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41)
제41화
지구대 밖으로 나오자 태정과 필립, 수연이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승현은 머리를 북북 긁고 말했다.
“우리가 몰랐던 게 있네요.”
그는 차량 앞에 대기하고 있던 일행에게 김표승 소장의 말을 전달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와. 남의 묘비를 건물 자재로 써요? 멘탈이 대단하다.”
수연도 심각한 표정으로 거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아귀녀가 더욱 분노하는 게 이해가 되죠. 결국 이복성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세 명을 죽인 거네요.”
승현이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승현은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먼 곳을 보다 운을 뗐다.
“이복성이라는 분 쪽을 좀 파헤쳐 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분이 어디 그룹이라고 했죠?”
“피스그룹. 거기 계열사 사장으로 있댔어요.”
태정이 대답했다.
승현은 차에 올라타라는 손짓을 한 후 먼저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이제 어떡하죠?”
필립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승현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사진 속 이복성의 별장을 유심히 보았다.
코안을 매섭게 자극하는 생선 썩는 냄새에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저 별장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안 되겠다. 정면 돌파하자.”
승현의 말에 태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복성 사장 별장으로 가자. 문이라도 두드려 보자.”
“아이고.”
태정이 탄식을 내뱉고는 곧장 가속페달을 밟았다.
*
오후 6시.
승현 일행은 다시 설악산 인근의 이복성 사장 별장 앞에 도착했다.
“사유지기는 하지만 사람이 있나 없나 알아보면서 들어가는 거니까 괜찮을 거 아니야.”
승현이 태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요.”
태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켰다.
필립도 카메라를 들어 마당을 촬영해 보았다.
찰칵-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전보다도 잡초가 더 자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잠시만요.”
필립은 뭔가 의아한 듯 일행을 불렀다.
“전에 다시 무덤 찾아왔을 때도 뭔가 이상해서 촬영해 두긴 했었거든요? 한번 보실래요?”
그는 자신의 카메라 LCD 창을 돌려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이게 처음에 도착했을 때 찍었던 거. 그리고 이게 김표승 소장 찾으러 두 번째 도착했을 때 찍었던 거. 그리고 지금이거든요?”
날짜로 치자면 불과 하루 이틀 차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초들의 높이는 눈에 띄게 자라고 있었다.
“이게 이렇게 하루 만에 자랄 수 있는 거예요?”
필립이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사진을 유심히 보았다.
“어?”
순간 승현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네?”
“저기. 2층 가장 끝 창문 좀 확대해 주실래요?”
승현이 말했다.
필립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승현이 말한 창문을 쭉 확대했다.
“어-!”
그제야 필립이 탄식을 흘렸다.
어두컴컴한 창문 안쪽으로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얼굴에 평범한 살색 피부.
고급 파자마를 입은 듯한 옷차림이었다.
언뜻 보면 그냥 부잣집 남자가 창가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소름 끼치는 사실은, 시간이 다른 세 장의 사진 모두에 똑같이 담겨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우연의 일치로 저 남자가 창가에 서있을 때 사진을 찍었거나, 아니면 하루 종일 저 창가에 서있는 것이 저 남자의 일과 전부거나, 아니면 심령사진이거나.
셋 중 하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심령사진이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한 편이었다.
승현은 실제 그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타입랩스도 좀 따볼까요?”
태정이 물었다.
“아니. 곧 해지니까 별장부터 가보자.”
만약 안에 사람이 있다면 밤에 방문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송을 촬영하며 최대한 민폐를 주지 않으려는 승현의 가치관이었다.
“이동합시다.”
승현은 태정에게 촬영을 시작하라는 손짓을 한 후 별장의 대문을 지나갔다.
저벅-
저벅 저벅-
발자국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마이크에 담겨 들어왔다.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기자처럼 말했다.
“이복성 사장의 별장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한기마저 느껴지는데요. 과연 이 별장에 이복성 사장과 그 가족들이 기거하고 있을까요. 지금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승현은 멘트를 치는 동안에도 썩은 냄새가 코끝에 진동하는 걸 느끼고 있었다.
굉장히 역하고 불쾌한 냄새였다.
그는 별장 현관문 앞에 서서 태정을 한 번 돌아보았다.
태정이 정상 촬영 중이라는 수신호를 보내자 승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벨을 눌렀다.
띠이이이이—————-
벨소리마저도 괜스레 기괴하게 들렸다.
띠이이이이이——————
다시 눌렀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승현이 벨을 누르며 소리쳐 물었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무도 없나 본데요?”
필립이 나지막이 말했다.
수연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창문들을 슥 훑어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1층 현관문 옆에 있는 창문에 회색 피부를 가진 여자아이가 우두커니 서서 수연을 보고 있었다.
일행이 추적하고 있는 아귀녀는 분명 아니었다.
“꺅!”
수연이 깜짝 놀라 주저앉아 일행이 바로 부축을 해주었다.
“왜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창문 쪽을 가리켰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럽게 음산하네.”
태정은 자기 목소리도 녹음이 된다는 것도 깜빡한 채 오싹한 한기에 볼멘소리를 했다.
달각-
그때 문이 열리더니 대머리에 고급 파자마를 입은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크서클이 무척 짙고 주름도 무척 많은 것이 흉측한 얼굴이었지만 분명 산 사람이었다.
“누구시오?”
그가 물었다.
승현은 수연을 똑바로 세워준 뒤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RBS의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몇 가지 인터뷰를 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승현이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일행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천천히 슥 훑어보더니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거실에 오자마자 곧장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의 음성은 매우 건조하게 갈라지는 것이 뭔가 음산했다.
승현은 그 무덤에서 나온 시신과 김표승 소장 쪽 사람들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는 ‘아귀녀’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김표승 소장 쪽 사람들과는 선을 그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혹시 악몽을 꾸거나 귀신을 보거나 하신 건 없으신가요?”
“전혀요. 전혀 없습니다.”
이복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덤 인근에서 발견했던 노인의 제보와는 달랐다.
“그 시신 때문에 무당 고용하셨죠? 그분 만났는데요. 얘기가 조금 다르네요?”
승현은 그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무당 고용한 게 문제는 아니잖습니까. 이야기가 좀 다를 수도 있고 그런 거지.”
이복상은 뭔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받아쳤다.
그때, 태정은 등골에 오싹한 한기를 느끼고 집구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장과 벽에 시커먼 곰팡이가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부엌과 가구 밑에는 바퀴벌레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태정이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고 있자 승현도 곰팡이 쪽을 보았다.
“여기서 지내고 계신 건가요?”
“네.”
“얼마나 되셨나요?”
“한두 달 된 거 같은데.”
그는 인터뷰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그리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따님이 암 판정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승현이 정중하게 물었다.
순간 그의 눈빛이 확 돌변했다.
“그만 나가주셨으면 좋겠군요.”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승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엉거주춤 일어났다.
“당장 나가. 당장!”
이복성이 버럭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나가겠습니다.”
승현은 일행에게 움직이자는 수신호를 보냈다.
“나가라고!”
순간 이복성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주전자를 들고 덤벼들었다.
동시에 필립이 동물적으로 반응을 하며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어 어깨로 이복성을 강하게 밀어쳤다.
우당탕-
이복성이 종잇장처럼 뒤로 밀려나 벽난로와 여러 장식장에 부딪혔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들더니 네 발로 빠르게 기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이 모든 장면 역시도 태정의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사장님? 사장님!”
승현이 그가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쳐 불렀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수연 씨. 이게 무슨 상황이죠?”
승현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표정 역시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며 현장감을 더해주었다.
“빙의가 ‘고착화’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악귀가 들락거리면서 자기 자신이 어떤 행동과 말을 하는지 전혀 구분을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저런 경우에 살인과 폭행 등, 기행을 벌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수연의 말을 들은 승현은 눈을 껌뻑였다.
‘딸’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보인 기이하고 공격적인 반응과 자신의 자녀를 먹어버렸던 이름 모를 조선시대 경술년의 ‘아귀녀’.
그리고 그녀의 무덤을 치워버리게 지시한 당사자 이복성까지.
이 모든 요소들을 더해봤을 때, 그도 아귀녀에 쓰였다면 가족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수도 있었다.
“이복성 사장을 찾아봅시다.”
승현이 말했다.
이제부터는 이 커다란 별장을 수색해야 하는 것이었다.
필립은 지금 서 있는 거실에서 대충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 거실 옆쪽에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고 부엌 옆쪽으로 지하실 계단이 있습니다. 이복성이 움직인 쪽을 생각해 보면 지하실로는 안 간 것 같으니 1층을 수색하고 2층으로 가보죠.”
그의 말에 수연이 받아쳤다.
“아귀녀의 무덤이 있던 곳에 별장을 지었고, 묘비를 건물 자재로 지었으니 아마 지하실에 음기가 가장 셀 겁니다. 해가 들지 않고 습할 거고요. 아마 결정적인 것들은 지하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그녀는 숨을 한 번 몰아쉰 뒤 말을 이었다.
“-아귀녀가 굉장히 강하고 잔인한 악귀라는 걸 감안했을 때 도망갈 곳도 없는 지하에 들어갔다가 크게 화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실적인 우려였다.
승현은 고민을 하다 말했다.
“일단 필립 씨 말대로 1층 수색하고 2층으로 가죠. 지하에 안 가고 이복성 사장을 찾는다면 그게 베스트일 테니까요.”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돌아봅시다.”
승현과 필립이 앞장서서 부엌 쪽으로 향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