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42)
제42화
싱크대와 개수대에도 시커먼 곰팡이가 잔뜩 올라와 있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곳은 아닌 느낌이었다.
승현과 필립이 이동할 때마다, 태정은 둘의 뒷모습을 촬영하며 그들의 시선을 쫓아 앵글을 돌렸다.
승현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태정도 함께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신발을 신고 있을 걸 그랬나 봐요.”
필립이 바닥을 보며 말했다.
양말에 먼지를 비롯해 정체 모를 검은 무언가가 잔뜩 묻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결례를 범할 수는 없었다.
아직 이복성이 범죄자라는 증거도 없고, 또 승현이 경찰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부엌을 지나 있는 접견실.
그곳은 손님과 티타임을 가질 수 있게 마련해 둔 듯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티 테이블이 보였다.
하지만 당연히 이곳 역시도 오래 방치되어 기괴하게 바뀌어 있었다.
사방에 거미줄이 있고 구석과 테이블, 의자에 곰팡이가 앉아 있었다.
달각-
접견실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부엌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승현 일행이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 나란히 걸려 있는 집게와 국자가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부엌을 지나갈 때는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화아아아악
동시에 일행의 등 뒤로 차가운 공기가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태정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카메라 앞으로 한 여자아이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회색 피부에 분홍색 티셔츠, 긴 치마를 입은 긴 머리 소녀였다.
“으아아악!”
태정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뭐야!”
승현과 필립, 수연이 놀라 뒤를 보았지만 귀신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 중 수연은 이 방 안에 무언가 다른 ‘존재’가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태정아. 왜 그래!”
승현이 태정을 일으켰다.
“서, 서, 선배. 이거 좀 봐요.”
태정이 허겁지겁 일어나 방금 촬영된 영상을 보여주었다.
“지금 녹화본은 4K에 60프레임으로 찍고 있거든요?”
그는 LCD창을 통해 녹화 영상을 틀었다.
하지만 녹화 영상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순간 포착 능력이 있는 승현조차 단 1프레임의 귀신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어?”
태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태정이 촬영 중인 앵글로 귀신이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정신 차려.”
승현이 태정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 네. 선배.”
태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녹화모드로 변경했다.
그 순간이었다.
카메라 앵글 바로 앞에 방금 본 소녀 귀신이 떡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그건 LCD창을 통해 승현도 정확히 보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분명 앞을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LCD창을 통해 앞을 보면 귀신이 서있었다.
“우리를 인지했어요.”
수연이 말했다.
“그게 무슨 의미죠?”
승현이 물었다.
“이제 우리를 쫓아다닐 거라는 의미죠. 뭘 바라든.”
수연이 대답했다.
“이동……할까요?”
승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수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돌아섰다.
귀신은 태정의 카메라가 옆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그 자리에 서서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
1층에는 접견실 이외에도 두 개의 방이 더 있었다.
하나는 안방으로 보였다.
굉장히 크고 넓은 침대와 함께 고급스러운 장롱도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도 거의 흉가 수준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지금 이곳은 이복성 사장의 별장 안방으로 추정이 됩니다. 보시면 완공된 지 두 달이 채 안 된 곳인데도 이처럼 변해 있습니다. 곰팡이도 상당히 많고요. 이게 과연 뭘 의미할까요.”
승현은 태정의 카메라를 보며 리포터처럼 말했다.
이에 태정은 페이스트래킹을 하기 위해 바로 설정을 하고 승현에게 초점을 맞췄다.
지이잉 지이잉-
그런데 얼굴추적을 위해 잡는 포커스가 자꾸 화장대 거울 쪽으로 향했다.
태정이 몇 번이고 승현에게 세팅을 했지만 거울에 얼굴이 있다고 인식하며 초점을 잡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멘트를 치고 있는 승현의 얼굴에 핀이 날아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 이거 왜 이래.”
태정이 볼멘소리를 하며 카메라 설정을 확인했다.
“왜. 무슨 일인데.”
승현이 다가가려는 순간이었다.
수연이 멈칫하며 화장대를 가리켰다.
“저기 귀신이 있어요.”
그녀의 말에 승현이 화장대를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독한 악취가 확 풍겨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너 왜 여기 있어! 응? 말해 봐. 너 왜 여기 있어.”
수연은 화장대를 향해 호통을 치듯 말했다.
승현은 태정에게 살짝 뒤로 물러나라는 손짓을 한 후 수연을 가리켰다.
그녀를 집중적으로 촬영하라는 의미였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니. 응?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수연은 한 걸음씩 다가가며 말했다.
“싫어? 말하기 싫어? 그런데 여기 왜 있어.”
허공에 대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 이상해 보였다.
승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 현상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파캉-!
화장대 거울이 깨지더니 파편이 쏟아졌다.
일행 모두 화들짝 놀라 움찔거렸지만 수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데?”
수연이 다시 물었다.
사아아아아아아-
휘이이이이잉-
그러자 바람소리와 함께 한기가 사라졌다.
수연은 진지한 얼굴로 일행을 돌아보았다.
“2층. 2층 끝 방으로 가보죠.”
그녀의 말에 일행 모두 계단으로 달려갔다.
다다다다다다다
일행이 달려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쿵 쿵 쿵
나무 계단을 뛰어 올라가 2층에 올라왔다.
계단 바로 앞에는 간이 거실처럼 작은 공터와 소파가 있고 양옆으로 복도와 방문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곳 역시도 곳곳에 곰팡이가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피어난 것이 보였다.
수연이 앞장서서 가장 끝방으로 달려갔다.
승현은 수시로 태정과의 거리를 확인하며 쫓아 달렸다.
그때였다.
쾅-
복도 가운데에 있던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이복성이 튀어나와 승현의 목을 졸랐다.
“큭!”
승현은 강한 악력에 순식간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화아아악
하지만 필립이 달려와 이복성의 허리를 붙잡고 뒤로 매쳤다.
꽈당-
이복성은 자신이 튀어나온 문을 부수며 다시 안에 처박혔다.
“이 개자식이-!”
이복성이 필립에게 달려들었다.
필립은 자기 카메라가 손상되지 않게 한팔로 감싸며 바로 돌려차기를 날렸다.
뻐억-
한 대 맞은 이복성이 머리로 찬장을 부쉈다.
꽈직
그가 옆으로 푹 쓰러져 버렸다.
“가요!”
필립이 외쳤다.
수연과 태정, 승현은 다시 끝 방으로 달려가 보았다.
달각달각
문이 잠겨 있었다.
“비켜보세요.”
승현이 수연을 옆으로 세우고는 발로 강하게 밀어찼다.
콰직-
문고리 부분이 부서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지금까지 맡아본 적이 없는 지독한 악취가 풍겨왔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시신이 썩은 냄새라는 걸.
그리고 여태 승현이 맡고 있던 ‘생선 썩는 냄새’가 바로 이곳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
태정은 이 충격적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복성 사장의 별장 2층 끝 방에는 변사체가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시신의 상태를 자세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족히 며칠은 지난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 지독한 악취와 벌레들.
누구의 시신인지 당장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한 가지 추정 가능한 것은 시신이 입고 있는 옷과, 우리 제작진이 마주쳤던 귀신의 옷차림이 같다는 점이었다.
이에 승현은 혹시 이복성 사장은 암 투병 중이던 자신의 딸을 이곳에 방치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태정은 바로 경찰에 연락을 했다.
시신을 방치한 것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몇 분 되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시신의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지원 요청을 했다.
이어 여러 차량들이 마당으로 밀려들어오더니 이곳은 순식간에 수사 현장으로 바뀌었다.
과학수사대와 감식반을 비롯해 119 대원들까지.
대규모로 투입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복성 사장은 수갑을 찬 채로 후송이 되었다.
승현 일행 역시 신고자 및 참고인 조사 차원에서 몇 가지 서류 작성을 한 후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어 별장에 대해 밝혀진 사실은 무척 충격적이었다.
예상대로 변사체는 암 투병 중이었던 딸의 시신이었다.
심지어 직접 제 손으로 죽였던 흔적까지 발견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고로 사망한 그의 아내와 아들의 시신 역시도 지하실에서 발견이 되었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거대 기업의 계열사 사장이자 오너 일가인 사람이 자신의 가족들을 죽이고 체포된 사건.
국민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피스상사 대표, 자기 별장에서 가족 살해 후 유기] [RBS 다큐멘터리 취재 도중 변사체 발견] [피스상사 이복성 대표, 살인 및 사체유기죄로 긴급 체포]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 신고로 이복성 대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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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던 [미스터리 탐사대]에 대한 관심 역시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뉴스 기사 댓글에서는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경신 아귀’ 특집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 최승현 이번에도 일 벌였다.
– 미쳤지. 제 처자식을 다 죽이고.
– 대체 무슨 일임???
– ㅈㄴ궁금하네
– [미스터리 탐사대]에서 취재하는 도중에 발견했다고 하니 이번 주에 뭔가 썰을 풀 듯?
– 이번 주에 방영할 듯 함여
– 무조건 본방사수다.
아직 어떤 일로 인해 변사체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그 경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다 보니 네티즌들의 흥미를 더욱 불러온 것이었다.
그것 때문인지 승현과 태정이 방송국으로 복귀하자마자 이열상 CP가 달려왔다.
“야. 지금 오더 떨어졌어. 빨리 예고편 만들어서 뿌리래.”
“예고편이요? 아직 촬영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요?”
결정적으로 아직 아귀녀의 천도재를 진행한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예고편은 예고편대로 만들고 촬영할 거 있음 해.”
“그렇게 하면 본방 일정 맞추기 어려워요. 인력은 개코 지원도 안 해주면서.”
“아이씨. 알았어. 일단 예고편부터 만들어. 알았어?”
이열상 CP는 사무실에 와서 다급하게 말한 후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위에서 얼마나 쪼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떡해요? 아직 다 끝난 게 아닌데.”
태정이 승현을 보며 물었다.
승현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넌 예고편 편집해서 바로 넘겨. 내가 따로 촬영할게.”
“저 없이 가능하세요?”
“필립 씨도 카메라 만질 줄 아니까 되겠지.”
승현의 말에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