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44)
제44화
#[유령선 아크로> 특집
다음날.
RBS 교양국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 사무실.
태정이 먼저 나와 업무를 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젊은 여직원이 앉아 여러 기획안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모습이 상당히 지적이고 차분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 안의 외모는 드라마 속 부잣집 막내딸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벌컥-
그때, 문이 열리더니 승현이 들어왔다.
피부가 퍼석퍼석하고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것이 어제의 숙취가 무척 심한 모양이었다.
“오셨어요?”
태정이 모니터를 본 채로 인사를 했다.
승현은 손사래를 치며 헛개수를 들이키다 여자를 보았다.
“어? 화영이? 박화영?”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화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PD님. 오늘부터 [미스터리 탐사대]에서 일하게 된 박화영이라고 합니다.”
“그, 그래. 그, 저, 우리 전에 어떤 프로 같이 했었지? 최근에는 교양국 회식 때 봤고?”
“네, 네. 보조 연출 하신 프로그램에서 서브 작가였었어요.”
화영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촬영하는지는 들은 거 있어?”
승현이 화영에게 물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뇨. 직접 들은 건 없고요. 좀 와일드하다는 소문만 들었습니다.”
“와일드? 뭐, 평범하지 않긴 하지. 귀신이나 미스터리, 괴담, 이런 건 좋아해?”
승현이 이어 묻자 화영이 대답했다.
“네, 좋아합니다. 관련해서는 전문가라고 보셔도 돼요.”
“그래? 그건 다행이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력 필요하다고 하셔서 급하게 제가 투입 결정된 듯합니다. 서류는 CP님이 알아서 하신대요.”
화영이 살짝 손을 들고 덧붙였다.
“그렇구먼. 다음 촬영지는 좀 알아봤어?”
승현이 태정을 보며 물었다.
그때 화영이 태정 대신 일어나 서류를 하나 건넸다.
“이미 후보군 뽑아놨습니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승현은 화영이 RBS 작가진들 중 외모로는 탑이라고 했던 소문을 떠올렸다.
심지어 작가 본업도 잘하면서 동시에 간단한 편집 작업까지 가능해 여러 프로그램 PD들이 탐내는 인재였다.
그런 그녀를 여기 꽂았다는 건, 이열상 CP가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크로 호 사건?”
그녀가 건넨 자료를 본 승현이 살짝 인상을 썼다.
“네. 한 5년 전에 ‘신비한 TV 어메이징’에서도 나왔던 소스기는 합니다. 저희가 저희 입맛대로 촬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흐음. 아크로 호 사건이라…….”
승현이 서류를 가만히 내려 보았다.
아크로 호 사건.
1970년대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기이한 사건이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무역선 아크로 호는 1974년 6월 1일 새벽 6시 평택항에서 출항했다.
언제나 같은 일정으로 오가는 정기 무역선이기에 누구도 그런 큰 사건이 생기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출항한 아크로 호가 실종이 된 건 오전 9시.
한국 영해를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신호가 사라진 것이었다.
폭풍우를 만났다는 기록조차 없었기에 실종 원인도 추론할 수 없었다.
당연히 수색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지난 후 1979년 6월 1일 오전 9시.
출항을 했던 평택항으로 정체모를 배가 들어왔다.
관제실에서 정체를 물었지만 답변이 없었다.
그렇게 다가온 배는 실종 되었던 ‘아크로 호’였다.
배에 실려 있는 화물들은 온전히 보존 되어 있었고 외형 또한 출항 당시 그 모습 그대로였다.
5년 동안 바다를 떠돌아다닌 선박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대거 투입 되어 배에 대한 수색을 진행했고, 단 한 명의 생존자를 제외한 다른 6명의 선원들은 그 흔적조차 발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한 명의 생존자가 다른 선원들을 죽이고 시신을 바다에 버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되었지만 그는 법적 구속은커녕 수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발견된 그 생존자 역시 손가락들이 모두 잘려 나가 있었고 또 정신도 완전히 나가 있어 온전히 취조를 할 수 없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정신병원으로 후송이 되었고, 그 이후 소식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서류를 한참 들여다 본 승현이 말했다.
“이거. 소스는 괜찮은데 취재를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벌써 50년 전 일인 건데.”
“그래서 추가로 좀 알아보니까 그 ‘아크로 호’는 평택항 구석에 아직 남겨놨다고 하더라고요. 해체 작업 명령이 안 떨어져서.”
“그래?”
승현이 태정을 보았다.
태정은 어깨를 으쓱였다.
승현 알아서 결정하라는 의미였다.
“흐음.”
승현은 당시 아크로 호의 사진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순간 그의 코끝으로 미묘한 냄새가 스치고 지나갔다.
플라스틱이 불에 타 녹는 듯한 불쾌한 냄새였다.
‘뭔가 있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이걸로 내정하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알아보자. 태정아, 너는 그 생존자라는 사람 아직 살아있는지 알아보고.”
“네, 알겠습니다.”
태정이 대답했다.
본격적인 촬영 준비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었다.
* * *
태정과 화영은 평택항 쪽 관계자에게 연락을 해 취재 요청을 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그렇게 며칠 후, 승현 일행은 다섯 번째 특집은 ‘아크로 호’로 확정하고 필립, 수연과 함께 평택으로 향했다.
“시작은 아크로 호에서 일어난 당시 뉴스 보도들이랑 신문 기사들 보여주면서 풀고 그 다음 이동하는 장면. 그리고 배를 수색하고 관계자들 인터뷰 하고. 그리고 생존자가 있으면 그 사람 인터뷰까지 따는 걸로.”
승현이 수첩에 메모를 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만큼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가 못 밝혀낼 수도 있어. 다만 미스터리한 사건을 소개한다는 개념으로 가는 거야. 라저?”
“네, 네.”
태정과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해결이 된다면 더 대박이고.”
승현은 나지막이 덧붙여 말하고는 앞을 보았다.
점점 주위 산들이 낮아지고, ‘평택항 국제 여객 터미널’이라는 팻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차량은 점점 더 속도를 내 항에 가까워졌다.
철조망과 화물차, 각종 컨테이너와 멀리 보이는 크레인들이 보였다.
이어 갈매기가 가득한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평택항이었다.
“저희는 지금 한국의 유령선이라 불리는 ‘아크로 호’를 직접 확인하러 평택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1974년 6월 1일. 그 날로 돌아가 보죠.”
승현이 카메라를 켜고 멘트를 했다.
그 사이, 화영은 승현의 멘트를 들으며 무언가를 계속 메모했다.
자막으로 삽입할 문구들을 실시간으로 구상해 기록해 두는 것이었다.
“유령선 사건이 좀 있나?”
승현이 화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런 비슷한 사건들은 해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었어요. 1988년에 플로리다 인근 해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고요. 대항해시대 때 도는 유령선까지 포함하면 더 많죠. 그 이야기들도 여러모로 섞어서 같이 포함시키면 조금 더 좋을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사건에 대해 해박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보였다.
[미스터리 탐사대]의 작가로는 적격인 인물이었다.“여기예요. 저랑 통화한 곳이.”
그때 태정이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멀리 보이는 건물을 가리켰다.
[평택항 홍보관]“저 쪽에 전화 했을 때 방문하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겠다고 했어요.”
태정이 트렁크에서 카메라 장비들을 챙기며 말했다.
“다들 내립시다.”
승현도 조수석에서 내린 뒤 자기 장비들을 챙겼다.
이어 필립과 수연, 화영도 차에서 내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코와 입으로 한 번에 들어왔다.
일단 아직까지는 ‘귀신의 냄새’는 나지 않고 있었다.
“가시죠.”
카메라를 켠 태정이 움직이자는 손짓을 했다.
승현을 비롯한 나머지 일행은 바로 홍보관 쪽으로 이동했다.
*
“안녕하십니까. 평택항 홍보관 최지훈 주임입니다. 항만공사 소속이고요.”
홍보관 유니폼을 입은 젊은 남자가 다가와 꾸벅 인사했다.
승현은 자신의 명함을 건넨 뒤 최지훈 주임을 빤히 보았다.
“‘아크로 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계시다고 해서 조금 연배가 있으신 분일 줄 알았는데 젊으시네요?”
“아아. 네. 제가 아크로 호를 관리하고 있거든요. 오시죠.”
그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돌아섰다.
“아크로 호는 왜 보관하고 있는 건가요?”
승현이 묻자 그가 대답했다.
태정은 이 장면을 인터뷰로 구성해 촬영했다.
홍보관 직원 최 모씨 :
‘아크로 호’는 1979년 6월 1일에 다시 입항한 후로 계속 수사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1984년까지 항구에 정박해 있다가 이후에 육지로 들어 올려 컨테이너 터미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유족들이 항의를 하고 있어서 해체 작업을 못하고 있는데요. 아마 내후년쯤에는 해체가 될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내후년이 지나면 아크로 호에 대한 취재를 하기 힘들어졌을 것이란 이야기였다.
생각보다 좋은 타이밍에 얻은 소스가 아닐 수 없었다.
“혹시 이 홍보관이나 항만 공사에 당시 사건을 기억하는 실제 직원분은 안 계시나요?”
“음. 글쎄요. 연배가 조금 있으신 과장님이나 본부장님 정도는 기억하시려나. 50년이나 지난 이야기라서, 원.”
“혹시 본부장님하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는 있을까요?”
“제가 연락드려보겠습니다. 일단 ‘아크로 호’부터 먼저 보시죠.”
“‘아크로 호’ 관련한 서류나 정보부터 확인이 좀 가능할까요?”
“오래된 자료라 저희도 찾아야 해서요. 아래 직원한테 시켜놨으니 ‘아크로 호’를 보고 오면 구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최지훈 주임의 안내에 따라 승현 일행은 홍보관 밖으로 나가 컨테이너 터미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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