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43)
제43화
그렇게 태정은 지금까지의 촬영본을 바탕으로 예고편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승현은 필립과 수연에게 연락해 천도재를 진행 및 촬영을 하자고 전했다.
세간의 이목이 예상보다 크게 집중이 되며 일정을 빨리 앞당긴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진행된 천도재.
이번에도 승범보살이 제자들과 함께 직접 찾아와 천도재를 준비했다.
‘아귀녀’의 사연이 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승범보살의 대답은 이러했다.
“영의 억울함과 슬픈 사연을 듣고 천도재를 해주는 것도 좋지만 사실 이 아귀 같은 경우에는 사연을 듣기 힘든 상황인 건 맞아. 묘비에 무언가 적혀 있었을 텐데 건물 자재로 써버렸다니 그 내용을 보기는 힘들 거고. 그 묘비가 있는 여기서 천도재를 지내준다면 억지로나마 떠나보낼 수 있을 거야.”
그녀의 말인즉 그 별장에서 천도재를 지내면 아귀녀가 저승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시신은 그 상윤도령인가 하는 분이 가지고 있는데 상관없을까요?”
승현이 산에서 만났던 노인을 떠올리며 물었다.
“시신으로 하는 게 제일 확실하긴 한데 별 수 있나. 근데 그 아귀녀도 또 봉인되느니 천도하고 싶을 테니 우리한테 유리할 거예요.”
승범보살은 자신만만했다.
승현의 요청으로 필립이 태정의 역할을 대신해 주었다.
그 역시 영상과 사진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카메라를 굉장히 능숙하게 다루었다.
동시에 승범보살과 수연의 굿판이 열렸다.
본격적인 천도재가 시작되자 사방으로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승범보살은 역시나 나이에 맞지 않을 정도로 높이 뛰며 춤을 췄다.
필립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천도재 영상을 촬영해 나갔다.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각적이었다.
주로 방송용 영상을 촬영했던 태정과 외주로 다양한 영상과 사진을 촬영했던 필립의 스타일 차이였다.
천도재가 무르익어 갈 무렵, 짐승소리인지 비명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별장 어디선가 들려왔다.
승현과 필립은 놀라 별장을 보았지만 천도재를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승현의 코를 끊임없이 자극하던 악취도 점점 옅어졌다.
*
천도재가 마무리 된 뒤.
모두가 정리를 하는 동안 별장 입구로 노인이 찾아왔다.
자신을 ‘상윤도령’이라고 지칭하는 바로 그 무속인이었다.
승현이 그를 보고 인사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연과 승범보살을 보았다.
“내기에서 이겼네. 묘비를 건물 자재로 썼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도 그 사실은 전혀 몰랐던 모양이었다.
“만약 그 사실을 아셨다면, 내기를 하셨을까요?”
승현이 물었다.
“안 했지.”
그의 대답은 짤막했다.
노인은 굿을 정리하는 사람들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설악산 ‘찰정스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 인근 무속인이라면 다들 알고 있어. 조선시대 많은 요괴들을 잡았다는 소문이 전해지거든.”
“그랬군요.”
‘찰정’은 아귀녀를 봉인한 사람의 법명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걸로 아귀가 정말 천도를 했는지 아닌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아무튼 덕분에 일거리는 줄어들었네. 그럼 일들 봐.”
노인은 승현과 필립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돌아서 대문 밖으로 나갔다.
“참 어려운 사람이네요. 정체도 모르겠고.”
필립이 나지막이 말했다.
승현은 멀어지는 노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정리 도와드리고 저희도 빨리 철수하죠.”
승현이 나서서 무구들을 함께 옮기기 시작했다.
* * *
승현이 천도재를 지내는 동안, 태정은 예고편을 만들어 너튜브에 등록하고 RBS 편성팀에 전달했다.
그러자 그 반응은 굉장히 폭발적이었다.
업로드 하자마자 체감이 될 정도로 댓글들이 폭발적으로 등록이 된 것이었다.
심지어 영상의 ‘좋아요’가 순식간에 10만 개를 넘길 정도였다.
덕분에 항상 늘지 않던 너튜브의 RBS 공식 채널 구독자도 순식간에 만 명 이상 늘어났다.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RBS 채널 프로그램들의 시청률도 소폭이나마 상승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미스터리 탐사대]의 재방송이 편성되면서 RBS 채널을 마냥 틀어놓는 사람이 생긴 것이었다.그리고 승현이 천도재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추가적인 내레이션 작업과 편집을 통해 방영 최종본을 빠르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일요일.
네 번째 특집. [미스터리 탐사대 : 경신의 아귀] 편이 방영되었다.
사전에 굉장히 끔직한 사건이 뉴스에 보도가 되었던 탓에 본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렸다.
그리고 그건 당연하게도 시청률로 집계가 되었다.
순간 최고 시청률 12%.
이건 종편과 케이블을 넘어 지상파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집계되는 시청률이었다.
심지어 종편채널인지라 여러 상황에 따라선 시청이 불가한 구역도 있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미스터리 탐사대]를 봤다고 분석해도 무방했다.
아울러 이번에 가장 많이 언급이 된 ‘경신대기근’에 대한 키워드도 굉장히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들 건너건너 알고 있었지만 그 끔찍한 참상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었다.
이런 와중에, 대형 커뮤니티 [핸드사이드]에서도 단연 [미스터리 탐사대]의 영상이 또 한 번 화두에 올랐다.
조작이냐 아니냐-라는 토론부터 아귀에 대한 정보 공유까지.
전체적인 부분을 두고 커뮤니티 유저들끼리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었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댓글들이 있었다.
– 경신의 아귀. 전에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 자기 남편이랑 애 죽여서 삶아 먹었다고. 근데 그 이후로 다른 집 사람도 죽여서 삶았다고 함.
└ 난 좀 다르게 앎. 애 죽어서 삶아 먹은 건 맞는데 다른 사람들이 막 서로 죽인 것까지 혼자 덤터기 썼다고 함. 그래서 아귀라고 불렸다고.
– 와 ㅅㅂㅋㅋㅋㅋㅋ 난 물고기 아귀가 그 불교 귀신 아귀에서 따왔다는 거 이제 알았음.
정말 극심한 허기로 인해 자기 자식을 잡아먹었던 일이 있었다는 것이 너무 끔찍했다.
물론 그 사건들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아귀에 홀려 사람을 먹은 건지, 사람을 먹다 보니 아귀가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승현 일행이 ‘만난’ 아귀녀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편치 못했다.
추가적으로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김표승 소장은 집행유예 처분을 맞고 집에서 대기하던 중 동맥경화로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근원이었던 이복성 사장은 감옥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졌다.
* * *
승현은 김표승 소장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조문을 위해 영정사진 앞에 선 승현은 침통한 표정으로 사진 속 그의 얼굴을 보았다.
물론 공사를 하면서 발견된 비석과 묘비, 무덤을 그렇게 훼손한 건 잘못된 일이었다.
하지만 승현에게 제보를 하고 협조를 했다는 건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마음이 있었음은 분명했다.
그 끝에 이렇게 사망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승현은 두 번 절을 한 뒤 허리를 숙였다.
순간 생선 썩는 듯한 악취가 또 한 번 느껴졌다.
승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허리를 펴보았다.
영정사진 속 김표승 소장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조문객이나 유족들 누구도 보지 못하는 걸, 승현이 보고 있는 것이었다.
심정이 떨어질 듯 놀란 승현은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괜한 주목을 받고 싶지는 않아 돌아섰다.
* * *
며칠 후.
이번 특집에 대해서 복수의 언론사들이 보도를 내면서 본 방송 이후에도 계속해서 트래픽이 올라갔다.
공사를 하던 도중 발견되는 무덤이나 유적에 대한 법적 보호나 조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아귀녀가 누구였는지, 명확히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준 그런 특집으로 남게 되었다.
이에 승현은 김백춘 국장과 이열상 CP에게 엄청난 칭찬을 받았다.
특집을 내는 족족 엄청난 시청률과 조회 수를 뽑아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RBS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은 내가 쏜다!”
기분이 한껏 업된 이열상 CP가 곧장 회식을 잡았다.
그렇게 승현 일행과 이열상 CP는 한우 고깃집에서 거하게 회식을 하게 되었다.
“짠-!”
이열상 CP가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는 불판 위로 술잔을 내밀며 건배 제의를 했다.
승현과 태정, 필립이 건배를 하고는 바로 원샷을 했다.
“크으-! 야. 이번에 4회. 진짜 잘 됐어. 대박 대박. 이 정도면 재방송 편성도 많이 되고 광고도 많이 끌어올 수 있을 거야. 잘했어!”
이열상 CP는 승현의 어깨를 연신 두드리며 말했다.
“아, 아파요, 형님.”
승현이 볼멘소리를 했다.
“그런데 그 무속인 분은 안 왔어?”
“아. 일이 있으시다고요.”
수연은 참석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 기분이 너무 좋네. 안 그래도 김승동 그 인간이 이번에 론칭하는 프로 이름이- 뭐라더라. [토요일 오전은 H.R시간]이었나? 줄여서 HR이라고 할 거라는 거야. 와-”
그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HR이요? 그 옛날 우리 어렸을 때 매주 토요일 아침에 했던 학급회의 그거?”
“그걸 떠올리게는 하는데 뜻은 ‘호러 HORROR’래. 이름 참 그지 같이 지었지?”
“제목만 봐선 예능국에서 풀어야 할 것 같은데 왜 교양국에서 푼대요?”
“이거 성공시켜서 지가 교양국장 한 번 올라보겠다는 거지. 그래서 제목은 뭐 이런데 진지하게 할 거라고 여기저기 이빨 털고 다니더라.”
이열상 CP가 말했다.
승현은 그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그런 행보가 [미스터리 탐사대]에 내내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승동 CP의 신규 프로그램 론칭 소식에 이열상 CP가 무척 흥분하며 말했다.
“아무튼! 아주 피곤하게 생겼어.”
“그건 첫 방이 언제래요?”
승현이 물었다.
“2주 후인가, 그럴 거야.”
“그럼 촬영 들어갔겠네요?”
“응. 근데 빌어먹을 놈들. 첫 번째 소스가 우리 거야.”
“네? 정말요?”
“그래. 그 태영 저수지 변사체 사건 알지?”
“네, 네.”
“그거 가지고 이야기 나눈다고 하더라고.”
“그거 너무 매너없는 거 아니에요?”
“같은 RBS고 또 김백춘 국장이 중재를 하니까 법적인 문제는 없다만 우리 입장에선 뭐 같지. 발로 뛰는 고생은 우리가 다 했는데 거기는 소스만 쏙쏙 빼서 시청률 빨아먹겠다는 거니까.”
“일단 거기도 첫 방은 시청률 좀 나오겠네요. 그 변사체 건이 워낙 이슈가 된 소스였어서.”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앞으로 더 치고 나가는 수밖에 없지, 뭐. 그래서 다음 소스는 어디냐?”
이열상 CP가 물었다.
“몇 군데 후보는 있는데 아직 확정은 못 했어요.”
승현이 대답했다.
“조금만 더 고생하자. 프로그램만 안착하고 김승동 그 놈만 좀 몰아내면 편해질 거야. 필립 씨도 조금만 더 힘 써 주시고.”
“네, 알겠습니다.”
이열상 CP는 술잔을 들며 멤버들을 격려했다.
“아 참. 그리고 내일부터 [미스터리 탐사대]에 새 작가 들어갈 거야. 승현이, 넌 보면 기억 날 친구야.”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