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4)
제4화
작업은 간단했다.
TV에 방영된 장면을 캡처하는 것이었다.
60프레임으로 촬영하였지만 송출할 때는 24프레임에서 30프레임 내외로 편집이 되기 때문에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은 더욱 찰나일 것이었다.
승현은 그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 슬로모션으로 늘렸다.
즉, 60프레임으로 촬영된 영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30프레임으로 편집된 최종 방영분을 슬로모션으로 늘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함으로 해서 일반 시청자가 편집을 한 것 같은, 날것의 느낌을 고스란히 줄 수 있었다.
그렇게 편집한 영상을, 승현은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대형 커뮤니티인 [핸드사이드]에 영상을 업로드 했다.
최대한 전문가가 아닌 척, 일반인인 척 흉내를 내면서.
그리고 해당 게시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방송이나 음악에서 귀신이나 귀신 목소리가 녹음 되었다는 건 이들에게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기 때문이었다.
네티즌들 역시도 승현의 게시물을 본 후 [풍경이 좋다]에 나온 귀신을 직접 찾아내 자기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올려댔다.
승현이 올린 게시물이 끊임없이 재생산이 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공포주의] 어느 다큐에 포착된 소름끼치는 장면.(gif)
오른쪽 아래에 이거 뭐냐??
– ???? 이거 뭐임?? 진짜야?
└ 진짜겠냐. 옥장판 잘 살 새끼네.
– 여기 태영읍 저수지 아니야? 여기 원래 유명함.
└ 222 태영읍 같은데? 나도 여기서 낚시하다가 귀신 본 적 있음.
└ 헐 형;; 썰 좀 풀어봐.
– 이거 뭔데? 공포 영화야?
└ ㄴㄴ 종편 다큐임. [풍경이 좋다.>
└ 글 쓴 애는 왜 그런 이상한 거 보고 다니냐.
– 헐 여자 뭐야. 개무서워.
그리고 당연하게도, 댓글로 네티즌들이 갑론을박 싸우기 시작했다.
[괴담] 위에 다큐 짤 그거 주작임 아님?– 조작 한 표.
└ 줄섬.
– RBS는 어느 듣보 방송국임???
– 조작 같던데.
– 그거 조작으로 만들 수 있음
└ 편집 조금 배운 사람이면 이거 편집으로 어떻게 못한다는 거 알 거임. 아무것도 모르면서 댓글로 싸지르긴.
└ 초당 프레임을 어케 세팅했는진 몰라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 주변 풍경들 바뀌는 거 보면 편집 아니라는 거 알 수 있음.
커뮤니티 특성상 게시 글과 댓글로 조작 논쟁이 벌어지자 관련 키워드 조회 수가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결국 며칠 되지 않아 승현이 쓴 게시 원 글이 각종 포털사이트의 ‘화제 이슈 베스트’에 올라갔다.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을 보며 승현은 준비해 둔 댓글을 달았다.
– 야. 내가 너튜브에서 본편 찾아왔다. http://www.~ 주작은 아닌 듯.
– 헐;; 졸라 무서워
– 3분 35초부터가 본문 짤임. 진짜 잠깐이니까 배속 최대로 느리게 해 두고 거기서 딱 멈춰보세요
– 아까 낚시하다가 귀신 본 적 있다고 댓글 달았는데 내가 본 거랑 존나 똑같음;
└ 낚시하다 귀신 본 건 또 뭐임?????
└ 여친이랑 밤낚시 갔다가 귀신 보고 ㅈㄴ 기겁했었음. ㅅㅂ 눈이 없었다니까.
이렇게 이슈가 되자 [풍경이 좋다 – 태영읍 편] 을 직접 다시 보려는 네티즌이 몰리면서 방송국 홈페이지에서의 ‘다시 보기’ 서비스에 트래픽이 몰렸다.
덕분에 [풍경이 좋다]는 동시간 대 메이저 채널에서 방영하는 생활 정보 프로그램 및 다른 예능보다 순위가 높아져 버렸다.
독특한 것은 너튜브에서의 반응이었다.
[핸드사이드]에서 태영 저수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RBS 채널에 올라온 [풍경이 좋다]의 클립 영상들과 사이버 렉카들이 올린 [풍경이 좋다] 영상 일부 조회 수가 엄청나게 이슈를 탄 것이었다.귀신이 나온 그 장면이 포함된 너튜브 영상의 조회 수는 단 하루 만에 50만 명.
커뮤니티에 돌고 있는 내용들을 종합해 정보 전달을 같이 한 영상은 반나절 만에 10만 명.
축약한 쇼츠 영상은 무려 100만 명의 조회 수를 찍어 버렸다.
물론 그게 드라마틱할 정도로 대단한 매출로 당장 치환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꼬 방송국인 RBS 입장에서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가 된 셈이었다.
* * *
결국 승현의 계산대로, 태영읍 방송이 나간 후, RBS의 김백춘 교양국장이 승현과 직속상관 이열상 CP를 호출하기에 이르렀다.
김백춘 교양국장은 바코드 같은 대머리 헤어스타일에 배가 푸짐하게 나온 모습이었다.
그는 현재 커뮤니티에서 유행하고 있는 게시 글과 댓글들을 출력한 프린트물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이열상 CP와 승현이 서있었다.
김백춘 교양국장은 돋보기안경을 쓰고 댓글들을 보다 물었다.
“이거. 진짜 조작 아니야?”
“네. 아닙니다.”
국장의 질문에 승현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어떻게 된 거야? 제대로 말해봐.”
“태영읍 초입에서 도로랑 풍경을 찍으려고 세팅을 했습니다. 초당 60프레임으로 잡고 녹화를 떴고요. 그런데 녹화본 중 한 5프레임 정도에서 이상한 게 발견된 겁니다.”
“사람이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프레임 수가 초당 30프레임을 넘기질 못하는데 네가 그걸 어떻게 찾아내?”
김백춘 국장이 의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얘 그거 특기 중 하나잖아요. 순간포착. 그래서 얘 여기 입사하기 전에는 드라마나 영화 스튜디오에서 검수 작업했던 거고요. 옥에 티 찾는 걸로. 냄새나 소리도 이상한 거 잘 찾고.”
이열상 CP가 끼어들어 대신 대답했다.
김백춘 국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게시 글들을 다시 보았다.
“이거. 최승현, 네가 인터넷에 퍼뜨린 거 아니야?”
“네, 네?”
“세상에 어떤 시청자가 이걸 찾아낼 수 있겠냐? 이건 찍고 편집한 놈들만 찾아낼 수 있겠지.”
김백춘 국장의 말에 이열상 CP가 눈을 부릅뜨고 승현을 노려보았다.
“아니, 뭐-”
“어쨌든 덕분에 ‘다시 보기’ 시청률이 확 뛰었으니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기는 한데 말이야.”
“네.”
승현이 고개를 푹 떨어트리고 대답했다.
“문제 될 수 있으니까 네가 직접 올린 게 사실이면- 그건 여기 있는 우리 셋 만의 비밀이다.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대답이 왜 그래. 혹시 또 누가 알고 있어?”
“저기……, 우리 AD 박태정이요.”
“하! 너희들끼리 꼬물짝 꼬물짝 거린 거구만?”
김백춘 국장이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팍 돌렸다.
“너, 이 씨!”
이열상 CP가 승현의 옆구리를 강하게 꼬집었다.
잠시 침묵 뒤, 김백춘 국장이 승현을 슬쩍 보았다.
“너. 그 박태정이랑 전에 [괴담이즘] 했던 거지?”
“네. 맞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김백춘 국장은 살짝 짜증이 난 투로 이마를 북북 긁으며 말했다.
“야. 아무리 뭣하다 해도 고작 이 이슈 하나로 [풍경이 좋다] 쪽에 특혜를 줄 순 없어. 갑자기 프로그램 방향을 트는 건 어려워. 다른 PD들 눈도 있고.”
그는 승현이 이런 일을 벌인 이유에 대해 대충 알고 있는 것이었다.
“네, 네. 그럼요.”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뻘짓하지 말고 [풍경이 좋다] 촬영이나 잘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김백춘 국장이 검지를 바짝 치켜들고 말했다.
승현은 순간 그의 눈에서 의미심장함을 느꼈다.
지금 같은 ‘뻘짓’을 계속하라는 의미였다.
“아, 네, 네.”
승현이 미소를 참으며 대답했다.
“난 분명히 이야기했다. 뻘짓하지 마라.”
“네, 네!”
김백춘 국장은 승현의 당당한 대답을 듣자마자 책상을 탕 치고는 일어나 국장실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에 나란히 남은 이열상 CP와 승현이 서로를 보았다.
“제가 이해한 게 맞죠?”
승현이 물었다.
“어설프게 하다 들키지나 마라.”
이열상 CP가 승현의 등을 팡 치고는 국장실 밖으로 나갔다.
한 마디로 지금처럼 프로그램을 ‘이슈화’시키라는 말이었다.
단, 커뮤니티에 공론화를 시키는 당사자가 담당 PD라는 사실은 절대 들키지 말라는 것이었다.
승현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8회 장소는 어디로 해요?”
교양국 내 공용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태정이 물었다.
“글쎄다.”
승현은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대충 대답했다.
보통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은 따로 제작 사무실이 배정되지만 [풍경이 좋다]는 인원도 두 명인데다가 시청률도 바닥을 치다 보니 다른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용 사무실 한 귀퉁이에 책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풍경이 좋다]가 RBS 교양국 내에서도 언제든 개편될 프로그램이라는 소문이 도는 이유 중 하나였다.하지만 이번 귀신 이슈가 있으면서 약간 주목을 받는 위치에까지 올라왔지만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귀신이 촬영됐다는 건 조작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다가 다음 회차에서까지 이슈가 이어지기는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승현은 다음 회차에서까지 이슈를 몰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좋은 아이디어 없어요?”
태정이 의자에 등을 푹 기대며 물었다.
“글쎄다아-”
승현이 한숨 섞인 탄식을 내뱉으며 자기 컴퓨터 파일들을 검색해 보았다.
예전 [괴담이즘] 촬영 당시 제보를 받았던 것들을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여러 폴더와 사진 목록이 빠르게 노출되었다.
그러던 중 고풍스러운 한옥과 흐릿한 귀신 사진이 유독 눈에 띄었다.
[상수 윤 씨 사당]경상북도 안동시 상수군 이수면 소재.
양반 가문이었던 상수 윤 씨 조상들의 신주를 모시던 곳이었으나 조선 말기, 역모 죄에 연루되면서 방치된 곳.
이곳에서 조선시대 귀부인의 귀신이 나타난다고 함.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듯한 화질의 사진이 함께 첨부되어 있는 제보 파일.
폐허처럼 기와 곳곳이 깨지고 나무 기둥도 갈라져 있는 허름한 한옥은 그 나름대로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쪽으로 있는 한옥 건물은 말 그대로 양반집 대궐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곳도 자연에 파묻혀 있는 것이 음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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