기로 한 역사학자 ‘이정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과거에 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알게 된 세울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였다.
“여보세요? 교수님. 통화 괜찮으세요?”
승현이 전화를 걸어 반갑게 말했다.
“다른 게 아니고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여쭤볼 거? 급한 건가 보네?]“혹시 ‘경술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나요? 조선시대 때요.”
[경술국치?]“아뇨. 조선시대 중간에요.”
[아아, 아아.]“인터뷰니까 존댓말로 부탁드릴게요.”
[조선시대 경술년에 큰일이라면 ‘경신대기근’이 있습니다. 경신대기근이라고 하면 다들 ‘경신년’에 일어난 ‘대기근’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게 아니라 현종 11년부터 12년. 즉, 1670년에서 1671년에 일어난 대기근을 말합니다. 그때가 경술년과 신해년이었거든요.]“그 두 해를 합쳐서 ‘경신’이라고 부르는 거군요.”
[그렇죠. 그 두 해를 합쳐서 ‘경신대기근’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때 흉작에 병충해에, 태풍, 전염병까지 돌아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합니다. 당시 조정에 등록되지 않은 인구도 상당한데다가 사료에 따라 차이가 상당히 큰데요.]“어느 정도죠?”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겠느냐-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인구의 1/10 정도가 사망한 수준이죠.]스피커폰으로 통화 내용을 모두 듣던 태정이 혀를 내둘렀다.
들어는 봤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메뚜기 떼도 있고 뭐, 홍수에 지진에. 뭐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보통 이 정도면 나라가 전복되는데 그래도 조선은 그 뒤로 200년 넘게 더 버틴 셈이죠.]이정욱 교수가 말했다.
“그때 식인 행각도 발생했나요?”
[네. 사료에 의하면 식인도 발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삶아 먹거나 하는 행태가 기록되어 있죠.]“그 정도의 일이라면 나라에서 체포를 하는 등의 법적 제재가 없었던 건가요?”
[당시에 너무 아사자가 많이 속출하다 보니까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그걸 일일이 단속할 수는 없는 지경이었던 거죠.]“네, 알겠습니다.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네, 네~]이정욱 교수는 친절하게 대답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엄마가 애들을 잡아먹었던 시대라니. 놀랍네요.”
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이 승현은 ‘아귀’를 검색해 보았다.
비석에 쓰여 있던 비석의 주인공을 지칭하던 그 단어였다.
영화 속 캐릭터의 이름과 생선 명칭.
그리고 ‘악귀의 종류’가 검색되었다.
“‘아귀’도 악귀의 한 종류.”
승현이 중얼거렸다.
“네. 물욕이나 식탐이 과한 자들이 아귀도에 떨어진 후 아귀가 된다고 해요. 불교적인 해석도 가능한 단어죠.”
수연이 창밖을 보며 거들었다.
“그게 뭘 의미하는 걸까요? 대기근과 ‘아귀’가.”
승현이 물었다.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자기가 살기 위해 자신을 잡아먹은 그 여자를 아귀에 들린 사람으로 몰아세웠을 수도 있죠.”
수연은 나지막이 답했다.
“‘아귀’에 쓰인 사람으로 몰아 죽이고 영혼을 봉인까지 했다-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억울했겠네요.”
운전을 하던 태정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수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근데 억울했다고만 볼 수도 없는 게요. 그렇게 오해를 받아서 죽었는데 저렇게 관을 묶고 커다란 비석까지 옮겨다 놓는다? 글쎄요. 제가 봤을 땐 아이를 먹은 것뿐만 아니라 뭔가 악귀다운 짓을 더 했을 것 같아요.”
중장비도 하나 없던 조선 시대.
기근으로 식인이 횡행했던 그 당시에 저런 중노동을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그 관의 주인에 대해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승현이 태정과 필립, 수연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 * *
다음 날 아침.
승현은 모닝콜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창문을 보았다.
따사로운 속초의 태양이 강하게 들이치고 있었다.
옆을 보니 맥주 캔 여러 개와 과자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
회의를 한 후 간단히 술 한잔을 했던 흔적이었다.
침대와 바닥에는 태정과 필립이 널브러져 자고 있었고, 수연은 옆방에 있었다.
따로 방을 내주었기 때문이었다.
“야. 일어나. 필립 씨. 일어나세요.”
승현은 모닝콜을 끄며 말했다.
그러자 필립과 태정도 뒤척였다.
“일어나야죠. 소장님한테 얼른 연락- 어? 메시지가 와 있네?”
모닝콜을 끄던 승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메시지로 동영상이 도착해 있는 것이었다.
“나한테 동영상 보낼 게 뭐가 있-”
승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스마트폰 화면 속 동영상.
밤으로 보이는 창문 너머로 빌딩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앵글이 돌아가 집 내부를 비췄다.
구석에 죽어 있는 강아지와 피투성이가 된 바닥과 벽.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내 앵글이 다시 돌아가더니 김표승 소장이 자기 자신을 비췄다.
[스읍- PD님. 그 있잖아요. PD님. 스읍-]그는 뭔가 재미있는 것을 말하려는 사람처럼 배실배실 웃으며 입 꼬리를 움찔거렸다.
[제가 있잖아요. 히히히히. 진짜 히히히히히. 콘크리트 배율이 말이에요. 히히히히히히. 아니아니, 벽돌로 머리를 찍으면요. 히히히히.]그리고 이어지는 말들은 두서없이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뿐이었다.
[X발. 너무 좋아.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달그락-]이어 그는 핸드폰을 바닥에 툭 떨어트리더니 어딘가로 달려갔다.
동영상은 여기서 멈춰 있었다.
이상한 소리에 태정도 눈을 비비며 일어나 함께 화면을 보았다.
“뭐예요, 이게?”
“몰라. 어제 밤사이에 김표승 소장님이 보낸 거야.”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정은 영상 속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필립 씨. 이거 좀 봐봐요.”
승현이 필립에게 동영상을 재생시켜 주었다.
화면을 본 필립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분. 지금 정신이 나간 것 같은데요?”
심각한 상황이었다.
“태정아. 수연 씨 빨리 깨워. 나는 여기 정리할게.”
“네, 네!”
승현의 명령에 태정이 방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 사이 승현은 꺼내놓았던 장비들을 모두 챙겼다.
* * *
부우우우웅-
일행이 탄 차량은 어제 김표승 소장을 내려주었던 그 거리로 향했다.
승현은 차에 타자마자 바로 수연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수연이 눈을 크게 떴다.
“빙의예요. 귀신이 든 거예요.”
그녀의 대답은 간결했다.
부우우우우웅-
그러는 사이 차량은 속도를 내 금세 사거리에 도착했다.
“근데 소장님 집 모르잖아요!”
태정이 소리쳤다.
승현은 조금 전 본 영상을 되뇌었다.
창밖에 보이던 건물.
그 건물이 보이는 창문.
건물의 내부 구조상 예상되는 평수.
승현은 주위를 둘러보다 고층 빌딩을 하나 발견했다.
“저기. 저 앞으로.”
승현의 말에 태정이 바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김표승 소장이 들어갔던 그 골목.
여러 가지를 추론한 결과 한 빌라단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동 몇 호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상황.
승현 일행은 차에서 내려 단지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승현은 머리를 거칠게 긁적이다 빌딩이 보이는 각도를 생각해 보았다.
“B동.”
그는 바로 B동 창문들을 보았다.
‘촬영된 높이로 봐선 대략 3층에서 4층.’
3~4층을 쭉 살펴보다 보니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집이 세 곳 보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빌딩의 각도를 고려해 보았을 때 거를 수 있는 후보지는 두 곳.
승현은 고민하다 2라인으로 뛰어 들어갔다.
“뭐 알고 가는 거예요?”
태정이 소리쳐 물었지만 승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4층까지 뛰어 올라가자 활짝 열린 현관문이 하나 보였다.
승현이 입구에 서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계십니까-!”
외쳤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앞에 보이는 신발장에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듯한 사람의 작업화가 눈에 띄었다.
“안에 아무도 안-”
승현이 상체를 살짝 숙여 집 안을 보는 순간, 영상 속 김표승 소장의 집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소장님!”
승현이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바닥에는 강아지 시신이 놓여 있고 그 옆에 과도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온통 이상한 한자들이 피로 적혀 있었다.
“무덤. 무덤에 가봐야 해요.”
수연이 한자들을 보자마자 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수연 씨!”
승현이 그녀의 뒤를 따라 달렸다.
태정은 이 모든 걸 그대로 촬영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