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40)
제40화
끼이이이익-
차량은 설악산의 이복성 사장의 별장 앞에서 거칠게 멈춰 섰다.
일행 모두 허겁지겁 내렸다.
수연은 별장 옆쪽 산길을 따라 마구 달렸고, 승현과 태정이 부랴부랴 쫓아갔다.
그리고 필립은 자신의 카메라를 챙기느라 살짝 뒤처지고 말았다.
그때, 열려 있는 대문 쪽에서 기척을 느낀 필립이 시선을 고정했다.
휘이이이잉-
바람과 함께 안쪽 잡초들이 은은하게 흔들렸다.
‘전보다 더 으슥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그는 카메라를 들어 대문 안쪽을 촬영했다.
“필립 씨! 뭐해요!”
그때 멀리서 태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필립은 바로 카메라를 옆에 메고 그들을 따라갔다.
‘아귀녀’가 묻혀 있는 무덤가에 도착한 승현 일행은 모두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무덤은 절반쯤 파헤쳐져 있었고, 그 안에 관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도 모자라 구석에 깨진 곳도 보였다.
수연이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켜고 내부를 비춰 보았다.
관은 비어 있었다.
“왜 비어 있죠?”
승현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때, 수연이 관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거-”
조금 헌 지갑이었다.
수연이 승현에게 지갑을 건네자 승현이 바로 펼쳐 보았다.
“김표승 소장님의 지갑이에요.”
승현이 태정과 카메라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분이 무덤을 판 건가?”
필립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파스스스스-
순간 수풀 어딘가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일행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장님이에요.”
승현은 수풀 사이로 스쳐 보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분명 김표승 소장이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잡아야 해요. 사람이 다칠 수도 있어요.”
수연이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일행 모두 길이 나있지 않은 산을 마구 오르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적극적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것은 필립이었다.
그는 사진가이고 그렇게 우람한 덩치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그 운동능력에 대해서는 검증이 된 바가 있었다.
실제로 수연을 한 손으로 드는가 하면 산 아래로 굴러가는 김표승 소장을 구해내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산도 굉장히 능숙하고 빠르게 타고 있었다.
수연 역시도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한 속도로 산을 올랐다.
되레 뒤처지는 것은 승현과 태정이었다.
특히 태정은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일행을 쫓으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몇 십 분을 추적한 끝에 작은 건물을 발견했다.
1980년대의 전형적인 산골짜기 시골집 분위기에 수십 년은 버려져 있던 것처럼 지저분해 보였다.
하지만 분명 인기척은 있었다.
아주 방금, 사람이 지나간 것 같은 발자국도 발견이 되었다.
승현은 태정이 잘 촬영하고 있는지 수시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모습조차도 모두 녹화가 되었다.
미닫이로 된 방문을 열자 촛불과 함께 온갖 무구들이 보였다.
무당이 이곳에서 무슨 제사라도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이게 다 뭐죠?”
승현이 물었다.
“벽에 붙은 부적. 관에 붙어 있던 것과 같아요. 아무래도 그 ‘아귀녀’와 관련이 있는 곳 같아요.”
수연이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크아아압!”
옆에서 김표승 소장이 눈에 뒤집힌 채 수연에게 달려들었다.
텁!
필립이 재빨리 그의 손목과 멱살을 잡아채더니 옆으로 던져 버렸다.
우당탕-
김표승 소장이 미닫이문을 부수고 안쪽 제단을 무너뜨렸다.
와장창-
각종 무구들이 쏟아지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크아아악! 다 죽어-!”
김표승 소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확 달려 나와 필립에게 몸을 던졌다.
텁
필립은 덤벼드는 김표승 소장의 멱살과 허리춤을 붙잡고는 그대로 엎어 쳤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김표승 소장이 널브러졌다.
기절을 한 것이었다.
“우, 우와. 필립 씨 잘 싸우시네요.”
승현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옛날에 군 생활을 좀 빡세게 했죠. 특전사.”
필립은 짤막하게 대답한 후 김표승 소장의 상태를 살폈다.
그의 발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손톱도 모두 뒤집어져 있었다.
맨발로 다니며 맨손으로 무덤을 파헤친 것이었다.
“당신들 누굽니까?”
그때 멀리서 굵직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현 일행이 뒤를 돌아보았다.
개량 한복을 입고 흰 머리가 길게 난 남성이었다.
“저희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입니다. 저는 최승현 PD고요.”
승현이 말했다.
남자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듯 절뚝거리며 다가와 부서진 방문과 무구, 그리고 실신한 김표승 소장을 번갈아 보았다.
“난리를 쳐놨구먼, 난리를 쳐놨어.”
그는 한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마루 위에 턱 던지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누구십니까?”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마루에 앉더니 일행을 한 명 한 명 슥 보았다.
그러다 태정과 수연을 번갈아 보았다.
“신가물이 둘이나 있나. 하나는 벌써 신을 모시고 있고. 여기 PD라는 양반은 신가물은 아닌 것 같은데- 귀문 같은 이상한 분위기가 있네.”
그는 대뜸 툭 던지듯 말했다.
“혹시 무속인이십니까?”
승현이 다가가 물었다.
노인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승현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표승 소장을 보고도 태연한 그를 보며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혹시 여기 밑에 있는 무덤과 귀신, 아귀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한 석 달 전인가. 무슨 그룹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하도 악몽을 심하게 꾸고 가족들이 다 아프기 시작해서 이유를 알고 싶다는 거였지.”
“네, 네.”
“그런데 그 사람을 딱 보는 순간 말이야. 등 뒤에 귀신이 떡 하니 붙어 있는 게 보이더라고. 보통 귀신이 아니었어. 악귀로 볼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력한 귀신이었지. 무슨 사연이 있는고- 하고 쭉 들어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옛날에 봉인시킨 아귀 악귀를 풀어버렸더라고. 그러니 그 아귀는 신나서 사람들을 죽여대겠지.”
“혹시 그분 성함이 ‘이복성’입니까?”
승현이 물었다.
“몰라. 그거까진 관심 없어. 큰 사업을 한 사람인 건 분명했고.”
노인이 대답했다.
착공을 했던 것이 네 달 전.
완공을 하고 사람이 죽기 시작한 것이 두 달 전.
그런데 이복성이 악몽을 꾸고 가족들이 아프기 시작한 건 세 달 전.
만약 이 모든 게 귀신의 저주라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기 시작한 사람은 이복성 본인이었다.
그렇다면, 김표승 소장이 전화를 걸었을 때 피했던 건 더 미소건설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도피형 태도일 수 있었다.
“혹시 그 사장님하고 아직 연락이 닿으시나요?”
“귀신을 물리쳐 달라고 복채를 크게 주기에 받아서 여기서 계속 기도를 하고는 있는데 그 사장을 본 적은 없어. 연락을 할 일도 없고. 해도 그 쪽에서 나한테 하겠지.”
노인은 어깨를 으쓱이고 말했다.
“그런데 그 ‘아귀녀’를 어떻게 다시 봉인시키실 생각입니까?”
수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하지만 묘하게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노인의 등 뒤에 서슬 퍼렇게 서있는 여자 귀신을 똑똑히 보고 있는 것이었다.
“혹시 아귀녀의 시신을 파헤친 게 김표승 소장님이 아니라 그쪽이신가요?”
수연이 물었다.
승현과 태정, 필립 모두 깜짝 놀라 수연을 보았다.
“후우-”
노인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대답해 보시죠.”
수연이 재차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사람이 죽었어. 죽은 년이 산 사람들을 죽였다고. 나로선 해야 할 일을 한 거야.”
노인의 대답에 승현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럼 귀신에 빙의된 채 무덤을 파헤쳤다고 생각했던 김표승 소장의 행동은 시신을 꺼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신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한 마디로 그가 무덤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시신이 파헤쳐져 있던 상태라는 의미였다.
“시신을 새로운 관에 넣어서 가시나무로 감고, 부적 하고, 그리고 묻고, 새 비석 얹어야지.”
그녀가 처음 묻혀 있던 대로 똑같이 묻어주기 위해 시신을 꺼냈다는 말이었다.
도의적으로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승현은 선뜻 확신이 서지 않았다.
“사연을 확실히 알아서 천도재를 지내주는 것이 더 좋은 방향 아닐까요?”
수연이 물었다.
“그 아귀녀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사람을 죽인 기집에 불과해. 사연은 무슨 놈의 사연.”
노인은 담배를 뻑뻑 태우며 말했다.
공격적인 어조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단호했다.
“아무리 그래도 모든 영가는 존중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봉인시켜두면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또 풀려날 수도 있고요. 온전히 천도시켜주는 게 제일 좋습니다.”
수연 역시 강한 어조로 받아쳤다.
그러자 노인은 수연을 빤히 보다 씩 웃었다.
얼굴에 주름이 확 많아지는 것이 무척 기괴했다.
“그래? 그럼 내기 하나 할까?”
노인이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귀녀의 시신은 내가 가지고 있어. 나는 계획대로 의식을 치를 거고. 네 잘난 도덕적 우월감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나보다 먼저 아귀녀를 천도시켜봐. 그러면 내가 할 일도 없어질 테니까.”
노인의 말에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요.”
그녀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승현은 걱정스런 얼굴로 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김표승 소장은 정신이 들자마자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기 반려견을 잔혹하게 죽이고 무덤을 파헤쳤다는 혐의 때문에 유치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신고자인 승현이 지구대에서 간단히 서류 작성을 한 후 유치장에 있는 김표승 소장에게 찾아갔다.
그는 손과 발에 붕대를 감은 채 공허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정신이 나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아끼던 반려견을 제 손으로 죽였다는 것도 큰 충격인 듯했다.
“소장님. 충격이 크시겠지만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소장님만 아실 것 같아요.”
승현이 철창 밖에서 물었다.
그러자 김표승 소장이 고개를 들었다.
“비석 말고 다른 건 뭐 없었나요?”
“묘비. 묘비 같은 게 있었어요.”
“묘비요?”
“네. 깎은 듯한 바위가 크게 있고 그 밑에 묘비가 뉘어 있었어요. 관은 그 묘비 밑에 있던 거고. 여러분이 보신 건 그 비석이에요. 묘비가 아니라.”
“그럼 묘비는 어디 있나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김표승 소장은 고민하는 듯 머뭇거렸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승현이 재촉했다.
“하아. 건물 자재에 섞어 썼죠. 돌이 좋아 보이기에.”
김표승 소장이 대답했다.
순간 승현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누군지 모르는 무덤의 묘비라고는 하지만 그걸 건물 자재로 쓸 생각을 하다니.
어차피 파헤쳐 묻는 김에 증거를 인멸할 겸, 자잿값도 아끼려는 심산이었던 모양이다.
“몸조리 잘하세요.”
승현은 짤막하게 말한 후 지구대에서 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